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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acle KIST

육아·연구 지친 여성과학자여 ‘박현미 멘토’를 만나라

 

 

 

 

 

과학자로 엄마로…‘슈퍼맘’ 경험 살려 경력단절 여성과학자 복귀 힘써
“여성인력활용은 여성만을 위한 것 아냐…국가의 미래 확보하는 제도”

 

 

"여성 과학자들이 복귀하기 위해서는 본인의 용기와 의지, 그리고 실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이 중요합니다. 특히 남편과 가족의 도움도 필요하고, 사내인식변화도 중요하겠죠. 어느 한가지로 단언할 수 없어요. 모든 요소가 갖춰졌을 때야말로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박현미 특성분석센터 박사는 KIST에서 유해물질 분석지원 및 분석기술을 개발하는 과학자이자 한 아이의 엄마다. KIST 위촉연구원으로 입사해 22년간 연구원에서 일한 그는 박사학위 공부도, 결혼과 육아도 KIST와 함께했다. 아이를 키우면서 연구를 하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일터에 나오면 지친 심신도 안정됐다. 자신을 가장 빛나게 해주는 곳이 연구원이라는 생각은 그를 연구현장으로 이끌었고, 나를 필요로 해주는 직장에서 자존감을 찾았다.

 

박 박사처럼 연구에 끈을 놓지 않는 여성도 있는 반면 많은 여성들이 결혼과 육아로 경력단절의 기로에 선다. 육아와 직업을 병행하는 슈퍼우먼도 있지만 누군가의 도움 없이 일을 지속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 현실. 이를 너무나도 잘 알기에 박현미 박사가 KIST에서 여성과학기술자들의 경력단절복귀를 돕는 멘토를 자청했다.

 

육아와 연구를 병행했던 경험을 공유하고, 다양한 제도를 통해 경력단절 여성연구원이 현장에 뛰어들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는 박 박사. 시원시원한 키와 깔끔한 스타일 속에 묻어나는 상냥함까지. 과학자로서의 철저함과 어머니의 따뜻함이 공존하는 그를 만나봤다.

 

 

‘여성인력활용=경제성장‘ 지속성장을 위해 필요해

 

 

박현미 박사가 여성과학자들의 복귀를 돕는 활동을 시작한 지 2년이 됐다. 그가 복귀여성의 필요성을 느낀 것은 다양한 경험을 쌓은 경력자가 요구되면서였다.

 

"우리 센터는 환경˚식품˚생체 및 재료 분석기술을 개발할 뿐 아니라 산업체·기업체의 시료에 대한 분석지원업무를 하고 있다. 여러 종류의 시료들이 들어오니 다양한 경험을 쌓은 경력자가 필요했는데 학생연구원만으로는 부족했다. 경력단절여성을 활용하면 그들의 잠재적 가능성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

 

박 박사가 경력단절여성을 활용할 수 있었던 것은 'R&D 경력복귀지원사업' 덕분이다. 이 사업은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ET)가 운영하는 프로젝트로 맞춤형 교육훈련과 상담, 멘토링을 통해 연구개발에 참여할 수 있게 돕는다. 연구소에서 필요인력을 요청하면 훈련된 인력이 매칭돼 현장에 투입되는 시스템으로 KIST에는 14명의 복귀여성과학기술자가 일하고 있다. 1인당 지원기간은 최대 3년으로 경력을 쌓아 산업체나 연구소 등에 취직할 수 있게 된다.
 
그는 여성인력활용은 경제적인 측면과 기술적인 측면 등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 올 것으로 기대했다. 박 박사는 "출산률 감소로 인해 경제활동 인구가 줄어들어 미래 인력부족현상이 국가경제 발전의 저해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면서 "그런 의미에서 여성인력활용은 새로운 인력을 확보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본다. 가정에서는 수입증가로 인한 소비가 활발히 이뤄져 경제가 선순환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섬세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여성을 활용하는 것이 창의성이 필요한 과학기술분야에 적합하다고 생각한다"며 여성인력활용은 개인적으로는 자아실현, 가정에는 경제적 도움, 국가적으로는 미래인적 자원확보라는 측면에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력단절여성, 특허출원 학술대회 발표 등 활용대비 우수성과 창출

 

 

복귀에 성공한 여성일지라도 육아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렵다. 아이들은 지속보살핌이 필요하기 때문에 복귀를 해도 여러 차례 위기가 찾아온다.

 

복귀에 성공해 1년 반 동안 KIST에서 분석업무를 수행하는 손석연 연구원도 마찬가지였다. 아이가 유치원에 들어가면서 복귀했지만 아이가 아프거나 유치원에 적응을 하지 못해 힘들어했다. 그럼에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멘토인 박현미 박사의 조언과 유동적인 업무환경, 그리고 내조하는 남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손석연 연구원은 "일을 오랫동안 하지 않아 걱정이 컸다"면서도 "현장에 투입되기 전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배울 수 있었다. 오랜만에 다시 시작한 일에 즐거움도 두 배가 됐다"고 말했다.

 

손석연 연구원의 말처럼 KIST는 실제 현장에서 분석지원 하기 전 복귀 연구원들을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에 참여시킨다. 예를 들어 연구역량강화를 위한 교육으로 경력단계에서의 의사소통, 연구개발 프로젝트관리, 영어 학술 논문 작성, 연구데이터 분석, 선행 검색 기술노하우, 장비회사 트레이닝 등이 있다.

 

박현미 박사는 "실제 현장에서는 여러 장비를 돌아가면서 직접 작동하고 서비스지원 시료에 대한 전처리 방법 및 장비검출법을 몸으로 배워나가는 과정을 거친다며 "이러한 훈련은 향후 산업체에 복귀했을 때 바로 현장에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실제 경력단절여성이 현장에 복귀함으로써 학회발표, 논문, 특허, 과제참여 등을 하고 있으며, 특성분석센터의 경우 분석지원업무를 지원해 분석수입료 증가에도 크게 기여한 바 있다.

 

 

경력단절여성의 복귀, 노력·용기·의지·가족 도움 등 필요해

 

 

박현미 박사는 "집안일을 오랫동안 한 여성들은 주로 자신감을 많이 잃은 모습이었고, 복귀를 하더라도 가족의 도움이 없이는 결국 포기하게 되는 경우도 많더라"며 여성인력활용을 위해 ▲ 겁을 먹고 미리 포기하지 않는 '용기와 의지' ▲ 실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 ▲정부지원과 정책적 유도 ▲사내인식변화 ▲남편과 가족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느 한가지로 단언할 수 없고 이 모든 요소가 갖춰졌을 때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현미 박사와 KIST는 더 많은 여성과기인 복귀를 위해 최근 연 2회 KOITA(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와 함께 산업체인력 기술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박 박사는 "많은 중소기업과 대기업 연구원들이 참석하는 가운데 교류를 통해 경력단절연구원들의 취업기회를 마련해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월 25일 취임 1주년 '경제혁신 3개년 계획'담화문에서 "우리 경제의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여성인력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여성인력의 활용이 국가경제발전의 새로운 동력으로 제시된 가운데 더 많은 여성들이 사회에 진출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