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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 Talk/KIST Opinion

[전자신문] 빛을 잃은 이들의 희망…인공시각 복원 기술(김승종 바이오닉스연구단장)

 

빛을 잃은 이들의 희망…인공시각 복원 기술

 

시각은 우리가 살아 가면서 느끼는 감각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몸이 100냥이면 눈이 90냥”이라는 말도 있다. 눈은 외부의 빛을 뇌가 인식할 수 있는 신호로 치환, 사물을 볼 수 있게 한다. 외부에서 눈으로 들어오는 빛 신호는 조리개 역할을 하는 홍채, 렌즈 역할을 하는 수정체를 지나 망막에 상으로 맺힌다. 빛 신호는 망막의 광수용체에서 전기 신호로 변환돼 망막 양극세포, 망막 신경절세포가 포함된 층을 지난 뒤 시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된다. 망막의 다층 신경 구조는 시각 기능의 중추다. 한 층만 손상돼도 시각을 잃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녹내장, 당뇨망막병증, 황반변성 등 3대 실명 질환자가 매년 증가세를 보이면서 2013년에 100만명을 넘어섰다.

 

당뇨망막병증과 황반변성은 빛을 인식하는 첫 단계인 광 수용체 손상으로 발생한다. 망막색소상피변성증은 유전병이다. 4000명 가운데 1명에게 발생, 발병 확률이 높다. 나이와 상관없이 유전 인자가 있는 사람은 점차 시력을 잃는다. 황반변성은 65세 이상 노인 20명 가운데 1명꼴로 나타난다. 나이가 들면서 신체 기능 쇠퇴로 광 수용체가 파괴되고, 결국은 시력 상실로 이어진다. 두 질병은 전체 시각 장애 인구의 30%를 차지한다. 국가배상법 시행령에 따르면 양쪽 눈 실명은 노동력 100% 상실로 간주한다. 한쪽 시력을 잃어도 노동력 60%를 상실했다고 본다.매년 4만명 넘는 노동력이 줄고 있는 셈이다. 시각 복원 기술 개발은 개인 삶의 질 문제일 뿐만 아니라 국가노동력 상실의 문제다. 현재 약물이나 수술 등으로 시각 기능을 되살릴 수 있는 치료 방법은 없다. 망막 기능을 대체하는 장치나 시각 복원 인공 기술이 필요하다.

 

최근 손상된 망막을 대체할 수 있는 망막 전기 자극 기술, 광 유전학 기법, 줄기세포 치료 등이 제안되고 있다. 망막 전기 자극 기술은 카메라 또는 광 검출기 등에서 영상을 획득한 후 이를 전기 신호로 바꿔 망막의 살아 있는 세포를 자극하는 방법이다. 최근 미국 세컨드사이트가 개발한 '아르고스Ⅱ' 망막 보철 기술이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고 상용화됐다. 그러나 자극 해상도가 낮아 명암과 물체의 움직임 정도만 느낄 수 있다. 수술 비용도 비싸 아직 갈 길이 멀다. 광 유전학 기법은 2000년대 중반에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제안됐다. 뇌신경과학 분야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높은 에너지의 광 자극이 필요하고, 장기간의 시각 복원에 한계가 있다. 줄기세포를 이용한 인공망막의 가능성은 가장 높게 점쳐진다. 주로 광 수용기 세포, 망막색소 상피세포를 대체한다. 아직 면역 거부 반응, 암 발생 같은 분화세포의 불특정성 및 안정성 문제가 있다. 분화 후 기존 세포와의 신경망 회복 문제도 중요한 과제다. 이들 기술은 아직 실제로 손상된 망막을 대체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하지 못했다. 시각 복원 연구는 상용화까지 오랜 시간, 다양한 기술 융합, 많은 연구비가 필요하다. 확실한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 원천 기술 연구여서 지속 수행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시각 복원은 시각장애인의 삶의 질 향상, 고령화 시대 노인 복지 등 우리 사회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다. 국내에서도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대는 비록 2015년 이후 후속 연구가 중단됐지만 안과병원에서 국가 지원을 받아 인공망막 개발 연구를 수행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도 세계 최초로 인간 유래 광 수용체를 살아 있는 시각 세포에 붙이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동물 임상 검증 등 몇 가지 절차가 남았다. 국내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우리나라의 세계 최고 반도체 공정 기술, 바이오 의료 기술은 시각 복원 기술의 핵심이다. 산·학·연의 협동 연구, 국민·정부·기업의 관심과 지원이 지속되면 우수한 기술 확보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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