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세혁 KIST 박사 "종이접기 로봇을 이용하여 언캐니 밸리 극복을 위한 새로운 접근방법을 보여줄 것"

영화, 노래 등 문화·예술산업에서 오디오 애니메트로닉스 활용 기대




# 사진필름과 같은 얇은 소재가 프린터를 통해서 자동으로 잘려져 인쇄된다. 무슨 모양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 출력물들. 이를 종이를 접듯 좌우를 번갈아가며 쌓아올리니 사람의 얼굴 모양이 나타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함께 재생되는 영상 대사에 맞춰 고개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로봇과는 다른, 종이접기 로봇의 모습이다.


미래 과학기술 상상영화의 단골손님 '로봇'. 과거 산업화 시대에서는 로봇은 단순히 미리 정해진 경로를 따라 반복적으로 움직이기만 했다. 인공지능과 3D 프린팅 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이제는 사람들과 생활공간을 공유하고 정서적으로 교감하는 지능적 존재로 성큼 다가왔다.

 

우리는 머리와 팔, 몸통, 다리 혹은 바퀴가 있고 이것을 다수의 모터로 움직이는 복잡한 기계-전자장치를 로봇이라고 생각해 왔다. 미래의 로봇은 다른 개념으로 인식될 듯하다. 우리 삶과 같이하는 유연하고 교감하는 존재로 말이다.


KIST 지능로봇연구단의 임세혁 박사는 종이를 접듯이 적층형 자가접이라는 방법을 이용해 새로운 형태의 미래로봇을 디자인하고 있다.



설계부터 작동까지···로봇은 움직여야지!



로봇은 다양한 분야에서 필요성과 수요가 늘어나며 자연스럽게 형태가 바뀌어왔다. 공사현장에서 쓰이는 로봇은 내구성이 우선이며, 세밀한 공정이 필요한 반도체는 더욱 더 정교한 센서를 장착한다. 체내에 삽입되는 캡슐 내시경과 같은 메디컬로봇은 소형화와 동시에 인체에 무해해야 한다.


하지만 하나의 로봇을 개발하기까지는 설계-제작-제어과정에서 전문가들의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아무리 간단한 로봇시스템을 개발하더라도 부품설계나 하중분석 같은 과정은 필수적이다. 또한 최근 3D 프린터의 등장으로 제작시간이 단축되고 간편해졌지만, 기본적으로 제작된 부품을 구동기와 함께 조립과정을 거쳐야 비로써 움직이는 로봇이다. 이 단계가 빠지면 ‘로봇’이 아니라 잘 만든 ‘인형’이다.


임 박사가 개발하고 있는 종이접기 로봇은 설계, 제작, 구동이 하나로 이어져 있다. 3차원 로봇의 형태만 정해지면 전산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전개도를 설계한 후, 프린트하고 접어올려 바로 만들어내고 원하는 움직임을 구현한다. 




임 박사는 "일반적인 종이접기 방식이 아니라 아래에서부터 위로 쌓아올리는 적층형 종이접기 방식을 이용하기 때문에 로봇의 형태와 원하는 동작에 맞춰 반자동화된 설계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로봇이 어떠한 형태를 가지든 일관되게 적용할 수 있도록 설계알고리즘을 만드는 것이다.


그는 "동일한 알고리즘을 다양한 3차원 모델들에 적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아직 모든 3차원 형태의 로봇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점을 상당부분 개선했다"며 "원하는 동작을 추가하거나 로봇의 형상이 복잡한 경우에 중간중간 설계하는 사람이 전개도를 보고 판단하는 부분이 있지만 이 부분까지 자동화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종이를 접듯 쌓아올린 사람의 두상과 토끼 로봇. 미리 프로그래밍된 대사와 음악에 맞춰 상호작용하며 동작을 한다.



연성재질로 만들어진 소프트 로봇이지만 내구성이 뛰어나다. 현재 CNC(Computer Numerical Control)기반의 공작 기계는 재료가 되는 금속을 원형에서 깎아나가며 형태를 만든다. 반대로 종이접기 로봇은 3D 프린터와 같이 적층 가공(Additive Manufacturing)으로 형태를 쌓아올리기 때문에 내부 설계와 구조에 따라 상대적으로 우수한 내구성을 갖출 수 있다.


또한 종이접기로 만든 로봇은 말랑말랑한 재질로 만들어진 일종의 소프트로봇으로써 외부충격을 잘 흡수해 기계적으로 고장나는 경우가 적으며, 동작 역시 유연하다.


임 박사는 3D 프린팅과 동일한 파일형식(STL)을 이용한다. 만들고자 하는 모델의 각 꼭지점의 위치와 연결라인이 정해지면 높이(z축)를 기준으로 절편화가 이루어진다. 기존 3D 프린터는 한 층을 만든 후, 연이어 다음 층을 쌓아 올리는데 비해 적층형 종이접기는 모든 층이 이어지게 전개도를 만들고 이를 차례차례 접어 올리는 데 차이가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종이접기 로봇은 영화나 음악 같은 문화·예술 분야에 오디오 애니메트로닉스(Audio Animatronics)로써 활용된다. 영화에서 주인공이 독백을 할 경우, 주인공의 모습을 본 따 만들어진 로봇이 똑같이 제스처를 하고 입을 움직인다. 성악가의 하이라이트 부분 역시 감동이 함께 전해지는 듯하다.


임 박사는 "음성인식 스피커와 같은 기술이 등장했지만, 단순히 소리만 들려서는 정서적인 몰입도에 한계가 있다" 며 "특히, 시각의 의존도가 높은 문화·예술 분야에선 이를 구체적으로 함께 구현해줄 '존재'로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아직 종이접기 로봇을 이용한 오디오-애니메트로닉스는 영화의 대사나 노래의 가사처럼 정해져있는 콘텐츠에만 활용할 수 있다"며 "즉흥적인 콘텐츠나 실시간 의사소통에 응용하기 위해선 인공지능분야의 기술들과 연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묘한 로봇과의 거리, '언캐니 밸리(Uncanny Valley)'를 넘어라



사람이 로봇, 컴퓨터 그래픽과 같이 사람이 아닌 대상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독특하다. 단순하게 자동차를 조립하는 로봇은 사람과 전혀 닮았지 않기 때문에 호감을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점점 형태가 사람과 비슷해지면 호감도가 상승한다.


이 호감도는 상승곡선을 그리다가 약 70~80%의 유사도를 가진 구간에서 갑자기 뚝 떨어진다. 사람과 닮아가지만, 완벽하진 않기에 오히려 불쾌감과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를 넘어 다시 유사도가 100%에 가까워지면 호감도는 급격히 상승한다. 이렇게 사람이 로봇에 대해 느끼는 감정을 나타낸 그래프를 '언캐니 밸리(Uncanny Valley)'라고 부른다. 이 언캐니 밸리는 움직임이 큰 로봇일수록 그래프의 상하폭이 넓어진다.





임 박사가 종이접기 로봇을 연구하는 이유도 바로 이 부분에 있다. 그는 "로봇하면 기능적인 부분을 우선적으로 떠올리지만, 디자인 역시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며 "종이접기 로봇은 외형뿐만 아니라 동작의 디자인을 자연스럽게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오디오 애니메트로닉스의 거부감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완점도 있다. 임 박사는 "종이접기 로봇의 층을 가지는 구조는 동작의 자연스러움을 가지지만, 이는 동시에 외형적인 부분의 단점이 된다"며 "층 사이를 메우거나, 다른 소재를 씌울 경우 외형은 더 흡사해지지만, 동작이 부자연스러워지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이를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오디오 애니메트로닉스는 음악이나 영화를 이용하다보니 저작권 문의를 한 적이 있었는데, 초당 가격을 산출하다보니 논문용 자료 비용이 급격하게 늘어나 사용하지 못했다"며 "국제기준에 맞는 영향력 있는 오픈 라이센스나 연구용 자료를 찾는 것도 생각지 못한 복병이었다"라고 말했다.


임 박사는 "LED와 같은 광학적 요소들을 이용해 감정에 따른 동작변화도 구현해보고 싶다"며 "주변에서 많은 응원을 해주고 계신데, 앞으로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더 발전된 종이접기 로봇을 완성해나가겠다"라는 뜻을 밝혔다.





Posted by KIST 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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