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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news

'역발상'으로 腦신비 푸는 신개념 장치 개발(05.27)

김기웅 표준연 박사팀, 뇌기능 연결성 영상화 '뇌파자기공명' 고안

자기장 높이기 주력할 때 "자기장 낮춰라"…fMRI 100만분의1 수준




▲ 김기웅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박사팀이 개발한 뇌파자기공명장치. 뇌기능 연결성을 볼 수 있는 장치로 지구 자기장보다 낮은 마이크로테슬라 대역에서의 자기공명을 측정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 2014 HelloDD.com




뢴트겐이 X선을 발견한 뒤 CT, MRI 등이 개발되면서 뇌의 해부학적 정보를 영상화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후 뇌자도와 fMRI(functional MRI, 기능적 자기공명)의 등장으로 뇌의 기능을 지도화 할 수 있게 되었고, DTI(Diffuion Tensor Imaging, 확산텐서영상)는 뇌의 해부학적 연결성을 보여주었다.


해부학적 연결성의 다음 단계는 뇌의 '기능적 연결성'. 실제로 인간의 고차원적인 인지기능을 이해하고 뇌의 신비를 풀기 위해 현재 많은 뇌 과학자들이 뇌기능 연결성에 관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뇌기능 연결성을 직접 보여줄 수 있는 장비는 개발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한국표준과학연구원(원장 강대임)의 김기웅 생체신호센터 박사팀이 기존 관련 분야의 연구개발(R&D) 추세와 전혀 다른 '역발상'을 통해 뇌기능 연결성을 직접 가시화할 수 있는 신개념 장치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뇌 신비 풀 수 있는 '기능적 연결성' 영상화 단초 마련


김 박사는 "CT, MRI, 뇌자도 장치 등을 통해 뇌의 해부학적 기능 지도화는 많이 연구되었지만 이후 단계인 뇌기능 연결성에 대한 연구는 미흡한 실정"이라며 "뇌기능 연결성을 직접 보여줄 수 있는 영상장비 개발은 뇌의 신비를 푸는 열쇠를 제공할 뿐 아니라 국제 의료장비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 뇌파자기공명 원리 모식도. ⓒ 2014 HelloDD.com



현재 뇌기능 연결성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fMRI인데 몇 가지 구조적인 단점이 있다. fMRI은 뇌의 혈액 산소 소모를 통해 뇌의 기능을 영상화하는데 수 초 이상의 시간차가 있어 빠르게 변화하는 뇌기능 연결성을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일반  fMRI 방식과 전혀 다른 개념의 '뇌파자기공명(Brainwave Magnetic Resonance)'을 개발하고 뇌기능의 활동을 영상화하는 장치를 고안했다.   


뇌파자기공명은 뇌파가 발생시키는 진동자기장이 뇌 속의 양성자를 직접 공명시키는 것을 말한다. 이 방식은 뇌기능을 담당하는 특정 주파수 영역의 뇌파가 진동하는 부분을 직접 영상화하기 때문에 뇌의 각 부분이 뇌파에 의해 연결되어 통신하는 상태인 '뇌기능 연결성'을 직접 파악할 수 있다.


특히 뇌파자기공명 방식은 일반 fMRI에 비해 자기장의 세기가 100만분의 1 수준으로 낮은 자기장에서 뇌기능 연결성에 대한 측정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영상장비 자기장 꼭 높여야 하나" 생각을 바꿨다 


이러한 김 박사팀의 성과는 종전 R&D 흐름에서 탈피한 '역발상'의 아이디어가 있어 가능했다.  


현재 뇌기능 연구에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장비는 여전히 fMRI이다. 이 fMRI 영상은 자기장 세기의 제곱에 비례해 신호가 강해지고 해상도가 좋아진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보통 병원에서 사용하고 있는 1.5T(테슬라)급 장치는 물론 3T, 7T, 11T 등 보다 강력한 자기장을 지닌 장비를 개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 김기웅 박사팀의 연구성과가 실린 '뉴로이미지(NeuroImage)' 5월호 표지. ⓒ 2014 HelloDD.com



김 박사팀은 이렇게 자기장을 높이는 추세에서 벗어나 오히려 fMRI에 비해 자기장을 100만분의 1 수준으로 낮춰 영상을 얻으면 보다 세밀한 영상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처럼 지구 자기장보다 낮은 자기장에서는 뇌파가 발생시키는 진동 자기장이 뇌 속의 양성자를 직접 공명시키게 되는데 김 박사는 이러한 현상을 '뇌파자기공명'이라고 명명했다.


김 박사는 "표준연에서 보유하고 있는 초고감도 측정 기술을 이용해 낮은 자기장에서의 양성자 자기공명 측정에 성공했다"며 "결국 뇌의 여러 부분의 기능을 이어주는 뇌파가 뇌파 발생부분의 양성자를 공명시키고, 이 공명된 양성자를 영상화함으로써 뇌의 기능 연결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표준연의 '창의적 전문연구사업'과 'WCL(Wold Class Lab)'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연구결과는 뇌과학 분야의 저명 학술지인 '뉴로이미지(NeuroImage)' 5월호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표준연의 창의적 전문연구사업은 연구자가 갖고 있는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약없이 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으로 지난 2006년부터 총 11개의 과제가 선정됐다. 또 WCL은 표준연이 세계적 수준의 연구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사업단을 자체 선정, 연구를 지원한다. 



▲ 김기웅 박사가 뇌파자기공명장치를 살펴보고 있다. ⓒ 2014 HelloD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