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과기 융합생태계 활성화돼야

 

이광렬 기술정책연구소장

평창 동계올림픽이 지난 2월 25일 16일간의 여정을 마치고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아직도 그 감동의 여운이 남아있는 이번 올림픽에서는 스켈레톤, 봅슬레이, 스노보드, 컬링을 포함한 다양한 종목에서 메달을 획득하는 등 선수들은 뛰어난 성과를 거뒀고, 개·폐막식 등 여러 행사도 성공적으로 치러졌다. 전 세계인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며 감동을 선사했던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의 이면에는 첨단과학기술이 일등공신으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하며, 진수를 보여줬다. 특히, 개폐회식을 포함해 올림픽 기간 중 보여준 '융합'의 힘은 놀라웠다. 1218대 드론 오륜기와 300대의 드론 수호랑, 증강현실이 기반이 된 천상열차분야지도 등 이번 개폐회식 공연은 예술과 과학기술이 접목된 융합의 집대성이라 할 수 있었다.  

또한 경기 중계에서도 선수를 중심으로 카메라를 회전시키는 듯한 '타임 슬라이스', 선수 시각으로 영상을 제공하는 '싱크뷰'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시킨 다양한 기술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체감했듯이, 과학기술과 예술, ICT와 서비스 등 다양한 방식과 영역에서의 융합은 우리가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새로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최근 '4차 산업혁명'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분야와 경계를 넘어 가치를 창출시키는 '융합'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디지털 기술로 촉발된 초연결 기반의 지능화 혁명이다. 이러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단일 제품·서비스보다는 시스템·산업 간의 융합으로 탄생한 '자율주행차', '스마트팩토리', '무인비행기'와 같은 혁신제품들이 우리의 삶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켜 사람 중심의 지능화경제를 창출할 것이다. 이처럼 융합은 향후 혁신성장동력을 만들어내고 복잡한 사회문제에 해답을 제시하기 위한 열쇠가 될 것이다.  

과학기술계에서는 융합의 중요성은 200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그 결과 대학 및 연구기관에 융합연구 관련 조직이 대폭 늘어났고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융합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융합에 대한 필요성과 연구 인프라가 형성됐다는 점은 괄목할 만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융합이 필요하다는 당위성을 넘어서,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써의 융합의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즉, 서로 다른 분야 및 기술의 간의 '융합'이 목적이 되는 단계를 넘어, 융합이 목적이 아닌 우리가 부딪치는 난제와 복잡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써의 융합연구의 필요성은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미국과학재단(NSF)는 2002년 NBIC(Nano, Bio, IT, Cognitive Science) 정책을 제시해 융합의 중요성을 인지시키고 융합연구를 활성화시키는 마중물 역할을 수행했고, 이어 2005년에는 기술 중심의 융합의 한계점을 인지하고 사회의 수요와 기술, 지식의 융합으로 사회문제 해결을 도모한 바 있다. 2016년에는 NSF의 미래를 위한 10개의 빅 아이디어 중의 하나로 융합연구 확장을 제시하고, 융합연구의 특징을 연구자들이 도전적으로 연구할만한 문제를 중심으로, 새로운 혁신적 방법론을 도출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사회적 수요와 과학기술의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자들이 스스로 새로운 협동방식과 융합연구 방법론을 창출해 낼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점이다. 즉, 융합을 위한 융합이 아닌 공동의 문제해결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융합을 도모하기 위한 연구프로그램이 그만큼 세계적으로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기후, 미세먼지 등과 같이 국가 간 상호협력이 필요한 분야나, 우주, 뇌 등 인류의 미개척 영역, 그리고 양자 컴퓨팅, 차세대 반도체 등 혁신성장을 이끄는 원천기술 분야에서 수많은 도전 과제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거의 대부분 융합적 접근을 통해서만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따라서, 우리 앞에 놓인 문제들에 대해 융합적 해답을 모색하는 융합생태계가 활성화돼야 한다. 연구자들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수요자와 소통하고 융합적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 융합생태계가 활성화 된다면, 이를 통해 교류와 협력이 증대되고 구체적 융합과제를 통한 혁신적인 성과 창출이 가속화될 것이다. 즉, 실험실 안에서의 기술융합이 아닌, 연구자와 수요자가 함께 참여해 우리가 처한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과 목적의 합치가 이뤄지는 것이 융합연구가 지향해야할 방향인 것이다.

우리나라는 2007년부터 2차에 걸친 '융합기술 기본계획'을 발표하며 융합연구를 선도하고 활성화에 노력해왔다. 그동안 융합연구에 대한 필요성을 알리고 융합 인프라를 성공적으로 구축했다고는 하지만 '기술적 관점에서의 융합' 이후의 발전전략이 부족했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제는 문제의 해결을 위한 융합연구의 관점에서 기술공급자와 수요자 간의 융합이 활성화될 수 있는 발전된 계획이 수립될 시점이다. 이러한 발전전략이야말로 국가혁신성장의 강력한 추진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며, 국민의 안전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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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에서 융합으로

 

올 들어 수많은 사람들이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한다. 각종 언론 매체는 관련 기사를 봇물 터지듯 쏟아내고 있고 강연과 세미나는 그 수를 일일이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인류 최후의 미지의 영역인 뇌과학 또한 인공지능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부상하면서 그것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는 영광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뇌과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무엇을 준비하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현재진행형이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개념을 최초로 제안한 독일 경제학자 클라우스 슈바프는 “4차 산업혁명은 3차 산업혁명이 창출한 디지털 세계와 기존의 물리적·생물학적 영역 사이에 경계를 허무는 기술 융합에 의해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융합’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융합은 물리적·화학적 결합을 의미하는 사전적 의미가 아니라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적 지식이나 문화 등이 교류하면서 시너지를 일으키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것을 일컫는 것이라는 데 반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날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전문화되는 현대 과학을 해결하고자 하는 논의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다각도로 문제를 고찰하고 혁신적인 연구 성과를 내기 위한 융합 연구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융합 연구를 촉진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실행되고 있고 그 결과 많은 융합 연구들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뇌과학 또한 생물의 신경계 구조와 기능을 연구하던 생물학의 한 분야에서 시작됐지만 최근에는 물리학·수학·컴퓨터과학·공학 등 다양한 학문이 어우러진 다학제적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처럼 진리를 추구하고 인간에게 유용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분야의 기술과 지식의 융합은 단순히 학문적 차원에만 국한돼서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물론 특정 분야의 최첨단 기술과 최신 지식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유용한 도구이기는 하지만 연구자들 간의 효율적 협업 의지와 이를 구현하기 위한 시스템, 그리고 그 바탕이 되는 ‘통합’의 문화가 없이는 우리가 원하는 최종 목적지에 다다를 수 없기 때문이다.

 

연구를 하다 보면 세상에는 뛰어난 연구자들이 참 많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 가운데서도 우리나라가 훌륭한 인재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세계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하지만 과거와는 달리 개별 연구자가 이룰 수 있는 한계가 분명해졌고 세상을 바꿀 새로운 가치는 효율적인 협업을 통해서만 구현될 수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협력 연구와 데이터 공유를 통한 연구자, 학문 간의 융합을 가속화시키자는 ‘오픈 사이언스’ 프로젝트와 그것의 핵심요소인 ‘오픈 데이터’ 개념에 과학자들이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다양한 연구자들 간의 협력 연구의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조만간 KIST 뇌과학연구소가 출범시킬 ‘이음(Euem)’ 프로젝트는 뇌신경망 시각화 핵심기술인 신경망지도 제작기술(mGRASP)을 전 세계 500여 연구자들에게 보급하고 각각의 연구자들이 생산해낸 방대한 데이터를 통합해 인간 뇌지도를 완성하고자 하는 것으로 오픈 데이터 개념을 바탕으로 하는 오픈 사이언스 프로젝트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연구자들이 공유한 데이터들이 서로 연계되고 융합돼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표준화된 통합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 오픈 데이터가 갖고 있는 잠재력이 십분 발휘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연구자, 연구기관, 정부 부처 등 국가 연구개발(R&D) 시스템을 구성하는 주체들 또한 추구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통합된 시스템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융합을 이뤄내기보다는 각자의 목소리를 내는 데 급급한 모습이다. 통합은 구성요소가 조화롭게 합쳐짐을 의미하는 것이지 각자의 특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통합이 자신들의 고유영역을 침해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우리 사회가 제대로 된 통합을 이뤄내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각각의 주체가 보유하고 있는 고유한 특성은 유지하면서 조화롭게 개방형 공유를 실행하는 것이 통합의 시작이고 이러한 통합은 진정한 융합의 발판이 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승자가 되기 위해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명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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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에서 융합으로

 

올 들어 수많은 사람들이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한다. 각종 언론 매체는 관련 기사를 봇물 터지듯 쏟아내고 있고 강연과 세미나는 그 수를 일일이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인류 최후의 미지의 영역인 뇌과학 또한 인공지능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부상하면서 그것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는 영광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뇌과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무엇을 준비하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현재진행형이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개념을 최초로 제안한 독일 경제학자 클라우스 슈바프는 “4차 산업혁명은 3차 산업혁명이 창출한 디지털 세계와 기존의 물리적·생물학적 영역 사이에 경계를 허무는 기술 융합에 의해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융합’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융합은 물리적·화학적 결합을 의미하는 사전적 의미가 아니라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적 지식이나 문화 등이 교류하면서 시너지를 일으키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것을 일컫는 것이라는 데 반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날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전문화되는 현대 과학을 해결하고자 하는 논의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다각도로 문제를 고찰하고 혁신적인 연구 성과를 내기 위한 융합 연구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융합 연구를 촉진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실행되고 있고 그 결과 많은 융합 연구들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뇌과학 또한 생물의 신경계 구조와 기능을 연구하던 생물학의 한 분야에서 시작됐지만 최근에는 물리학·수학·컴퓨터과학·공학 등 다양한 학문이 어우러진 다학제적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처럼 진리를 추구하고 인간에게 유용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분야의 기술과 지식의 융합은 단순히 학문적 차원에만 국한돼서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물론 특정 분야의 최첨단 기술과 최신 지식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유용한 도구이기는 하지만 연구자들 간의 효율적 협업 의지와 이를 구현하기 위한 시스템, 그리고 그 바탕이 되는 ‘통합’의 문화가 없이는 우리가 원하는 최종 목적지에 다다를 수 없기 때문이다.

 

연구를 하다 보면 세상에는 뛰어난 연구자들이 참 많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 가운데서도 우리나라가 훌륭한 인재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세계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하지만 과거와는 달리 개별 연구자가 이룰 수 있는 한계가 분명해졌고 세상을 바꿀 새로운 가치는 효율적인 협업을 통해서만 구현될 수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협력 연구와 데이터 공유를 통한 연구자, 학문 간의 융합을 가속화시키자는 ‘오픈 사이언스’ 프로젝트와 그것의 핵심요소인 ‘오픈 데이터’ 개념에 과학자들이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다양한 연구자들 간의 협력 연구의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조만간 KIST 뇌과학연구소가 출범시킬 ‘이음(Euem)’ 프로젝트는 뇌신경망 시각화 핵심기술인 신경망지도 제작기술(mGRASP)을 전 세계 500여 연구자들에게 보급하고 각각의 연구자들이 생산해낸 방대한 데이터를 통합해 인간 뇌지도를 완성하고자 하는 것으로 오픈 데이터 개념을 바탕으로 하는 오픈 사이언스 프로젝트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연구자들이 공유한 데이터들이 서로 연계되고 융합돼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표준화된 통합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 오픈 데이터가 갖고 있는 잠재력이 십분 발휘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연구자, 연구기관, 정부 부처 등 국가 연구개발(R&D) 시스템을 구성하는 주체들 또한 추구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통합된 시스템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융합을 이뤄내기보다는 각자의 목소리를 내는 데 급급한 모습이다. 통합은 구성요소가 조화롭게 합쳐짐을 의미하는 것이지 각자의 특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통합이 자신들의 고유영역을 침해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우리 사회가 제대로 된 통합을 이뤄내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각각의 주체가 보유하고 있는 고유한 특성은 유지하면서 조화롭게 개방형 공유를 실행하는 것이 통합의 시작이고 이러한 통합은 진정한 융합의 발판이 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승자가 되기 위해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명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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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신소재가 건설 분야를 만났을 때

 

세계에서 대한민국은 '정보기술(IT) 강국'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 온라인 게임대회에서 연거푸 우승하고, 유수 대기업을 중심으로 반도체와 휴대폰 산업에서 세계를 선도한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의외의 분야에서 1, 2등을 다투는 분야도 있다. 건설과 소재 분야다. 우리나라는 '건설 강국'이다. 한때 세계 최고층 빌딩이던 두바이의 '부르즈 할리파(옛 부르즈 두바이)', 세계 최초의 사장-현수교 복합 방식인 터키의 '보스포루스 대교' 등 세계 최고와 최초 공사가 우리 손으로 시공됐다. 소재 분야에서도 미국, 중국과 더불어 가장 활발한 연구가 이뤄지는 나라다. 세계적으로 굵직한 연구를 다수 발표했다.

 

건설과 소재 분야를 융합해 새로운 가치 창출을 이루는 연구가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소재는 산업을 이루는 기본 요소로, 여러 분야와 융합 연구를 할 수 있다. 그런데 하필이면 왜 건설 분야일까. 우리가 평소에 간과해 온 건설 영역의 잠재적 영향과 무관치 않다. 오늘날 대부분 사람은 일과를 마치고 숙소에서 휴식을 취한다. 업무를 주로 실내에서 수행한다면 하루에 15시간 이상을 '건물 내'에서 지낸다. '건물 외'에서 일과를 보낸다고 해도 대도심 안에 거주한다면 그 사람 또한 건설 시스템 영향 안에 있다. 대도심 정의를 광역시로 가정한다면 2200만명 이상, 총 대한민국 인구의 약 44%가 '건축물의 숲' 안에서 살아간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무심히 지나쳤지만 일반 건물, 도로, 교량에 내포된 건축 소재와 함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의 약 3~7배 이상을 보낸다.

 

건설 소재에 미약하나마 '기능성'을 부여할 수 있다면 영향과 응용처는 무궁무진할 것이다. 첨단 소재와 건설 분야의 만남을 주선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늘날 나날이 심각해져 가고 있는 미세먼지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태양빛을 통해 공기 중 유해물질을 제거하는 콘크리트가 개발된다고 상상해 보자. 실내외 온도차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옥상, 자동차가 지나가며 생기는 압력을 에너지로 저장하는 도로가 있다면 어떨까. 이런 기술은 오늘날 가격 대비 효율 문제 때문에 아직까지 상용화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를 가로막는 문제가 해결된다면 특별한 동력원 없이 능동, 지속적으로 대중의 삶의 질 증진에 폭넓게 기여할 수 있다. 건설 분야의 매력은 이렇듯 특정 사람을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혜택을 주는 '공익성'에 있다.

 

소재와 건설의 만남으로 파생되는 영향은 비단 공익성에만 있지 않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이윤으로 연결될 수 있다. 지난해 10월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엘론 머스크의 발표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이 젊은 사업가는 이날 지붕에 쓰이는 기와 모양과 똑 닮은 태양광 패널을 소개했다. 사람들이 비싼 가격과 건물의 디자인을 해친다는 이유로 사용을 꺼린다는 것에 주목했다. 일반 기와보다 더 싸고 튼튼하며 에너지 생산까지 가능한 태양광 지붕 패널을 개발했다. 이 제품은 우리나라와 달리 주택 문화가 발달한 미국이나 유럽에서 선풍적 판매가 예상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태양광 패널이 그리 새로운 기술은 아니라는 점이다. 기존에 소재 차원에서 개발된 기술을 소비자 요구를 찾아 건설 분야에 적용하는 것만으로도 소비자는 기꺼이 지갑을 열 것이다.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에는 우주에서 온 괴물과 주인공이 도심에서 전투를 벌이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괴물이 등장하면 도시의 건물과 도로는 주인공에게 무기를 전달하거나 적에게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주인공을 돕기 위해 적극적으로 전투에 개입한다. 종종 전문가들은 건설 분야에 기능성을 부여하는 연구를 이러한 전투 신에 비유하곤 한다. 오늘날 건설 분야의 인프라 시스템은 외부 공기에 가장 많이 노출된다. 여기에 기능성을 부여한다면 이를 기반으로 대규모 외부 환경을 적극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우리가 원치 않는 재해와 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미래 4차 산업혁명과 연계된 스마트 도시의 가속화를 이루는 조력자 역할을 할 수 있다. 소재와 건설 분야의 융합 연구 및 관련 상용화를 적극 검토해야 할 이유다. 이로 인한 결과는 미래 세대 주역에게 줄 수 있는 값진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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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성장, 융합으로 시작하자

 

세렌디피티(serendipity)! 위대한 발견은 우연히 일어난다고 했는가. 실상은 끊임없는 노력과 준비, 고민을 딛고 나타난 필연이 우연이라는 기회를 만난 것이다. 우리 삶과 깊이 관련된 기술 가운데 우연히 얻는 기술은 거의 없다. 클릭 한 번으로 원고를 보낼 수 있는 인터넷은 냉전 시절에 핵 공격으로 인한 통신망 손상을 대비해 만들어졌다. 통신망과 정보를 유지하는 분산 시스템 문제를 풀기 위해 시작된 미국 고등연구계획국(ARPA·지금의 DARPA)의 연구 결과물이다. 국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아이디어는 내비게이션, 음성 인식, 무인 자동차, 원격 수술 로봇 등으로 나타났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이들 기술의 편의성을 누리며 살고 있다. 위대한 기술 진보는 운 좋게 나오는 게 아니다. 창의 아이디어로 출발, 다양한 연구자의 도전과 연구개발(R&D) 체계가 합작해서 만들어졌다.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연상되는 키워드가 바로 '융합'이다. 디지털로 대표되는 가상과 현실이 서로 섞여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만들어진다. 가상현실(AR)·증강현실(VR) 게임, 콜택시, 배달, 자동차 렌트, 부동산 중개, 은행 거래 등 온·오프라인연계(O2O) 서비스를 대표로 들 수 있다. 기존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융합한다. 우리 정부가 융합 연구에 관심을 두고 지원한 지 올해로 꼭 10년째다. 그동안 정책은 이종 기술 간 융합으로 기술의 한계 극복에 집중됐다. 유망 융합 기술을 발굴, 신성장 분야의 기술 경쟁력 확보에 일정 수준의 성과가 있었다. 다만 기술 개발에 초점이 맞춰진 나머지 성과를 국민이 체감하기에는 어려웠다. 기술 간 융합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복잡한 문제도 등장, 새로운 이종 분야와의 융합이 필요해졌다.

 

최근에는 이런 변화를 반영해 사회 수요에 기반을 둔 문제 해결 중심 융합 연구, 초학제 융합 연구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전통문화 연구처럼 과거 문화와 현재 기술을 융합하는 '시간 융합'이 있다. 인문 사회가 문제를 발굴·기획하고 과학 기술로 해법을 제시하는 융합도 있다. 융합형 인재 양성에서도 성과가 있었다. 일부 초·중·고등학교에서 STEAM(과학, 기술, 공학, 예술, 수학) 융합 교육이 시도됐다. 많은 대학원이 융합 커리큘럼을 마련, 전문대학원을 설립했다. 문제 해결 방안 모색과 기술 한계 극복에는 지식, 언어, 문화가 다양한 연구자 간 협력은 필수다. 다른 분야의 연구자와 융합하고 소통하려면 같은 분야의 협력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노력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도전을 격려하고 인내심을 발휘해 기다리는 시스템이 절실하다.

 

연구자도 실험실의 결과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지식과 성과를 사회에 전파하고 가치로 전환하려는 노력이 더해져야 한다. 융합의 최종 목표는 기술 한계를 극복하고, 그 기술을 사회와 인간의 연결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다.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과거 우리가 성공한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은 이미 선진국이 제시한 답에 있었다. 이 때문에 그 길을 단시간에 효과 높게 되짚는 것이 가능했다. 우리의 R&D 수준과 역량은 이제 이 단계를 넘어야 한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탐색해야 한다. 기존에 없는 새로운 발견과 혁신에는 확신 대신 확률이 존재한다. 가능성을 확신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먼저 무엇을 위해 어떻게 연구할 것인지를 탄탄하게 기획하고 청사진을 그려야 한다. 그다음에 두텁고 깊이 있는 연구를 해야 한다.

 

방향 전환을 위해 융합에 대한 기본 정책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존 정책을 통해 기술이 진보하고 융합의 저변이 확대됐다면 이제는 융합 연구의 성과를 사회에 적용하고, 우리 삶의 가치를 높이는 데 쓸 수 있도록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 과학 기술에서 우연은 철저히 준비된 곳에서만 나타난다. 선진국의 연구자가 차지해 온 우연한 기회를 우리가 먼저 잡기 위해서는 융합에 대한 인식과 공감대를 새롭게 조성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혁신을 시작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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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으로 보는 세상

- 만화가 이현세 -

 

2017년 8월 창의포럼에서는 대한민국 대표 만화가 ‘이현세’ 교수를 초청했다. 1954년 경북 울진에서 태어나 경주에서 성장하여 경주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만화를 좋아했고 그것 밖에 잘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생각했던 소년은 고교 졸업 후인 1974년 상경했다. 1978년 <월남전은 알고 있다>로 공식 데뷔하였다. 만화주인공 까치가 처음 등장한 작품은 1979년 발표된 <시모노세끼의 까치머리>였는데 까치가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은 1982년에 발표한 <공포의 외인구단>부터 였다. 많은 작품이 있지만 <공포의 외인구단>을 비롯해 <지옥의 링>, <떠돌이 까치>, <며느리 밥풀꽃에 대한 보고서>, <폴리스>, <아마게돈>, <카론의 새벽> 등 많은 사랑을 받아 영화화나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다. 제 23대 한국만화가협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2005 독도경비대 명예대장을 지냈다. 아시아만화인대회 특별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대한민국만화부문 대통령상, 대한민국만화에니메이션캐릭터 대상, 한국만화문화상 공로상, SICAF 특별상, 고바우만화상 등을 수상한바 있다.

 

< 이야기를 시작하며... >

희끗희끗한 짧은 머리, 붉은색 셔츠위에 베이지색 상의 그리고 회색계열 바지, 감색 스니커즈를 신은 훤칠한 외모의 그가 우리 앞에 섰다. ‘만화가 이현세 인사드립니다’ 로 말문을 열었다. 난 세가지가 아주 잼뱅이다. 첫 번째는 기계치고, 두 번째가 방향치다. 이렇게 몇바퀴 돌고나면 동서남북을 모른다. 그 다음에 박자치다. 성량은 괜찮은데 박자를 도저히 못 맞춰 술이 취하면 않으면 절대 노래방에서 노래를 안 부른다. 그래서 대표적인 음주(飮酒)가(歌)무(無)다. 만화 그리는 것 외에 낙은 골프와 술이다. 그래서 결국 성인병이 20개는 되는 종합병원 신세가 되었다. 덕분에 요즈음은 아주 건전하게 살고 있다. KIST에 오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KIST 같은 무시무시한데 가서 무슨 강의를 해야할까. 어릴 때 만화에서 보면 박사님들은 특히 과학기술 분야 박사님들은 무지 높은 존재셨다. 그래서 감히 가까이 갈 수 없는 그런 분들이었는데 그런 분들 앞에서 특강을 해야한다고 생각하니까 아득하기도 하고. 그래서 두세번은 거절했었다. ‘난 감히 그런데 설 수가 없다’ 고 생각했는데 ‘인문학 강좌니까 만화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시면 좋겠다’ 고 해서 찾아왔다. 38년째 만화가 현역으로 작업을 하고 있다. 최근에 네이버 웹북에 신화 6부를 연재하고 있다. 22년 전 다행히 시대를 잘 만나 한국에도 만화애니메이션학과가 생겼다. 소개해주신 분 말씀대로 가방 하나만 달랑 들고 서울로 올라온 사람이 대학교수가 되고... 너무 신기한 일이다. 모든게 시대를 잘 만난 덕분이다. 21년째 세종대에서 강의중이고 앞으로 3년 뒤면 정년이다.

 

< 소년... 이현세의 꿈... >

    어릴 때 소원이 첫 번째가 만화작가가 되는 거였고, 두 번째가 로봇을 조정해보는 거였다. 그런데 지금 드론을 조종할 수가 있으니까 꿈도 이루었다. 그리고 아주 높은 빌딩에서 살고 싶었다. 그때 아톰이라는 SF만화를 보면 전부 배경이 높은 빌딩에 서치라이트가 좌우상하로 막 비치는 거였다. 아톰을 만든 박사가 있는 그 연구소에는 밤에 보안을 철저하게 해야하니까 서치라이트가 막 비추는 것으로 표현했던것 같다. 이제 이렇게 오늘 한국과학기술연구원도 들어와보고 했으니까 그때 그 소원은 오늘로써 다 이루었다. 그런 점에서 더 감사를 드린다. 

    과학자들이 어떤 이론과 가설을 내놓으면 우리 만화가들은 상상력과 꿈을 보태서 이야기를 만들고 그린다. 그 덧붙인 이야기들을 가지고 또 과학자들이 기술을 개발하고 새로운 이론을 내놓는다. 전깃줄 없는 전화기, 어렸을 때 신기하다 하지 않았는가. 이런 것들이 다 만들어지는 걸 보면 진작에 만화가들하고 과학자분들하고 서로 융합컨텐츠를 만들려고 생각했었으면 우리도 굉장히 더 많은 업적을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우리 만화에서도 훨씬 더 공상과학적인 내용이 더 많이 만들어졌겠다... 라는 생각을 오늘 KIST를 오면서도 했었다. 늦게나마 지금 젊은 우리 작가들이 IT기술을 이용해 웹툰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놓고 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앞으로 점점 더 기술과 만화는 서로 상생하는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 프레임은 만화의 기본 >

    오늘 말씀드릴 내용은 첫째로 그냥 세상을 보는 눈, 만화가가 프레임을 통해서 세상을 보는 눈은 과연 어떤 눈인가 하는 내용과, 둘째 살아오면서 이 만화라는 편견을 가지고 얼마나 많은 전쟁을 해왔는지를 말씀드리면 가장 재미있어 하실거 같다. 과학자들도 어떤 편견하고 전쟁을 하는거 아닌가. ‘여기까지가 과학이다. 그리고 이것이 지식이다, 기술이다’ 라고 해놨는데 과학자들은 그걸 뛰어넘어가는 사람들이다. 우리 만화가들도 그렇다. 프레임은 아시다시피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우리 만화가들에게는 프레임은 동화처럼 한 컷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하나의 아웃라인도 프레임이라고 이야기하고, 그 다음에 작가가 세상을 보는 눈도 프레임이라고 한다. 프레임 속 안에 작가가 또 프레임을 만들수도 있다. 여기 만화컷 속에 있는 큰 나무를 프레임이라고 한다. 이 나무에 잎이 없으면 가을이나 겨울이 된다. 어쨌든 가장 중요한건 만화가에게는 이 칸을 통해서 세상을 어떻게 보느냐 이다. 그림이나 재능이나 어떤 기술이나 지식보다 더 중요한건 그 사람이 세상을 어떻게 보느냐가 가장 중요한 거다. 과학자 분들도 마찬가지일 거다. 

    새내기 만화작가가 처음부터 착하고, 유익하고, 위대한 만화는 절대 그리지 못한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진보도 되어보고 보수도 되어보고 그러면서 남녀노소 독자들하고 소통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거다. 지금은 스마트폰이 있어 아이들이 전화기만 들면 프레임을 다 잡을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어린시절에는 카메라라는 건 언감생심 절대로 가질수가 없는거 였다. 그래서 선생님이 이 방법을 알려주었다. 양손의 엄지와 검지를 가지고 이렇게 사각형을 만들어 보이는 대상을 어떻게 프레임을 잡아야 이쁜지를 알려주었다. 이걸 모르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 이상하게 안 예뻐진다. 프레임이 안맞기 때문이다. 우리 만화가들도 자기가 프레임을 가지고 덤비지 않으면 그림을 그리는 재능이 아무리 뛰어나고 지식이 많아도 절대로 대중에게 사랑을 받는 작가가 될 수 없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건 이 프레임인 것 같다.

 

< 재미있다는 것 >

    프레임을 잡기 전에 첫번째로 만화가에게 가장 중요한게 뭐냐면 재미있는 만화를 그리는 것이다. 과학자 분들도 그럴거다. 뭐든지 처음에는 재미있게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난 그것만 만들고 있으면 제일 재미있어... 그런데 이걸 왜 만들어야 하지?’ 이런 생각을 어렸을 때부터 갖기는 쉽지 않다. 그걸 갖는다고 하면 아마 그 분은 특별한 분 일거다. 뭔가를 만들고 궁금한게 견딜 수 없는 기질을 가지고 있다보면 과학자의 길로 들어서게 되는데 우리 만화가도 그렇다. 위대하고 훌륭한 만화를 만드는건 이길로 들어선 후에 자각을 하고 공부를 해야하지만 재미있는 만화를 그리는 건 굉장히 쉽다. 왜냐하면 자기가 아는 만큼 쓰고, 자기가 느끼는 만큼 그리면 그 만화는 굉장히 재미있다. 물론 전제조건은 작가 자신에게, 자기감정에 대해서 정직해야한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때 난 군것질 거리를 친구들에게 만화를 보여주고 해결했다. 그때 소재가 뭐였냐면 평판이 안 좋은 선생님을 놀리거나, 욕하는 이야기였다. 교장선생님을 욕하면 더 인기가 있었다. 결국 내가 느끼는 이야기를 그냥 정직하게 그 수준에 맞게 그려놓으면 재밌어하더라. 그리고 다른 사람 일기를 훔쳐보는 거 정말 재미있지 않은가. 글재주가 하나도 없어도 이건 그 사람의 진실을 기록해놓은 거니까 정말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재미있다. 그리고 화장실 낙서 정말 재미있다. 천정까지 따라 가다보면 대개 <뭘 봐 이 XX야> 이렇게 적혀있는데 그런데도 화장실에 가서 새로운 낙서가 있으면 또 훑어가게 된다. 

    또 막장드라마가 굉장히 재미있다. 현실에서는 그렇게 있을수 없는 이야긴데도 아침, 저녁으로 나오는 그 막장드라마가 정말 재미있지 않은가. 그걸로도 부족해 지금은 종편같은데를 보면 그보다 더한 심한 상황의 이야기들도 나온다. 속에서는 자기도 그런 감정을 가지고 있는데 박사이기 때문에, 만화가이기 때문에, 어른이기 때문에 내가 감방가기 싫으니까 사람을 죽이는 건 나쁘니까, 패는 건 나한테도 보복이 오니까 등.... 내가 또 이렇게 성질 냈다가는 이혼해야 하니까, 이렇게 하면 엄마하고 애들이 한 편이 되고 내가 왕따가 되니까... 이런 수많은 이유로 우리가 참지 않는가. 그런데 막장드라마에서는 이런걸 토해내놓는 거다. 그리고 개콘이나 이런 것들이 재미있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그 속에는 우리의 희노애락이 들어가 있다는 거다. 이걸 다 우리는 감추고 산다.

 

< 재미를 넘어서는 훌륭한 만화 >

    작가가 재미있는 만화를 그리려면 첫 번째로는 자기 수준에 맞게 자기 감정에 정직하게 표현했을 때 가능하다. 약간이라도 고상한 척한다던지, 더 아는 척하고 그러면 자기하고 수준이 똑같은 사람은 ‘뭐야 이거, 멜로가 왜 이렇게 어려운 거야’ 이렇게 되버리는거다. 그러나 재미있는 만화를 넘어서 좋은 만화, 유익한 만화, 자기에게 신념을 주는 만화, 훌륭한 만화, 위대한 만화로 가기 위해서는 이제 세상을 보는 눈이 필요하다. 우리는 작가들끼리 재밌는 만화를 이렇게 정의한다. 자기 수준에 아는 만큼 쓰고 그려놓은 것들, 그 다음에 훌륭한 만화라고 하면 적어도 진보든 보수든 관계없이 어떤 작가의 신념이 확고히 들어가서 세상을 어떻게 본다... 라는게 들어가 있는 만화를 말한다. 위대한 만화가 되려면은 그 수준의 한계를 더 뛰어넘어서야 한다. 

    들어봤던 말 중에 가장 감동적이었던 이야기는 1950년대 쯤에 중국이 영토를 확장해나갈 때 티베트를 점령했는데 인민은 다 가난하게 사는데 절 안의 창고에는 금은보화와 먹을 것이 가득 차 있었다. 인민의 피를 빨아먹는 중들이라 해서 탄압에 들어가니 많은 스님들이 히말라야를 건너서 유럽으로 도망을 쳤다. 근데 팔십 넘은 노인이 히말라야를 넘어 유럽에 온거다. 유럽에서는 너무 놀래 전부들 묻는게 어떻게 그걸 넘어왔냐. 그러니까 그 스님이 한걸음 한걸음 걸어서 왔다... 이렇게 이야기 했다는 거다. 그러니까 위대한 작품은 결국 작가가 한걸음 한걸음 걸어가서 어느날 개안을 하고 대상 전체를 다 받아들이고 가슴에 품었을 때 나오게 되는 거다. 난 아직 그 수준에는 가까이 가지도 못했다. 훌륭한 만화도 하나도 없다. 그렇지만 대중에게 사랑받는 재밌는 만화는 많이 그렸다.

 

< 만화, 웹툰, 애니메이션 >

다를 박사님들이니까 어디가서 혹시 손자, 손녀 또는 아들 딸 하고 얘기 할때 ‘웹툰이 뭐야, 만화가 뭐야’ 라고 물어오면 요즘 인터넷으로 만화를 제공하는 걸 웹툰이라고 하지. 이러시는 것보다는 조금 더 기술적으로 말씀해주면 좋을거 같아 말씀드린다. 난 옛날 출판 만화를 하던 사람이고 또 연재가 끝나면 책을 찍어내야 하니까 일단 콘티를 짤 때도 출판 만화 형식으로 콘티를 짠다. 하나의 종이 즉 지면을 각 공간으로 나눠 콘티를 짰고, 이걸 그대로 연필 스케치로 옮긴후 펜을 입히게 된다. 여기에 채색을 해서 완성한후 지면의 각 공간을 분리해 세로로 보여주는 웹툰 형식으로 연재를 하고 있다. 근데 지금 대한민국에서 핫한 이 웹툰이라는 건 어떻게 이해를 해야할까. 우선 만화부터 보면 만화는 하나의 지면을 칸 여백이라는 컷으로 공간을 나눠서 움직이게 착시 현상을 일으키는 <공간 연속 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지면은 절대로 바뀌지 않는다. 언제나 공간을 나눈다. 근데 영화는 공간을 하나 하나 시간적으로 병렬로 배치를 해서 착시현상을 일으키기 때문에 <시간 연속 예술>이라고 일반적으로 얘기한다. 그러면 웹툰이라는 것은 바로 그 중간에 있는 것이다. 컷이 나눠질 수도 있고 이 칸 여백이 길어질 수도 있다. 만화는 아무리 늘리려고 해도 이 지면 하나로 끝난다. 근데 웹툰은 이걸 스크롤로 계속 내릴 수 있는 거다. 그러니까 웹툰은 시간과 공간을 같이 연출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웹툰은 <시공간 연속 예술>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맞는 이야기다.

 

< 웹툰의 진화... >

웹툰이 최근에 VR하고 합쳐지면서 또 진화를 했다. 우리가 웹툰을 보면서 가장 짜증이 나는게 뭐냐하면 처음 pc로 볼 때는 꽤 그래도 괜찮았다. pc나 e-book으로 볼 때는 이 스케일이 느껴질 수가 있었는데 지금은 99%가 스마트폰으로 웹툰을 본다. 스마트폰의 그 작은 공간으로 봐야하니까 와일드한 장면이라든가 이런거를 살릴때 너무 힘들었다. 근데 지금 VR하고 합쳐져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앞으로 웹툰은 또 어떻게 발전해 갈지 모르겠다. 영화 4D 나왔을 때 우와... 했었는데 난 못보겠더라. 2D까지는 괜찮은데 4D는 물 떨어지고, 바람 불고, 의자 흔들리니까. 정신이 없게 만들어 스토리에 집중이 안된다. SF, 호러 이런 쪽은 전혀 다른 시장을 만들 수 있을것 같다. VR과 웹툰이 결합이 되었을 때 스마트폰 들고 다니면서도 이 사람은 실제로 지금 운동장만한 화면을 즐기고 있는 거다. 그게 이번 여름 부천 만화 페스티벌에서 처음 우리나라에서 선보였다. 어쨌든 이제 창작 만화는 99%가 웹툰으로 소비를 하고 있으니까. 아마 집에 있는 애들도 거의 아침 저녁으로 오늘 어떤 웹툰이 올라왔는지 리서치할거다. 웹툰은 월요 웹툰, 화요 웹툰 이런 식으로 돌아간다. 아마 웹툰으로 침대에서 일어나서 웹툰으로 잠이 들거다. 웹툰이라는 형식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기억을 하시면 특히 이현세 만화만 좋아했던 오십 넘는 분들은 애들하고 대화하는데는 도움이 될듯 하다. 애들한테 아무리 이현세 만화 얘기해봐도 애들은 ‘까치가 뭐야’ 이럴 거다.

 

< 만화, 편견에 얼룩지다. >

    내가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접한 편견이 만화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었다. 지금은 아마 젊은 여성분들은 그렇지 않겠지만 내 동기 여자친구들과 얘기를 해보면 ‘넌 도대체 태어나서 남자와 여자가 다르다는 편견을 언제 처음 느꼈냐’ 라고 물어보면 백이면 백 엄마, 아빠와 유원지 같은 곳에 놀러가다가 소변을 볼 때 느꼈다고 한다. 남동생 같은 경우는 아무데나 세워놓고 괜찮다고 하며 소변을 보게 하는데 자기는 숨어, 우산 씌우고 소변을 보게 하니까 그때부터 ‘여자는 남자만큼 이런걸 하면 안되는 구나, 불편한 세상이구나’ 이것을 느꼈다고 한다. 근데 내가 태어난 곳은 아주 시골이었다. 기차도 자동차도 없는... 모든 보급물자를 헬리콥더로 실어나르던 깡촌이었다. 근데 할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생활이 어려워 아버지는 노가다라도 하려고 그 당시 도시였던 경주로 나왔는데 아버지는 죽을 맛인데 난 너무 신났다. 기차역 앞에 집을 얻었는데 그때 기차를 처음 봤고 밤에 네온사인도 화려했다. 살던 깡촌은 밤만 되면 아무것도 없었다. 근데 반짝반짝 그 반짝이는 불빛 속에 6살된 내 눈을 사로 잡은 것이 바로 만화가게에 진열해 놓은 만화책들이었다. 옛날에 만화책은 고무줄에 걸쳐놓아 표지가 보이도록 진열해, 지나가다보면 안에 어떤 만화가 들어왔는지가 다 보였다. 지금 보면 정말 유치한 세계인데 삼원색을 가지고 빨강, 노랑, 초록으로 채색된 것이니 정말 유치 했었다. 근데 그게 그렇게 너무 멋있고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당연히 만화에 푹 빠져버렸다. 집은 동화책 사줄 형편은 안됐고, 영화는 학교에서 단체로 가는것 빼곤 불법.... 만화책이 제일 만만했다. 일원만 들고 들어가면 다섯 권씩 볼 수 있었으니까. 이 만화가 가장 먼저 부닥친게 학교였다. 학교에서 이런 그림이 너무 좋아서 만화를 그리고 있으니까 미술 선생님이 이런 그림을 그리면 안된다고 꾸중을 하셨다. 그 다음에 더 치명적이었던 건 만화책 보면 정학 당하고, 책가방에 만화책이 있으면 다 뺏겼다. 어마어마한 편견에 부딪친 거다.

 

< 암울했던 나의 미래 >

중학교, 고등학교까지는 선생님 말씀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해서 공무원이 되야지...라고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것도 쉽지 않았다. 내가 색약이었고 집은 둘째 삼촌이 빨갱이로 인민군으로 북으로 넘어갔기 때문에 연좌제에 걸려 있었다. 이건 완전히 엎친데 덮친 격으로 공무원은 커녕 인문계 빼고 자연계도 못가고 사관학교도 갈 수 없는 처지였다. 군대에서 행정반에 근무를 했는데 인사기록 카드가 제대할 때까지 안 넘어왔다. 중간에서 연대장님이 그걸 다 찢어버린 것이다. 왜냐하면 홍대 미대 나온 동료보다 열 배의 몫을 내가 해냈기 때문이다. 우리 만화가는 원래 상상으로 그린다. 회화를 전공하는 학생들은 책을 보고 밀도 있게 드로잉을 하기 때문에 우리와 펜을 잡는 방법도 다르다. 미술은 밀도인 면을 중시하고 우리는 선을 중시한다. 그러니까 바쁜 군대에서 아무것도 안보고 쭉쭉 그리는 데에는 내가 제일 빨랐다. 제대 할 때까지 내내 들었던 말이 뭐냐면 ‘특별히 공부를 한 놈도 아니고 집 안도 좋지 않으니까 너 같은 놈은 군대에 말뚝 박아라’ 였다.

 

< 희망없던 시절, 만화를 선택 하다. >

고등학교 때 갈 곳을 잃었다. 아무것도 할 게 없었다. 그림 그리는 재주 밖에 없는데 색맹 에다가, 빨갱이 에다가, 연좌제에 걸려 있어서 갈 데가 없었다. 그때 제일교포 친척분이 만화책을 하나 보내왔다. 사람이 죽기 전에 뭔가가 반짝하고 오는거 같은 느낌이었다. 그걸 잡으면 사는거고 그걸 못 잡으면 죽을거 같았다. ‘일본에서 요즘 인기있는 만화책인데 네가 그림을 좋아한다고 할머니께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이 책을 보낸다’ 라고 했다. 우리 할머니가 북한에 있는 둘째 아들하고 어떻게든지 만나보려고 조총련 친척을 통하다보니까 얻어진 결과였다. ‘사스케’ 라는 만화였다. 지금 보아도 그렇게 유치하지는 않다. 그 당시 한국만화만 보다가 너무 깜짝 놀라 버렸다. 책 자체가 품격이 아주 줄줄 흘렀다. 책의 내용은 당연히 몰랐다. 그때는 일본말 배우자마자 해방됐다. ‘나 완전히 똥됐다’ 이러는 분들이 많았었던 때다. 노부나가가 천하를 통일하고 난 뒤에 천민 자객집단인 닌자를 다 쓸어버리는 그런거에 대한 이야기라고 들었을 때 문화적으로 너무 쇼크를 먹었다. 우리 만화에는 그냥 공주 이야기 나오고, 동물전쟁 이야기 나오고.... 그런 아주 어린아이 상대의 이야기가 나올 때였는데 저런 천민의 정체성이라던지, 반항이라던지 그런거를 다룬 만화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어느 정도 말귀는 알아들을 때였으니 만화라는 세계가 전혀 다르게 다가왔다. 그래서 사스케라는 만화를 보고 우리나라도 만화를 열심히 그리다보면 언젠간 이런 세상이 오지 않을까. 아주 그런 희미한 희망을 보고 만화라는 길을 선택했다. 그러니까 만화라는 천박한 금기의 편견을 깨준게 우리나라 만화가 아닌 일본 만화책이었다. 그때 일본문화는 우리들에게 전혀 들어오지도 못하던 때였다. 난 사스케의 저자 <시라토산페이> 라는 작가를 너무 좋아한다. 너무 어릴 때도 영향을 받았고 이후 내내 영향을 받았는데 일본에서 약간 사회주의이며 진보 쪽 작가다.

 

< 나의 가치관 >

만화를 그리면서 내가 가지고 있었던 가치관은 3개 였다. 첫 번째는 <모든 것은 스스로 결정한다>라는 자유로운 의지를 가진 주인공, 두 번째는 <누구의 도움도 없이 스스로 일어난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은 <절대적 자기애에 가까운 자존감> 이다. 이현세의 <까치>라는 캐릭터는 이 세가지를 가지고 있다. 가치관 자체가 절대 남에 의해서 조종되지 않고, 둘째는 어떤 경우에도 남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고, 마지막으로는 자존감이 너무 심한 까치라는 이 캐릭터는 인본사상의 대표적 캐릭터라 거의 한 두 작품 빼고는 종교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리고 이현세 만화의 덕목은 <우정, 사랑, 도전, 승리> 이 네가지다. 모든 이현세 만화는 이것이 기본이 된다. 그런데 지금 이현세 만화가 젊은 독자들하고 소통이 안 되는건 바로 이것 때문인것 같다. 우리 때는, 여기 나이드신 분들은 그렇지 않았나? 여자친구보다 불알 친구의 우정이 더 소중히 했던게 그당시의 덕목이었다. 만일 지금 그런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으면 택도 없지않은가. 지금은 모든 것을 앞질러 그 순서의 첫번째가 자기 여자친구 남자친구니까... 지금은 만화든, 영화든 지옥훈련도 가볍게 즐기면서 하는 만화는 굉장히 호응을 받는데 외인구단처럼 이 악물고 모든걸 다버리고, 여자친구 버리고 지옥훈련 갔다가 오면 엄지는 이미 시집가고 없을 것이다.

 

< 경주남자 그리고 우정 >

아직 큰딸이 결혼을 안하고 있는데 한번은 경주에서 후배들이 “좋은 후배 판사가 한 명 있는데 형님 큰딸하고 딱 맞을 거 같아요” 그래서 내가 먼저 만나보니 풍채도 좋고 인물도 훤하고 잘 생겼더라. 과학자였으면 훨씬 좋았겠지만 과학자는 아직 한명도 선이 안들어왔다. 근데 집에 가서 집사람에게 이야기하니 “오 괜찮아요” 그러더니만 ‘근데 어디 사람이야?’ ‘경주’라 했더니 그 자리에서 뺀지를 당했다. ‘왜?’ ‘경주 남자 못 쓴다. 당신 보면 알잖아.’ 친구들 보면 그사람을 다 아는 거다. 신혼집으로 이놈들이 올라오면 2박 3일, 서울 출장오면 2박 3일 내 집에서 개긴다. 밤에 불러내 밤새도록 술먹다가 새벽 한시 두시에 들어와서 ‘제수씨 여기 술상...‘ 그 행태를 집사람이 너무 잘 아니까 경주 출신이라는 것만으로 짤린것이다. 그래서 아직 우리 큰딸은 결혼 못하고 있다.

 

< 노병은 죽지 않고 사라질 뿐이다. >

    맥아더 장군이 퇴임사에서 한 마지막 말이 "노병은 죽지 않습니다. 노병은 다만 사라질 뿐입니다." 어릴땐 그게 무슨 뜻인지 별로 몰랐고 약간 뜻을 알면서도 별로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근데 육십고개를 넘고나니 그말이 확 와 닿는다. 작가로서 그러니까 내가 틀린 건 아니다. 내 정체성은 틀린게 아니다. 다만 시대에 밀려나는 것 뿐이지. 하지만 내가 살아온 내 명예와 내 가치와 내 생각이 틀린건 아니다. 라는 말이었다는걸 이제는 느낀다. 

    내가 만화를 할때 지금 십대들이 좋아하는 달달한 만화를 그릴 수가 없더라는 거다. 그리고 <천국의 신화 6부>를 웹에 연재하고 있는데 이런 생각을 가지고 그려나가니까 인기가 제일 꼴찌다. 네이버에 가보면 천국의 신화가 나온다. 목요 웹툰 항상 제일 밑에... 근데 그거를 바꿀 수가 없다. 그래서 지금도 그 고집 그대로 가는데 아마 이제는 일선에서 창작 만화 대신에 다른걸 해야될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현세의 까치 시리즈 만화는 '80년대에 거의 책표지가 없어도 나가는 만화여서 나에게 큰 돈을 안겨줬다.

 

< 그림체에 대한 고정관념 >

그때는 도라에몽 같은 <명랑체>는 슬픈 사랑을 하다가 이별을 해도 개그였다. 그리고 무시무시하게 생긴 사무라이 얼굴을 한 <극화체>에서는 개콘같은 개그를 해도 그건 활극이다. 눈에서 별이 발짝반짝하는 <순정체>의 ‘베르사유의 장미’는 대단한 작품인데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공주와 공주의 호위기사의 러브스토리다. 근데 호위기사는 남장여자... 그러니까 동성애였다. 그리고 그애는 민중의 지도자가 된다. 공주의 호위병으로 있으면서 실제론 레지스탕스 지도자였던 것이다. 공주는 무너져가는 왕정의 상징이었다. 그걸 다룬 만화인데 이걸 순정만화라 했다. 그 당시에 내용하고 관계없이 그림체만 가지고 이렇게 나누었다.

 

< 까치의 탄생 >

난 그 3가지가 다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개그도 있으면서, 웃기면서 속으로는 울고, 겉으로는 웃고 그러면서 불같은 폭발력을 가지고 있는 그런 이야기... 영화에서는 그런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근데 그림에서는 이게 한계였다. 이 모든걸 가질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라고 맨날 고민을 했다. 내 친구들은 전부 무엇을 얘기할것인가를 고민하고 지금 독재정권. 민중이 탄압받는 시대니까 그런 민중의 이야기를 하고싶어 했는데 난 ‘이 세상에서 가장 연기를 잘하는 표현력이 풍부한 그런 캐릭터를 갖고 싶다’ 라는 그런 욕심이 있었다. 그런데 이걸 어디에서 찾았냐하면 어릴 때 경주에서 시골에서 자랐으니까 나무에 까치집이 천지였다. 까치가 울면 길한 손님이 온다 라고 해서 길조라고 했다. 그땐 머리가 삐쭉삐죽하면 경주에서는 더벅버리라고 하지 않고 까치가 머리에 집 지었다. 이렇게 얘기를 했다. 그래서 생각한게 까치집을 머리에 얹어버리는 거였다. 그러니 그림체하고 관계가 없어져 버렸다. 별 노력도 하지 않고 까치는 귀여울때도 있고, 순정의 슬픈 눈을 가질 때도 있고, 사람 잡을 거 같은 사무라이의 얼굴도 가지게 되었다. 이렇데 탄생한 것이 이현세의 까치라는 캐릭터이다. 이 세개를 합쳐놓으니까 3배의 효과가 아니라 3X3=9의 효과가 나더라. 다른 작가의 표현력보다는 열 배 정도 더 강렬하게 보였다. 까치가 아무 표정도 안 짓고 커피잔에 눈만 딱 뜨고 있는데도 어마어마하게 살벌해보인다고 했다. 한 때는 대한민국의 작가 한 80%가 이 방법을 썼다. 이현세가 슈퍼스타가 되는 순간이기도 했지만 또 하나 나쁜 게 있었다. 이 그림이 대한민국 일상적 표준 그림체가 되다보니까 내가 가장 개성이 없어지는 작가로 보여지기도 했다.

 

< 이현세 답게 살고 싶다. >

어쨌든 여기까지는 내가 편견을 뛰어넘어 왔다는건데 참 이상하다. 이 까치라는 새가 희소식의 상징에서 지금은 유해조수가 돼 있잖은가. 내 만화의 까치 주인공도 그런거 같다. 일편단심 오로지 님만 바라보던 해바라기 사랑은 요즘은 <스토커>라고 불린다. 까치의 불굴의 집념은 이제는 <집착>이라고 불린다. 그리고 즐겨입는 청바지는 반항의 상징이었는데 지금은 <패션>이 되어버렸다. 이게 세상인심처럼 그렇게 되어버렸다. 그때는 여자들이 다 이현세의 까치같은 남자 하나만 있으면 참 좋겠다. 이렇게 얘기했는데 지금은 가장 기피하는 인간형이 되어버렸다. 매일 뉴스에 보면 나오는 인간이 다 이런 인간들이다. 그러니까 세상 인심따라 까치가 변했듯이 까치 시리즈의 오해성도 그렇게 변해버린거 같다. 그래서 세상은 이렇게 변해 버렸는데 아까도 잠시 말씀드렸지만 이현세라는 작가는 과연 어떻게 할것인가. 이 까치라는 캐릭터를 어느날 달달한 캐릭터로 바꿔야 되나. 오래 생각했지만 안 하는게 낫겠더라. 그냥 이현세는 이현세답게 살다가 사라지는게 맥아더 어른 말씀처럼 맞을 거 같다.

 

< 또 하나의 편견과 외인구단 >

     또 하나의 편견을 만나는데 '80년 군부가 다시 들어서고 정화운동이 벌어졌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새로운 정권이 들어오면 정통성을 확보가 필요하다. 군부가 들어섰으니 들어설 수밖에 없는 당위성을 줘야되니까 첫번째 했던게 삼청교육대였다. 아시는 분은 아실거다. 깡패뿐만이 아니라 문신이 있다거나 술먹고 주정부리면 잡혀갔다. 이 훈련 받다가 죽어도 문제 삼지 않겠다는 도장 하나 찍고 삼청교육을 받았던 때였다. 

    삼청교육 다음에 들어온게 뭐냐면 우리 만화가들 정신을 좀 고쳐야겠다는 만화가들 정화운동이었다. 우리나라 부모님들이 만화를 제일 싫어한다. 공부에 방해되니까. 애들은 제일 좋아한다. 그럼 그거 만화 없애면 되겠구만... 해서 없애려고 보니까 한 30만명 이상이 만화를 가지고 먹고 살고 있었던 거다. 30만명을 없애는 좀 부담스러워 그 만화가들 손 좀 봐주는 것으로 된것이다. '80년 가을  남산 안기부 마당에 전국 만화가들이 전부 모여 오와 열을 맞춰서 서있는데 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분위기가 아주 괜찮았다. 그래서 자정운동을 하고 나서 나이 드신 분들은 그냥 귀가 했는데 젊은 작가들은 분노 때문에 집에 못갔다. 명동쪽에 있는 소주집에 가서 분노를 토해 냈다. 왜 퇴폐이발소나 터키탕 이런데는 목욕탕 없애자, 이발소 없애자 라는 소리 안하는데 왜 만화는 없애자고 하는지 이유는 하나였다. 어른들이 즐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당시에 중학생만 되면 만화를 읽지 않았다. 초등학교의 전유물이니까 만화라는건 언제든지 존폐를 어른들이 정책적으로 얘기를 할 수 있는거였다. 그래서 작가들끼리 남녀노소가 다 즐겨보는 가족 만화를 만들어보자 라고 결론을 내었다. 엄격한 심의도 다 거쳐야되니까 심의를 어떻게 빠져나가야 되는지는 각자 작가의 몫이다. 

    그래서 내가 만든건 바로 아까 노래가 나왔던 <공포의 외인구단>을 기획하게 된거다. 공포의 외인구단은 어른들의 러브스토리에 야구라는 스포츠를 포장을 해 어떤 격렬한 감정이나 폭발을 다 스포츠로 푸는 이야기다. 권투로 풀면 안된다. 왜냐하면 주먹이 얼굴에 닿으면 다 수정해야 했다. 그러니까 만만한게 야구였다. 야구는 던지는 놈 따로, 던지고 치는 놈 따로 있으니까 이를 악물든지 말든지 일단 직접적인 스킨십은 없는거니까. 그런 식으로 포장을 해 기획을 한게 외인구단이다. 지독한 사랑 얘기, 지금으로 보면 스토커다. 결혼한 여자를 끝까지 물고 안 놓는거니까. 이 당시에는 남녀 주인공 두명이 여관으로 들어가는 장면만 그려도 폐기였다.

 

< 외인구단. 성인을 공략하다. >

당시 외인구단의 효과는 대단했다. 제일 먼저 학교에서 나타났다.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애들 가방 뒤지다가 만화책 나오면 다 압수였다. 압수하고 긴긴 겨울밤 숙직당번하시다가 보면 지겨우니까 ‘이놈들이 요즘 어떤 만화보나’ 이러면서 외인구단을 보게된다. 다음날 ‘철수야 외인구단 다음편 나왔냐’ 하셨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엄마, 아빠가 공부 안한다고 막 만화책 뺐어놓고는 아버지가 ‘야 이 다음편 어디있어. 빨리 가져와’ 이런식으로 성인들이 공략된 것이다. 그런 연유로 마침내 이현세의 외인구단은 영화화도 되고 이현세가 까치시리즈로 떼부자가 되도록 만들어준 만화다. 그 뒤로 계속 스포츠 만화만 그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굉장히 큰 돈 이었다. 그때 원고료가 한 800만원 됐는데 그때 아마 목동아파트가 한 4000만원 했다. 그런데 말씀드렸다시피 집에 어른도 안계신데다가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가지고 제가 모든 경제권을 다 가지고 있었다. 난 진짜 투자라는, 재테크라는 개념을 모르고 산 사람이다. 그땐 무지 큰 돈을 벌었는데 지금은 생각만큼 부자가 안 되어 있다. 할 수 없는거다. 다 가질 수는 없으니까... 그래서 툴툴대면 우리 집사람이 이렇게 얘기한다. ‘그러니까 지금도 만화 그릴 수 있게 해주잖아’ 어떤게 좋은지 모르겠다. 내가 부자가 됐으면 지금 안 그렸을거 같다. 그 뒤부터 권투, 프로야구, 아마추어 야구, 또 야구도 환타지 야구, 럭비 등 모든 스포츠를 소재로 작품을 했다.

 

< 앙드레김과 미국 여행 >

모든 스포츠를 다 돌다가 미국을 가게 된다. 참 세상 희한한데 이것도 편견이다. 빨갱이 집안이니까 미국에서 비자 내줄 일이 없고 한국에서도 여권을 안내준다. 해외여행은 전혀 꿈도 못 꿨다. 근데 신문사에서 접촉이 왔다. 신문 구독부수를 올리려면 만화가 이현세의 만화를 실었으면 좋겠는데 원고료를 많이 줄 수가 없었다. 이현세 원고료는 지금 이만큼 올라가있는데 신문 원고료는 많이 작았다. 신문사에서 뭔가 이현세를 꼬드기긴 꼬드겨야 되겠는데... 내가 미국가고 싶다했다. 여권이 진짜 쉽게 나왔다. 당시에만 해도 신문사 기자들 진짜 쎘다. 방송기자를 앞지르던 때다. 신문사에서 여권은 내줬는데 이제 비자가 문제였다. 지금도 그분한테 고맙다고 생각하는데 그 당시 편집국장이 ‘앙드레김 선생한테 부탁을 해야됩니다’ 해서 앙드레김 선생한테 부탁해서 3일 만에 비자가 나왔다. 다들 아시지만 당시 비자받는건 엄청 어려운 일이었다. 알고보니 미국대사 부인의 힘이었다. 앙드레김 선생이 정말 로비는 잘했는데 모든 대사들이 오면 대사부인 드레스를 앙드레김 스타일로 화려하게 만들어 두세벌을 선물을 했다 한다. 그러니 대사부인이 대사한테 한마디만 하면 비자는 그냥 나오게 된다. 그래서 미국을 잘 다녀왔다.

 

< 우리나라 천지창조 신화를 그리다. >

    미국 여행중 미국 역사의 기념비적인 장소가 곳곳에 있었는데 주로 보면 원주민을 죽이고 그 땅을 개발한 억척 아줌마 얘기부터 억척 아저씨들 얘기인 서부 카우보이들 이야기들이다. 그걸 보면서 느닷없이 각성이 되었다. 일본도 중국도 다 있고 마우이족도 아프리카에 마사이족도 피그미족까지도 천지창조 신화가 있는데 내가 기억하기에는 우리나라에는 단군 건국신화까지는 확실히 잡혀져 있는데 이 천지창조 신화가 애매했다. 어렴풋이 한 두세가지가 있는데 어떻게 보니까 성경책 약간 빌려온거 같기도 하고, 중국의 신화를 약간 가져온거 같기도 하고 그랬다. 그래서 느닷없이 든 생각이 그래 우리 나라의 천지창조 신화가 없을 리는 없는데 이게 없어진 거에는 정치적 이유나 여러가지 지정학적 이유가 있겠다. 라고 생각을 하고 내가 이 우리나라의 천지창조 신화를 한번 만들어볼까. 만화가는 거짓말이 전문이니까~~라고 덤빈게 지금 30년째 천국의 신화를 그리고 있다. 물론 이것 때문에 음란,폭력으로 6년 재판을 했고 대법원까지 갔다. 40대 열정적인 나이에서 재판 끝나고 나니까 50대가 되어있더라. 그 사이 세상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어버렸다. 이제 거의 웬만한 사람들은 만화책을 돈주고 사서 안본다. 만화 대여방도 거의 없어졌다. 사람들은 웹툰이라는 희한한 인터넷에서 만화를 지금도 돈주고 보십니까? 이러면서 만화를 공짜로 보고있는게 현실이다. 

    재판 끝나고 나니까 설 자리가 없더라. 만화가 이현세는 있는데.... 유명한 사람이긴 하지. 근데 만화를 즐기는 사람들한테 인터뷰를 하면 아무도 까치형제를 모르더라.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다 어디 가 있을까? 라고 생각을 해보니까 지금은 아이를 키우고 있든지, 골프를 하든지 장래에 골프를 하고 싶다...라든지 뭐 그런 분들이 되어 있었다. 만화를 많이 봐가지고 다들 잘 되신거 같다. 그래서 다시 제 자리를 갖기 위해서 <한국사>를 시작했다. 적어도 나를 좋아했던 학부모들은 같은 한국사면 이현세의 한국사를 사주지 않을까. 이런 아주 얍샵한 발상으로 <한국사>와 <버디버디>라는 골프만화를 그렸다. 그렇게 해서 어느 정도는 만화가로서 자기 자리를 지켜 왔다.

 

< 마무리 말 >

기본적으로 이현세를 지금까지 오게 한 가장 큰 동력은 세상살이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가치관이 어떻고, 덕목이 어떻고 해도 결국은 어느 순간에 호기심이 없으면 동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하염없이 어떤 이야기에 몰두하고 덤벼들 수 있는건 다른 사람보다는 약간 심한 호기심이라는 것 때문이었고, 이를 통해 지금까지 38년간 만화를 그릴수 있었다. 과학자의 동력도 호기심인거 같고, 만화가들의 동력도 결국 호기심이다. 또 만화가들의 데뷔작이 곧 은퇴작이 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소설가들도 그렇고. 대부분 첫작품은 잘 하는 편이다. 아까  말씀 드린 것처럼 자기가 진하게 경험한 자전적 이야기를 하게되면 그걸 공감하는 사람들은 굉장히 많다. 그런데 그 다음부터는 가공을 해야 되기 때문에 힘들어진다. 역시 작가의 덕목은 모든 세상살이에 대한 호기심이 첫 번째다. 오늘 여기 내가 감히 모자라면서도 박사님들 상대로 강의를 할 수 있었던 것도 도대체 거기는 어떤 곳일까. 어떤 분들이 거기에서 대한민국을 다 끌고 가고 있을까? 라는 궁금증과 호기심이 이 자리에 설 수 있는 용기를 주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초청해 주시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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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 '융합'을 주제로 끝장 토론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하성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융합연구정책센터 소장이 ‘융합, 미래를 디자인하다’를 주제로 발표했다. 이 소장은 “이종 분야 전문가와의 융합 R&D 주제 발굴을 위한 만남 자체가 매우 부족하다”며 “학제 중심으로 과제 선정이 이뤄져 융합 R&D는 선정과 평가에서 불이익을 보고 있고, 융합 R&D 인력 양성이나 교육에서도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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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다큐프라임> '다윈, 칸트를 만나다'

 

MBC다큐멘터리 '다큐프라임'에서 과학기술과 인문사회의 융합에 관한 내용이 방영되었습니다. 그 중에서 KIST 계산과학연구센터의 문명운 센터장님이 3D 프린팅과 관련된 부분에 출연하셨습니다. 특히 한옥 건축 등에 활용되는 부분에 대해서 인터뷰를 해주셨는데요~ 아래 링크에서 그 내용 확인해보세요

[MBC 다큐멘터리 방송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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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위에는 토마토 아래는 물고기…

무인車가 파프리카 선별·운반

 

[...]조진형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연구원은 "농업은 과거 수십 년간의 경험이 있어야만 가능한 분야였지만, 이제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로 변해가고 있다"며 "국내의 경우 이 분야에는 아직 활발한 벤처들이 보이지 않지만 향후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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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놀아보자"로 시작했더니···융합연구 성과로 쭉~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에서 2016년 융합클러스터 성과발표회를 개최했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산-학-연이 모두 모여 융합연구 활동과 과정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기사 링크에서 확인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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