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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acle KIST

“미세먼지를 부탁해” 공기질 개선 20년 한우물 ‘환경복지연구단’

 

 

 

'대기오염지도'에서 유해물질 탐지·제어하는 건물설계도까지
배귀남 단장 "실내 활동 증가로 실내 공기질 개선도 중요"

 


우리가 선호하는 시설은 대부분 이동하기 편한 도로 근처에 위치해있다. 자동차가 많이 지나다니는 길일수록 공기가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사할 때 집값과 교통, 주변학교가 좋은 곳을 따지는 반면 공기질이 좋은 곳은 따지지 않는다.

 

도시의 공기가 달라봤자 얼마나 다를까 싶지만 서울 시내 공기오염은 지역별로 차이가 크다. 배귀남 환경복지연구단장은 "강남구 테헤란로 등의 교차로 부분의 오염도가 높다"면서 "차들이 정체했다가 출발할 때 오염물질이 많이 배출된다. 막연하게 생각했던 공기오염도를 실질적으로 보여주고 어떻게 해야 차단효과가 높은지 연구하는 일은 우리 생활과도 밀착돼 있다"고 말했다.

 

인간수명 100세 시대. 암, 치매 등 질병을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들여 마시는 공기를 깨끗하게 관리하는 것이 진정한 장수시대를 여는 길이 아닐까. 20여 년간 공기관련 연구를 해온 KIST 환경복지연구단을 찾아가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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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원 공기오염지도 그린다 "청정 도시설계 도움 될 것"

 

 

"이동식 자동차 배출가스 측정차량을 개발해 서울 시내를 돌며 오염지도를 그리고 있습니다. 공기오염이 심하지 않은 지역에 학교나 요양원시설을 짓는 등 도시건설 시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서울에는 25개의 대기오염측정소가 위치해있지만 학교나 주민센터 옥상에 있어 정확한 오염도를 측정하기 어렵다. 이에 환경복지연구단이 이동하면서 공기오염지도를 그릴 수 있는  이동식 자동차 배출가스 측정차량을 개발했다. 이 자동차는 서울 시내를 돌며 오염도를 실시간으로 체크한다. 오염이 심한 지역은 짙은 빨간색으로 표시된다.

 

 

 

이동식 자동차 배출가스 측정차량은 먼지의 개수와 크기, 먼지 속 발암물질 유무 등을 측정할 수 있다. 연구 초반에는 중형차에 장비를 싣고 돌아다녔지만 지금은 자동차의 크기를 줄여 공무원들도 활용할 수 있도록 개조했다. 그는 "중국에서 날아오는 황사나 미세먼지가 매년 이슈화되고 있다. 대기질 상태를 신속하게 파악하여 응급조치를 취하는데 활용할 수 있도록 이동식 자동차 배출가스 측정차량을 비전문가도 사용할 수 있도록 축소판도 개발했다"고 말했다. 

 

아파트와 빌딩 등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높은 지대의 공기오염도도 함께 분석하고 있다. 풍선에 계측기를 달아 수직으로 올려 평지에서 고지대까지 3차원으로 실시간 오염도를 조사해 지도로 만들고 있다.

 

배 단장은 "오염지도는 도시설계 계획에도 사용될 수 있다. 어린이집을 새로 지을 때 어디에 짓는 것이 좋은지 예측하는데 과학적 자료를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 단장에 따르면 오염지도를 실제 활용한 선진국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미국 캘리포니아의 경우 도로변 165m이내 신축학교 설립이 금지돼있다. 황사와 중금속, 미세먼지 등 대기질에 대한 국민의 인식과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공기오염지도는 대기오염을 지역단위로 관리할 수 있는 툴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내 생활시간 늘어나는 현대인, '실내 공기' 청결연구 진행

 

 

도시화 되면서 점점 실내에서 생활하는 현대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배 단장에 따르면 집 주변 도로의 공기가 집안으로 들어와 실내공기를 오염시키기도 하지만, 음식을 조리하는 등 일상적인 생활을 할 때도 오염물질이 생기기 마련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발생하는 새집증후군 질환도 실내공기 오염에 따른 것이다. 새집을 보기 좋게 꾸민다는 좋은 의도 뒤에 우리 스스로가 돈을 들여 화학제품을 집안 곳곳에 발라 마신다는 이중성이 존재한다. 향기로운 집안을 위해 사놓는 방향제도 오존과 만나면 먼지가 생길 수 있다. 우리 주변 화학물질은 언제 어떻게 먼지를 만들지 모르는 위험성을 갖고 있다.

 

이에 KIST는 먼지를 필터로 걸러내고 질병을 유발시키는 미생물의 증식을 억제하는 항균필터를 개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강릉 분원이 발견한 항균성 천연식물을 본원의 나노기술과 접목시킨 항균 에어필터링 기술을 개발 중이다. 천연 항균물질을 나노구조체로 이용하기 때문에 기존 대비 적은 양으로도 우수한 항균 성능을 가질 수 있어 경제성이 우수하고 인체 유해성도 적다.

 

 

배 단장은 "과거 공기청정은 숯처럼 흡착하는 기능을 많이 썼지만, 지금은 촉매로 분해하는 방법을 활용해 효과를 극대화 시키려고 한다"며, "이 같은 방법을 활용해 청결한 흡연실을 만드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정공기를 위해 미세먼지, 미생물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와 동시에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다. 먼지의 크기와 성질 등이 각양각색이라 인체에 해로운 미세먼지를 찾아내는 일들이 쉽지 않기 때문. 이에 배 단장은 범인을 검거하는 수사반장의 느낌으로 미세먼지를 검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공기를 컨트롤한다? "공기감염 막는 공학적 설계 필요"

 

 

"신종 인플루엔자로 전국이 들썩일 때 우리는 손을 잘 씻고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정도의 권고를 받았습니다. 이제는 공기를 컨트롤할 수 있는 공학적 건물설계로 발전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배 단장은 공기를 통한 감염연구를 위해 최근 전문가 모임을 갖고 있다. 손에 잡히지 않는 공기를 어떻게 컨트롤할 수 있냐는 질문에 그는 "실내에서 생활하는 비율이 높은 만큼 실내 공기를 컨트롤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가능성을 설명했다.

 

 

그는 "신종플루가 심각했을 때 감염자들을 임시 가건물에 집합시켰지만 공기감염에 대비한 건물 구조가 아니라 간호사나 의사도 감염될 위험에 놓였다"며 "공기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설계도가 나와야 하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이슈에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10년부터 전문가 모임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물가 예측은 KDI와 같은 기관이 하고 있지만, 우리가 마시고 있는 공기질을 과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감시하고 예측하는 곳은 없다"면서 "초미세먼지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된 만큼 우리가 가진 기술을 기반으로 과학적 자료를 제시하여 궁극적으로 정책까지 연결·반영될 수 있도록 싱크탱크 역할을 할 예정이다. 환경센서, 환경소재 분야에서도 핵심기술을 리딩할 수 있도록 연구단을 꾸려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