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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 Talk/사내직원기자

[창의포럼] 소설가 김홍신 (박병수 기자)

 

우리나라 역사인물 중에 드라마로 만들고 싶은 최고의 인물은 누구일까? 영화감독, PD, 작가들에게 물었더니 이순신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순신 안에는 열악한 상황에서도 승리를 이끌어내는 전략 이외에도 변방을 전전한 아웃사이더, 비운의 백의종군, 비극적 최후 등 굴곡진 인생의 모든 스토리가 담겨져 있기 때문이란다. 9월 창의포럼 연사인 김홍신 작가도 진정한 명품인생은 이순신과 같은 굴곡이 있고 이야깃거리가 많은 삶이라고 했다.

   

 

김홍신 작가는 4가지 화두를 던지며 강연을 시작했다.

첫째 거울을 보고, 이길 때까지 가위 바위 보를 해보라. 둘째 미국의 대학에서 침팬지에게 140개의 단어를 가르쳤는데 침팬지가 처음 한 말은 무엇이었을까? 셋째 대학에 설치할 삼천만원대의 미술품을 고물인줄 알고 팔았는데 고물상에서 이미 해체했다. 고물인줄 알고 팔아버린 사람들에게 어떤 처벌을 할까? 넷째 귀신이 있을까?

 

인생이란

 

인생에는 정답이 없고 명답이 있는데, 명답은 잘 즐기는 것이라고 했다. 대다수 사람은 인생은 한번 뿐이고 이것이 마지막이란 절박감이 있어서 잘 놀지 못한다. 집 장만하고, 아이 키우고, 직장 다니느라 바쁘게 살다보면 어느새 노후를 걱정할 나이가 되고, 죽기 10년 전부터는 병자로 산다고 했다. ‘텔로미어는 세포분열을 할 때마다 점점 짧아지고, 이것이 짧아지면 온갖 질병들이 침입해서 암도 걸리게 된다고 했다. 육신이 아프면 영혼도 아픈데 텔로미어가 줄어들기 전에 인생을 즐기라고 했다. 분뇨도 밭에 두면 거름이 되듯, 고단한 일을 하러 온 직장이 아니라 미친 듯이 놀기 위해 출근한 곳이라 생각하면 인생은 즐거워진다. 근심, 걱정, 두려움 등 생각의 쓰레기는 내장을 망가뜨리는 암세포가 되기에 과감하게 버리라고 했다.

 

자유와 주인의식

 

4년간 140개 단어를 배운 침팬지가 뱉은 첫마디가 ‘Let me out’이란다. 미물인 침팬지에게도 중요한 자유는 인생이 행복해지려면 갖춰야할 필수요소라 했다. 김홍신 작가는 한국인이 행복하지 못한 이유는 남과 비교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나보다 잘난 사람 비교하면 주눅이 들고, 그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자신을 포장하고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명품을 선호하게 된다고 했다. 내가 명품이 되면 내가 가진 모든 것이 명품이 되기 때문에 명품에 집착하지 말고, 인생의 굴곡들을 잘 정리해서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를 많이 만드는 진짜 명품이 되라고 했다. , 학벌, 지위, 명예, 아파트와 같은 것에 얽매이지 말고 세상을 끌고 가는 주인이 되라고 했다. 온 우주에 나는 하나이고 딱 한번인 인생이니 자유의지를 갖고 주인처럼 살아야 한다고 했다.

 

휴머니즘

 

고물상에 미술품을 팔아버린 사람들에게 내린 처벌은 미술품을 다시 설치하는 것을 돕는 일이었다. 김홍신 작가는 인류가 개발한 것 중 가장 뛰어난 발명품을 휴머니즘이라 했다. 휴머니즘의 참 모습을 김홍신 작가는 대학의 미술품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옆을 챙기다가 점점 더 나보다 힘없고 약하고 병든 사람을 돌보는 것이 휴머니즘인데 그 휴머니즘이 결국 나를 일으켜 세운다고 했다. 부처와 예수가 실천한 휴머니즘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했다. 김홍신 작가는 죽을 때까지 3권의 책을 쓰라고 했다. 세상을 보는 눈을 따뜻하고 예리하게 만드는 수필집, 후학들이 자신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게 만드는 전공분야 서적, 자신을 더욱 품격있게 만드는 자서전. 자서전을 쓰기로 마음먹으면 자신의 삶을 성찰하게 되어 품격있는 삶을 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잘 사랑하고 잘 배려하고 잘 용서하는 것이 바로 품격있는 삶이라고 했다.

 

열정과 잠재력

 

어떤 화가가 400년 전에 죽은 고산 윤선도 초상화를 그려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화가는 그때부터 어부사시사, 오우가 등 윤선도의 작품을 외우고, 그의 일생을 공부하고, 향과 초를 켜고 초혼(招魂) 의식을 했다. 그렇게 몇 달 동안 같은 의식을 반복하면 화가의 몸속에 고산의 혼이 들어온다. 그 때부터 초상화 작업을 해서 4년이 걸려 작품을 완성했다고 한다. ‘귀신이 있다 없다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람의 열정은 없는 귀신도 만들 수 있는 놀라운 창조적 잠재력이 있다고 했다. 임금의 초상화를 그리는 궁중의 화사(畵史)도 임금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궁궐을 향해서 향과 초를 켜고 접신을 하려고 화사들은 몇 달씩 절을 했다고 한다. 그러면 임금의 얼굴이 떠오르고 초상화를 그린 뒤 완성되면 궁궐에 보냈다고 한다. 그 뒤 화사에게 큰 상이 내려지는데 그 이유가 본 적도 없는데 임금의 얼굴을 어떻게 똑같이 그릴 수 있었냐는 이유라고 했다. 김홍신 작가는 우리나라를 발전시키는데 큰 역할을 한 과학기술의 바탕에도 이와 같은 열정과 잠재력이 있었을 거라고 했다.

   

 

행복, 자유, 휴머니즘, 열정, 김홍신 작가가 던진 화두를 다시 되새겨본다. 흔한 가전기기에도 사용설명서가 있는데 지구상에 유일무이한 나의 인생에는 설명서가 없다. 내 인생의 자취를 보면 내가 누구인지 또 어디로 가고 있는지 남들은 알까? 내인생의 자서전의 주제를 무엇으로 할지 고민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