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과기연구 선순환 환경 시급하다

 

장준연 차세대반도체연구소 소장

지난 4월 21일은 '과학의 날'이었다.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시작은 1966년 KIST가 설립되면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듬해인 1967년 4월 21일 과학기술처가 발족하고 그 다음해인 1968년부터 과학기술처의 발족일을 과학기술의 발전과 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이기 위해 '과학의 날'로 지정됐다. 

 

최근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는 스마트폰 기술에서 볼 수 있듯, 과학기술은 경제와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진국을 비롯한 대부분 나라에서 과학기술 연구는 시장이 아닌 정부의 주도로 진행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기업의 경우처럼 기술개발이 제품이나 상용화로 무조건 직결되는 것은 아닌 경우가 있고, 원천기술의 개발이 산업화 기술에 이르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비교적 길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국민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우주개발과 같은 국가적 차원의 큰 프로젝트는 당장 경제적 이익을 가져오지는 않지만 국가의 존립과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하기에 정부가 주도하는 것이 타당하다.

 

과학기술처의 발족으로 시작된 우리나라 과학기술정책은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다소 부침은 있었으나 일관적으로 국가발전을 위한 과학기술의 역할을 강조하며 수립됐다. 1970년대에는 대덕연구단지 건설이 시작됐고 다양한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설립됐다. 이후, '2000년대를 향한 과학기술발전 장기계획', '선도기술개발사업(G7프로젝트)' 등의 장기적인 연구 프로젝트가 80~90년대에 시행됐다. 또한, IMF 경제위기가 엄습한 1998년에는 과학기술처가 과학기술부로 승격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과학기술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기도 했다. 2001년에는 과학기술기본법이 제정돼 2003년부터 5년마다 제정된 법에 근거한 과학기술분야 최상위계획인 과학기술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2004년에는 과학기술부총리제 시행으로 과학기술의 위상이 더욱 높아지는 듯 했으나, 2009년 과학기술부와 교육인적자원부가 교육과학기술부로 통합되며 연구개발 예산권이 기획재정부로 이관됐고, 이후에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출범,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재개편됐다. 최근에는 R&D 예산의 총괄조정과 R&D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에 대한 권한이 기획재정부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이관돼 과학기술의 위상이 재정립돼가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2월 정부는 '제4차 과학기술기본계획(2018-2022)'을 발표하며, 현 정부의 과학기술방향을 제시했다. "과학기술로 국민 삶의 질을 높이고 인류사회 발전에 기여"한다는 비전 아래, '미래도전을 위한 과학기술역량 확충', '혁신이 활발히 일어나는 과학기술 생태계 조성', '과학기술이 선도하는 신산업·일자리 창출', '과학기술로 모두가 행복한 삶 구현'이라는 4대 전략이 발표됐다. 그리고 각 전략별로 4~5개의 중점추진과제가 선정돼, 연구자 중심의 연구몰입 환경 조성, 원천적 기초연구 육성,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 제조업 및 중소기업 육성, 일자리 창출, 안전하고 편안한 사회 구현 등의 과제들이 중점과제로 선정됐다. 현재 부각되는 사회문제를 과학기술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의지와 함께 과학기술의 중요성이 다시 강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4월20일 과학·정보통신의 날 기념식에서 과학기술유공자 32명에게 증서가 수여됐다. 국가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선배 과학자들께서 과학기술유공자로 지정됐다는 점에서 과학기술인의 한사람으로서 자랑스럽고 뿌듯함을 느낀다. 그러나 미래의 과학기술을 이끌어 갈 어린이들에게 과연 과학기술자가 사회에서 성공한 직업으로 인정받고, 선망의 직업인가 하는 점에서는 맘이 편하지 못하다. 

 

금전적인 문제에 얽매이지 않고, 밤늦게까지 주말에도 쉬지 않고 연구 개발에 몰입하는 것이 과거 연구자에게 기대되는 미덕이었다. 워커홀릭 되는 것이 마치 바람직한 것으로 취급받았고 불이 꺼지지 않는 연구소가 당연하게 여겨졌었다. 그러나 돈도 제대로 못 벌고 일만 열심히 해야 하는 과학자, 연구자는 더 이상 미래 새싹들이 바라는 장래희망 1순위가 아니다. 필자는 이제 과학자라는 직업은 본인의 전문성과 창의성을 발휘하고 나아가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의 준말로 좋은 직장의 조건)이 좋은 직종으로 인식돼야 한다. '불이 꺼지지 않는 연구소'가 아닌 개인의 시간이 보장되고 저녁이 있는 삶의 기반을 마련하는 연구소이어야 한다. 이러한 인식의 전환을 통해 창의적이고 원천적 연구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고 이러한 성과들의 기술적, 경제적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아 노력에 대한 충분한 금전적 보상이 가능한 선순환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지금까지 과학기술은 경제발전의 수단으로 취급받고 희생을 강요당한 적이 많다. 정부는 늘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효율성과 성과 면에서 과학기술자들의 반성과 위기의식을 강요해 왔다. 우리 기억 속에 우리나라는 늘 경제 위기였고 그 주요 원인을 정책의 실패나 외부 요인이 아닌 과학기술 성과에 돌렸던 것 같다. 

 

과학·정보통신의 날 기념식에서 이낙연 국무총리가 밝혔듯이 한국은 ICT 발전지수 2위, 과학기술 경쟁력 6위로 세계 선두권에 위치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기술인력 양성은 39위, 과학흥미도 26위, 수학과학교육의 질적 수준 36위 등 미래 희망을 담보하는 과학기술의 기반순위는 아직 낮은 단계에 머물러 있다. 과학기술 종사자가 자부심을 느낄 수 있고, 우리 어린이들의 장래 희망이 다시 과학자가 되고, 국민들이 과학자들을 자랑스러워 할 수 있는 연구 환경, 풍토가 만들어져 경제, 기술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꿈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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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평창' 제2의 도약 기회로

 

장준연 박사

2월은 다른 달보다 짧아서인지 유달리 빨리 지나간다. 설 명절이 대부분 2월에 있다 보니 가족들과 함께 차례를 올리고, 연휴를 즐기다보면 어느 사이에 봄과 함께 3월이 찾아오곤 한다. 그러나 올해 2월은 여느 때와는 다르다. 평창 동계 올림픽 때문이다. 지구촌 최대의 축제인 동계 올림픽과 패럴림픽이 대한민국에서 개최됐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열리는 두 번째 올림픽이다.  
필자를 포함한 대부분의 우리 국민들은 박진감 넘치는 경기와 선수들의 눈부신 기량을 보면서 하루하루가 즐거웠을 것이다. 쇼트트랙처럼 한국이 강세를 보였던 종목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이번 올림픽을 통해서 새롭게 주목받게 된 종목들도 많다. 루지, 스켈레톤, 컬링 등의 종목은 이번 평창올림픽을 통해서 대중에게 많이 알려졌다. 특히 윤성빈 선수가 압도적인 기량차이로 아시아 최초 금메달을 획득해 그동안 넘을 수 없는 장벽으로 여겨지던 종목에서도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훌륭한 사례를 남겼다.
또한 올림픽 개최는 스포츠계뿐만 아니라 개최국의 경제, 문화, 사회 등 전 분야에 큰 영향을 미친다. 국제 규격의 스포츠 시설, 교통 등 사회 간접자본이 확충·정비되고 국가 이미지와 위상이 제고되며 경제발전, 국민의식 변화의 계기가 되는 등 개최국이 얻는 이점이 매우 많기 때문에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되기 위한 국가 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평창 동계올림픽도 2번의 실패 끝에 따낸 2전 3기의 결과다. 필자가 어릴 때 기차로 강릉에 가려면 8시간 이상 소요됐다. 청량리역을 출발해 중앙선을 타고 영주까지 남쪽으로 내려갔다가 태백선을 타고 험준한 백두대간의 산들을 넘는 긴 여정을 거쳐 강릉에 도착했다. 지금은 인천공항에서 강원도까지 2시간 내로 주파하니 그야말로 격세지감을 느낀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대한민국의 2017년 1인당 국민소득은 약 2만 9000달러로 올해는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가 곧 열릴 전망이다. 우리가 서울 올림픽을 전후로 중진국으로의 도약을 했다면 이번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는 명실상부 선진국으로 올라서야 한다. 88년 올림픽의 경우 민주화가 한참 진행되던 시기로 내부적인 혼란이 있었다면 올해 동계올림픽은 북·미관계악화, 일본의 비협조적인 태도와 같은 글로벌 이슈가 끊임없이 불거져 나왔다. 이 때문에 외부적 요인으로 인한 평창올림픽의 성공여부는 불투명 했으나 북한의 선수단, 응원단, 문화사절단 등 대규모 인원파견으로 이번 동계 올림픽이 세계 평화라는 올림픽 정신에 부합하는 대회로 막을 내릴 수가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국제적 이슈에 밀려 간과된 것이 하나 있다. 평창 올림픽이 우리의 앞선 기술을 글로벌 사회에 소개하고 이를 통해 과학기술 강국으로서의 국가 이미지 제고를 위한 절호의 기회라는 점이다. LED를 장착한 1218대의 드론이 평창의 밤하늘에 수놓은 오륜마크와 다양한 형상들은 올림픽 개막식의 하이라이트였다. 천대 이상의 드론이 상호통신을 통해 각자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해 움직임으로써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이 장비들은 인텔이 제작한 것이다. 하지만 그 안에는 세계 최고수준의 우리 반도체 기술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평창 올림픽은 아주 좋은 기회라고 할 수 있다. 휴대폰과 같은 모바일기기를 통해 매순간 막대한 양의 데이터가 생산되고 전송된다. 또한 인공지능은 이 빅데이터를 우리에게 유용한 정보로 바꿔준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정보전송 속도가 지금보다 더 빨라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미 기존 4G에 비해 수십배 이상 속도가 빠른 5G 기술이 개발돼 이번 올림픽을 통해 시연됐다.  
5G의 빠른 속도와 초저지연성은 무인자동차, 드론 등 무인기기 운영에 필요한 수많은 정보들을 원활히 전달하는데 필수적인 기술이다. 또 많은 전문가들이 5G기술이 기기와 기기, 산업과 산업의 융합을 가져와 산업계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큰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번 평창올림픽에 일부 도입된 5G기술은 이제껏 보지 못한 생동감과 속도감으로 TV화면을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2020년 하계올림픽을 유치한 일본 역시 총력을 기울여 자국의 과학기술을 뽐내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2018년 성공적인 평창 동계 올림픽을 통해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제2의 도약을 준비해야한다. 우리 정부의 슬기롭고 현명한 해결책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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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보안통신 '양자암호' 주도권 잡아야

 

장준연 박사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을 보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군이 독일의 암호 체계인 에니그마(Enigma)를 해독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실화가 잘 묘사돼 있다. 비단 제2차 세계대전 뿐만 아니라 고대부터 수많은 전쟁에서 암호는 중요한 전략적인 자원이었다. 특히 인터넷의 발전과 거의 모든 정보가 전산화되고 있는 지식정보 사회에서 안전한 통신 수단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2013년 6월 10일 전직 미국 국가안보국(National Security Agency) 요원인 에드워드 스노든(Edward Joseph Snowden)이 '프리즘'이라는 비밀정보수집 프로그램의 존재를 폭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프리즘은 미국 국가안보국에서 전세계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통화기록과 인터넷 사용내역 등 개인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수집하고 사찰하도록 한 프로젝트다. 중국 같은 일부 반미 국가들의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치부했던 일들이 일부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이 사건은 미국이 적대국과 우방국, 민간인과 주요인물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사찰을 진행했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은 스노든의 폭로가 있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 있었던 중국 정부의 발표였다. 중국은 이미 최고 지도부에서 해킹을 차단할 수 있는 양자통신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대국들은 이미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도 치열한 정보 전쟁을 치르고 있었던 것이다.

 

위 사건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는 양자암호통신 기술은 1984년, IBM의 찰스 베넷(Charles Bennett)과 몬트리올 대학의 질 브라사르(Gilles Brassard)가 제안했다. 기존 암호통신이 안전성의 기반을 풀기 어려운 수학적 문제에 두고 있었다면 양자암호는 그 기반을 양자역학이란 물리법칙에 두고 있다. 즉 양자암호는 복제가 불가능한 양자 상태의 특성을 이용한다. 쉽게 설명하자면 암호를 이용한 통신에 있어서 핵심인 비밀키 정보에 양자적 특성을 반영하고 그 키를 송·수신자가 안전하게 나눠 갖는 기술이다. 양자역학의 물리법칙이 틀리지 않는 한 그 안전성은 완벽하게 보장된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창의 날카로움은 방패의 단단함에 비례해 발전하듯이 최근 양자컴퓨터의 폭발적인 개발속도는 기존 암호통신암호의 안전성을 위협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암호통신을 도청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수학적 계산을 거쳐야 하는데 현존하는 최고의 슈퍼컴퓨터로도 푸는 시간이 무려 1000년이나 걸린다. 반면 양자컴퓨터를 이용하게 되면 이 문제를 수십 분 안에 풀 수 있다. 물론 현재 사용되고 있는 암호통신을 위협할 만한 수준의 양자컴퓨터 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비록 현재의 양자암호 언제 개발될지 예측하기조차 어려울 만큼 개발 초기단계일지라도, 구글, IBM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거대 기업들이 투입하는 천문학적인 연구비만 보더라도 개발 시일이 점차 앞당겨지고 있다는 것은 명확해 보인다.

 

미국, 일본, 중국, 유럽 등 많은 선진국에서는 국가의 정책적 지원을 바탕으로 양자 관련 기술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반면 암호기술은 단순히 외국에서 도입할 수 없는 안보와 관련된 국가 전략기술이므로 국내 기술 확보가 반드시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최근에서야 이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상대적으로 뒤늦게 관련 연구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시작했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아직 양자암호통신의 본격적인 상용화를 위해서는 풀어야 할 기술적인 이슈들이 많이 남아 있는 만큼, 선진국들의 기술에 종속되지 않고 독자적인 기술력을 확보할 시간은 충분히 있다. 다행히도 우리 학계와 정부출연연구소에서 약 10년 전부터 꾸준히 관련 연구를 수행해 오고 있었기 때문에 선진국과의 격차를 따라잡을 수 있는 여건은 갖춰져 있다. 국내 대표 정부출연연구기관인 KIST와 ETRI는 광케이블을 설치할 수 없는 환경에서도 동작이 가능한 프리 스페이스(Free space) 양자암호 기반 기술을 개발했고, 특히 SKT와 KT로 대표되는 우리나라 대표 통신사업자들이 양자암호 기술의 가능성을 보고 본격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국내의 성숙된 ICT 기술 인프라 기반 위에서 선도적인 기술 개발을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선진국과 상대적인 기술 격차가 크게 벌어져 있는 시스템과 자유 공간(Free space) 양자암호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양자 인증·서명과 같이 아직 전 세계적으로도 연구 초기단계인 기술들에 집중한다면 양자암호 기술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다.

 

2016년 8월 16일 중국은 양자통신 전용 인공위성을 쏘아 올렸다. 이를 이용하여 2017년 9월 네이처지에 1200㎞ 거리에서 1kbps의 속도로 비밀키를 분배한 양자암호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양자암호 연구에 있어 이정표와 같은 성과로 전 세계 관련 연구자들에게 큰 동기 부여가 되는 연구 결과다. 어떤 연구 분야의 성장은 초기단계에서는 더디게 이루어지다가 어느 시점부터 급속도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다. 글로벌 수준의 양자암호 연구는 이제 초기단계에서 급속한 성장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나라도 고유한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기반으로 국내 국가전략기술인 차세대 보안통신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양자 기술 선진국으로 발돋움 할 수 있도록 관련 연구자들의 분발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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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환경' 반도체기술로 미래 열자

 

NASA의 토성 탐사선 '카시니'는 20년이 넘는 기나긴 우주여행을 마치고 2017년 9월 15일에 토성에서 그 생을 마감했다. 카시니를 제어하는 컴퓨터는 우주의 극한(극저온·방사선)환경에서도 오류 없이 그 기능을 잘 수행했다. 여기에 사용된 중앙제어장치(CPU)는 MIL-STD-1750A라는 16비트 CPU이다. 원래 F-16/F-18 전투기, 공격용 아파치 헬리콥터의 핵심 중앙컴퓨터로 설계·제작됐지만, 처음부터 극한 환경에서의 사용을 고려해 만들어진 덕분에, 미국의 달·화성 탐사선과 인공위성, 우주탐사선 등에 적용됐다.
 
또한, 미국 스페이스 셔틀의 중앙컴퓨터는 인텔 80386 32비트 CPU였고, 대부분의 주변 제어장치도 인텔 8086 16비트 CPU를 탑재해 2011년 스페이스 셔틀 프로그램을 마칠 때까지 계속 사용됐다. 몇몇 독자들은 컴퓨터를 켤 때 부팅용 OS 디스크를 삽입해야 하는 XT 컴퓨터를 기억할 것이다. 16비트 XT 컴퓨터의 CPU가 인텔 8086의 형제인 인텔 8088이다. 이보다 진보한 인텔 80386 CPU를 사용한 컴퓨터가 우리가 잘 아는 386컴퓨터다. 이만하면 그 성능을 짐작할 만하다. 심지어 8비트 CPU도 자주 우주 환경에서 사용된다. NASA는 허블 망원경과 갈릴레오 목성 탐험선에 1802라는 8비트 CPU를 제어장치의 일부분으로 사용했는데, 성능은 70년대 후반 비디오 게임기에 사용되는 정도다. 당연히 위에 기술한 CPU의 성능은 20년 전의 인텔 펜티엄 CPU만도 못하며 일부 휴대폰에 들어있는 ARM사의 중앙처리장치(AP) 보다도 훨씬 못하다. 

 

그러나 이런 우주용 반도체의 가격은 계산능력에 비해 매우 높다. 인텔 펜티엄과 성능이 비교될 정도면 개당 1억 원이 훌쩍 넘는데다가 주문 후 배달까지 1년 이상 걸린다. 또한, 이러한 반도체를 주문하려면 모든 사양과 용도를 제조사에 공개해야 한다. 이를 만들 수 있는 나라가 미국, 러시아, 중국 등 소수의 우주강국에 한정되기 때문에 국가 간 전략기술 이전에 대한 긴 행정적 협상과 처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중에 판매되는 반도체는 0~70℃의 온도와 5~10Krad(누적 방사선 흡수선량 단위)의 방사선량을 견디면 되지만, 우주(항공) 반도체는 영하 55℃ ~ 영상 125℃의 온도, 무려 1만Krad에 달하는 방사선량을 견뎌야할 뿐 아니라 2000G(중력가속도) 이상의 충격도 견뎌야 한다. 지금 주머니에 있는 휴대폰은 우주 환경에서 쏟아지는 방사선에서 몇 시간도 버틸 수 없다. 50Krad 정도의 방사선에 누적 피폭되면 대부분의 상용 반도체 소자는 손상된다.

 

1년 이하로만 사용한다면 일반 상업용 반도체 보다 내구성이 좋은 산업용·군사용 반도체를 선별해 인공위성을 제작하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고가의 발사비용을 고려한다면 1년 이하로 사용하기 위해 위성을 발사하는 것은 수지가 맞지 않는다. 최소 10년에서 최대 40년간 우주 환경에서 고장 없이 동작하려면, 재료의 선택 뿐 아니라 소자의 설계부터 달라진다. 우주 반도체에는 사파이어 혹은 석영 위에 실리콘을 씌운 것, 3-5족 화합물이나 질화갈륨, 탄화규소 또는 다이아몬드가 사용되며, 고장에 대비해 동일 회로를 복수 설계한다. 그 외에도 테스트할 항목이 수없이 많다 보니 가능하면 오랜 기간 사용해온, 오류가 발견되지 않고 검증된 CPU로 설계하는 것이다. 즉, 상용 반도체와는 근본적으로 다르게 설계·제작되다 보니 최신 실리콘 반도체에 20년 이상 뒤처지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우주용 반도체들은 1년에 수백 개에서 수천 개 정도만 제작되고 대량생산용 대규모 반도체 라인을 우주 반도체 생산을 위해 재설정하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 

 

외국의 경우 국책연구소나 방산기업에서 직접 독립적인 소규모 반도체 공장을 운영해 특수 목적용으로 제작하는 실정이다. 또한, 극한 환경 반도체 기술은 우주용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지만, 원자력 발전소 제어용 반도체, 방사선 유출 환경에서 작업하는 재난구조 로봇 등에도 사용된다. 이 경우 더욱 강력한 내방사선 반도체가 요구된다. 일본 후쿠시마의 파손된 제2원자로에서는 최대 시간당 65 Krad 정도의 방사선이 누출되고 있다고 보고됐고, 이 정도면 내방사선 반도체로 제작되지 않은 전자장비는 수십 분 이내 모두 멈추게 된다. 사람의 경우에는 30초면 사망에 이르게 된다. 극한 환경 반도체 기술의 경우 국내에서는 경제성 등의 이유로 필요할 때마다 구매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극한 환경 반도체 개발에 사용되는 설계, 재료, 공정 및 환경 제어·측정 기술들은 항공이나 군사용으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반도체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일반대중이나 정책결정자들의 관심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반도체는 전투기 레이더의 핵심소자부터 전기자동차의 전력 분배용에 이르기까지 소위 4차 산업혁명을 지지하는 대부분의 기술에 활용된다. 뿐만 아니라  극한 환경 반도체 기술을 몇몇 선진국들만 보유하고 있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대한민국이 과학기술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결코 좌시해서는 안되는 분야다. 새로 출범한 대한민국호가 4차 산업혁명이란 거대한 물결 속에서 항해를 지속하기 위해선 기초 원천기술, 소재·소자, 특히 산업화의 핵심인 반도체 개발은 필수다. 경제적 논리보다는 전략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의 반도체 개발에 대한 지지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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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성장엔진 작동시키자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100일이 지났다. 대통령 5년 단임제를 택하고 있는 현행 헌법 아래서는 대통령 취임 후 첫 6개월 동안의 국정운영 청사진에 따라 그 정부의 성공여부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특히 임기 초에 발표한 새로운 정책들이 꾸준하게 지속되지 못하고 임기 후반으로 가면서 레임덕 현상과 맞물려 추진동력이 떨어지는 일이 반복돼 왔다. 지난 정부의 부패와 정책실패로 수많은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왔다. 이러한 국민들의 적극적 정치 참여에 기반해 새로운 정권이 탄생한 만큼 새 정부에 거는 기대가 큰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재인 정부는 100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70%대의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지지율의 이면에서는 바쁘게 헤엄치고 있는 백조의 발과 같이 최근 북한의 핵무기 위협과 이와 관련된 미(美)·중(中) 간의 갈등 상황 하에서 우리 국민의 안전이 보장된 균형 있는 외교, 안보 정책을 수립하고, 촛불집회에서 분출된 각계각층의 요구를 적절하게 수용하기 위해 무척이나 애를 쓰고 있을 것이다. 필자 개인적으로도 국민이 바라는 새로운 국가건설을 위한 새 정부의 구상과 정책이 차근차근 진행되길 바란다.

 

작년 10월,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이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전, 유력 야당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2007년 참여정부시절 북한 인권안에 대한 UN표결 관련 의혹에 휩쓸려 정치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낸 적이 있다. 이때 문재인 대통령의 출구전략은 정치적 공세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고 유력 야당 대선 후보로서 민생에 전념한다는 이른바 '민생투어'에 나섰다. 민생투어 기간 중 국가 성장동력 창출의 핵심인 과학기술계에 현안을 청취하고 과학기술자들과의 허심탄회한 대화를 위해 필자가 근무하는 KIST에 방문했다. 당시 수행인원 1명만을 대동하고, 의전도 거절한 그는 많은 시간을 할애해 과학자들과 사전 각본 없는 편안한 대화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과거 참여정부 시절 잠시 설치됐다가 다음 정부에서 교육과 과학의 결합정책으로 사라진 과학기술혁신본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과학기술혁신본부는 국내 과학계뿐만 아니라 OECD에서도 인정한 가장 혁신적이고 효율적인 국가 R&D 정책수립 및 시행의 핵심기관으로서 문재인 대통령의 KIST방문은 그 가치와 중요성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또한 과학기술혁신본부를 통해 과학기술 정책에 일대 대전환을 기대하게 됐다.

 

문재인 정부는 우선 미래창조과학부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주무부처의 이름을 바꾸며 그 역할을 명확히 했다. 뒤이어 과학기술혁신본부가 부활하면서 과학기술인들이 직접 국가 R&D예산의 자율적 기획, 집행, 평가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 기존 예산 배분을 주도해왔던 기획재정부와 정부 내 유관 부처간의 조율이 남아 있지만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므로 일찍이 보기 어려웠던 자율권이 과학기술계에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 제시하는 '선수심판론'은 과학기술의 속성을 모르고 하는 이야기다. 과학기술은 항공우주와 같은 거대과학이나 기초학문 연구에서부터 기업을 지원하는 상용화 연구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고 있다. 이런 다양한 분야에서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국가 R&D 정책을 세우고 집행하는데 비전문가인 관료집단보다는 과학기술자들이 적극 나서야 함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특히 경제논리만으로 국가 과학기술을 논하는 것은 하나의 잣대로 무게, 부피, 질량, 길이 등 서로 다른 특성을 모두 측정하고 평가하는 것과 같다. 이런 이유로 과학기술계에서는 과학기술혁신본부의 부활을 환영하고 있다. 그만큼 20조 원에 달하는 국가 R&D 예산을 기획하고 집행할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의 역할은 그 무게가 가볍지 않다. 

 

좋은 시스템의 구축은 시작에 불과하다. 그 일을 맡아서 수행할 사람들의 역량에 성패가 달려있다. 후보 개개인에 대한 비토가 아니라 국가적 운명이 달린 문제이므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국가 R&D 정책을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과학기술에 대한 깊은 식견과 자기 전공 이외에 다른 분야도 면밀히 들여다볼 수 있는 전문성 그리고 각 전문분야 간 융합을 추진할 수 있는 정확한 통찰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함께 일을 추진할 과학기술자들로부터 존경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과학기술정책을 책임지는 자리인 만큼 정파와 계층과 이념을 떠나 진정으로 국가의 미래를 위해 고민하고 정확한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새 정부의 국가과학기술에 대한 의지는 제도 개선뿐만 아니라 어떤 사람에게 이 일을 맡길 것인가도 중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막중한 책임과 권한을 갖고 있는 과학기술혁신본부의 수장이 누가 될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서두에서 이야기 했듯이 새로운 제도가 수립되고 나면 그 지속성을 유지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제도의 근본적인 지속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제도를 운영하고 이해하는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과학기술계에서는 지속적으로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고 논문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런 만큼 기성 인력보다는 젊은 인력들이 정보에 대한 접근성과 습득력이 보다 빠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기술개발 주기가 빠른 신기술을 개발하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려면 대학원 학생, 박사후 과정 연구자 등 신진연구인력 양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관심에는 재정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다양한 신기술 분야를 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포함돼있다. 대학들이 인력양성을 담당하고는 있으나 대학에 개설된 세부 전공만으로는 이런 요구를 충족시키기 어렵다. 국가 연구개발의 큰 축인 출연연은 다양한 분야를 연구하고 있고 연구환경이 우수하므로 대학과 공동연구를 통해 학생들에게 대학에서 제공하지 못하는 새로운 학문 또는 기술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새 정부에서는 출연연에서 근무하는 학생연구원의 처우 개선에 대해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처우를 개선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다만 정부기관의 특성상 예산 총액이 정해져 있으므로 혹여나 더 많은 젊은 학생 연구자들에게 돌아갈 기회가 줄어들지는 않을까 조심스러운 마음도 없지 않다.

 

세계 각국은 과학기술분야에서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기술 중심의미래 사회에서도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기술 선진국과 후발 국가들 사이의 경쟁이 점점 치열해 지고 있다. 시간과 장소를 초월해 지구촌 사람들을 연결하는 사회연결망(SNS), 사물과 사물이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를 이용해 스스로 학습하고 분류해 인간의 영역인 판단까지 가능한 인공지능 등 생소하던 기술들이 어느덧 익숙한 시대가 됐다. 이를 바탕으로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물결이 이미 우리의 생활을 지배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물결에 뒤처지면 우리의 미래도 담보하기 어렵다. 국가적 역량을 총 결집해 이 물결을 잘 헤쳐 나가야 하는 시대적 소명이 우리에게 있다. 이 엄중한 시기에 새 정부와 과학기술혁신본부에 거는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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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실험실'이 혁신 첫걸음

 

현대사회에서 다양한 가치를 지닌 사람들의 공통된 관심사는 '건강한 생활의 영위'라는 것에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안전'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과거 먹고살기 힘들었던 시절에는 '안전'이라는 부분은 소홀히 여겨지기도 했지만 이제는 경제성장 자체보다는 그 이면에 자리 잡고 있는 안전의식이 그 사회와 국가를 판단하는 새로운 가치로 인정받고 있다. 외국생활을 해보거나 해외여행을 가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독 아끼는 것이 몇 가지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주차료와 배달료다. 필자가 생각해 보건데 이러한 비용은 상품의 가치를 향상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여기에 지불되는 비용이 아깝게 느껴지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이와 유사하게 그동안 안전을 위한 비용도 허공으로 없어지는 비용이란 인식이 많았다. 만약에 일어날 사고를 대비해 만들어진 보험보다도 실질적인 안전을 위한 투자에 인색한 것은 외국인들의 입장에서 조금은 이상한 일로 여겨질 법하다. 논리적으로도 보험은 사고의 발생 가능성을 낮추는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하니 안전에 대한 투자가 보다 적극적이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산업 재해로 인한 직·간접적인 경제적 손실 추정액도 연간 20조원에 육박한다고 한다. 안전을 위한 투자가 결국 경제적으로도 이득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실험실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몇 가지 의견을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첫째, 안전과 관련된 예산을 적정수준으로 확보해야 한다. 연구현장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최근 들어 실험실 안전비용이 연구비에서 필수적으로 배정되고 있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본다. 연구과제나 기관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연구비 중 약 0.5%가 연구실 안전관리비로 배정되고 있다. 실험실 안전이 지켜지지 않아 발생하는 손해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최악의 경우엔 인명피해가 발생함은 물론이고 연구지연으로 인한 기술적, 경제적 손실까지 합치면 그 규모는 더 커진다. 안전이라는 가치가 가지는 무게를 생각해 볼 때 0.5%가 과연 적절하고 충분하게 책정된 것인지는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안전에 관련된 비용도 기관의 승인을 받으면 적절한 규모를 더 사용할 수 있게 할 필요가 있다. 

 

둘째, 실험실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시스템과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안전에 대한 홍보나 교육이 부족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연구현장에서는 여전히 안전사고 소식이 들려온다. 여기에서 우리가 꼭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실험실 안전사고는 개인의 안전의식 부족의 탓이라는 사고방식이다. 물론 개인의 귀책사유가 없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안전사고를 개인의 과실로만 돌리는 것은 과도하다. 현실적으로 우리는 24시간 안전사고를 염두하고 지내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에 실험실 안전관리를 위한 시스템과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우선돼야 한다. 개인이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 길을 건넌다고 해도 신호시스템이 잘 갖춰진 도로를 건너는 것만 못한 것과 같은 이치다. 안전시설이나 안전시스템은 일종의 사회 간접자본이다. 따라서 이러한 간접자본의 유지를 위해 적지 않은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예를 들면 대피로와 같은 안전공간의 확보, 전기안전 점검, 그리고 이런 안전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인력 등을 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실험실 안전과 관련된 패러다임 간 충돌을 완화해야 한다. 많은 경우에 있어 실험실 안전이 지켜지지 않는 이유는 효율이라는 가치와 안전이라는 가치가 서로 대치되기 때문이다. 지킬 것 다 지키면서 언제 실험을 하고 언제 성과를 낼 수 있느냐는 분위기를 주변에서 느낄 수 있고 현실을 무시한 규정을 만들어서 연구자들을 귀찮게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단 1%도 되지 않는 사고 위험성 때문에 일이 중단되고 늦어지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그 1%의 사고 위험성이 가지고 올 엄청난 후폭풍을 생각해야 한다. 안전매뉴얼과 규칙들은 수많은 전문가들과 선배 과학기술자들이 시행착오를 통해 만들어진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비록 그 확률이 1%가 아니라 0.01%라고 하더라도 꼭 지켜야 하는 이유다. 효율성이라는 가치와 대립이라는 패러다임을 버리고 안전이라는 가치를 주어진 조건으로 받아들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과학은 과거로부터 꾸준히 미신과 오류로부터 인류를 계몽하며 현재의 지위를 확보했다. 그만큼 과학기술자들의 의견이나 행동이 일반 대중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위험시설이 들어선다거나 하면 과학자들이 해당지역으로 이주해 안전성을 몸소 입증함으로써 지역 주민들을 안심시키기도 하고 방송에서 어떤 의학 전문가가 즐겨먹는다는 음식을 소개하면 그 음식이 불티나게 팔린다. 따라서 과학기술자들의 일터인 실험실의 안전이 잘 지켜질 때 국민들은 과학기술자들이 지키는 안전의 가치를 소중히 인식하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연구비를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받고 있는 현 상황에서라면 안전한 실험실의 구축에 앞장서는 것은 당연한 책무다. 연구자들은 오직 연구성과로만 말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러나 연구자들의 실험실과 실험환경은 노벨상과도 바꿀 수 없는 일상의 소중한 삶이다. 경제적 효율성의 논리로 희생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이제 과학자들이 경제성과 효율성이 최고라는 미신과 오류로부터 실험실을 해방시킬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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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버스킹 그리고 R&D

 

흩날리던 벚꽃 잎을 바라보던 것이 바로 얼마 전 같은데 한낮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다행히 아직 아침저녁으로 기분 좋게 선선한 바람이 불어 이 시간대에는 집에서 나와 짧은 외출을 하곤 한다. 필자는 주말마다 가급적 밖으로 나가 새로운 볼거리, 먹거리를 찾아 나선다. 지난 일요일 저녁에는 홍대로 향했다. 홍대 인근지역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젊음과 활력이 넘치는 거리가 아닐까 싶다. 간단히 저녁을 먹고 무작정 홍대 앞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대형 옷가게와 음식점 사이로 수많은 작은 가게가 즐비했다. 또 그 속에는 많은 젊은이들이 북적거리고 있었다. 가게 구경에 지루함을 느낄 때쯤 길 한편에서 들리는 음악 소리가 발걸음을 잡았다. '홍대 버스킹'이었다. 잘 알려진 것처럼 '버스크(busk)'란 길거리에서 자유롭게 연주를 한다는 뜻으로, 영화 '원스'의 주인공 '글렌 한사드'가 길거리에서 한을 담아 연주하고 노래하는 예술 행위처럼, 아일랜드나 파리와 런던, 프라하와 같은 유럽 도시에서는 쉽게 볼 수 있는 문화다. 홍대에서 버스킹이 주로 이뤄지는 곳은 '걷고 싶은 거리'다. 해외에서 봤던 버스킹과는 다른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어 보였다. 넓다면 넓고 좁다면 좁은 홍대거리에서 버스킹을 하는 젊은이들은 대략 5미터 간격으로 늘어서 있었다. 이들은 노래도 하고 연주도 하고 춤도 추며 각자의 실력을 뽐내고 있었다. 구경하는 다른 젊은이들에게는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필자는 높은 앰프 볼륨으로 인해 하나의 공연을 집중해서 즐기기 어려웠다. 덕분에 버스킹을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봤다.

 

흩날리던 벚꽃 잎을 바라보던 것이 바로 얼마 전 같은데 한낮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다행히 아직 아침저녁으로 기분 좋게 선선한 바람이 불어 이 시간대에는 집에서 나와 짧은 외출을 하곤 한다. 필자는 주말마다 가급적 밖으로 나가 새로운 볼거리, 먹거리를 찾아 나선다. 지난 일요일 저녁에는 홍대로 향했다. 홍대 인근지역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젊음과 활력이 넘치는 거리가 아닐까 싶다. 간단히 저녁을 먹고 무작정 홍대 앞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대형 옷가게와 음식점 사이로 수많은 작은 가게가 즐비했다. 또 그 속에는 많은 젊은이들이 북적거리고 있었다. 가게 구경에 지루함을 느낄 때쯤 길 한편에서 들리는 음악 소리가 발걸음을 잡았다. '홍대 버스킹'이었다. 잘 알려진 것처럼 '버스크(busk)'란 길거리에서 자유롭게 연주를 한다는 뜻으로, 영화 '원스'의 주인공 '글렌 한사드'가 길거리에서 한을 담아 연주하고 노래하는 예술 행위처럼, 아일랜드나 파리와 런던, 프라하와 같은 유럽 도시에서는 쉽게 볼 수 있는 문화다. 홍대에서 버스킹이 주로 이뤄지는 곳은 '걷고 싶은 거리'다. 해외에서 봤던 버스킹과는 다른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어 보였다. 넓다면 넓고 좁다면 좁은 홍대거리에서 버스킹을 하는 젊은이들은 대략 5미터 간격으로 늘어서 있었다. 이들은 노래도 하고 연주도 하고 춤도 추며 각자의 실력을 뽐내고 있었다. 구경하는 다른 젊은이들에게는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필자는 높은 앰프 볼륨으로 인해 하나의 공연을 집중해서 즐기기 어려웠다. 덕분에 버스킹을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봤다.

 

처음 들었던 생각은 버스커들의 열정이 참 부럽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들이 남긴 약간의 돈을 받기는 하지만 액수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이 보여주고 싶은 것을 표현하는데 더 집중하고 있었다. 옆에서 공연을 하는 다른 버스커들에게 지지 않으려고 더 열심히 더 큰 소리로 더 큰 몸짓으로 재능을 뽐내고 있었다. 필자를 포함한 우리 모두가 저런 열정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또 수많은 사람들이 반복되는 일상과 업무 속에서 열정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과학기술 R&D에서도 열정이 중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더 나은 것을 만들어 내겠다는 열정이 없다면 예술가가 갖는 창작의 고통처럼 연구개발 활동 역시 상당한 스트레스를 야기하는 일이다. 

 

그 다음은 소통이다. 어떤 버스커는 관객이 많아서 까치발을 들고 봐야 했지만 어떤 버스킹은 관객이 별로 없었다. 관객을 많이 끄는 버스커들은 필자가 보기에 관객과의 소통을 제법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었다. 그들은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관객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기도 하고 눈을 맞추기도 하고 때론 같이 노래를 부르고 춤도 같이 추고 있었다. 최근들어 가장 많이 입에 오르내리는 키워드 중에 하나가 소통이다. 생각해보면 과학자는 혼자서 묵묵히 한길만 가는 사람으로 여겨졌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과학자의 활발한 소통이 하나의 덕목으로 여겨지고 있다. 연구개발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선배 연구자의 오랜 경험과 신진 연구자의 참신한 아이디어가 공존할 때 연구개발에 진정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고리타분하다고 여겼던 과거 지식도, 말도 안 된다고 여겨지는 새로운 생각도 모두 함께한다면 의미 있고 활기찬 연구개발로 발전할 수 있다. 연구개발을 같이 수행하는 지도교수와 학생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토론하는 소통의 문화가 정착해야 한다. 다양한 아이디어에 기반한 연구개발 활동은 더욱 풍성한 성과로 나타날 것이다. 

 

마지막으로 변화라는 키워드가 떠올랐다. 홍대의 '걷고 싶은 거리'는 사실 무대라기보다는 그냥 길거리다. 그렇지만 버스커들은 그 길을 자신들의 무대로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듯 하다. 포드자동차 창시자이자 수많은 명언을 쏟아낸 헨리 포드는 "안정성이라는 것은 시냇물에 떠내려가는 죽은 물고기와 같다. 우리가 추구할 유일한 안정성은 변화뿐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연구개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늘 기존에 해왔던 일과 방식에 안주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과학기술은 새로운 방식,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해 발전한다. 특히 최근 연구개발의 트렌드라고 할 수 있는 융합연구에 있어서 놀라운 성과는 남의 새로운 방식을 내 것으로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 나를 변화시키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현대인들은 대부분 많은 스트레스 속에서 살아간다. 그 결과 조현병이니 분노조절장애니 하는 다양한 현상들이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연구개발을 주 임무로 하는 연구원들도 이러한 업무적 스트레스에 있어 예외는 아니다. 필자는 스트레스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것에 참여해 보기를 권한다. 예를 들면 나와 전혀 다른 일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강연을 듣는다거나 낯선 환경에 나아가본다거나 예술 공연을 보는 식이다. 자신의 일에 집중하여 많은 시간을 쏟아 붓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시간을 내어 나와 다른 세계를 접하거나 취미활동을 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다 보면 필자처럼 자신의 일에 대한 많은 생각을 일깨워 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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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호' 새 리더가 갖춰야할 것

 

이제 10여일 후면 대한민국의 제19대 대통령이 선출된다. 조기 대통령 선거 개최로 인한 짧은 선거운동 기간으로 지난 17일부터 5명의 주요 대선주자들은 쪽잠을 이루며 본격적인 선거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대선주자들은 과학기술에 기반한 4차 산업혁명 대비, 과학기술 관련 독립부처 설치, 미래부 세종시 이전 등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약속을 제시하고 있다. 실제로 국민들이 과학기술 변혁에 대해 거는 기대 또한 크다. 우리 삶의 모습을 완전히 변화시킬 인공지능, 자율주행 자동차, 양자컴퓨팅 그리고 새로운 기후변화체제 등은 미래 산업계의 지형을 완전히 바꿀 것이다. 선진국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미래의 변화를 주도해 나가기 위해서는 국가 리더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에 필자는 새로운 국가 리더에게 바라는 몇 가지 소견을 전하고자 한다.

 

우선 과학기술계와의 소통이 중요하다. 국민의 혈세로 이뤄지는 정부 R&D 투자는 국민의 폭넓은 공감대 위에서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다. 국가의 리더가 미래 국민의 삶과 국가 경쟁력 확보에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명확히 인식할 때, 국가 R&D 투자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 이를 위해 새로운 정부는 국민 삶의 니즈를 과학기술에 투영하고, 이것을 연구개발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성과를 기반으로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지원이 이뤄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내야만 한다.

 

둘째, 과학기술 혁신의 성과물이 시장 및 일자리 창출로 신속히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 자율주행 자동차, 드론, 인공지능 등 첨단 분야는 이제 기술개발을 넘어 생태계 조성 경쟁이 한창이다. 기술을 먼저 사업화하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움직임은 더 이상 기업만의 경쟁이 아니다. 이미 미국은 캘리포니아와 네바다 주에서 아직 개발 중인 자율주행차의 일반 도로주행을 허가했고, 중국, 영국, 독일 등도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우리도 불필요한 절차적인 규제나 법령에 묶여 혁신의 경쟁에서 뒤처지면 안 된다. 창의적 혁신은 그것이 꽃 피울 수 있는 토양 위에서 만개할 수 있다.

 

셋째,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된 것처럼 중소기업을 보호·육성해야 한다. 우리사회가 직면한 성장·일자리 정체, 일자리 절벽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체 기업의 9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경쟁력 확보가 필수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과학기술계의 지원은 더 이상 고유임무가 아닌 사회적 책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리고 그 답은 그간 전통적 방식의 중소기업을 혁신형으로 리모델링해나가는 것에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중소기업 스스로는 말할 것도 없고, 산업계 단독으로는 할 수 없다. 산·학·연이 협력해 중소기업의 스마트화를 구현하고, 이를 고부가가치형 일자리 창출로 연계하는 새로운 차원의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이 때 다양한 주체들 간의 의견을 모으고 현실적인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결국 국가 리더가 적극 나서야 한다. 강소기업의 천국인 독일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중소기업 지원은 비단 과학기술과 산업계를 넘어 국가의 미래와 직결돼 있다.

 

마지막으로, 창의적 융합인재 육성을 위한 기반 조성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지금 전 세계는 국가 미래 경쟁력의 핵심이 될 통섭형 인재 양성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우리의 인재들이 융합적 사고를 지니고, 또 그러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대학은 물론 연구소와 기업들까지 경계를 허물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협업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이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창의적 융합인재가 탄생할 수 있는 제도 마련과 지원이 필요하다. 그간 산학연촉진법이 개정되면서 교육과 연구의 연계를 위한 기반이 어느 정도 마련됐지만, 창의적인 융합인재 양성을 위한 기관 간 협력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체계와 지원이 필요하다. 더 근본적으로는 창의적 사고를 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이 시대 흐름에 맞게 대대적으로 개혁돼야 한다. 주입식 교육과 선행학습 등으로 입시에 특화된 일관된 사고방식을 지닌 인재 육성이 아닌 10명이 10가지 서로 다른 생각들을 할 수 있는 자유로운 환경을 만들어 줘야만 한다. 교육자와 인재들이 희망과 패기를 잃은 나라는 미래가 없다. 한번 실패해도 또 도전할 수 있고 그런 사람들로 넘쳐나는 활기 있는 사회를 만들 의무가 새로운 리더에게 있다. 

 

우리는 이미 미래 글로벌 국가로의 대한민국을 향한 길을 나섰다. 얼마만큼의 시간이 소요될지는 우리 모두에게 달려있다. 과학기술계를 넘어 국가, 사회, 그리고 국민과 함께 지혜와 힘을 모아야만 한다. 과학이 민의를 만나 소통이 이루어질 때 대한민국은 새로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5월 9일, 우리는 정파와 개인의 이익을 초월해 진정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 또한, 새로운 대통령은 국가의 리더로서 국가의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기 위해 과학기술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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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연 소장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100일이 지났다. 대통령 5년 단임제를 택하고 있는 현행 헌법 아래서는 대통령 취임 후 첫 6개월 동안의 국정운영 청사진에 따라 그 정부의 성공여부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특히 임기 초에 발표한 새로운 정책들이 꾸준하게 지속되지 못하고 임기 후반으로 가면서 레임덕 현상과 맞물려 추진동력이 떨어지는 일이 반복돼 왔다. 지난 정부의 부패와 정책실패로 수많은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왔다. 이러한 국민들의 적극적 정치 참여에 기반해 새로운 정권이 탄생한 만큼 새 정부에 거는 기대가 큰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재인 정부는 100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70%대의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지지율의 이면에서는 바쁘게 헤엄치고 있는 백조의 발과 같이 최근 북한의 핵무기 위협과 이와 관련된 미(美)·중(中) 간의 갈등 상황 하에서 우리 국민의 안전이 보장된 균형 있는 외교, 안보 정책을 수립하고, 촛불집회에서 분출된 각계각층의 요구를 적절하게 수용하기 위해 무척이나 애를 쓰고 있을 것이다. 필자 개인적으로도 국민이 바라는 새로운 국가건설을 위한 새 정부의 구상과 정책이 차근차근 진행되길 바란다. 

작년 10월,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이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전, 유력 야당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2007년 참여정부시절 북한 인권안에 대한 UN표결 관련 의혹에 휩쓸려 정치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낸 적이 있다. 이때 문재인 대통령의 출구전략은 정치적 공세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고 유력 야당 대선 후보로서 민생에 전념한다는 이른바 '민생투어'에 나섰다. 민생투어 기간 중 국가 성장동력 창출의 핵심인 과학기술계에 현안을 청취하고 과학기술자들과의 허심탄회한 대화를 위해 필자가 근무하는 KIST에 방문했다. 당시 수행인원 1명만을 대동하고, 의전도 거절한 그는 많은 시간을 할애해 과학자들과 사전 각본 없는 편안한 대화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과거 참여정부 시절 잠시 설치됐다가 다음 정부에서 교육과 과학의 결합정책으로 사라진 과학기술혁신본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과학기술혁신본부는 국내 과학계뿐만 아니라 OECD에서도 인정한 가장 혁신적이고 효율적인 국가 R&D 정책수립 및 시행의 핵심기관으로서 문재인 대통령의 KIST방문은 그 가치와 중요성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또한 과학기술혁신본부를 통해 과학기술 정책에 일대 대전환을 기대하게 됐다.

문재인 정부는 우선 미래창조과학부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주무부처의 이름을 바꾸며 그 역할을 명확히 했다. 뒤이어 과학기술혁신본부가 부활하면서 과학기술인들이 직접 국가 R&D예산의 자율적 기획, 집행, 평가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 기존 예산 배분을 주도해왔던 기획재정부와 정부 내 유관 부처간의 조율이 남아 있지만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므로 일찍이 보기 어려웠던 자율권이 과학기술계에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 제시하는 '선수심판론'은 과학기술의 속성을 모르고 하는 이야기다. 과학기술은 항공우주와 같은 거대과학이나 기초학문 연구에서부터 기업을 지원하는 상용화 연구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고 있다. 이런 다양한 분야에서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국가 R&D 정책을 세우고 집행하는데 비전문가인 관료집단보다는 과학기술자들이 적극 나서야 함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특히 경제논리만으로 국가 과학기술을 논하는 것은 하나의 잣대로 무게, 부피, 질량, 길이 등 서로 다른 특성을 모두 측정하고 평가하는 것과 같다. 이런 이유로 과학기술계에서는 과학기술혁신본부의 부활을 환영하고 있다. 그만큼 20조 원에 달하는 국가 R&D 예산을 기획하고 집행할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의 역할은 그 무게가 가볍지 않다. 

좋은 시스템의 구축은 시작에 불과하다. 그 일을 맡아서 수행할 사람들의 역량에 성패가 달려있다. 후보 개개인에 대한 비토가 아니라 국가적 운명이 달린 문제이므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국가 R&D 정책을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과학기술에 대한 깊은 식견과 자기 전공 이외에 다른 분야도 면밀히 들여다볼 수 있는 전문성 그리고 각 전문분야 간 융합을 추진할 수 있는 정확한 통찰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함께 일을 추진할 과학기술자들로부터 존경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과학기술정책을 책임지는 자리인 만큼 정파와 계층과 이념을 떠나 진정으로 국가의 미래를 위해 고민하고 정확한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새 정부의 국가과학기술에 대한 의지는 제도 개선뿐만 아니라 어떤 사람에게 이 일을 맡길 것인가도 중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막중한 책임과 권한을 갖고 있는 과학기술혁신본부의 수장이 누가 될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서두에서 이야기 했듯이 새로운 제도가 수립되고 나면 그 지속성을 유지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제도의 근본적인 지속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제도를 운영하고 이해하는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과학기술계에서는 지속적으로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고 논문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런 만큼 기성 인력보다는 젊은 인력들이 정보에 대한 접근성과 습득력이 보다 빠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기술개발 주기가 빠른 신기술을 개발하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려면 대학원 학생, 박사후 과정 연구자 등 신진연구인력 양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관심에는 재정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다양한 신기술 분야를 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포함돼있다. 대학들이 인력양성을 담당하고는 있으나 대학에 개설된 세부 전공만으로는 이런 요구를 충족시키기 어렵다. 국가 연구개발의 큰 축인 출연연은 다양한 분야를 연구하고 있고 연구환경이 우수하므로 대학과 공동연구를 통해 학생들에게 대학에서 제공하지 못하는 새로운 학문 또는 기술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새 정부에서는 출연연에서 근무하는 학생연구원의 처우 개선에 대해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처우를 개선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다만 정부기관의 특성상 예산 총액이 정해져 있으므로 혹여나 더 많은 젊은 학생 연구자들에게 돌아갈 기회가 줄어들지는 않을까 조심스러운 마음도 없지 않다.

세계 각국은 과학기술분야에서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기술 중심의미래 사회에서도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기술 선진국과 후발 국가들 사이의 경쟁이 점점 치열해 지고 있다. 시간과 장소를 초월해 지구촌 사람들을 연결하는 사회연결망(SNS), 사물과 사물이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를 이용해 스스로 학습하고 분류해 인간의 영역인 판단까지 가능한 인공지능 등 생소하던 기술들이 어느덧 익숙한 시대가 됐다. 이를 바탕으로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물결이 이미 우리의 생활을 지배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물결에 뒤처지면 우리의 미래도 담보하기 어렵다. 국가적 역량을 총 결집해 이 물결을 잘 헤쳐 나가야 하는 시대적 소명이 우리에게 있다. 이 엄중한 시기에 새 정부와 과학기술혁신본부에 거는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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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위기의 `과기 한국`, 재도약전략 다시 짜자

 

장준연 소장

안과 밖이 모두 답답하다. 안으로는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발의되어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작년 10월 최순실 씨의 개인 태블릿PC에서 청와대 기밀문건들이 발견된 이후 우리 국민들은 매일같이 쏟아지는 어두운 뉴스에 충격과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사회적 갈등과 혼란이 계속되면서 사회와 경제의 활력은 점차 떨어지고 있다. 이번 사건은 정치적 혼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경제계로 번지고 있다. 특히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에 우려와 환영의 목소리가 교차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의 구속이 자칫 국가신용도와 경제발전에 큰 영향을 주지 않도록 잘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이번 기회에 그동안 만연해온 재벌의 부정부패, 정경유착과 같은 적폐들을 바로잡아 시장질서를 재확립해야 한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온 나라가 여기에 매몰되어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밖은 어떠한가?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세계 곳곳에서 마찰음이 나오고 있다. 국제 사회의 거듭된 경고와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신형 미사일을 발사하여 한반도의 안보 위기감을 조장하고 있다. 중국도 한반도 사드배치 문제, 서해안 불법조업 문제로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이 와중에 김정남이 암살되고 일본은 다케시마의 날을 지정하여 우리의 영토주권을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역시 답답하다. 

 

안과 밖이 다 답답하다. 그러나 아무리 답답해도 먹고사는 문제만큼은 소홀히 할 수 없다. 하지만 경제 상황도 녹록치 않다. 최근 들어 대형 해운회사가 파산하고 휴대폰 배터리 폭발문제로 시장점유율이 하락했다. 자동차, 화학, 철강 산업도 전망이 그리 밝지 못하다. 우리가 자랑하는 주력산업 모두 기술적으로 앞서 있는 선진국과 추격하는 후발국들 사이에 낀 심각한 상황이다.

 

경제마저도 군고구마를 먹을 때처럼 답답하던 찰나에 사이다 같은 기사를 보게 됐다. 반도체 경기가 살아남에 따라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는 기사다. 국가 경제에 반도체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달하므로 반도체 실적의 개선은 우리 경제에 청신호임에 틀림없다. 국내 반도체 산업은 메모리 반도체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 경쟁력을 갖고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모바일기기에서 생성되는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연결하고 처리하고 저장하는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데이터 센터의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어 이에 필요한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오랫동안 반도체 업계에서는 소위 '치킨게임'이라 불리는 사활을 건 피 말리는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돼 왔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들은 도태됐고 그 경쟁에서 살아남은 삼성, SK하이닉스, 그리고 미국의 마이크론이 트로이카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의 주력제품인 D램이나 플래시 메모리 반도체는 모두 미국, 일본 등에서 원천기술이 개발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기업이 살아남은 이유가 무엇일까? 우리 기업들은 경쟁사보다 더 작게, 더 빠르게 동작하는 반도체 기술을 먼저 개발했다. 또한 막대한 투자가 따르는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적기에 과감한 투자가 중요한데 이에 대한 의사결정이 경쟁 기업들보다 빨랐다. 일본이 기술에서 앞서 있으면서도 반도체산업 경쟁에서 뒤처진 주요 요인으로 의사결정의 지연을 사유로 보는 전문가도 있다. 우리의 '빨리 빨리' 문화가 유난히 빛을 발휘한 우수 사례로 손꼽힌다.

 

하지만 현재의 경쟁 우위가 언제까지 지속 될지는 알 수 없다. 반도체의 크기는 작아질 대로 작아져 이제는 그 물리적 한계에 이르고 있다. 반도체 크기 소형화에 따른 원가절감과 수율향상으로 기업의 이익이 증대하는 과거의 수익모델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작게 만들기 위한 비용이 소형화에 따른 원가절감 비용을 상회해 수익율이 떨어져 지난 세월 지속돼온 반도체 고집적화에 따른 수익구조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것이다. 약 60년 전 진공관 방식에서 실리콘을 기반으로 하는 반도체기반 집적소자(IC)로 전자소자의 패러다임이 변화했듯이 반도체의 성공신화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이제 신개념 작동원리를 갖는 새로운 형태의 반도체의 개발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우리는 6.25 전쟁의 폐허 속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루며 50여 년간 줄곧 힘차게 달려왔다. 오로지 우리의 의지와 노력으로 신화를 창조했다. 그동안 갖은 위기가 우리를 괴롭혔어도 그때마다 우리 국민은 특유의 저력과 우수성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1998년 외환위기에 몰려 우리 경제가 큰 어려움을 겪을 때, 우리 국민들은 자발적인 금모으기를 통해 가장 단시간 내에 모범적으로 IMF의 통제를 벗어났다.  수출주도형 한국경제의 5대 주력 산업인 자동차, 조선, 화학, 철강, 반도체를 기반으로 한국 경제는 재도약을 이뤘던 경험이 있다. 그리고 그 뒤에는 과학기술이 있었다. 현재 우리를 둘러싼 차갑고 암울한 분위기는 언제 풀릴지 기약이 없다. 과학기술이 지금의 국내외 정치적 문제를 해결해줄 수는 없다. 그러나 획기적인 과학기술이 또 한번 우리 국민에게 자긍심과 희망을 주고, 우리가 더 잘 먹고 잘 살게 해줄 것이다. 겨울도 다 기울었다. 하얗게 핀 꽃 들녘으로 봄 맞으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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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ST 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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