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공학, 뇌과학의 필수 동반자

 

초고령화 시대를 맞아 각광받고 있는 의생명과학의 다양한 학문분야 가운데 뇌과학은 미지의 영역이 가장 많은 분야이다. 뇌를 구성하고 있는 수많은 신경세포들이 반복적이고, 복잡하게 얽혀서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어 그 기능을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구조를 잘 알고 있는 공학적 전기회로 네트워크도 복잡할 경우에는 그것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데, 아무리 초고해상도의 현미경으로 관찰하더라도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복잡한 신경세포 간의 네트워크를 알아내고, 나아가 그들 상호 간에 주고받는 신호들과 이로 인해 작동하는 뇌 기능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자들은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도구를 발명함으로써 최후의 과학적 난제인 뇌의 신비를 하나씩 풀어나가고 있다. 근대 뇌과학의 선구자로서 1906년에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라몬 이 카할(Ramon y Cajal)은 은염색법을 이용해 뇌가 독립된 신경세포들로 이뤄져 있음을 밝혀냈으며, 신경세포를 정교한 스케치로 남기기도 했다. 그런데, 카할의 업적은 노벨상을 공동수상한 카밀로 골지(Camillo Golgi)의 염색법과 근대의 정밀한 현미경의 발명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후 전자현미경의 등장으로 신경과학자들은 고해상도로 세포를 관찰할 수 있게 되었고, 이를 통해 신경세포들을 연결해 주는 물질이 시냅스에서 만들어지는 나노미터 크기의 소포체라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었다. 또한 전자공학과 컴퓨터의 발달로 뇌가 발생시키는 미약한 뇌파를 인체 외부에서 측정하고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 최근에는 뇌조직을 투명화 하는 기술이 개발되어 뇌의 3차원적인 연결구조를 환상적인 컴퓨터 그래픽으로 관찰할 수 있어 뇌의 비밀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뇌과학 분야에서는 다른 어떤 분야보다 더 활발한 학문 간 융합이 일어나고 있다. 매년 미국에서 열리는 신경과학 분야의 최대 학회인 SFN(Society for Neuroscience)에서는 신경생물학자 뿐만이 아니라 물리학, 수학, 컴퓨터공학, 심리학, 전자공학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수만 명의 과학자들이 모여 ‘뇌’라는 하나의 주제를 놓고 열띤 논의를 벌인다. 이러한 논의를 통해 새로운 과학적 발견을 위한 도구가 개발되고, 그 도구를 활용한 연구를 통해서 획기적인 연구성과가 나오는 것이 최근 뇌과학 분야의 추세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오바마 정부가 2014년에 출범시킨 국가차원의 대형 뇌연구 프로그램인 BRAIN(Brain Research through Advancing Innovative Neurotechnologies) Initiative의 주요 목표 가운데 하나가 혁신적인 신경기술을 개발하는 것이고, 신경세포를 모니터링하는 기술과 축적된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분석하는 기술개발이 주요 과제로 포함되어 있는 것 또한 신경과학 분야의 발전에 있어 새로운 과학적 분석도구의 개발이 필수불가결한 조건임을 보여주고 있다. 국내에서도 2016년 수립된 뇌연구 발전전략을 바탕으로 대규모 연구투자 계획이 수립되는 등 뇌연구 분야가 최근 많은 관심과 지원을 받고 있다. 물론 미국, 일본, 유럽과 같은 선진국에 비하면 연구비 규모나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지만 우리나라의 뇌연구 역량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계기가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특히, 뇌공학 분야를 주요 연구분야 중 하나로 인정한 것은 뇌연구에 있어서 뇌공학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이처럼 최근 높아진 뇌공학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나 관심에도 불구하고 국내 뇌공학 연구가 크게 활성화 되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인데, 이것은 국내 공학 분야의 연구비 지원이 기초연구 보다는 응용연구에 치중되어 있어 기초연구인 뇌공학자들이 연구비를 확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국내 뇌공학자들은 선도형 연구보다는 추격형 연구에 비중을 두고 연구할 수밖에 없고, 그 결과 우리 뇌연구가 세계적인 연구그룹들을 뛰어넘을 수 있는 획기적인 연구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도구’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알파고 이후 불어온 인공지능 열풍으로 뇌연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뇌공학에 대한 관심도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인공지능이 기존 뇌공학의 범주에서는 생소한 분야이기 때문에 이 같은 관심에 다소 냉소적인 학자들도 있지만, 대중들의 관심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런 때에 해외의 주류 연구만 쫓지 않고 새로운 생각과 관점으로 새로운 문제에 도전한다면 대한민국 뇌공학만의 독특한 색깔을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지금은 더 이상 추격자가 아닌 뇌공학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나갈 ‘퍼스트 펭귄’이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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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포럼]뇌공학, 뇌과학의 필수 동반자

 

강지윤 박사

초고령화 시대를 맞아 각광받고 있는 의생명과학의 다양한 학문분야 가운데 뇌과학은 미지의 영역이 가장 많은 분야이다. 뇌를 구성하고 있는 수많은 신경세포들이 반복적이고, 복잡하게 얽혀서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어 그 기능을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구조를 잘 알고 있는 공학적 전기회로 네트워크도 복잡할 경우에는 그것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데, 아무리 초고해상도의 현미경으로 관찰하더라도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복잡한 신경세포 간의 네트워크를 알아내고, 나아가 그들 상호 간에 주고받는 신호들과 이로 인해 작동하는 뇌 기능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자들은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도구를 발명함으로써 최후의 과학적 난제인 뇌의 신비를 하나씩 풀어나가고 있다. 근대 뇌과학의 선구자로서 1906년에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라몬 이 카할(Ramon y Cajal)은 은염색법을 이용해 뇌가 독립된 신경세포들로 이뤄져 있음을 밝혀냈으며, 신경세포를 정교한 스케치로 남기기도 했다. 그런데, 카할의 업적은 노벨상을 공동수상한 카밀로 골지(Camillo Golgi)의 염색법과 근대의 정밀한 현미경의 발명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후 전자현미경의 등장으로 신경과학자들은 고해상도로 세포를 관찰할 수 있게 되었고, 이를 통해 신경세포들을 연결해 주는 물질이 시냅스에서 만들어지는 나노미터 크기의 소포체라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었다. 
또한 전자공학과 컴퓨터의 발달로 뇌가 발생시키는 미약한 뇌파를 인체 외부에서 측정하고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 최근에는 뇌조직을 투명화 하는 기술이 개발되어 뇌의 3차원적인 연결구조를 환상적인 컴퓨터 그래픽으로 관찰할 수 있어 뇌의 비밀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뇌과학 분야에서는 다른 어떤 분야보다 더 활발한 학문 간 융합이 일어나고 있다. 매년 미국에서 열리는 신경과학 분야의 최대 학회인 SFN(Society for Neuroscience)에서는 신경생물학자 뿐만이 아니라 물리학, 수학, 컴퓨터공학, 심리학, 전자공학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수만 명의 과학자들이 모여 ‘뇌’라는 하나의 주제를 놓고 열띤 논의를 벌인다. 이러한 논의를 통해 새로운 과학적 발견을 위한 도구가 개발되고, 그 도구를 활용한 연구를 통해서 획기적인 연구성과가 나오는 것이 최근 뇌과학 분야의 추세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오바마 정부가 2014년에 출범시킨 국가차원의 대형 뇌연구 프로그램인 BRAIN(Brain Research through Advancing Innovative Neurotechnologies) Initiative의 주요 목표 가운데 하나가 혁신적인 신경기술을 개발하는 것이고, 신경세포를 모니터링하는 기술과 축적된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분석하는 기술개발이 주요 과제로 포함되어 있는 것 또한 신경과학 분야의 발전에 있어 새로운 과학적 분석도구의 개발이 필수불가결한 조건임을 보여주고 있다.

  국내에서도 2016년 수립된 뇌연구 발전전략을 바탕으로 대규모 연구투자 계획이 수립되는 등 뇌연구 분야가 최근 많은 관심과 지원을 받고 있다. 물론 미국, 일본, 유럽과 같은 선진국에 비하면 연구비 규모나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지만 우리나라의 뇌연구 역량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계기가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특히, 뇌공학 분야를 주요 연구분야 중 하나로 인정한 것은 뇌연구에 있어서 뇌공학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이처럼 최근 높아진 뇌공학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나 관심에도 불구하고 국내 뇌공학 연구가 크게 활성화 되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인데, 이것은 국내 공학 분야의 연구비 지원이 기초연구 보다는 응용연구에 치중되어 있어 기초연구인 뇌공학자들이 연구비를 확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국내 뇌공학자들은 선도형 연구보다는 추격형 연구에 비중을 두고 연구할 수밖에 없고, 그 결과 우리 뇌연구가 세계적인 연구그룹들을 뛰어넘을 수 있는 획기적인 연구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도구’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알파고 이후 불어온 인공지능 열풍으로 뇌연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뇌공학에 대한 관심도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인공지능이 기존 뇌공학의 범주에서는 생소한 분야이기 때문에 이 같은 관심에 다소 냉소적인 학자들도 있지만, 대중들의 관심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런 때에 해외의 주류 연구만 쫓지 않고 새로운 생각과 관점으로 새로운 문제에 도전한다면 대한민국 뇌공학만의 독특한 색깔을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지금은 더 이상 추격자가 아닌 뇌공학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나갈 ‘퍼스트 펭귄’이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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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체 적합성이 우수한 나노섬유 기반의 생체이식형 신경전극 개발
신경장애 치료를 위한 신호 감지 및 제어시스템 연구에 기여

 

국내 연구진이 장기간 신경 자극에 의해 발생하는 신경 신호를 기록할 수 있는 안정하고 효율적인 생체이식형 신경전극 개발에 성공했다. 이 기술은 중추·말초 신경계 질병 및 손상에 의해 발생하는 신경장애의 치료를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는 신경전극 기반 신경신호 감지 및 제어 시스템 연구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이병권) 뇌과학연구소 바이오마이크로시스템연구단 이수현 박사팀은 경희대학교 치과재료학교실 권일근 교수팀, 건국대학교 수의과대학 도선희 교수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스펀지 형태의 다공성 나노섬유구조체 표면에 은 나노 입자를 잉크젯 프린팅 방식으로 전사한 신경 전극 개발에 성공했다. 연구진은 개발한 생체이식형 전극이 말초신경계의 신경 신호를 장기간 동안 안정적으로 측정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림 1] 다공성 나노셤유 기반의 유연한 성질의 신경전극 제작과정

최근 중추신경계와 말초신경계에서의 신경치료는 생체 신경 신호의 측정 및 자극이 가능한 이식형 신경 전극을 삽입하는 치료방법이 주목받고 있는데 주로 척추 손상 환자의 재활과 치료, 시신경 자극을 통한 인공 시각 구성, 정신적 질환의 치료를 위한 뇌 심부 자극술등의 치료 및 재활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기존 대부분의 이식형 신경 전극의 경우, 실리콘이나 고분자 필름을 하부구조로 제작되어 물질 투과성이 낮고, 체내에 이식이 된 후에 신경에 충분한 영양소 및 산소공급이 힘들며, 신경 조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계적 강도가 높아 이식부위에 기계적 부조화에 의한 상처가 발생하기 쉽다. 또한 체내에서 이물반응에 의한 염증으로 신경전극이 주변 조직과 차단되어 장기간 신경신호 검출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본 연구팀은 염증억제와 장기간 미세한 신경신호 검출을 위해서 신경전극의 유연성과 물질 투과성을 크게 향상시키면서 전기적으로 높은 감도를 갖는 신경전극을 개발하였다. 기존의 신경전극에 비해 월등히 향상된 유연성과 투과성을 갖기 위해서 나노섬유(Polyimide, 폴리이미드)를 이용하여 신경전극의 하부구조를 만들고, 그 위에 은 나노입자를 잉크젯 프린팅 방식으로 전사(Patterning, 패터닝)하였다. 그리고 전사된 은 나노입자 위에 전기적인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서 전도성 고분자를 증착시켰다. 이렇게 제작된 신경전극은 체내 이식 후, 신경조직을 검사한 결과 신경 변형이나

 

[그림 2] 잉크젯 프린팅 방식으로 제작된 다공성 나노섬유 기반의 신경전극 개념도  

     

위축 등 아무런 손상이 발생하지 않은 것을 확인하였다. 그 결과, 전기적 신호 감도가 뛰어나고 동시에 장기간 안정적인 신경 신호 기록이 가능한 신경전극을 개발할 수 있었다.

이수현 박사는 “본 연구로 개발된 신경전극은 장기간에 걸친 뛰어난 생체적합성을 검증받아 중추 및 말초신경계 손상의 신경계 장애인을 치료할 수 있는 안정적인 신경신호 검출과 기록이 가능하다. 또한 이 신경전극 개발에 적용된 기술은 각종 체내 삽입형 소자의 생체적합성을 향상시키는데 적용될 수 있다” 고 말했다.

본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양희)의 공공복지안전연구사업으로 “신경계 장애인의 신경신호 감지 및 제어 원천기술개발”과제(총괄과제책임자, KIST 강지윤 단장) 및 KIST 기관고유사업의 지원으로 이루어졌으며, 연구결과는 미국화학학회(ACS)에서 발간하는 세계적인 권위지인 나노 분야 국제학술지 ACS NANO (IF:13.334)에 2월 14일(화)자 온라인 판에 게재되었다. 


 * (논문명) Flexible and Highly Biocompatible Nanofiber-Based Electrodes for Neural Surface Interfacing
  - (제 1저자) 허동녕 박사, The George Washington University 포닥(前 경희대 박사)
  - (교신저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이수현 박사(과제 실무책임자)
                     경희대학교 권일근 교수(세부과제 4, 공동연구자)
                     건국대학교 도선희 교수(위탁과제 연구(동물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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