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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acle KIST

김인산 박사, 의대교수서 연구원으로 'KIST서 인생 2막' 펼친다

 

 

 

"50여년 생활해온 대구 떠나기 쉽지 않았지만…변하고 싶었다"
"융합연구 통해 암·폐혈증 등 진단·치료 할 것"

 

"교수생활을 오랫동안 했습니다. 앞으로 남은 시간동안 어떤 일을 할 수 있고 변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습니다. KIST에서라면 변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열정을 갖고 과학기술을 토의하고 토론할 수 있는 이 곳에서의 생활이 즐겁고 앞으로가 더 기대됩니다."

 

경북대 의과대학원 교수·의사로 활동하다 KIST연구원으로 인생 2막을 펼친 연구원이 있다. 김인산 박사다. 세포를 둘러싼 환경을 구성하는 단백질 연구를 오랫동안 해온 김 박사는 KIST 의공학연구소 테라그노시스연구단에서 관련연구를 통해 암과 패혈증, 당뇨병, 고혈압 등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연구를 할 예정이다.

 

긴 정년과 자유로운 연구환경을 찾아 출연연에서 대학교수로 자리를 옮기는 사람들은 많지만 대학에서 출연연으로 오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주변사람들조차 출연연에 간다는 그를 걱정했다. 그럼에도 KIST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인산 박사를 만나 KIST에 온 계기와 향후 계획 등을 들어봤다.

 

 

생존력·내성강한 암…KIST 연구진 지식모아 치료법 꿰뚫는다

김 박사는 대구에서 태어나 초·중·고·대학까지 대구에서 마쳤다. 경북의과대학을 졸업 후 모교의 교수이자 의사로 재직하면서 50여년을 대구에서 생활했다. 유학생활을 했던 미국 외에는 대구를 떠나 살아본 적이 없다.

 

대학에서 그는 세포의 환경을 구성하는 중요 성분인 세포외기질 단백질과 세포부착 단백질에 대한 연구를 오래 동안 해왔다. 새로운 단백질들을 찾아내 생리 및 병리 기능과 의학적 응용가능성에 대한 연구성과로 관련논문 150여편과 6건의 국제특허, 24건의 국내특허를 등록했으며, 무수한 특허를 국내외에 출원하고 있다.

 

세포환경을 구성하는 세포외기질을 연구하면 4명 중 1명꼴로 발병하는 암을 치료할 수 있다. 한 예로 암세포는 빠르게 성장하기 위해 주변에 혈관을 많이 만들어 영양분을 보충하게 되는데 주변 혈관을 차단하면 암세포가 굶어 죽어 암을 치료할 수 있다.

 

이에 김 교수는 질병 특이 분자신호를 적중할 수 있는 펩타이드를 발굴하고 이를 분자영상과 약물전달에 적용하는 연구뿐 아니라 암세포 사멸의 생체영상을 가능케 하는 관련 기술을 기업체에 이전하기도 했다. 이 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2012년 분쉬의학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암세포는 생존력과 내성이 강해 항암제를 투여해도 효과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그는 “암세포 자체가 복잡하기 때문에 치료 역시 단순하게 접근해서는 안 된다”면서 “복잡한 암을 치료하는데 관련 연구를 하는 많은 사람들의 지식이 필요하다”며 종합연구소인 KIST가 암치료 연구의 최적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학은 교수들이 개인적으로 독립된 공간에서 연구를 많이 하지만 KIST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많아 좋은 리더십만 갖고 있다면 집단연구가 가능하다”며 “오랜 기간 KIST와 공동연구를 해온 만큼 좋은 연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약물전달과 분자영상 등을 연구하는 권익찬 KIST 박사와 오래 전부터 공동연구를 수행해온 바 있다. 10여년간 연구하면서 내놓은 논문도 수십 편에 달한다.

 

세포외기질연구는 암뿐만 아니라 패혈증, 당뇨병, 고혈압 등 다양한 질병을 진료하고 치료하는데 활용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박사는 최근 관련연구를 통해 패혈증 치료가능성을 제기한 논문을 게재하기도 했다.

 

그는 “암을 연구하는 연장선상에서 다른 질병을 치료하고 해결할 수 있는 연구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하고 싶다”라는 마음으로 50년 생활터전 떠나다

 

KIST에 온지 얼마 안 돼 그의 사무실은 다소 썰렁한 모습이었다. 인터뷰 도중에도 전기 및 인터넷 설치 등 많은 사람이 오고갔고 그를 찾는 전화도 수없이 걸려왔다. 그 가운데 사무실 한편에 그를 응원하는 문구가 담긴 꽃과 나무들이 눈에 띄었다.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는 그를 향한 응원의 메시지들이었다.

 

 

50여년 생활했던 대구를 떠나 외롭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지난 2년 동안 KIST겸임 연구원으로 활동하며 대구와 서울을 오고갔다”며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과학에 대해 열정적으로 토의할 수 있다는 것이 즐겁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에서 정년까지 남은 10년간 어떤 일을 할 수 있고 변할 수 있을지 고민했고, 이대로 만족할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되물었다. 변하고 싶다고 생각했다”면서 “10여 년간 KIST 연구진과 공동연구를 한 만큼 좋은 연구를 더 많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의공학연구소의 미션은 연구 개발된 성과가 향후 일반 병원에서 사용됨으로써 인류가 겪고 있는 각종 질병과 장애로 인한 고통을 경감해주는 것이다. 원천기술을 연구하는 연구소와, 직접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의 시선이 만나 더 나은 성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