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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 Talk/사내직원기자

[취향저격 분자진단] 혈액을 떠다니는 DNA (김미연 기자)

혈액을 떠다니는 DNA

 

‘피’라고 불리는 혈액은 몸 안의 세포에 산소와 영양소를 공급하고 세포의 신진대사에 의해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와 노폐물을 회수하여 운반하는 체액이다. 혈액은 결합 조직의 한 종류로 고체 성분의 혈구와 액체 성분의 혈장으로 구성되어있다. 혈구는 혈소판과 백혈구, 적혈구로 이루어져 있으며 혈장은 섬유소원과 혈청으로 구성되어있다.

출처 : http://www.skchemicals.com/ls/kor/pharm/info11.html

 우리 눈에 빨간 액체로만 보이는 혈액은 상당히 많은 물질들로 구성되어있고, 전문의들에게 다양한 의학적 정보들을 제공해준다. 특히 혈액검사는 의료 행위 중 질병 유무, 의약품의 효과, 무기질 영양상태, 생화학 및 생리적 상태를 검사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혈액검사방법의 발전은 ‘피 한 방울로 난치병 진단이 가능하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현실로 만들었다. 기존의 조직생체검사 방식은 몇 가지 단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암 덩어리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하면 수많은 돌연변이들이 발견되고, 예상보다 더 넓은 폭의 유전적 다양성이 나타난다. 한쪽 언저리의 암세포는 다른 쪽에 위치한 암세포와 유전적으로 달랐으며 암 덩어리 전체에서 공통된 돌연변이를 갖고 있는 암세포는 고작 30% 정도였다. 따라서 암의 모든 면을 대변해줄 수 없는 한계를 갖고 있는 것이다. 반면 새로운 기술인 액체생검(Liquid Biopsy)은 혈액 한 방울이면 암 진단까지도 가능하다. 액체생검은 혈액뿐 만 아니라 소변이나 침 등 체액 속 DNA에 존재하는 암세포 조각을 찾아 이에 대한 유전자 검사나 분석을 진행하는 기술이다. 조직 검사에 비해 빠르고 간편하며, 종양세포 특유의 돌연변이 등을 분석하기 때문에 ‘거짓 양성’의 가능성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 여기서 잠깐! 거짓 양성이란, false positive라 불리며 본래 음성이어야 할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잘못 나오는 것을 얘기한다.

출처 : http://liquid-biopsy.gene-quantification.info/

 또한‘표준생검(Standard biopsy)’과 다르게 액체 생검은 천자나 절개 등의 침습적인 시술 없이 혈액이나 복수 등 체액에 존재하는 암세포 유래 핵산을 분석하는 비침습적인 방법이어서 기존의 침습적인 조직검사 방법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여기에 더해 액체 생검은 환자로부터 비교적 간편하게 체액을 채취하여 암 발생 및 전이 여부를 신속하고 상세하게 파악할 수 있고 유전체 분석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비용 절감으로 빠른 시일 내에 상용화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액체 생검의 원리는 다음과 같다. 암세포가 파열되어 사멸하는 경우 그 찌꺼기가 혈류 속으로 방출되는데, 그 속에서 종양의 DNA, 즉 혈류 속을 순환하는 종양 DNA가 포함되어 있다. 이를 cell free DNA(cfDNA) 좀 더 자세히 말해, cell free tumor DNA(ctDNA)라고 부른다. Cell free DNA는  cell에서 유래된 DNA와 같은 핵산들이 자유롭게 혈류 속을 돌아다닌다 하여 불러지게 되었다. 정상적인 세포의 찌꺼기는 대식세포라 불리는 면역계 관련 세포들이 잘 수거하여 처리하지만, 종양은 덩치가 너무 크고 신속히 증식하기 때문에 대식세포의 처리 능력을 넘어서게 된다. 따라서 혈류 속에 떠돌아다니는 ctDNA를 포착할 경우 종양의 동태를 파악하는 결정적 단서를 얻을 수 있다.
 Cell free DNA를 연구 목적으로 이용할 때 두 가지의 주요한 문제점이 있다. 첫 번째는 백혈구로부터 나오는 genomic DNA의 오염 문제이고, 두 번째는 떠다니는 DNA의 양이 미량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혈액을 채집하여 cfDNA를 추출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이 때 사용되는 간단한 방법이 원심분리다. 환자의 혈액을 채취하여 원심분리를 하게 되면 plasma layer, buffy layer, 적혈구 layer 등 총 3개의 층이 분리된다. Plasma 층에 cell free DNA가 존재 하므로 나머지 층을 다 제거하고 plasma 층만을 분리하여 10,000g 이상의 힘으로 10분간 다시 원심분리를 시켜 남은 cell들과 찌꺼기들을 제거시켜준다. 그리고 plasma 층에 있는 cell free DNA 추출을 위해 –20℃ 이하에서 냉동보관한 후 Qiagen’s QIAamp circulating nucleic acid kit를 이용해 cell free DNA를 추출한다. Plasma층만을 분리한 뒤, 보관할 때에는 STREAK tube를 이용하여 저장한다. 이 tube는 핵산을 보호해 주는 인자들이 포함되어 있어 cell free DNA를 분석하는데 안정적이다. 특히 백혈구로부터의 오염을 보호하고 genomic DNA의 방출을 막아 높은 순도의 cell free DNA를 추출하여 최대 14일까지 보관할 수 있다.

☞ 여기서 잠깐! 원심분리란 축을 중심으로 물질을 회전시켜서 원심력을 가해 혼합물을 밀도에 따라 분리해내는 원리를 말한다. 
 

 위에서 언급한 과정은 다양한 종류의 추출 과정 중 하나이다. Cell free DNA를 추출하는 kit들의 종류도 다양하다. 앞서 언급한 QIAamp circulating nucleic acid kit외에도 ZR Serum DNA kit, Norgen’s plasms/serum cell-free circulating DNA kit, EpiGenTek’s FitAmp kit, Chemagen’s circulating NA kit등이 있다.
 여러 kit들 중에서 cfDNA를 추출하는데에 Qiagen kit가 가장 많이 사용된다. Qiagen 회사의 QIAamp circulating nucleic acid kit는 spin column processing 원리를 이용하여, lyse(용해), bind(묶음), wash(세정), elute(추출) 4가지 단계로 진행된다. 오염물질을 제거할 수 있도록 특수하게 고안되어진 완충기와 막을 사용하여 액체상태의 반응물에서 DNA 절편을 정제한다. DNA를 구성하고 있는 인산염의 음전하로 인해 tube의 막과 고염도 환경에서 화학적 결합이 진행되는 것이 spin-column을 이용한 DNA정제의 기본원리가 된다.
☞ 여기서 잠깐! spin-column은 하단 왼쪽에 있는 tube를 이야기 한다. 

출처 : http://journals.plos.org/plosone/article?id=10.1371/journal.pone.0136133

 

  Spin column 형태이므로 별도의 실험기기 없이 원심분리기만을 사용하여 15분 내에 모든 샘플을 처리할 수 있으며 각종 오염물질을 제거하고, DNA 정제, 제한효소 반응과 같은 효소반응물로부터 다양한 종류의 효소를 제거하고자 할 때 이용된다. 이렇게 하여 얻어진 DNA 절편은 복제와 염기서열분석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Spin-column을 사용한다고 순도가 향상되는 것은 아니고 사용하는 시약의 조건이나 cell의 종류/상태, DNA의 종류/상태, bind(묶음)/wash(세정) 조건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출처 : http://www.canspecsci.com/pdshowtwo/productshow_6809805.html

그러나 아직 혈액을 활용한 액체생검은 의료현장에서 진정한 의미의 진단으로 인정받고 있지 못하다. 다만 최근 몇 년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Next generation sequencing) 등 유전자 분석 기술이 발전하고 비용도 낮아지면서 액체생검 기술들이 다시 떠오르고 있는데 아직 전 세계적으로 초기 단계이며 동반진단용과 조기진단용 기술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염기서열분석 장비의 대표기업인 미국 일루미나, 국내 지노믹트리, 파나진, 분자진단 기업 씨젠과 유전체 정밀의학 기업 마크로젠 등도 액체생검 시장 진입에 힘쓰고 있다. 많은 학자들이 지속적으로 암이 치료에 반응하는지, 항암제에 내성이 생겼는지, DNA 변이가 발생했는지, 치료 후 암이 재발했는지를 계속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만큼 하루빨리 간단한 혈액검사로 진단할 수 있는 시대가 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