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에서 융합으로

 

올 들어 수많은 사람들이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한다. 각종 언론 매체는 관련 기사를 봇물 터지듯 쏟아내고 있고 강연과 세미나는 그 수를 일일이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인류 최후의 미지의 영역인 뇌과학 또한 인공지능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부상하면서 그것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는 영광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뇌과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무엇을 준비하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현재진행형이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개념을 최초로 제안한 독일 경제학자 클라우스 슈바프는 “4차 산업혁명은 3차 산업혁명이 창출한 디지털 세계와 기존의 물리적·생물학적 영역 사이에 경계를 허무는 기술 융합에 의해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융합’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융합은 물리적·화학적 결합을 의미하는 사전적 의미가 아니라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적 지식이나 문화 등이 교류하면서 시너지를 일으키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것을 일컫는 것이라는 데 반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날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전문화되는 현대 과학을 해결하고자 하는 논의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다각도로 문제를 고찰하고 혁신적인 연구 성과를 내기 위한 융합 연구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융합 연구를 촉진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실행되고 있고 그 결과 많은 융합 연구들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뇌과학 또한 생물의 신경계 구조와 기능을 연구하던 생물학의 한 분야에서 시작됐지만 최근에는 물리학·수학·컴퓨터과학·공학 등 다양한 학문이 어우러진 다학제적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처럼 진리를 추구하고 인간에게 유용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분야의 기술과 지식의 융합은 단순히 학문적 차원에만 국한돼서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물론 특정 분야의 최첨단 기술과 최신 지식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유용한 도구이기는 하지만 연구자들 간의 효율적 협업 의지와 이를 구현하기 위한 시스템, 그리고 그 바탕이 되는 ‘통합’의 문화가 없이는 우리가 원하는 최종 목적지에 다다를 수 없기 때문이다.

 

연구를 하다 보면 세상에는 뛰어난 연구자들이 참 많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 가운데서도 우리나라가 훌륭한 인재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세계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하지만 과거와는 달리 개별 연구자가 이룰 수 있는 한계가 분명해졌고 세상을 바꿀 새로운 가치는 효율적인 협업을 통해서만 구현될 수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협력 연구와 데이터 공유를 통한 연구자, 학문 간의 융합을 가속화시키자는 ‘오픈 사이언스’ 프로젝트와 그것의 핵심요소인 ‘오픈 데이터’ 개념에 과학자들이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다양한 연구자들 간의 협력 연구의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조만간 KIST 뇌과학연구소가 출범시킬 ‘이음(Euem)’ 프로젝트는 뇌신경망 시각화 핵심기술인 신경망지도 제작기술(mGRASP)을 전 세계 500여 연구자들에게 보급하고 각각의 연구자들이 생산해낸 방대한 데이터를 통합해 인간 뇌지도를 완성하고자 하는 것으로 오픈 데이터 개념을 바탕으로 하는 오픈 사이언스 프로젝트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연구자들이 공유한 데이터들이 서로 연계되고 융합돼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표준화된 통합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 오픈 데이터가 갖고 있는 잠재력이 십분 발휘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연구자, 연구기관, 정부 부처 등 국가 연구개발(R&D) 시스템을 구성하는 주체들 또한 추구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통합된 시스템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융합을 이뤄내기보다는 각자의 목소리를 내는 데 급급한 모습이다. 통합은 구성요소가 조화롭게 합쳐짐을 의미하는 것이지 각자의 특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통합이 자신들의 고유영역을 침해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우리 사회가 제대로 된 통합을 이뤄내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각각의 주체가 보유하고 있는 고유한 특성은 유지하면서 조화롭게 개방형 공유를 실행하는 것이 통합의 시작이고 이러한 통합은 진정한 융합의 발판이 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승자가 되기 위해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명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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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에서 융합으로

 

올 들어 수많은 사람들이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한다. 각종 언론 매체는 관련 기사를 봇물 터지듯 쏟아내고 있고 강연과 세미나는 그 수를 일일이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인류 최후의 미지의 영역인 뇌과학 또한 인공지능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부상하면서 그것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는 영광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뇌과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무엇을 준비하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현재진행형이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개념을 최초로 제안한 독일 경제학자 클라우스 슈바프는 “4차 산업혁명은 3차 산업혁명이 창출한 디지털 세계와 기존의 물리적·생물학적 영역 사이에 경계를 허무는 기술 융합에 의해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융합’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융합은 물리적·화학적 결합을 의미하는 사전적 의미가 아니라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적 지식이나 문화 등이 교류하면서 시너지를 일으키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것을 일컫는 것이라는 데 반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날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전문화되는 현대 과학을 해결하고자 하는 논의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다각도로 문제를 고찰하고 혁신적인 연구 성과를 내기 위한 융합 연구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융합 연구를 촉진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실행되고 있고 그 결과 많은 융합 연구들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뇌과학 또한 생물의 신경계 구조와 기능을 연구하던 생물학의 한 분야에서 시작됐지만 최근에는 물리학·수학·컴퓨터과학·공학 등 다양한 학문이 어우러진 다학제적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처럼 진리를 추구하고 인간에게 유용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분야의 기술과 지식의 융합은 단순히 학문적 차원에만 국한돼서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물론 특정 분야의 최첨단 기술과 최신 지식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유용한 도구이기는 하지만 연구자들 간의 효율적 협업 의지와 이를 구현하기 위한 시스템, 그리고 그 바탕이 되는 ‘통합’의 문화가 없이는 우리가 원하는 최종 목적지에 다다를 수 없기 때문이다.

 

연구를 하다 보면 세상에는 뛰어난 연구자들이 참 많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 가운데서도 우리나라가 훌륭한 인재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세계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하지만 과거와는 달리 개별 연구자가 이룰 수 있는 한계가 분명해졌고 세상을 바꿀 새로운 가치는 효율적인 협업을 통해서만 구현될 수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협력 연구와 데이터 공유를 통한 연구자, 학문 간의 융합을 가속화시키자는 ‘오픈 사이언스’ 프로젝트와 그것의 핵심요소인 ‘오픈 데이터’ 개념에 과학자들이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다양한 연구자들 간의 협력 연구의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조만간 KIST 뇌과학연구소가 출범시킬 ‘이음(Euem)’ 프로젝트는 뇌신경망 시각화 핵심기술인 신경망지도 제작기술(mGRASP)을 전 세계 500여 연구자들에게 보급하고 각각의 연구자들이 생산해낸 방대한 데이터를 통합해 인간 뇌지도를 완성하고자 하는 것으로 오픈 데이터 개념을 바탕으로 하는 오픈 사이언스 프로젝트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연구자들이 공유한 데이터들이 서로 연계되고 융합돼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표준화된 통합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 오픈 데이터가 갖고 있는 잠재력이 십분 발휘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연구자, 연구기관, 정부 부처 등 국가 연구개발(R&D) 시스템을 구성하는 주체들 또한 추구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통합된 시스템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융합을 이뤄내기보다는 각자의 목소리를 내는 데 급급한 모습이다. 통합은 구성요소가 조화롭게 합쳐짐을 의미하는 것이지 각자의 특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통합이 자신들의 고유영역을 침해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우리 사회가 제대로 된 통합을 이뤄내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각각의 주체가 보유하고 있는 고유한 특성은 유지하면서 조화롭게 개방형 공유를 실행하는 것이 통합의 시작이고 이러한 통합은 진정한 융합의 발판이 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승자가 되기 위해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명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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