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KIST Talk/사내직원기자

[국가기반기술연구본부] 열전발전 그것이 알고싶다(웨어러블 디비이스 편)(오진우 기자)

요즘 우리는 다양한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착용하고 있습니다. 스마트 워치, 스마트 밴드 등과 같은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메시지 알림뿐만 아니라 의료 서비스 분야에까지 발을 들이고 있습니다. 다만 대중화, 상업화 되기 위해서 해결해야할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배터리 용량입니다. 커다란 부피를 가지거나 무거운 무게를 가지는 배터리는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용량이 작은 배터리만 탑재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자주 충전 해주어야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그림 1> 다양한 스마트기기를 사용하지만, 배터리 문제를 피할 수는 없습니다.

저녁만 되면 항상 부족한 배터리 때문에 충전기를 찾아다녀야 합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가용시간은 배터리 용량에 비례합니다. 그러나 배터리 용량이 늘어날수록 부피와 무게도 같이 늘어납니다. 여전히 충전을 해야 한다는 사실도 변함이 없습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 최근 많은 연구자들이 지속적으로 전기를 발생시켜서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전력을 공급하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그림 2> 배터리는 용량이 크고, 유연하거나 착용 가능한 방향으로 개발되고 있습니다. 웨어러블 발전기의 경우,

사람 몸에서 나오는 폐 에너지를 활용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지속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사람의 몸에서 나오는 에너지로 발전을 해야 하는데, 위 그림과 같이 다양한 방법이 제시되었습니다. 사람의 소변에서 에너지를 추출한다거나, 운동할 때 발전기를 돌리거나, 아니면 사람의 체온과 바깥의 온도차를 이용하는 방법 등이 그것입니다.

<그림 3> 제벡효과는 열에너지와 전기에너지를 직접적으로 변환시키는 효과입니다.

사람의 열에너지(체온)를 전기에너지로 바꾼다면 전구를 켤 정도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사람의 몸은 36.5도의 온도를 유지합니다. 이 열에너지는 사람의 몸 밖으로 빠져나가는 폐 에너지입니다. 이 에너지를 이용하여 전력을 생산한다면 별다른 노력이 없어도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구동 시킬 전력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온도차이에 의해 전기가 흐르는 현상을 ‘제벡효과 (Seebeck effect)’라고 합니다. 제벡효과는 1821년 독일의 제벡(Seebeck)이 실험적으로 발견한 효과이며, 회로에 열기전력이 발생하는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이 효과를 이용한 발전 방법을 온도차 발전, 혹은 열전 발전이라고 합니다. 열전 발전은 열에너지가 전기에너지로 직접 변환되기 때문에 에너지 손실이 적은 발전 방법이며, 온도차가 지속되는 한 전력이 발전되기 때문에 항상 구동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적용하기 적합한 발전방식입니다. 보통 열전 발전에 사용되는 물질은 반도체입니다. 반도체는 고온에서 높은 열전 성능을 보입니다. 하지만 높은 가격과 딱딱하고 휘지 않는 성질, 상온에서 사용하기엔 부족한 성능 등이 사람의 체온을 이용한 열전 발전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KIST의 광전하이브리드연구센터에서는 유기물을 이용한 열전 발전 방법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물질이 아닌 유기물을 기반으로 열전 발전기를 제작한다면, 더 가볍고 유연하여 몸에 부착하기 쉽고 더 싼 가격에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림 4> 무기 열전 재료와 유기 열전재료의 비교. 반도체를 기반으로 한 무기 열전재료에 비해

유기 열전재료는 웨어러블 발전기에 적합한 성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광전하이브리드 센터에서는 주로 그래핀과 탄소나노튜브 같은 나노카본 재료를 이용하여 열전효과를 보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나노카본은 기계적으로 굉장히 튼튼한 물질이지만, 동시에 굉장히 유연한 소재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전기 전도도는 구리보다 무려 100배나 좋습니다. 현재 광전하이브리드연구센터의 김희숙 박사팀과 손정곤 박사팀에서는 나노카본의 성질을 바꾸어, 높은 열전 성능을 가지게 만드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림 5> 나노카본들의 모습입니다. 탄소나노튜브와 그래핀은 각각의 물성이 매우 뛰어나고,

물성을 바꾸는 것이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에 다양한 응용처가 있습니다.


최근 광전하이브리드연구센터의 Tu 연구원은 그래핀의 산화, 환원을 통해 열전 성능을 개선시키는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해당 연구에서는 산화된 그래핀을 특정한 온도에서 열처리를 진행할 경우 n 타입과 p 타입(온도차이가 있을 때, 전자가 흐르는 방향에 따라 결정되는 물질의 타입)의 열전 성능을 모두 보일 수 있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일반적으로 나노카본의 열전 타입을 바꾸기 위해서는 화학적 처리를 진행해야했는데, 단순히 열처리 온도만 바꾸어 타입을 변경하는 예는 지금까지 보고된 적이 없습니다.


<그림 6> 온도에 따라 변하는 그래핀의 성능을 나타낸 그림입니다.

열처리 온도를 250도부터 1000도까지 올리면, 그래핀의 타입이 변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산화된 그래핀은 표면에 다양한 관능기(주석 : functional group, 유기물질에 반응성을 주는 부분) 를 가지고 있는데요, 이 관능기는 종류에 따라 전자를 빼앗기도 하고, 주기도 합니다. 전자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그래핀의 타입이 n 또는 p 인지가 결정됩니다. Tu 연구원은 산화된 그래핀을 특정 온도에서 열처리 할 경우 관능기를 선택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내었고, 따라서 열처리 온도를 조절하여 n, p 타입을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런 공정을 통해 제작한 환원그래핀을 이용하여 열전 발전 모듈을 제작하여, 상당히 높은 전압과 출력을 보였습니다.


<그림 7> 그래핀을 이용하여 제작한 열전 발전 모듈의 모습입니다. 온도차이에 의해 전기가 생산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렇게 제작한 열전 모듈을 가지고 웨어러블 기기의 전원으로 사용하기에는 넘어야할 장애물이 있습니다. 현 단계에서는 충분한 전력, 전압을 보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계속된 연구를 통해 우리는 유기열전모듈이 미래의 전자제품의 전력원이 될 가능성을 볼 수 있습니다. 언젠가는 유기열전 발전기를 이용하여 외부충전이 필요없는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해당 연구는 국제 학술지인 Chemistry of Materials 2015 년 10월에 게제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