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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 진단과 맞춤형 치료…"이제 ‘테라그노시스’로 한방에"

맞춤형 진단과 맞춤형 치료…"이제 ‘테라그노시스’로 한방에"



국민소득이 높아지고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자연히 개개인의 건강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양이 많은 음식점이 인기였다면 지금은 유기농 재료로 만든 웰빙 음식이 더 많은 인기를 끄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최근 한 유가공 전문업체는 '부드러운 느낌을 주면서 우유맛을 내는 화학합성물 카제인나트륨을 빼고 무지방 우유를 첨가한 커피'라는 타이틀을 내세워 커피믹스를 출시했다. 맛과 건강까지 생각한다는 그들의 전략은 물론 성공이었다. 고객들이 이 웰빙 커피를 찾기 시작했고, 그 결과 이 회사는 국내 커피믹스계에서 시장 점유 2위로 올라섰다. 소비자들이 얼마나 건강에 민감한지 알 수 있는 사례다.

먹는 것뿐이겠는가. 사이클, 걷기 운동, 등산 등 건강을 위해 운동을 즐기는 사람도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주말만 되면 자전거 도로에는 자전거 행군이 이어지고, 동네 뒷산에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사람들이 주목하는 것이 '의료'다. 어렸을 때부터 건강한 음식만 먹고, 운동을 열심히 했더라도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가 변이를 일으킬 만한 가능성이 있으면 병에 걸릴 확률도 높다. 때문에 건강한 생활습관과 함께 챙겨야하는 것이 바로 의학이라 할 수 있다.

단순한 일반 의학 수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요즘에는 맞춤형 의료가 주목받고 있다. 개개인이 갖고 있는 유전적 특성이나 특이한 섭생 습관 등을 고려한 진단과 약 처방이 대세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일반적으로 복용하는 약은 소용이 없다는 이야기인걸까.

우리는 배가 아프거나 어지럽고, 감기에 걸렸을 때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고 약국에서 약을 제조해 복용한다. 하지만 우리가 처방받은 약이 나에게 100% 효과를 발휘해 주지 않는다. 우리가 지금 복용하고 있는 약은 평균치를 계산해 제조된 것들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감기약은 감기에 걸린 1000명의 사람에게 얼마만큼의 약을 몇 시간 간격으로 복용시켰을 때 효과가 제일 좋은가를 실험한 후 그 평균을 가지고 약을 제조한다. 때문에 어느 감기환자가 약을 복용했다고 해서 100% 치료된다는 보장이 없다. 그렇다면 맞춤의학은 어떻게 진행이 되는 것일까. 우리는 그 해답을 유전자 해독에서 찾을 수 있다.

유전자를 알면 100전 100승…맞춤 의학을 주목하라

인간의 유전자는 약 30억개가 구슬처럼 연결돼 있다. 이렇게 순서가 정해진 유전자를 해석하는 것이 유전자 해독이다. 사람마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가 다르기에 유전자를 해독하다보면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차이점은 우리 인간의 성격과 생김새가 다른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면 된다.

유전자 정보에 나의 성격과 성별, 나이, 식습관 등을 결합하면 미래 내가 어떤 병이 걸리게 될지, 어떤 약을 사용해야 금방 병이 낫는지, 나에게 맞는 음식이 무엇인지 추론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 준다. 이를 통해 우리는 '맞춤 의학'으로 다가갈 수 있다.

하지만 맞춤 의학이 상용화되기엔 아직 너무 비싼 것이 단점이다. 평생 건강관리를 하기에는 적합하겠지만 현재로서는 유전자 검사를 받는데 1인당 약 1000만 원이라는 거금이 들어간다고 한다.

물론 과학이 빠른 속도로 발달함에 따라 전문가들은 3년 후 300만~500만 원대로 유전자 검사 비용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일반 가정이 그다지 부담을 느끼지 않을 만한 비용으로 유전자를 검사할 수 있는 날이 언제 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병을 조기 진단하고 치료한다 ‘테라그노시스’ 


유전자 연구와는 개념이 다르면서도 맞춤 진단과 동시에 치료가 가능한 '테라그노시스'연구가 주목을 받고 있다. 테라그노시스란 치료를 뜻하는 'Therapy'와 진단을 뜻하는 'Diagnosis'를 합친 말로, 형광물질로 질병을 조기진단하고 치료를 동시에 수행하는 신개념 진단·치료 기술을 말한다.

KIST는 국내에서 테라그노시스 연구의 선두주자다. 2003년부터 미래의 의료는 진단과 치료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예측하고 기반연구를 실시해 왔다. 이후 2006년 본격적으로 연구 컨셉을 잡아 2009년 테라그노시스연구단(단장 권익찬)을 발족시켜 현재까지 활발한 연구활동을 펼치고 있다.

테라그노시스를 이용해 진료를 하면 환자가 약을 복용했을 때 환자의 몸속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어 암과 류머티스 등 질병의 유무를 진단하고 맞춤형 치료가 가능하다.

암을 예로 들어보자. 우리는 지금까지 암치료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 왔다. 항암제를 투입한 후 암세포가 얼마만큼 줄어드는지 엑스레이로 변화를 감지하기 때문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만큼 암세포가 줄어들기 위해서는 약 1달정도 기다려야만 한다. 하지만 테라그노시스를 이용하면 항암제가 암세포에 달라붙어 얼마만큼 암세포를 저해시키는지 효소의 활동을 실시간 영상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 권 단장에 따르면 활발한 암세포일수록 형광빛이 나는데 항암제를 맞음으로서 그 빛이 사라지는 것이 바로 육안으로 확인 가능하다. 빛이 사라지는 것은 곧 암이 치료되고 있다는 것과 같은 뜻이다.

테라그노시스를 통해 암덩어리를 살피면 형광빛을 내기에 암수술에서도 유용하게 사용된다. 지금의 암수술은 암 조직을 직접 만져보고 MRI촬영한 후 수술을 진행한다. 그러나 암세포가 몸속에 남아있을 우려를 생각해 암세포를 포함한 정상 조직까지 조직을 도려내왔다. 이런 수술방법은 위암이라면 상관없다. 하지만 뇌쪽으로 가면 위험하다는 것이 권 단장의 설명. 

뇌는 잘못 건들었다가는 말을 할 수도, 걸을 수도 없게 될 만큼 민감한 조직이다. 그만큼 뇌 근처 암덩어리는 조심해서 수술을 해야한다. 그런데 테라그노시스로 암조직을 살펴보면 딱 암조직만 형광빛이 돈다. 때문에 형광조직만 때내면 되기에 더 많이 도려낼 필요가 없다.
 

류마티스도 마찬가지다. 류마티스 환자의 경우 연골이 망가지고 달아 없어지는 등 이미 상태 회복이 불가피한 상태에서 몸이 아파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권 단장에 따르면 류마티스의 원인은 연골 조직을 녹이는 효소 MMP때문이다. 그러나 MMP는 연골 조직을 서서히 녹이기 때문에 초기 환자들이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더라도 연골이 많이 손상돼 있지 않으면 류마티스인지 관절염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테라그노시스를 이용해 검사를 하면 류마티스를 초기에 찾아낼 수 있다. 영상을 통해 MMP로 의심되는 효소를 찾고, 환자에게 약을 투여했을 때 MMP 활동이 얼마나 차단되고 있는지 활동수준을 봄으로써 병을 확인할 수 있다. 그야말로 조기 진단 치료다.

권 단장은 "진단과 치료가 같이 이뤄지는 테라그노시스는 효소의 작용점이 어디에서 얼마만큼 활동하는지 알 수 있기에 그에 맞춰 약을 만들 수 있다"며 "지금까지 암이라던지 병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크기를 봐 왔지만 이제 고정관념을 깨야한다. 새로운 원리의 돌파구를 찾아 약이 작동하는 원리와 그 원리로 진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