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포럼]뇌 연구, 경계를 넘어 어우러짐으로

 

  인종과 문화의 장벽은 갈등과 분쟁의 원인이지만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사회는 진보한다. 과학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이론과 실험, 기초와 임상, 학계와 산업계 등 각기 다른 영역의 접경지대에서 오해와 충돌이 빚어지는데, 이를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새로운 발견과 혁신이 탄생한다. 하지만 불행히도 많은 경우 경계 너머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과학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전문분야 테두리 안에 매몰되게 하고, 이로 인해 경계 지역에서의 활발하고 생산적인 교류가 위축되는 것이 현실이다. 

  일반인들에게는 뇌 과학이라는 학문분야로 더 친숙한 신경과학은 다양한 학문의 경계선상에 구축된 대표적인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초창기 그 출발은 생물의 중추 및 말초 신경계의 구조와 기능을 연구하는 생물학의 한 분야였지만, 이내 물리학, 수학, 생리학, 분자생물학, 심리학, 컴퓨터과학 등 전혀 다른 언어와 체계를 가진 다양한 학문들이 합류하면서 한데 어우러지는 특별한 길을 걸어왔다.

  이와 같은 흐름은 신경계, 그중에서도 뇌라는 기관의 구조와 기능의 복잡성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신경계가 작동하는 기본 단위는 뉴런이라는 신경세포인데, 하나의 뉴런은 서로 다른 뉴런뿐 아니라 인체에 분포하는 수많은 세포들과도 상호작용을 일으킨다. 각각의 뉴런이 촘촘한 가지를 뻗어 외부와 접촉하고, 시냅스라 불리는 접촉면에서 다양한 전기화학적 신호를 주고받는 모습은 마치 자연이 진화를 통해 만들어낸 집적회로를 연상케 한다. 이와 같이 인간은 뇌라는 강력한 연산장치와 그곳에 연결된 근육이나 신체기관을 이용해 인체의 항상성을 유지할 뿐 아니라 주변 환경 또는 다른 개체들과 소통하고 교감하며 집단을 이루고 살아간다.

  20세기 후반, 신경과학의 초창기에 활약했던 카할(Santiago Ramony Cajal), 골지(Camillo Golgi), 셰링턴(Charles Scott Sherrington) 등은 해부학, 조직학, 광학, 생리학 등의 분야를 넘나들며 신경계라는 난해하고도 중요한 대상의 기본구조와 작동원리를 규명하기 위해 노력했다. 오늘날 현대 신경과학을 지배하는 광유전학 패러다임 역시 레이저 광학과 유전공학을 결합해 밀리초 단위로 특정 뉴런을 제어하고 조절하는 방법을 개발하는데 성공함으로써 신경회로와 행동의 인과관계를 밝히는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한편, 최근 미국 등 신경과학 강국들이 대규모 투자를 집중하고 있는 연결체학(connectomics) 또한 물리학적 뇌영상기법, 분자생물학적 세포 추적기법, 초고해상도 광학현미경 및 전자현미경 광학기법, 대용량 데이터 처리 및 분석기법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이 적용되어 신경계의 네트워크 구조와 역학이 건강한 뇌의 기능과 병든 뇌의 병태생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탐구하는 것이다.

  이처럼 신경과학의 발전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 간의 효과적인 의사소통과 협업을 통해 물질과 정신의 연결고리를 이해하고, 손상된 고리를 치료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하는 유연한 환경을 조성하는 일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대학에 뇌 연구 관련 학과를 설치하고, 대규모 정부 지원금을 조성하고, 중개연구자를 국가 차원에서 양성하는 등 정책적인 차원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정책 이전에 서로 다른 학문적, 기술적 배경을 가진 인재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것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다른 분야의 과학자들 간의 어우러짐을 촉진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공간을 활용하는 것이다. 함께 어우러지기 위해서는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서 형식의 틀에 구애받지 않고 대화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연구소나 대학의 연구공간에 IT 스타트업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대화와 소통을 위한 공간을 배치해 특별히 마주칠 일이 적은 불특정 다수가 만날 수 있도록 하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물리적 공간 못지않게 데이터의 공유도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최근 데이터 분석에 사용된 데이터 원본과 알고리즘의 코드를 공개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학술지의 증가추세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발전 속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신경과학 분야에서 데이터는 복잡한 뇌기능을 담고 있는데 반해 대부분은 특정 연구팀이 특정 연구목적에 준하여 분석하고 있어 다각적 분석 접근으로 데이터 마이닝과 빅데이터 구축을 위한 데이터 공유가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공유된 데이터가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 데이터 표준을 마련하는 작업도 선행되어야 한다. 이것은 한 국가에서 다양한 지역의 방언과 더불어 공용어가 존재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각각의 분야가 뇌를 바라보고 탐구하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측정하는 신호의 종류와 시공간적 스케일이 상이할 수밖에 없는데, 서로 다른 언어의 데이터가 경계를 넘어 사용되기 위해서는 데이터 그 자체와 그것을 측정하는 방법에 대한 정량적 표준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

  복잡하지만 체계적으로 연결되어 정보를 신호화하고 전달함으로써 사고, 판단, 인지 기능을 가능케 하는 인간의 뇌에는 경계가 없다. 하지만, 그런 뇌를 연구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다양한 형태의 경계와 장벽이 존재하고, 이로 인해 뇌를 더 깊이 이해하고자 하는 연구 활동은 한계에 부딪힌다. 실제 뇌 속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그것을 연구하는 과학자들 스스로가 만든 벽이 걸림돌이 된다는 사실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뇌의 비밀에 한 걸음 더 다가가기 위해서는 경계와 장벽을 넘어, 전통적인 접근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기에 다양한 학문분야가 어우러질 수 있는 연구 마인드와 환경을 조성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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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넷] 생체 이식 신경전극으로 신경 장애 치료한다

 

국내 연구진이 장기간 신경 자극에 의해 발생하는 신경 신호를 안정적으로 기록할 수 있는 생체이식형 신경전극을 개발했다.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원장 이병권)는 이수현 뇌과학연구소 바이오마이크로시스템연구단 박사팀이 권일근 경희대 치과재료학교실 교수팀, 도선희 건국대 수의과대학 교수팀과 공동 연구를 통해 다공성 나노섬유구조체 표면에 은 나노 입자를 전사한 신경전극을 개발했다고 6일 밝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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