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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news

한인과학자 신약개발…'초고속 FDA승인' 화제(6.27)

[도전! 바이오 강국①]치료·개선율 높아 세계적 관심
김성호 버클리대 교수 주도 '피부암 맞춤신약' 개발 혁신
시간 절반 이하 줄이고, 비용 100분의 1 투자로 '신약 승인'

 

세계적인 생명공학 연구의 심장부 미국. 바이오 분야에서 아메리카의 명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이를 가능하게 만든 것이 암젠·노바티스·화이자같은 글로벌 제약기업들도 있지만 바로 미국 서부를 대표하는 스탠포드대·UC버클리대부터 동부 하바드대·코넬대·MIT 등 세계적인 바이오올로지스트 두뇌들이다. 특히 그 현장에서 최근 한국인 연구자들의 활약이 당차다. HelloDD는 '도전! 바이오강국'이란 공동기획 특집으로 한인 생명공학 과학자들의 도전, 그들의 삶과 목소리, 눈여겨 봐야할 과학기관들, 풀어야할 과제 등을 살펴보면서 바이오 강국을 향한 새로운 에너지를 공유하는 기회를 가질 계획이다.[편집자의 편지]

▲김성호 버클리대 교수.
ⓒ2012 HelloDD.com

한국 과학자가 주도해 개발한 피부암 치료제가 임상 첫단계에 돌입한 이후 초고속으로 임상 모든 단계의 승인(IND)을 받아 세계 의료과학계가 주목하고 있다.

신약개발 후보 타깃을 발굴한 후 임상을 거쳐 FDA 승인으로 시장에 진출하기까지 평균 12년이 걸리지만, 이번 신약개발 과정은 그 시간을 절반 이하로 줄이고 수조원의 투자 비용을 100분의 1 가량 최소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김성호 미국 버클리대 교수. 생화학에서 가장 중요한 개발의 하나인 tRNA 구조를 밝힌 세계적 단백질 구조생물학자다. 김 교수가 원천기술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피부암 치료제 'Zelboraf'가 2009년 임상 2단계에 들어간지 얼마 지나지 않아 동시에 FDA 3상 승인을 받은 뒤 작년 말 최종 승인을 받아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2007년 신약개발 돌입 이후 5~6년 만에 FDA로부터 최종 승인받은 것은 과거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승인을 받은 맞춤형 신약개발(Personalized medicine) 프로젝트다.

 

김 교수에 따르면 이번 신약은 5년간 50명이 투입됐으며 금액적으로는 전통적인 신약개발 비용 대비 100분의 1, 3상 승인까지 개발 시간 2분의 1이 소요됐다. 김 교수는 다국적 제약기업과 시작하지 않고 김 교수의 친구 Joseph Schlessinger PLexxikon 회장과 같은 회사 대표이사 Peter Hirth 등 3명과 함께 이번 신약개발 프로젝트를 개시했다.

김 교수는 "피부암에 걸리면 특별한 약도 없어 치사율이 상당히 높고 기존 재래식 방법으로 임상을 진행하면 죽어가는 환자들을 개선시킬 방법이 없기 때문에 FDA 측이 그런 판단으로 임상 2단계 들어가자 마자 곧바로 임상 3단계로 들어가라 연락받았다"고 밝혔다.

 

▲초기 신약개발 시작한 3인 "피부암 치료 새시대 열었다"
ⓒ2012 HelloDD.com

김 교수는 신약개발 성공률을 증가시키기 위해 복합적 후보물질 발굴 등 기존과 다른 새로운 방법을 통해 연구개발 시간과 성공 가능성을 대폭 단축시켰다. 김 교수의 구조 생물학과 컴퓨터 지노믹스 연구 노하우가 발판이 됐다.

김 교수와 PLexxikon 연구진과 함께 개발한 이번 피부암 치료제는 악성 흑색종(malignant melanoma) 환자 타깃의 구강제 알약으로 개발됐으며, 현재까지 임상 환자들의 드라마틱한 치료 결과를 얻어내고 있다. 

구체적인 임상 효과는 2009년 9월 임상 2상에 들어간 뒤 한달도 안돼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으며, 그 결과는 피부암 증상이 대부분의 환자에서 줄어든 현상을 보였다. 몇몇 임상 환자의 경우 완전히 피부암이 없어진 환자도 있었다. 

특히 암 전이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는 환자들의 경우 기존 대비 몇 배로 생명 유지가 됐으며, 삶의 질도 개선됐다. 호주에서는 이번 약을 복용한 말기 피부암 환자가 회복돼 골프까지 치는 장면이 방송되는 흥미로운 결과도 나타났다.
연구팀에서는 김 교수가 개발한 알약과 다른 약을 합성하면 더 좋은 효과를 보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과제가 남았다. Zelboraf의 경우 특정한 변이 단백질에만 약효를 보이는 특성이 있어 특정 아미노산이 변이가 일어난 경우에만 환자가 약효를 맛볼 수 있는 것이다. 

김 교수는 "기초연구 원리로 보면 모든 환자가 다 회복되어야 하는데 실제 현장에서 보면 환자 절반이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고 있다"며 "기초과학자로서 우리가 아직까지 얼마나 무식한 존재인지 알게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과거에는 기초연구 단계에서 임상에 정보를 제공했는데, 이제는 임상시험 단계에서 거꾸로 기초과학에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며 신약개발 패러다임의 변화를 설명했다. 

지금까지 피부암 악성 흑색종에 대한 특별한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김 교수가 개발한 이번 맞춤형 신약이 피부암 치료의 새로운 전기를 가져다 줄 것으로 전망된다. 

※ 다음은 'Zelboraf' 관련 사이트 정보 : http://www.zelboraf.com/patient/ 

전통적 신약개발 방법 탈피한 '김 교수만의 Rethink'
ⓒ2012 HelloDD.com


 다음은 김성호 교수와 일문일답.

Q. 한국 생명과학의 수준은? 미래를 어떻게 보나?
"옛날에는 큰 문제가 우선 연구비가 적었고, 나오는 연구비가 적었다. 실력 있는 사람 수도 적었다. 이제는 보면 젊은 사람 중에 똑똑한 사람 굉장히 많다. 한국 있는 사람 미국 있는 사람 돌아가는 사람 등. 한국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사람 많다. 정부에서 상당히 후원을 한다. 전체 국가 예산에서 봐서 생명공학 쪽 연구비가 많다. 뭐가 가장 문제냐면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다든가, 혹은 만약 신약이라면 신약개발까지 해본 경험이 있는 리더 수가 적다. 다른 자원은 다 있다. 돈도 있고 젊은 사람 똑똑한 사람도 많다. 차차 나올 텐데 아직 과도기다. 그게 조금 부족한데 그건 시간문제다. 난 그렇게 본다. 상당히 희망적이다."

Q. 외부에서 그런 리더를 영입할 필요는 없나?
"있다. 전체로 아직 한국 사람으로서 그런 거 하는 사람 있지만 수가 적다. 쉽게 데려오기 힘들고 데려올 수 있는 사람들은 경험의 레벨이 아직 한국에 도움이 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성공적으로 경험해 본 그런 리더가 좀 있으면 한국에 똑똑한 사람 많으니까 그 사람에게 자원을 많이 주면 빨리 할 수 있다. 어차피 그런 시대가 반드시 온다. 지금은 과도기라 그런 사람이 모자란 것이다."

Q. 한국의 노벨과학상 수상에 대해?
"노벨상 수상은 추첨과 마찬가지다. 매년 노벨상 수상할 만한 업적을 가진 사람이 많다. 그런 것 생각하고는 연구 못한다. 한국도 그런 사람 수가 많아야 한다. 그러면 확률적으로 나온다. 우리나라는 과학 역사가 짧다. 일본, 중국 비교해서 말이다. 우리 세대가 처음으로 국제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사람이 나올 수 있는 그런 처지다. 일본은 우리 몇 대 전부터 그런 사람이 나왔다. 짧은 역사에 불구하고 많이 나왔다. 너무 상에 치중하면 안 된다. 언젠가 저절로 나온다."

Q. 생명공학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장 중요한 분야'라는 건 없다. 우리가 아는 게 적기 때문이다. 대부분 안다는 게 깊이가 얕다. 모든 분야가 특히 뉴로바이올로지 등에서는 특히 더 무식하다. 게놈, 그것을 어떻게 이용하느냐, 어떻게 해석하느냐. 그것 통 모른다. 우리가 통 모르는 분야가 아주 많다. 게놈과 뉴로사이언스 쪽 외에도 지금 우리가 많이 안다 싶지만 아직도 멀었다. 내 생각엔 지금 내가 봐서 뭘 가장 알고 싶으냐, 그걸 따라가야 한다."

Q. 신약개발 트랜드는?
"지금 내가 했던 방법도 많이 쓴다. 그것도 획기적인 개념이 아니다. 상식적인 것인데도, 암만 상식적인 것이라도 과거의 전통, 이렇게 생각하면 계속 그렇게 가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그 습관을 깨야한다. 지금 신약 개발은 우리 식으로, 우리보다 더 아이디어를 더 넣어서 하고 있다. 우리가 한 번만 성공했으면 운이 좋다고 하지만, 이런 식으로 벌써 몇 개를 했기 때문에 이건 우연이 아니라는 걸 사람들이 잘안다. 만약 내가 제약회사 있었으면 이런 아이디어로 푸쉬 안했고 할 수 없었다. 전부가 가는 방향인데 그거 외 다른 방향으로 가자고 하면 안된다. 너무 도전적이라 안된다. 난 바깥 사람인데다 신약개발을 해본 경험도 없다. 완전 외부 사람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Q. 암 정복 가능할까?
"내 생각에 정복은 안될 것 같다. 그렇지만 인간의 암으로 인한 피해, 삶의 질 이런 걸 개선하는 건 얼마 안 남았다고 생각한다. 얼마나 오래 살고 그것보다 삶의 질이 더 중요하다. 의사들은 길이만 말하는데 그들도 바뀔 것이다. 얼마나 사는지는 숫자로 표시할 수 있다. 그래서 자꾸 그걸 쓴다. 실제로는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내가 약을 먹었을 때 삶의 질이 중요하다."

Q. 꿈은?
"내 한 평생 '이걸 좀 더 알았으면 좋겠다'를 쫓는다. 그중에서 어떤 걸 더 선택할까 그런 걸 고민한다. 지금 하고 싶은 건 많지만 지금 현재 방법으로 문이 열릴 가능성이 있는 게 뭐냐 그런 걸 생각한다. 끝이라는 게 없다. 등산할 때 산에 갔을 때 만일 트레일이 잇는 산이면 트레일만 따라가면 되지만, 트레일 없는 새 산이면 갈 때마다 결정해야 한다. 항상 그렇게 한다."


미국 보스턴 = 김요셉 대덕넷 기자(Joesmy@HelloD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