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보안통신 '양자암호' 주도권 잡아야

 

장준연 박사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을 보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군이 독일의 암호 체계인 에니그마(Enigma)를 해독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실화가 잘 묘사돼 있다. 비단 제2차 세계대전 뿐만 아니라 고대부터 수많은 전쟁에서 암호는 중요한 전략적인 자원이었다. 특히 인터넷의 발전과 거의 모든 정보가 전산화되고 있는 지식정보 사회에서 안전한 통신 수단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2013년 6월 10일 전직 미국 국가안보국(National Security Agency) 요원인 에드워드 스노든(Edward Joseph Snowden)이 '프리즘'이라는 비밀정보수집 프로그램의 존재를 폭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프리즘은 미국 국가안보국에서 전세계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통화기록과 인터넷 사용내역 등 개인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수집하고 사찰하도록 한 프로젝트다. 중국 같은 일부 반미 국가들의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치부했던 일들이 일부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이 사건은 미국이 적대국과 우방국, 민간인과 주요인물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사찰을 진행했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은 스노든의 폭로가 있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 있었던 중국 정부의 발표였다. 중국은 이미 최고 지도부에서 해킹을 차단할 수 있는 양자통신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대국들은 이미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도 치열한 정보 전쟁을 치르고 있었던 것이다.

 

위 사건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는 양자암호통신 기술은 1984년, IBM의 찰스 베넷(Charles Bennett)과 몬트리올 대학의 질 브라사르(Gilles Brassard)가 제안했다. 기존 암호통신이 안전성의 기반을 풀기 어려운 수학적 문제에 두고 있었다면 양자암호는 그 기반을 양자역학이란 물리법칙에 두고 있다. 즉 양자암호는 복제가 불가능한 양자 상태의 특성을 이용한다. 쉽게 설명하자면 암호를 이용한 통신에 있어서 핵심인 비밀키 정보에 양자적 특성을 반영하고 그 키를 송·수신자가 안전하게 나눠 갖는 기술이다. 양자역학의 물리법칙이 틀리지 않는 한 그 안전성은 완벽하게 보장된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창의 날카로움은 방패의 단단함에 비례해 발전하듯이 최근 양자컴퓨터의 폭발적인 개발속도는 기존 암호통신암호의 안전성을 위협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암호통신을 도청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수학적 계산을 거쳐야 하는데 현존하는 최고의 슈퍼컴퓨터로도 푸는 시간이 무려 1000년이나 걸린다. 반면 양자컴퓨터를 이용하게 되면 이 문제를 수십 분 안에 풀 수 있다. 물론 현재 사용되고 있는 암호통신을 위협할 만한 수준의 양자컴퓨터 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비록 현재의 양자암호 언제 개발될지 예측하기조차 어려울 만큼 개발 초기단계일지라도, 구글, IBM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거대 기업들이 투입하는 천문학적인 연구비만 보더라도 개발 시일이 점차 앞당겨지고 있다는 것은 명확해 보인다.

 

미국, 일본, 중국, 유럽 등 많은 선진국에서는 국가의 정책적 지원을 바탕으로 양자 관련 기술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반면 암호기술은 단순히 외국에서 도입할 수 없는 안보와 관련된 국가 전략기술이므로 국내 기술 확보가 반드시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최근에서야 이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상대적으로 뒤늦게 관련 연구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시작했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아직 양자암호통신의 본격적인 상용화를 위해서는 풀어야 할 기술적인 이슈들이 많이 남아 있는 만큼, 선진국들의 기술에 종속되지 않고 독자적인 기술력을 확보할 시간은 충분히 있다. 다행히도 우리 학계와 정부출연연구소에서 약 10년 전부터 꾸준히 관련 연구를 수행해 오고 있었기 때문에 선진국과의 격차를 따라잡을 수 있는 여건은 갖춰져 있다. 국내 대표 정부출연연구기관인 KIST와 ETRI는 광케이블을 설치할 수 없는 환경에서도 동작이 가능한 프리 스페이스(Free space) 양자암호 기반 기술을 개발했고, 특히 SKT와 KT로 대표되는 우리나라 대표 통신사업자들이 양자암호 기술의 가능성을 보고 본격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국내의 성숙된 ICT 기술 인프라 기반 위에서 선도적인 기술 개발을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선진국과 상대적인 기술 격차가 크게 벌어져 있는 시스템과 자유 공간(Free space) 양자암호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양자 인증·서명과 같이 아직 전 세계적으로도 연구 초기단계인 기술들에 집중한다면 양자암호 기술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다.

 

2016년 8월 16일 중국은 양자통신 전용 인공위성을 쏘아 올렸다. 이를 이용하여 2017년 9월 네이처지에 1200㎞ 거리에서 1kbps의 속도로 비밀키를 분배한 양자암호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양자암호 연구에 있어 이정표와 같은 성과로 전 세계 관련 연구자들에게 큰 동기 부여가 되는 연구 결과다. 어떤 연구 분야의 성장은 초기단계에서는 더디게 이루어지다가 어느 시점부터 급속도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다. 글로벌 수준의 양자암호 연구는 이제 초기단계에서 급속한 성장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나라도 고유한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기반으로 국내 국가전략기술인 차세대 보안통신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양자 기술 선진국으로 발돋움 할 수 있도록 관련 연구자들의 분발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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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호' 새 리더가 갖춰야할 것

 

이제 10여일 후면 대한민국의 제19대 대통령이 선출된다. 조기 대통령 선거 개최로 인한 짧은 선거운동 기간으로 지난 17일부터 5명의 주요 대선주자들은 쪽잠을 이루며 본격적인 선거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대선주자들은 과학기술에 기반한 4차 산업혁명 대비, 과학기술 관련 독립부처 설치, 미래부 세종시 이전 등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약속을 제시하고 있다. 실제로 국민들이 과학기술 변혁에 대해 거는 기대 또한 크다. 우리 삶의 모습을 완전히 변화시킬 인공지능, 자율주행 자동차, 양자컴퓨팅 그리고 새로운 기후변화체제 등은 미래 산업계의 지형을 완전히 바꿀 것이다. 선진국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미래의 변화를 주도해 나가기 위해서는 국가 리더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에 필자는 새로운 국가 리더에게 바라는 몇 가지 소견을 전하고자 한다.

 

우선 과학기술계와의 소통이 중요하다. 국민의 혈세로 이뤄지는 정부 R&D 투자는 국민의 폭넓은 공감대 위에서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다. 국가의 리더가 미래 국민의 삶과 국가 경쟁력 확보에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명확히 인식할 때, 국가 R&D 투자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 이를 위해 새로운 정부는 국민 삶의 니즈를 과학기술에 투영하고, 이것을 연구개발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성과를 기반으로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지원이 이뤄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내야만 한다.

 

둘째, 과학기술 혁신의 성과물이 시장 및 일자리 창출로 신속히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 자율주행 자동차, 드론, 인공지능 등 첨단 분야는 이제 기술개발을 넘어 생태계 조성 경쟁이 한창이다. 기술을 먼저 사업화하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움직임은 더 이상 기업만의 경쟁이 아니다. 이미 미국은 캘리포니아와 네바다 주에서 아직 개발 중인 자율주행차의 일반 도로주행을 허가했고, 중국, 영국, 독일 등도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우리도 불필요한 절차적인 규제나 법령에 묶여 혁신의 경쟁에서 뒤처지면 안 된다. 창의적 혁신은 그것이 꽃 피울 수 있는 토양 위에서 만개할 수 있다.

 

셋째,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된 것처럼 중소기업을 보호·육성해야 한다. 우리사회가 직면한 성장·일자리 정체, 일자리 절벽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체 기업의 9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경쟁력 확보가 필수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과학기술계의 지원은 더 이상 고유임무가 아닌 사회적 책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리고 그 답은 그간 전통적 방식의 중소기업을 혁신형으로 리모델링해나가는 것에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중소기업 스스로는 말할 것도 없고, 산업계 단독으로는 할 수 없다. 산·학·연이 협력해 중소기업의 스마트화를 구현하고, 이를 고부가가치형 일자리 창출로 연계하는 새로운 차원의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이 때 다양한 주체들 간의 의견을 모으고 현실적인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결국 국가 리더가 적극 나서야 한다. 강소기업의 천국인 독일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중소기업 지원은 비단 과학기술과 산업계를 넘어 국가의 미래와 직결돼 있다.

 

마지막으로, 창의적 융합인재 육성을 위한 기반 조성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지금 전 세계는 국가 미래 경쟁력의 핵심이 될 통섭형 인재 양성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우리의 인재들이 융합적 사고를 지니고, 또 그러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대학은 물론 연구소와 기업들까지 경계를 허물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협업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이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창의적 융합인재가 탄생할 수 있는 제도 마련과 지원이 필요하다. 그간 산학연촉진법이 개정되면서 교육과 연구의 연계를 위한 기반이 어느 정도 마련됐지만, 창의적인 융합인재 양성을 위한 기관 간 협력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체계와 지원이 필요하다. 더 근본적으로는 창의적 사고를 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이 시대 흐름에 맞게 대대적으로 개혁돼야 한다. 주입식 교육과 선행학습 등으로 입시에 특화된 일관된 사고방식을 지닌 인재 육성이 아닌 10명이 10가지 서로 다른 생각들을 할 수 있는 자유로운 환경을 만들어 줘야만 한다. 교육자와 인재들이 희망과 패기를 잃은 나라는 미래가 없다. 한번 실패해도 또 도전할 수 있고 그런 사람들로 넘쳐나는 활기 있는 사회를 만들 의무가 새로운 리더에게 있다. 

 

우리는 이미 미래 글로벌 국가로의 대한민국을 향한 길을 나섰다. 얼마만큼의 시간이 소요될지는 우리 모두에게 달려있다. 과학기술계를 넘어 국가, 사회, 그리고 국민과 함께 지혜와 힘을 모아야만 한다. 과학이 민의를 만나 소통이 이루어질 때 대한민국은 새로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5월 9일, 우리는 정파와 개인의 이익을 초월해 진정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 또한, 새로운 대통령은 국가의 리더로서 국가의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기 위해 과학기술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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