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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2.22 [DR. Jung's R&D Clinic] 7. 파인만 알고리즘(3)_정종수 기자 (3)

 

R&D 클리닉 칼럼에 마지막으로 글을 올린 이후 시간이 꽤 지났습니다.
독자들의 기억 속에서 파인만 알고리즘이 사라지기 전에 설명을 마무리 하려고 합니다.

다시 써 보면 파인만 알고리즘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문제를 쓴다. 2. 열심히 생각한다. 3. 답을 쓴다.

 

이 글의 주제는 파인만 알고리즘의 마지막 단계인 ‘답을 쓴다(Write down the solution)’입니다.

연구자들이 연구를 열심히 하는 것은 당연히 ‘답’, 특히 ‘좋은 답’을 찾기 위한 것이겠지요.

파인만 알고리즘 단계  3. 답을 쓴다]
지난 번 글 6.에 소제목 [문제인가, 질문인가?]를 읽어 보면 ‘문제와 질문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라고 썼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문제’인가 질문인가 유형에 따라 ‘답’의 유형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답’을 잘 쓰기 위해서는 물론 어떤 답을 요구하는지 ‘문제’가 명확해야 합니다. 연구, 특히 기술개발 연구는 ‘문제’의 ‘해결책’을 찾기 위한 것입니다. 좋은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는 문제의 원인이 되는 자연현상을 이해해야 하고, 이해를 위한 ‘질문’과 그 ‘답’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설명에서 벌써 두 종류의 '답'의 유형, 즉


 ‘문제(problem)’는 ‘해결책(solution)’, ‘질문(question)’은 답(answer)’


이 나오는 군요. 그러면 우리가 파인만 알고리즘에서 ‘써야 하는’ ‘답’은 이 중에서 답(answer)일까요, 아니면 해결책(solution)일까요? 어떤 유형일까요?


[과학과 기술, 그리고 공학 연구]
KIST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 Korea Institute of Science and Technology의 머리글자입니다. KIST라는 이름에  과학, 기술 및 연구라는 단어가 들어있다는 것은 KIST에서는 과학과 기술, 두 분야의 연구를 모두 한다는 의미라고 하겠습니다. 과학과 기술은 연구의 대상이 다릅니다. 따라서 연구의 목적과 목표가 다른 것은 당연합니다. 아니 달라야만 합니다.
과학 연구는 자연현상에 대한 이해를 위한 것입니다. 그 반면에, 기술 연구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 (solution)을 만들어 내는 연구입니다. 즉 개발(development)하는 것이지요. 그러면 또 다른 연구 형태인 제품 개발이나 공학(engineering, 엔지니어링) 연구는 어떤 답만들어 내기 위한 연구일까요?


‘답을 잘 쓰려면’? 문제 유형부터 잘 구별하자.]
연구의 마지막 단계에서 ‘답을 잘 쓰려면’ 처음부터 ‘문제를 잘 써야’ 합니다. 즉, 연구자가 문제를 잘 정의해야 하는 거지요. 그런데 우선은 과학, 기술, 공학 중 어떤 유형의 문제인지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문제 유형에 따라 ‘답’의 유형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과학’ 유형의 문제는 ‘자연현상 이해’가 답이지만, 기술 유형 문제의 답은 ‘해결책’의 형태가 됩니다.


[실제 연구의 예 - 실내오염물질 처리 나노촉매 연구]
그럼 이제 실제 연구 문제를 예시로, ‘문제’와 이에 대한 ‘답’을 써 보는 연습을 한번 해 보기로 할까요? 다음은 필자가 하고 있는 환경촉매 연구의 주요 내용입니다.


1. 망간산화물 촉매 표면에서 가스상 유기화합물이 분해되는 현상 연구
2. 상온에서 실내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촉매소재 개발
3. 흡연부스 내 담배연기를 처리하는 청정화장치의 설계, 제작 및 시험


내용을 보면 유형 1은 자연현상을 다루는 과학 연구, 유형 2는 기술개발, 유형 3은 제품 개발이라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지요? 과학 연구인 1에서는 질문이 ‘촉매 표면에서 어떤 자연현상이 일어나는지’, ‘그 산화반응 현상의 메커니즘은 무엇인가’가 됩니다. 그러면 '촉매 표면의 산화반응 메커니즘'이라는 형태가 답이 될 것입니다.


기술개발 연구인 2에서는 연구‘문제’를 정의해야 하는데, '상온에서 실내오염물질, 예를 들면 포름알데히드를 90% 이상 제거하는 촉매소재를 개발할 수 있을까?'이라고 ‘문제’를 한번 써 봅니다. 그럼 이 문제의 답, 즉  '해결책'으로 필자는 나노촉매소재를 제시하였고, 그 기술의 핵심인 촉매 주요 성분인 망간산화물 성분의 함유율과 촉매 제조방법을 제시합니다.


그럼 3의 제품 개발 연구는 어떤가요? 필자가 생각한 답은 ‘상온산화 촉매소재를 적용하여 설계한 청정화장치’입니다.


[연구를 진행하는 순서는 과학, 기술 그리고 엔지니어링?]
필자는 이 환경촉매소재 기술을 기반으로 작년 2017년 12월 소재생산 스타트업인 ㈜루프트케어를 창업했습니다. 지난 7~8년 이 기술을 개발하는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실제로 어떤 순서로 연구를 진행해서 결과를 얻었을까요? 필자의 연구팀에서는 기상에서 합성한 이산화티타늄 입자를 기반으로 망간산화물 촉매를 합성하고, 촉매 표면에서 가스상 유기화합물이 분해되는 현상을 연구하는 것으로 시작하였습니다. 이것이 바로 과학 연구지요. 그 연구결과가 좋아서 상온에서 실내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촉매소재를 개발하는 과제를 제안하고, 그 결과 담배연기를 처리하는 청정화장치를 개발하는 연구를 한 것입니다. 기초과학, 원천기술, 제품화 기술연구의 순서로 단계적으로 연구가 진행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일 것입니다. TRL(Technology readiness Level, 기술성숙도)이라는 용어로 대표되는 일방향 기술개발 모델입니다. 기초과학 연구를 통해 자연현상을 이해하고, 그 현상을 이용한 기술을 개발한 후, 제품 또는 서비스를 상용화한다 라고 하는 모델입니다. 이 시각에서 보면 결과적으로 필자의 연구도 일방향 개발모델이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보이기 때문에 모두 쉽게 이해하시도록 필자가 그렇게 설명할 뿐입니다. (TRL 설명은 다음 기회에.. ) 이상적인 모델이지만 일방향 기술개발은 실제 흔하지는 않습니다. 단계 2의 기술 개발을 우선 착수하고 기술에 작용하는 자연현상은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지만 단계 3의 제품에 적용하는 것, 그런 일이 오히려 더 자주 있는 일입니다. 실제 과학기술 역사에서도 기술개발과 과학연구가 서로 연계해서 좋은 결과를 내게 된 것은 오래된 일은 아닙니다.


필자는, 대기오염물질인 질소산화물 환원기술을 연구하던 대형과제 수행 중에 우수한 특성을 가지는 소재를 개발하였습니다. 이 소재를 새로운 분야인 유기화합물 분해에 적용할 가능성을 발견하고 과제를 제안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과제에서) 기존 기술에서는 거의 달성하기 어려운 유기화합물 분해 성능을 확인한 후, 이 소재를 적용한 신기술 개발(유형 2의 기술개발 연구)에 성공한 것입니다. 기술개발 후에는 다시 실내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촉매 표면에서의 반응 메커니즘을 연구(유형 1의 과학 연구)하여, 촉매입자의 구조와 성분비율, 촉매의 합성제조방법, 촉매 코팅필터 제조방법, 소재 대량생산기술 등을 개발(유형 2)하였습니다. 마지막 단계인 상용화 연구로 기술이전 계약에 따라 기업들이 요구하는 성능 스펙을 만족시키기 위한 제품화 설계 연구(유형 3)를 하고 있습니다. 실제 연구에서는 기술적 해결책이 필요한 문제를 풀기 위해 필요한 과학연구 질문을 쓰고, 답을 찾아내는 과학 연구를 합니다. 그렇게 찾아낸, 자연현상 메커니즘을 적용해서 기술을 개발합니다. 그 기술의 문제점을 다시 찾아내서, 그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해결책을 찾는 과정, 그렇게 기술개발 연구의 진행은 끝이 없는 것입니다.


[기술 개발은 ‘문제’의 ‘답’인 ‘해결책’을 찾기 위한 연구]
기술 개발의 목적은 문제의 해결책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원하는 성능을 내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지요. 그럼 어느 정도 성능 수준을 기대하고 기술을 개발해야 할까요? 기존 기술에 비해 20% 우수하면 될까요? 아니면 50% 이상은 되어야 계속 연구를 할 가치가 충분할까요? 시장에서 기존 기술과의 경쟁을 이기려면 핵심성능이 최소 10배 이상 뛰어난 획기적인 기술이라야 된다고 필자의 수업에서는 이야기 합니다. 우선 제품이 생산되어 시장에 나갈 최소 몇 년을 생각해야 합니다.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기존 제품과 기술, 기업들을 추월하려면 시장을 놀라게 할 창의적 기술이어야 합니다.


[과학 연구는 왜 중요한가 – 연구질문의 답을 찾는 연구]
자연현상을 인간의 유익을 위하여 이용하는 것이 기술(technology)입니다. 그러므로, 기술 개발에는 자연현상 이해가 기본입니다. 10배 이상 뛰어난 특성을 가지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해 봅시다. 이 정도로 기술이 우수하다는 것은 그 기술이 우수한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 근본적인 진짜 현상을 잘 이용하기 위해서 메커니즘을 명확하게 이해하기 위한 ‘과학’ 연구를 해야 합니다. 즉 가능한 한 자연현상을 명확하게 이해해야만 획기적인 기술이 됩니다. 자연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과학' 연구의 ‘질문'을 잘 쓰고(define)’ 그 답을 ‘과학적’ 으로 찾아내는 연구를 해야 합니다. 즉,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을 규명할 수 있는 과학 질문(scientific question)과 답을 잘 찾아내면 기술의 특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좋은 과학 연구의 주제는 실제 문제로부터만 나옵니다.]
필자의 수업에는 화학, 기상, 환경과학 등의 과학 분야의 학생들이 있습니다. 기초과학 또는 순수과학(pure science) 연구를 하기도 하지만, 기술에 적용하는 과학, 즉 응용과학(applied science)을 하는 학생들에게는, 과학 연구에 있어서도 실제 '문제'를 풀기 위한 ‘질문’을 연구해야만 한다
라고 강조합니다. 즉 문제의 답인 해결책 제시에 꼭 필요한 질문이 연구를 할 만한 가치와 의미를 내포한다라는 말인데.. 문제를 풀기 위해서 연구를 한다? 너무 당연한 말이지요. 하지만, 필자가 이 말을 하는 의도는 본인들이 하고 있는 연구가 실제로 ‘심각해서, 풀지 않으면 안 되는 문제’를 풀고 있는 연구일까에 대해 의문을 가져보라는 것입니다. 지금 하고 있는 연구의 주제가 정말로 의미 있는 질문인가,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는가를 스스로 한 번 더 생각해 보라는 뜻입니다.


실제로 연구 논문들의 연구의 배경을 설명하는 서론을 읽어 보면, 인류에게 닥친 에너지 문제,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고발하고, 그래서 이 연구를 한 거라고 주장을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연구는 실제 문제 해결과는 별 관련이 없는 동떨어진 결과와 결론을 낸다는 게 실망스럽습니다. 심지어 풀기 어려운 실제 문제를 변형하기도 하고, 없는 문제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연구도 볼 수 있습니다. 많은 실제 난제들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채 남아있는데, 젊은 연구자들이 아까운 시간과 재능을 이렇게 의미 없는 문제를 푸는데 낭비하는 것이 생각할수록 아쉽습니다.


[요약입니다]
1. 파인만 알고리즘 ① 문제를 쓴다. ② 열심히 생각한다. ③ 답을 쓴다.
2. ‘문제’인가 질문인가에 따라 ‘답’의 유형이 달라진다.
3. 기술은 문제에 대한 해결책 (solution)이다.
4. 핵심성능이 최소 10배 이상인 기술이라야 가치가 있다.
5. 우수한 기술 탄생의 핵심인 ‘과학’ 연구를 해야만 한다.
6. 과학 연구도 연구 '문제'를 풀 수 있는 질문을 연구해야만 한다.


[덧붙이는 글 - 과학(science) 연구와 과학적(scientific) 연구]
과학 연구(science research)와 과학적 연구(scientific research)는 같은 개념일까요? 이 둘을 구별하지 않고 혼동해서 쓰는 것이 흔한 것 같습니다. 필자도 초기 강의에서는 이 둘을 특별히 구별하지 않았습니다만, 이 둘은 구별해서 사용해야 합니다. ‘과학’ 연구는 연구의 대상이 자연현상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춘 용어입니다. ‘과학’을 연구하는 것, 즉 자연현상을 이해하는 연구라는 개념입니다. 이에 반하여, ‘과학적’ 연구는 연구를 ‘과학적’ 방법으로 한다는 것, 즉 연구 방법에 초점을 맞춘 용어라고 하겠습니다. 즉, 현상을 관찰하고 검증하는 과학적인 방법(Scientific Method), 즉 논리를 바탕으로 관찰, 이론, 실험, 재현을 바탕으로 현상을 설명하는 방법을 ‘과학적’ 연구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그럼 ‘비과학적’ 연구도 있을까요? ‘과학적 연구’ 방법론이 정립되기 이전, ‘연금술’과 같은 연구들을 보면 부정확하고 선별적인 관찰, 성급한 일반화, 신비화 등 지금의 기준으로는 ‘비과학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연구를 했던 것으로 판단됩니다.


예를 들면 ‘사회과학(social science)’이라는 용어는 ‘사회 현상’을 연구 대상으로 과학적 방법론을 사용한다는 의미로 보입니다. 자연과학의 연구의 방법인 관찰, 이론, 실험, 재현 등으로 구성되는 과학적 방법론을 사용해서 연구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사회과학’은 ‘사회 현상의 과학적 연구(scientific research of social phenomena)’라고 하면 표현이 좀 더 명확해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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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ST 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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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남윤 2018.02.23 16: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2. 정현덕 2018.02.26 08: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읽었습니다.

  3. Nahm 2018.03.27 14: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연현상을 이해해야만 획기적인 기술이 나온다는 말씀... 실제 문제를 풀기 위한 질문을 연구... 새겨듣겠습니다. 박사님 글은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주어 의미가 남다릅니다!기사 잘 읽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