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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news

첨단 과학기술 접목하니 박물관이 살아 움직이다?(12.10)

김익재 KIST 박사팀, 역사적 그림에 증강현실 기술 적용
고궁박물관 서비스 시작…그림 속 인물·주변환경 움직여 
 

 

▲ 고궁박물관에 전시된 동궐도. 관람객들이 태블릿PC로 동궐도를 살펴보고 있다.<사진=KIST제공> ⓒ 2012 HelloDD.com

 

 

비슷한 건물이 빼곡하게 그려진 창덕궁 조감도에 태블릿 PC 카메라를 비추자 그림을 배경으로 춘하추동(春夏秋冬)이 차례차례 나타난다. 또 다른 배경에 카메라를 비추니 왕과 신하들이 모여 왕위 즉위식을 펼치는 애니메이션이 펼쳐진다.

 

국립고궁박물관에 보관돼 있는 동궐도(창덕궁과 창경궁 그림)를 비췄을 때 실제 나타나는 서비스('궁궐도 이야기')다. 정적인 그림을 살아 움직이게 하는 이 증강현실 기술은 김익재 KIST 영상미디어센터 박사팀이 개발한 것으로 지난 8월 재개장하는 고궁박물관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박물관에 IT인프라를 접목시킨 것은 국내 최초로 반응도 뜨겁다.

 

증강현실이란 사용자가 눈으로 보는 현실세계에 가상 물체를 겹쳐 보여주는 기술이다. 현실환경과 가상화면과의 구분이 모호해지도록 함으로써 보다 나은 현실감과 부가정보를 제공하는 장점이 있다.

 

동궐도는 폭 5.3m, 높이 2.5m의 대형 그림으로 비슷비슷한 수백 개의 전각이 그려져 있어 일반인이 인정전, 대조전 등 주요 건물을 찾기 어렵다. KIST의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하면 복잡한 그림 속에서 전각의 기능과 용도를 쉽게 알아볼 수 있어 우리의 문화와 역사가 쉽게 이해된다.

 

◆ '문화재와 IT기술접목' 처음엔 부담스러워했다?

 

▲김익재 박사. ⓒ 2012 HelloDD.com

 

"문화유산은 정제돼 있다보니 신기술을 접목시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고궁박물관 관계자들도 처음엔 매우 조심스러워하셨지만 기술을 접한 후부터는 대표적 성과로 꼽으시며 다른 박물관에도 전파되도록 많이 도와주고 계십니다."

 

김 박사팀은 문화체육관광부의 '모바일 혼합현실기반 체험투어서비스' 과제(총괄책임자 고희동 박사)의 일환으로 증강현실 기술을 개발, 실생활에 접목시키고자 했다. 그러다 IT기술을 관광에 활용한다면 우리나라의 위상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에 착안, 박물관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박물관이 적합하다고 생각했죠. 마침 고궁박물관이 재개관을 준비 중이었고 새로운 것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라 저희 기술을 접목시켜보자고 제안을 드렸습니다"

 

현재 김 박사는 동궐도의 ▲대조전 ▲인정전 ▲중화당 ▲명정전 ▲후원 등 5곳에 기술을 접목시켰다. 창덕궁 대조전을 비추면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한 지 불과 8년여 만에 국내 처음으로 전각에 전등을 설치한 일화를, 후원을 비추면 규장각, 영화당 등의 전각과 나무들이 계절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여준다.

 

앞으로 김 박사팀은 동궐도 속 여러 장소에서 증강현실을 볼 수 있도록 서비스할 예정이며, 3D로 건물 내 외부를 볼 수 있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김 박사팀은 3D로 건물 내외부를 볼 수 있는 증강현실 기술도 준비 중이다. 지도를 태블릿PC 카메라로 비추면 3D로 건물이 보인다. 태블릿PC를 지도에 가깝게 비출 수록 3D그림도 커지며 건물의 상좌우(上左右) 모습도 확인까지 가능하다. ⓒ 2012 HelloDD.com

 

'궁궐도 이야기 서비스' 철거됐다 한 달반 만에 재개한 사연

 

"기술개발을 완료했는데 갑자기 동궐도 소유처에서 증강현실에 그림을 활용하지 말라는 공문이 왔습니다. 하는 수 없이 철거했죠. 다행히 동궐도 원본이 2개라 다른 박물관 지원을 받아 한 달반 만에 재개했습니다."

 

김 박사는 동궐도 증강현실 기술개발 완료 후 사용하지 못할 뻔한 이야기를 하며 다시 한번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림을 소유했던 고려대박물관이 고궁박물관에 '동궐도 이미지를 증강현실에 사용하지 말라'는 공문을 보내온 것이다.

 

동궐도는 국보 제249호로 고려대박물관과 동아대박물관 두 곳에 보관돼 있고, 고궁박물관은 고려대박물관 이미지를 사용 중이었다.

 

그림을 훼손하는 기술이 아니나 고려대박물관은 '계약서에는 고궁박물관에서 이미지를 사용한다고 했지, 이를 증강현실과 같은 것에 사용할 수 있다는 조항은 없다'는 이유를 들어 '동궐도 이야기' 서비스 중단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고궁박물관은 동아대박물관 소장품으로 이미지를 교체해 기술을 선보였다.

 

현재 김 박사팀 기술은 큰 호응을 얻어 또 다른 전시에도 활용되고 있다. 지난달 9일부터 1월 20일까지 서울역사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정동 1900'에 기술을 활용, 지금은 볼 수 없는 정동의 옛 모습들을 보도록 개발했다. 예를 들어, 1905년 프랑스공사관 앞에서 거행한 결혼식 등 당시의 일상생활의 모습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동궐도를 비추면 건물에 대한 설명 등이 나온다.<사진=KIST 제공.> ⓒ 2012 HelloDD.com

 

◆ "증강현실 기술 접목해 다양한 관광기술 개발한다"

 

김익재 박사팀이 고궁박물관의 증강현실기술을 개발하는데는 약 3개월이 소요됐다. 이는 지난 4년간 진행해온 '실시간 객체추적 기반 모바일 혼합현실기술'이 바탕이 됐기에 가능했다.

 

이 기술은 바이너리(binary)값 형태로 표현되는 조밀한 영상 특징점 표현방법을 통해 데이터양과 계산 속도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특징을 갖고 있다. 또 병렬 프로세서의 한 종류인 SIMD 기술을 활용해 모바일 프로세서에 최적화된 형태로 구현 가능하며, 대형물체 및 여러 객체에 대해서도 적용할 수 있도록 객체분별과 추적으로 나눠진 형태의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다. 이 기술은 '대형 물체대상 마커리스 증강현실 기술'이라는 이름으로 특허를 출원, 소프트웨어 등록도 모두 마쳤다.

 

김 박사는 기술에 대해 "카메라로 찍은 한 장의 사진에는 우리 눈으로 쉽게 확인은 안 되나 컴퓨터는 구분할 수 있는 수백 개의 특징되는 픽셀들이 존재한다"며 "비교하는 대상 사진으로부터 뽑아낸 특징 픽셀들과 일치되는 수가 어느 정도 이상이면, 동일 물체라고 인식하고, 정해놓은 콘텐츠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박사팀은 이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형태의 투어지도를 개발할 예정이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지도를 비추면 내 위치를 자동으로 알려주고, 맛집 리뷰도 찾아볼 수 있도록 하는 등 다이나믹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그는 "한번 출력된 관광안내 책자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관광 정보가 바뀌기 마련인데, 변화될 때마다 수정하기 힘들고 최신 리뷰 등을 읽을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면서 "우리 기술을 활용하면 증강현실로 인터넷상에 작성된 최신 정보 및 리뷰들을 볼 수 있다. 가령, 관광지에 있는 맛집이 어떤 새로운 메뉴를 개발했다면, 지도 위의 맛집을 비추는 순간 메뉴 설명과 맛은 어떤지 실시간으로 글들을 접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덕넷 김지영 기자> orghs12345@HelloDD.com      트위터 : @org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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