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과기 융합생태계 활성화돼야

 

이광렬 기술정책연구소장

평창 동계올림픽이 지난 2월 25일 16일간의 여정을 마치고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아직도 그 감동의 여운이 남아있는 이번 올림픽에서는 스켈레톤, 봅슬레이, 스노보드, 컬링을 포함한 다양한 종목에서 메달을 획득하는 등 선수들은 뛰어난 성과를 거뒀고, 개·폐막식 등 여러 행사도 성공적으로 치러졌다. 전 세계인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며 감동을 선사했던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의 이면에는 첨단과학기술이 일등공신으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하며, 진수를 보여줬다. 특히, 개폐회식을 포함해 올림픽 기간 중 보여준 '융합'의 힘은 놀라웠다. 1218대 드론 오륜기와 300대의 드론 수호랑, 증강현실이 기반이 된 천상열차분야지도 등 이번 개폐회식 공연은 예술과 과학기술이 접목된 융합의 집대성이라 할 수 있었다.  

또한 경기 중계에서도 선수를 중심으로 카메라를 회전시키는 듯한 '타임 슬라이스', 선수 시각으로 영상을 제공하는 '싱크뷰'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시킨 다양한 기술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체감했듯이, 과학기술과 예술, ICT와 서비스 등 다양한 방식과 영역에서의 융합은 우리가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새로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최근 '4차 산업혁명'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분야와 경계를 넘어 가치를 창출시키는 '융합'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디지털 기술로 촉발된 초연결 기반의 지능화 혁명이다. 이러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단일 제품·서비스보다는 시스템·산업 간의 융합으로 탄생한 '자율주행차', '스마트팩토리', '무인비행기'와 같은 혁신제품들이 우리의 삶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켜 사람 중심의 지능화경제를 창출할 것이다. 이처럼 융합은 향후 혁신성장동력을 만들어내고 복잡한 사회문제에 해답을 제시하기 위한 열쇠가 될 것이다.  

과학기술계에서는 융합의 중요성은 200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그 결과 대학 및 연구기관에 융합연구 관련 조직이 대폭 늘어났고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융합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융합에 대한 필요성과 연구 인프라가 형성됐다는 점은 괄목할 만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융합이 필요하다는 당위성을 넘어서,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써의 융합의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즉, 서로 다른 분야 및 기술의 간의 '융합'이 목적이 되는 단계를 넘어, 융합이 목적이 아닌 우리가 부딪치는 난제와 복잡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써의 융합연구의 필요성은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미국과학재단(NSF)는 2002년 NBIC(Nano, Bio, IT, Cognitive Science) 정책을 제시해 융합의 중요성을 인지시키고 융합연구를 활성화시키는 마중물 역할을 수행했고, 이어 2005년에는 기술 중심의 융합의 한계점을 인지하고 사회의 수요와 기술, 지식의 융합으로 사회문제 해결을 도모한 바 있다. 2016년에는 NSF의 미래를 위한 10개의 빅 아이디어 중의 하나로 융합연구 확장을 제시하고, 융합연구의 특징을 연구자들이 도전적으로 연구할만한 문제를 중심으로, 새로운 혁신적 방법론을 도출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사회적 수요와 과학기술의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자들이 스스로 새로운 협동방식과 융합연구 방법론을 창출해 낼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점이다. 즉, 융합을 위한 융합이 아닌 공동의 문제해결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융합을 도모하기 위한 연구프로그램이 그만큼 세계적으로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기후, 미세먼지 등과 같이 국가 간 상호협력이 필요한 분야나, 우주, 뇌 등 인류의 미개척 영역, 그리고 양자 컴퓨팅, 차세대 반도체 등 혁신성장을 이끄는 원천기술 분야에서 수많은 도전 과제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거의 대부분 융합적 접근을 통해서만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따라서, 우리 앞에 놓인 문제들에 대해 융합적 해답을 모색하는 융합생태계가 활성화돼야 한다. 연구자들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수요자와 소통하고 융합적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 융합생태계가 활성화 된다면, 이를 통해 교류와 협력이 증대되고 구체적 융합과제를 통한 혁신적인 성과 창출이 가속화될 것이다. 즉, 실험실 안에서의 기술융합이 아닌, 연구자와 수요자가 함께 참여해 우리가 처한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과 목적의 합치가 이뤄지는 것이 융합연구가 지향해야할 방향인 것이다.

우리나라는 2007년부터 2차에 걸친 '융합기술 기본계획'을 발표하며 융합연구를 선도하고 활성화에 노력해왔다. 그동안 융합연구에 대한 필요성을 알리고 융합 인프라를 성공적으로 구축했다고는 하지만 '기술적 관점에서의 융합' 이후의 발전전략이 부족했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제는 문제의 해결을 위한 융합연구의 관점에서 기술공급자와 수요자 간의 융합이 활성화될 수 있는 발전된 계획이 수립될 시점이다. 이러한 발전전략이야말로 국가혁신성장의 강력한 추진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며, 국민의 안전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타임스 바로가기]

Posted by KIST PR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