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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acle KIST

손가락 하나로 컴퓨터를 내맘대로 "워크벤치로 회의 패러다임을 바꾼다"


30개 터치포인트 동시 인식…게임·교육·의료 등 응용 범위 넓어



중앙에 대형 디스플레이가 놓여 있고, 원형으로 둘러앉은 직원들이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한 직원이 디스플레이에 'ㄴ'자를 그리자마자 키보드가 튀어나온다. 반원을 그린 후 암호를 입력하니 개인용 컴퓨터에 저장돼 있는 파일과 사진자료들이 열린다. 사진자료들은 사용자의 손가락에 따라 커졌다 작아졌다 움직이고, 복사나 사라지는 기능까지 다양하게 작동된다.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실감교류로보틱스연구센터의 박지형 박사팀이 개발한 '지능형 반응공간 워크벤치' 기술을 이용하면 이처럼 공상과학 영화 속에서나 가능한 회의가 현실이 된다.

박 박사가 개발한 워크벤치는 대형 디스플레이로 이뤄져 있다. 사람의 손가락 움직임을 인식해 글을 쓸 수도, 사진과 문서 등을 불러올 수도 있다.

회의장에 설치된 워크벤치 서버에 발표할 내용과 사진 등을 미리 넣어두면 회의장에 USB를 가져갈 필요도 없다. 또 스마트폰과 다르게 여러 개의 손가락 움직임을 동시에 인식할 수 있어 여러 사람들이 한꺼번에 이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사용자 각자의 영역을 생성해 한 디스플레이에서 개인 작업도 가능하고 영역 크기 또한 자유롭게 늘렸다 줄였다 하거나 혹은 사라지게 할 수도 있다.

동그랗게 원을 그리면 정보 단위인 노드가 형성되는데 노드 안에 글씨도 입력 가능하다. 노드와 노드는 서로 연결 가능하며 회의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를 노드 안에 입력한 후 연결하면 온톨로지(토론을 통해 합의를 이룬 바를 컴퓨터에서 다룰 수 있는 형태로 표현한 모델)도 구현할 수 있다.


‘ㄴ’을 그렸을 때 키보드가 나타나고, 원을 그렸을 때 노드가 생기는 이유는 명령을 그렇게 입력 해놨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지긋이 누르면 메뉴판이 등장하도록, ‘+’를 그리면 확대기능이 실행되는 등 사용자가 다양하게 입력•저장•사용할 수 있다.

박 박사가 개발한 이 기술은 게임과 교육, 매장의 카탈로그, 의사와 환자간의 상담에서도 활발히 이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 박사는 "예를 들어 자동차 매장에서 워크벤치를 사용한다면 자동차 사진을 펼쳐놓고 색과 디자인을 바꿔보는 등의 설명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특히 2015년 디지털 교육이 의무화 되면서 전자출판이 활성화되면 워크벤치 또한 디지털 교육에 한 몫 톡톡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워크벤치와 비슷한 기술이 연구 중이다. 그러나 우리처럼 디스플레이를 쓰는 것이 아닌 프로젝터와 카메라 방식으로 연구하고 있어 이번 기술이 대형 멀티터치 분야에서 핵심기술을 선점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그는 "외국 기술의 경우 프로젝터를 쓰려면 공간이 필요한데 우리는 그럴 필요가 없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있다"며 "최근에는 디스플레이 가격도 내리고 있어 상업적으로도 활용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이폰도 못하는 2인 이상 터치가 워크벤치에서 되는 비결은 ‘적외선 센서’


박지형 박사팀이 개발한 워크벤치의 디스플레이가 여러 사람의 손가락 움직임을 캐치할 수 있는 이유는 디스플레이 테두리에 설치된 적외선 센서 바(BAR)덕분이다. 이 센서가 손가락의 움직임과 위치 지점을 인식해 원하는 동작을 가능하게 한다.

2010년까지는 4개의 바를 설치해 터치를 인식하게 만들었지만 지난 1월에는 2개의 바 만으로도 인식 가능하게 업그레이드시켰다. 기존 기술을 활용했을 경우 대형 디스플레이를 구현하기 위해 여러 대의 디스플레이를 붙이면 검은 바가 방해돼 어색했지만 이제는 자연스럽게 연결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여기서 한가지 의문점이 떠오른다. 스마트폰에는 적외선 센서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자연스러운 터치가 가능한데 굳이 적외선 센서를 장착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스마트폰의 화면은 압전식 혹은 정전기식으로 구성돼 있다. 먼저 압전식은 화면을 누르면 전기가 발생하는 원리를 이용하고 있어 손가락이 아닌 다른 물체를 이용해서 입력 가능하다. 그러나 정전기식은 디스플레이 표면에 미세한 전류를 흐르게 해 손가락 등 전류가 흐를 수 있는 물체만을 인식 가능한 기술이며, 두 기술 다 30인치 화면을 넘어서기가 힘들다.

그러나 박 박사팀이 개발한 기술은 디스플레이 70인치 기준으로 30개의 터치포인트가 동시에 인식 가능하다.

박 박사는 "이 기술의 핵심은 여러 사람이 동시에 마주보고 작업이 가능하다는 것"이라며 "앞으로 더 큰 사이즈에서도 터치와 인식이 가능한 기술을 선 보이기 위해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