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위기의 `과기 한국`, 재도약전략 다시 짜자

 

장준연 소장

안과 밖이 모두 답답하다. 안으로는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발의되어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작년 10월 최순실 씨의 개인 태블릿PC에서 청와대 기밀문건들이 발견된 이후 우리 국민들은 매일같이 쏟아지는 어두운 뉴스에 충격과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사회적 갈등과 혼란이 계속되면서 사회와 경제의 활력은 점차 떨어지고 있다. 이번 사건은 정치적 혼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경제계로 번지고 있다. 특히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에 우려와 환영의 목소리가 교차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의 구속이 자칫 국가신용도와 경제발전에 큰 영향을 주지 않도록 잘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이번 기회에 그동안 만연해온 재벌의 부정부패, 정경유착과 같은 적폐들을 바로잡아 시장질서를 재확립해야 한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온 나라가 여기에 매몰되어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밖은 어떠한가?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세계 곳곳에서 마찰음이 나오고 있다. 국제 사회의 거듭된 경고와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신형 미사일을 발사하여 한반도의 안보 위기감을 조장하고 있다. 중국도 한반도 사드배치 문제, 서해안 불법조업 문제로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이 와중에 김정남이 암살되고 일본은 다케시마의 날을 지정하여 우리의 영토주권을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역시 답답하다. 

 

안과 밖이 다 답답하다. 그러나 아무리 답답해도 먹고사는 문제만큼은 소홀히 할 수 없다. 하지만 경제 상황도 녹록치 않다. 최근 들어 대형 해운회사가 파산하고 휴대폰 배터리 폭발문제로 시장점유율이 하락했다. 자동차, 화학, 철강 산업도 전망이 그리 밝지 못하다. 우리가 자랑하는 주력산업 모두 기술적으로 앞서 있는 선진국과 추격하는 후발국들 사이에 낀 심각한 상황이다.

 

경제마저도 군고구마를 먹을 때처럼 답답하던 찰나에 사이다 같은 기사를 보게 됐다. 반도체 경기가 살아남에 따라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는 기사다. 국가 경제에 반도체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달하므로 반도체 실적의 개선은 우리 경제에 청신호임에 틀림없다. 국내 반도체 산업은 메모리 반도체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 경쟁력을 갖고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모바일기기에서 생성되는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연결하고 처리하고 저장하는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데이터 센터의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어 이에 필요한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오랫동안 반도체 업계에서는 소위 '치킨게임'이라 불리는 사활을 건 피 말리는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돼 왔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들은 도태됐고 그 경쟁에서 살아남은 삼성, SK하이닉스, 그리고 미국의 마이크론이 트로이카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의 주력제품인 D램이나 플래시 메모리 반도체는 모두 미국, 일본 등에서 원천기술이 개발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기업이 살아남은 이유가 무엇일까? 우리 기업들은 경쟁사보다 더 작게, 더 빠르게 동작하는 반도체 기술을 먼저 개발했다. 또한 막대한 투자가 따르는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적기에 과감한 투자가 중요한데 이에 대한 의사결정이 경쟁 기업들보다 빨랐다. 일본이 기술에서 앞서 있으면서도 반도체산업 경쟁에서 뒤처진 주요 요인으로 의사결정의 지연을 사유로 보는 전문가도 있다. 우리의 '빨리 빨리' 문화가 유난히 빛을 발휘한 우수 사례로 손꼽힌다.

 

하지만 현재의 경쟁 우위가 언제까지 지속 될지는 알 수 없다. 반도체의 크기는 작아질 대로 작아져 이제는 그 물리적 한계에 이르고 있다. 반도체 크기 소형화에 따른 원가절감과 수율향상으로 기업의 이익이 증대하는 과거의 수익모델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작게 만들기 위한 비용이 소형화에 따른 원가절감 비용을 상회해 수익율이 떨어져 지난 세월 지속돼온 반도체 고집적화에 따른 수익구조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것이다. 약 60년 전 진공관 방식에서 실리콘을 기반으로 하는 반도체기반 집적소자(IC)로 전자소자의 패러다임이 변화했듯이 반도체의 성공신화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이제 신개념 작동원리를 갖는 새로운 형태의 반도체의 개발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우리는 6.25 전쟁의 폐허 속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루며 50여 년간 줄곧 힘차게 달려왔다. 오로지 우리의 의지와 노력으로 신화를 창조했다. 그동안 갖은 위기가 우리를 괴롭혔어도 그때마다 우리 국민은 특유의 저력과 우수성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1998년 외환위기에 몰려 우리 경제가 큰 어려움을 겪을 때, 우리 국민들은 자발적인 금모으기를 통해 가장 단시간 내에 모범적으로 IMF의 통제를 벗어났다.  수출주도형 한국경제의 5대 주력 산업인 자동차, 조선, 화학, 철강, 반도체를 기반으로 한국 경제는 재도약을 이뤘던 경험이 있다. 그리고 그 뒤에는 과학기술이 있었다. 현재 우리를 둘러싼 차갑고 암울한 분위기는 언제 풀릴지 기약이 없다. 과학기술이 지금의 국내외 정치적 문제를 해결해줄 수는 없다. 그러나 획기적인 과학기술이 또 한번 우리 국민에게 자긍심과 희망을 주고, 우리가 더 잘 먹고 잘 살게 해줄 것이다. 겨울도 다 기울었다. 하얗게 핀 꽃 들녘으로 봄 맞으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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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권 KIST 원장 “양자컴퓨팅 등 7개 기술 세계적 성과 기적 만들것”

동아일보의 2월 4일자 원장님 인터뷰 기사입니다. 아래 링크에서 기사를 읽으실 수 있습니다.

 

[동아일보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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