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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 Talk/사내직원기자

창의포럼 : 조윤범 바이올리니스트

 

영국과 유럽의 고전작가들 연보를 보면 근대에도 마치 유럽이 하나였던 것처럼 많은 나라들을 여행한 경우가 많다. 여행을 하면서 접한 새로운 문화, 예술, 철학들이현대에서 고전으로 칭송받는 소설의 밑거름이 되었던 것이다. 음악의 신동 모차르트도 6세때 부터 유럽 곳곳으로 아버지와 연주여행을 떠났다. 훗날 프랑스 왕비가 된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청혼 한 것도 막 연주여행을 시작했던 빈의 궁중에서 생긴 일이다.

 

10월 창의포럼 강사인 바이올린니스트 조윤범도 좋은 경험을 위해선 여행을 추천했다. 여행은 다리가 떨릴 때가 아닌 가슴이 떨릴 때 해야 하며, 여행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이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는 취미여행이라 했다.

 

 

 

예술, 카르페 디엠

꽁지머리의 젊은 음악가가 클래식이 궁금해서 모인 청중들에게 던진 화두는 인생의 목적이 무엇인가였다. 인생의 목적은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이며 그것을 얻을 때 인간은 행복해 진다고 했다. 조윤범은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대사를 언급하며 시, 음악이나 미술과 같은 예술도 인생의 목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예술이 삶의 영위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목적으로 격상되는 이유는 우리에게 감동을 주고, 감동을 받으면 우리는 행복해지기 때문이다. 조윤범은 감동은 받는 수동적 행위가 아니라 감동을  하는 능동적 행위라고 했다. 영화, 미술, 음악, 뮤지컬, 오페라 같은 전통적 예술장르 뿐만 아니라 ‘골’을 만들기 위해 체계를 만들고, 틀을 부수는 축구와 같은 스포츠도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예술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예술은 인생의 정수를 깨달아 가는 것이고, 그 깨달음을 위해 많은 분야와 교류하고, 공감하고, 이해하려는 호기심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음악과 조윤범

 

처음 음악을 접했던 초등학교시절부터 현재까지 조윤범이 담담하게 자신의 음악이야기를 했다. 대학을 가기 위해서 국영수를 공부해야 했지만 음악공부 만을 고집했고, 음악에 집중해야 하는 대학에선 교양만 수강하다가 결국 대학을 그만두었다고 했다.  조윤범을 클래식계의 괴물, 뉴 아이콘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학창시절의 남들과 다른 파격으로 설명되는 듯하다. 조윤범은 교육은 오류를 수정하면서 성숙되어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교육의 1단계는 단점을 고쳐주는 것이고, 2단계는 좋은 것을 보여주는 것이고, 3단계는 스스로 만들어내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일이든 학업이든 예술이든 가장 큰 성취는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 성취를 위해서 제일 필요한 것이 호기심이며 호기심은 공감과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된다고 했다. 조윤범은 관객입장에서 예술을 감상하는 방법도 작품을 이해하려는 공감 첫출발이며, 그 작품의 정수를 이해해야 작품감상의 다음단계인 예찬으로 갈수 있다고 했다. 작품감상의 마지막인 단계인 전달하기는 좋은 작품을 다른 사람에게 전파하는 것이라고 했다.

 

 

 

서양음악사

 

이후 조윤범의 강의는 압축적인 서양 클래식 음악의 역사였다. 클래식 거장들의 음악세계와 에피소드, 그리고 그들의 인생에 관해 특유의 재치있는 입담으로 청중들에게 큰 기쁨을 선사했다.

 

비발디는 작곡을 위해 제일 여유시간이 많아 보이는 신부라는 직업을 선택했다. 그래서 빨간머리의 신부라 불린다. 미사시간에 작곡을 해서 교황청으로부터 징계를 당하기도 했다. 비발디가 작곡한 사계는 지금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데 혹자는 비발디가 작곡한 100곡은 모두 비슷하다는 혹평을 한다고 했다. 음악의 아버지 바흐와 어머니 헨델은 같은 해에 태어났고, 서로 애타게 만나려 했지만 만나지 못했다. 그들이 만났다면 음악의 역사가 바뀌었을 것이라고 했다. 바흐는 말년에 건강이 악화된 상황에서 후배들에게 남긴 명작이 푸가의 기법이다. 바흐와 헨델은 모두 같은 돌팔이(?)의사에게 안과수술을 받고 건강이 악화되어 죽었다고 했다. 현악사중주 ‘세레나데’는 교향곡과 현약사중주의 아버지 하이든의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실제는 다른 사람의 작품이다. 하이든의 작품 중에 특히 이런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음악 시대구분의 기준점이 될 정도로 위대한 악성 베토벤은 28살에 이미 귀가 먼다. 음악가로 치명적 약점에도 불구하고 작곡에 대한 열정을 멈추지 않았기에 우리는 지금 베토벤의 음악을 듣고 감동할 수 있다. 조카를 입양하여 자신을 계승할 음악가로 키우려했던 이야기는 악성 베토벤의 다른 단면이었다. 그 외에도 신동 모차르트, 슈베르트, 멘들스존, 바그너, 차이코프스키 등 클래식의 거장들이 그들의 주요작품과 함께 조윤범의 입을 통해 관객들과 함께했다.

 

예술은 감동이 있어야 한다, 감동이 있는 것은 예술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일에 도전하여 무엇인가를 성취해내고 그것이 다른 사람들을 감동하게 만든다면 우리도 예술가가 될 수 있다. 좋은 연구성과를 만들어서 국민들을 감동하게 하는 것, R&D도 예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