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iracle KIST

생활하수, 깨끗한 물로 정화하는 비법?…'물연구센터'에 물어보세요

물 연구 20년, 다양한 수처리 기술로 국내 수질오염 개선 성과


“새벽마다 고요히 꿈길을 밟고 와서/머리맡에 찬물을 쏴- 퍼붓고는/그만 가슴을 디디면서 멀리 사라지는/북청 물장수

물에 젖은 꿈이/북청 물장수를 부르면/그는 삐걱삐걱 소리를 치며/온 자취도 없이 다시 사라진다

날마다 아침마다 기다려지는/북청 물장수”


파인 김동환의 시 '북청 물장수'다. 1920년대 서울의 풍경을 장식했던 북청 물장수라는 말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이른 새벽 고요한 아침,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 식수와 생활용수가 부족한 집 곳곳에 깨끗한 물을 날라다 주던 사람이다.

물장수는 1800년 초 한 함경도 출신이 상경해 맛있는 우물을 각 가정에 배달, 판매하면서 생겨난 이색 직업이었다.

깨끗한 물을 공급 받기 원하는 소비자가 많았기에 물장수 수도 늘어났고 이후에는 조직적으로까지 움직였다. 물은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생활 자원이었으며, 또한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물은 사람 몸의 약 70%를 차지하고, 사람은 물 없이 며칠을 버티기 힘들다. 하지만 생명체에게 필수품인 물, 그것도 깨끗한 물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지구촌 어느 곳이나 환경파괴와 오염이 가속화하고 있어서다. 깨끗한 수자원이 줄어들면서 자연히 인간의 지혜는 바닷물이나 오염된 폐수를 다시금 청정수로 되살리는 데 관심을 키워가고 있다. 'KIST 물연구센터(센터장 이석헌)’는 바로 이런 일을 하는 곳이다. 바닷물을 사람이 마실 수 있는 물로, 오염된 폐수를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생활용수와 공업용수로 변신케 하는 연구기관이다.

마시는 물에서부터 수도, 생활 하수, 바닷물까지 모든 생명체에게 있어 없어서는 안될 귀한 '물'을 국내에서 제일 오래 연구해온 물연구센터를 들여다 보기로 하자.


수처리, 단순 프로세스에서 나노기술 이용 소재개발까지 … 20년간 다양한 접근 시도



현대사회를 규정하는 급격한 도시화와 산업화는 수질오염이라는 부작용을 동반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20년 전부터 KIST는 수질오염이 발생한 지역의 물을 깨끗하게 만들거나 수질오염 방지를 연구할 수질환경연구센터를 설립했다. 거기서 1년여 년 전에 독립돼 나온 것이 지금의 물환경센터다.

물연구센터는 독립 전 주로 오염된 물을 깨끗하게 재생시키는 수(水)처리 기술을 개발해 공급했지만 최근에는 발생된 오염물질을 제거하기 보다 사전에 오염을 방지하는 사전오염 방지기술과 신종 오염물질 대응기술에 주력하고 있다.

또 폭우와 가뭄의 반복으로 인한 물 부족 사태를 메울 수 있도록 기후변화 대응•적응을 위한 재이용 해수담수와 첨단의 초고도 수처리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물연구센터의 연구분야는 크게 ▲물순환기초연구분야 ▲수처리용 첨단소재개발 ▲수자원 확보시스템 개발로 나눌 수 있다.

물순환기초연구분야에서는 환경호르몬과 의약물질 등이 물순환계에서 어떤 움직임을 보이고 영향을 미치는지를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는 미량의 유해물질들이 어디서 흘러 들어와 어디에 모여있는지를 파악함으로써 그들이 일으키는 문제점 등을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한다.

수처리용 첨단소재개발은 물 속의 악취•착색 물질 제거에 쓰이는 활성탄과 같은 환경소재를 대신할 소재를 개발하는 것이다. 현재 나노기술을 활용해 '미량 유해물질 제거 유기계 분해포집 나노 흡착제', '유무기계 고효율 고선택성인 나노 흡착제' 소재를 개발 중이다.

수자원 확보시스템에서는 '물 재이용 시스템', '담수화 시스템'등 막을 이용한 수자원 확보시스템을 개발 중으로 2006년부터 창원에 '역삼투막 해수담수화 시스템'을 설치해 실증 규모로 연구하고 있다. 

이렇듯 물연구센터의 연구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단순 프로세스 개발에서 오염물질 제거 장치개발로, 또 자연형 정화공법과 같은 첨단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나노기술을 이용한 수처리용 소재개발로 변화하는 등 다양한 시도와 변화를 주도, 수처리 기술 고도화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20년간 다양한 방법으로 물을 연구해온 덕분에 지금은 수처리 경쟁력이 세계 첨단기술 대비 90%에 근접했고, 해수 담수화 기술 같은 경우 세계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다.


생활하수에서 '인'을 잡아 낸다…상용화 눈앞

센터에서는 '축산 폐수 처리기술'과 KSBNR, KIDEA등 '하수의 생물학적 고도처리 공법', '고효율 오수합병 처리장치' 등 다양한 수처리 기술을 개발해 실용화시킴으로써 사회에 기여했다. 지금도 다양한 연구과제를 수행하고 있으며, 그 중 이상협 박사의 쓰고 버리는 물에서 인을 채취하는 기술이 조만간 실용화될 예정으로 이미 기술이전도 준비 중이다.

이 박사의 기술은 비료의 주 원료가 되는 인을 하수에서 채취하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하수에서 대표적으로 잡아낼 수 있는 것은 인과 질소로, 질소는 생물학적 처리를 통해 잡아내기 쉬우나 인은 같은 방법으로는 채취하기 쉽지 않아 물리화학적 처리를 한 후 다시 재생하는 등 다양한 기술이 필요하다.

인을 채취하기 위해 이 박사는 나노기술을 접목시켜 연구했다. 이로써 기존 인 회수 기술보다 효율을 높인 소재를 개발할 수 있었다. 소재 합성 원천기술은 대부분 확보했기 때문에 남은 과제는 실제 하수처리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실용화 연구를 하는 것뿐이다.

하수처리장에 들어오는 인은 보통 10ppm 정도. 배출시 허용 가능한 수치가 0.2ppm인 점을 감안한다면 하수처리장의 인 농도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박사가 개발한 기술을 이용하면 한번에 0.03ppm까지 낮출 수 있다. 이는 현재 일본이 가진 기술(최대 감소치 0.05ppm)보다 앞서는 기술이다.

그는 "실질적으로 얼마만큼의 인을 채취할 수 있을지 실제 하수처리장에서 실용화 실험을 할 계획"이라며 "이 소재는 기존 환경소재인 활성탄에 비해 비싸지만 활성탄 대비 4배의 효율을 낼 수 있고 반복 사용할 수 있어 녹색기술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물 수급 지역적 불균형, 물연구센터가 해결한다"


지난 6월 30일 물연구센터는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물순환 이용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심포지엄은 해수담수화기술과 하•폐수 재이용기술 등 물순환 이용기술의 비전과 정책, 연구 동향 등 정보를 공유하는 장으로 약 200여명의 참석자를 불러 모았다.

센터는 앞으로 연간 1회 정도 학술적 행사를 개최해 기술과 지식을 전파할 방침이다. 또 산업체 와의 기술교류 기회를 늘려가기 위해 교류회도 정례화해 나가고자 한다.

이 외에도 연구실에 대학생들을 인턴으로 초청해 함께 연구하는 활동도 좀더 강화하는 등 많은 인재들을 배출해나갈 계획이다.

이석헌 센터장은 "지금까지 비공식적으로 다양한 세미나와 설명회 등을 개최해 왔지만 이를 정례화시킬 것"이라며 "전문적 지식인 양성과 함께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물의 소중함, 수처리 기술 동향 등을 홍보하는 계기를 만들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심포지엄을 통해 물순환 기술에 대한 중요성을 널리 알린 만큼 센터는 앞으로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물순환 연구에 주력할 계획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물 수급의 지역적 불균형과 물 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수자원을 확보하겠다는 것이 센터의 목표다.

이석헌 센터장은 "지구 규모의 물순환 사이클의 지속가능성을 지원하는 연구에 주목하고자 한다"며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하고, 연구전문가와 인재를 양성함으로써 산업계와 연계해 물산업 육성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