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과 '과학기술 상륙작전'

 

1950년 9월 15일, '크로마이트(Chromite) 작전'을 위해 8개국 261척의 함정이 월미도 앞바다에 집결했다. 00시 05분 팔미도 등대가 켜지고 05시 함포사격이 시작됐다. 06시30분 해병대 상륙으로 본격화된 이 군사작전이 바로 67주년을 맞은 인천상륙작전이다. 6.25전쟁 개전 이후 철저히 패하며 낙동강 전선까지 밀린 전황이 반전되는 순간이었다. 인천은 조수간만의 차가 최대 9미터에 달해 상륙작전을 감행하기에는 너무 큰 위험성을 안고 있었다. 미 합동참모본부가 반대를 굽히지 않았던 것이 당연했다.
 
불가능해 보였던 작전의 성공으로 경부선 철도와 경부 가도를 이용하던 북한군 보급선을 끊어냈고, 북한군은 9월 23일 총후퇴를 결정했다. 대한민국의 운명을 바꾼 역사적인 군사 작전이었다. 2017년 9월, 우리 대한민국은 또 한 번의 인천상륙작전이 필요한 처지에 놓였다. 북한은 핵무기 개발이라는 무모한 도발을 계속함으로써 한반도를 위기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 특히 핵무기는 더 이상 자산이 아니라 인류에 대한 부채라는 전 세계가 공유하고 있는 기본을 저버리고 국제사회에서 고립의 길을 가고 있다. 필자는 우리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와 국민 안전을 굳건히 지켜낼 역량이 있다고 믿는다. 위기에 일치단결하는 국민, 국가 위기관리 능력과 이를 뒷받침할 탄탄한 국력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50년 국가 발전을 함께 해온 과학기술계도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고 더 크게 더 멀리 보는 지혜로움을 발휘해야 한다.

 

그리고 미래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한 과학기술 상륙작전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과학기술 상륙작전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바다와 땅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초연결, 초지능의 4차 산업혁명 개념은 2016년 다보스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밥 회장이 소개한 이후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우리 정부 또한 그 중요성을 평가하고 국정과제에 포함해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정보통신 인프라와 기술력을 갖춰 높은 잠재력을 갖췄다. 이에 반해 이미 수년간 인더스트리 4.0을 추진해 온 독일과 산업인터넷의 개념을 성숙시켜 온 미국 등에 비해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게다가 우리는 할 수 있는 것들을 명시한 포지티브 법 제도를 채택하고 있어 새로운 제품, 서비스가 속속 등장할 새 시대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결국 4차 산업혁명의 하드웨어 파워는 강한 반면 소프트웨어 파워가 약하다는 평가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할 일은 명확하다. 먼저 4차 산업혁명 경쟁에서 뒤처진 것으로 평가되는 요소를 최대한 빨리 추격하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오고 있는 변화를 누구보다 먼저 수용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또 현재 활용 가능한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업무와 비즈니스에 적용하는 영민함과 적응력을 보여야 한다. 산업계는 한 목소리로 4차 산업혁명의 확산을 더디게 하는 규제를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무차별한 규제철폐가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사실 규제란 경험을 통해 획득한 국가 사회적 위험 요소를 통제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국가 사회적 이익을 최대화하려는 목적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앞서 나갈 준비를 해야 한다. 우리는 선진국이 밟아 갔던 길을 빠른 속도로 추격했고, 같은 궤도에서 추월하려 노력해 왔다. 하지만 11년째 2만달러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성공했다는 평가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지금까지 우리가 해왔던 방법을 답습함으로써 새로운 시대가 주는 기회마저 잃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먼저 4차 산업혁명의 흐름을 정확하게 보고 지나갈 길을 예측해야 한다. 초연결 속성에 의해 생성될 상상하기 힘든 규모의 빅데이터를 처리하고 초지능으로 연계하려면 엄청난 컴퓨팅 파워가 필요하다. 필자가 속한 KIST가 양자컴퓨팅과 신경모사반도체와 같은 완전히 새로운 컴퓨터 기술을 연구개발 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우리는 이미 4차 산업혁명 시대라는 바다에서 과학기술 상륙작전을 시작했다. 합리적 규제 개선이라는 등대를 점등하고, 선제적 R&D라는 해병대 상륙으로 미래 핵심기술을 선점해야 할 것이다.

[디지털타임스 바로가기]

Posted by KIST PR

댓글을 달아 주세요

 

'연구자 자존감' 일으켜 세워라

 

필자가 융합연구정책센터장을 맡고 있을 몇 해 전 일이다. NBIC 융합기술 보고서로 전 세계적으로 융합연구를 본격화한 미국 국립과학재단 디렉터인 미하일 로코(Mihail Roco)가 한국의 국가융합기술정책과 융합연구센터를 벤치마킹을 하고 싶다며 만남을 요청해 왔다. 아직 우리 융합기술수준이 선진국에 못 미친다고 평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아해 했었다. 한발 더 나아가 EU의 융합연구회에서는 우리 융합연구정책을 배우고 싶다며 기조연설을 부탁했다. 게다가 우리가 과학기술 선도 국가로 올려봤던 그들이 위기라 주장하며 혁신을 추진하는 이유가 바로 한국이라니 납득하기 어려운 하소연이었다[...]

 

[디지털타임스 전문보기]

Posted by KIST PR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