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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5.17 [기고] 외면할 수 없는 癌의 불편한 진실들

 

 

테라그노시스연구단 김인산 박사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2016년 국정연설에서 다시 한번 암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뇌종양으로 47세의 젊은 아들을 가슴에 묻은 당시 부통령인 조지프 바이든을 총책임자로 임명하는 감동적인 장면도 연출했다. 1971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메리 라스크가 이끄는 암연구 그룹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암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법령에 서명한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인류는 놀라운 암치료 기술들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불행히도 우리는 암에 걸려 고통받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점점 더 많이 보게 된다.


3명 중 1명을 넘어 2명 중 1명이 암에 걸리게 되었으니 이제 암은 남의 일이 아니라 곧 나의 일이 된 것이다. 우리는 자신이나 가까운 사람이 암에 걸리면 무척 놀라게 된다. 하지만 냉정하게 따져 보면 그리 놀랄 일이 못 된다. 한 개의 정자와 난자가 엄마의 자궁에서 수정해 하나의 세포가 된 다음 이분열하여 10개월이 지나면 수십조 개의 세포로 구성된 한 인간이 태어난다. 한 개의 세포가 짧은 기간에 이렇게나 많은 세포로 증식한다니 세포의 왕성한 증식력이 놀랍다. 이는 암세포의 특성이기도 하다.

 

이렇듯 왕성한 증식력의 잠재력을 지닌 세포 수십조 개가 서로 사이 좋게 얌전하게 그리고 조화롭게 살고 있다는 것은 경이로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다시 말해 수십조 개의 세포가 암세포가 되지 않고 얌전하게 살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우리는 암이 생기는 것에 놀랄 것이 아니라 암이 생기지 않는 것에 놀라야 하는 것이다. 이제 100세 시대를 맞이하여 우리는 자신의 인생에 있어 암은 죽음과 같이 피할 수 없는 자연 현상이라는 불편한 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암이 주는 고통과 공포가 너무 크다.

 

우리는 고혈압이나 당뇨병에 걸렸다고 하면 `지금부터 조심 해야겠네` 하고는 그다지 큰 걱정을 하지 않는다. 그저 혈압약이나 당뇨약을 복용하면 되고 당장 죽을 병도 아니니 말이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도 가능할까? 항암 치료는 왜 고혈압 치료처럼 할 수 없을까? 고혈압보다 치료 과정이 조금은 고통스럽더라도 그래도 치료하면 당장 죽지는 않게 치료할 수는 없을까? 고혈압·당뇨병 등과 같은 만성질환 치료제는 우리 몸의 세포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기능을 조절하는 것이다. 이와 반면에 암치료는 암세포를 죽여야 하는 것이 목적이다. 지금까지의 항암치료제는 환자가 견딜 수 있을 최대 용량을 투여하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정상세포마저 죽이게 되는 부작용이 필연적으로 발생해 환자들은 많은 고통을 호소하게 된다. 이렇게 고통스러운 치료에도 불구하고 암세포는 살아남는다. 암치료가 어려운 이유는 생존과 번식을 하고자 하는 생명체의 본질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암세포 하나를 하나의 생명 개체로 바라보면 이해가 쉽다. 마치 미생물처럼 암세포도 끊임없이 분열하고 자신의 환경이 변화하면 돌연변이를 통해 그곳에 적응해 살아남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을 한다. 항생제 개발과 여기에 저항하는 균과의 끊임없는 군비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과 같이 항암제 개발과 여기에 맞서 싸우는 암세포와의 영원할 것 같은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가 균을 영원히 정복할 수 없다고 받아들인다면 암 역시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공존의 대상으로 생각해야 하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야 하는 것 아닐까.

 

우리는 또 하나의 불편한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한번 암에 걸려 완치된 사람은 암에 한 번도 걸리지 않은 사람보다 다시 암에 걸릴 확률이 두세 배나 높다. 이는 암 완치 기술이 개발되면 될수록 사람이 오래 살게 되고 이는 다시 암에 걸릴 확률이 높은 사람들의 수가 증가한다. 결국 암치료 기술을 개발하면 할수록 암환자는 줄어들기보다 오히려 늘어날 것이라는 논리적 모순을 낳게 된다. 우리 몸의 모든 세포가 암세포가 될 수 있는 내재적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을 고려해 볼 때 우리는 살아 있는 한 자신을 살아 있게 하는 정상세포뿐 아니라 비뚤어진 세포와도 타협할 수밖에 없다는 운명적 사실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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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ST 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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