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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acle KIST

스스로 생각하는 컴퓨터…‘인공 뇌’ 만드는 과학자

 

 

 

 

정두석 박사, 신경모사 컴퓨팅 기술 개발, 인공 스냅스 회로 등
무인자동차·국방·자가학습형 CPU·인공망막장치 등 적용분야 다양

 

 

터미네이터, 빅히어로, 엑스마키나, AI, 리얼 스틸 등 인공지능 로봇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끊임없이 개봉되고 있다. 영화 속 로봇들은 인간처럼 자가학습을 하고 판단함으로써 인간이 하기 어려운 일을 도맡아한다. 때로는 감정을 느끼며 울기도 하고 행복, 두려움, 사랑의 감정도 느낀다.

 

인공지능(AI) 로봇의 상용화 시점을 예측할 수 없지만 관련기술이 꾸준히 개발되어 주목된다. 컴퓨터 스스로 사물을 인지하고 학습해 운전을 하는 무인자동차, 정상적인 금융거래 패턴과 어긋날 경우 스스로 락(lock)을 거는 보안시스템 등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컴퓨터가 인간처럼 인지하고 생각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정두석 KIST 전자재료연구단 박사는 '두뇌'라고 말했다.

 

정 박사에 따르면 우리는 두뇌를 통해 평생에 걸쳐 배우고 상황판단을 반복하며 생활하는데 컴퓨터는 뇌가 없다보니 상황을 인지하거나 학습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이에 정 박사는 컴퓨터가 시각·청각 등의 정보를 인식할 수 있도록 '인공의 뇌', 즉 두뇌모방 신경모사 컴퓨팅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정 박사는 "신경모사 컴퓨팅 기술은 무인자동차, 자가학습형 CPU, 인공망막장치, 얼굴인식 및 학습 소프트웨어 등 적용분야가 많다"며 "로봇, 컴퓨터, 자동차, 모바일 기기 등의 핵심 부품으로 응용될 수 있으므로 막대한 파급효과를 예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정 박사는 "이 기술이 국방에 활용되면 피아식별로봇을 개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컴퓨터가 적군과 아군의 행동패턴을 이해해 구분하거나 행동패턴을 처리하면 최적의 전략이나 전술을 스스로 이해할 수 있다. 또 사물인지와 자가 분류가 가능한 기술을 활용하면 안전하게 운전 가능한 무인자동차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신경모사 컴퓨팅 기술 사활…우리나라는?

 

"최근 휴대폰도 컴퓨터도 스마트하다고 하지만 사실 사람이 만들어 놓은 프로그램대로 빠르고 정확하게 따라가게 되어있는 겁니다. 우리는 기계가 움직이는 동안 시각, 청각 등 정보를 받으면서 사물인지 사람인지 판단하고 반응하여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자 합니다."

 

신경모사 컴퓨팅기술은 미국이 세계를 주도하고 있다. 정 박사에 따르면 IBM은 촉각, 시각, 청각, 미각, 후각인지 및 학습기능을 가진 컴퓨터 개발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며, 퀄컴은 신경모사 컴퓨팅 칩을 시험제작 중으로 모바일 기기용 AP (Application Processor)칩을 곧 출시할 계획을 갖고 있다.

 

구글은 신경모사 컴퓨팅 소프트웨어 개발의 선두에 위치해 있으며 최근 딥마인드(DeepMind) 등 계열사를 통해 신경모사 기반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개발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페이스북도 인간의 시신경을 모사한 딥페이스(DeepFace)등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26개국 135연구기관이 참여하는 HBP (Human Brain Project)를 운영하고 있다. 뇌 동작기구의 이해, 뇌 질환 이해 및 치료를 위한 ICT기반 인프라 구축, 인지, 학습 가능한 컴퓨터의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나 단위소자수준 개발연구 수준이다. 유기적인 연구에 기반 한 대규모, 다차원 연구지원 사업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박사는 최근 인공 시냅스 회로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정 박사가 연구한 인공 스냅스 회로는 시간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

 

그에 따르면 신경세포는 자극을 받으면 스파이크를 생성하는데 시냅스는 이 떨림을 저장해 시차를 구분하게 한다. 우리가 애국가 중 '동해물과 백두산이' 다음에 '마르고 닳도록'이라는 순서를 기억하는 것도 시냅스가 신경세포의 순차적 떨림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만든 인공 시냅스 회로를 사용하면 컴퓨터가 받아들인 정보를 순차적으로 기억하고 저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정 박사는 강유전체 소재를 이용한 비휘발성 저항스위치를 만들고 원리에 대해 규명하기도 했다.

 

 

로봇등장으로 혼란기 반드시 올 것 “대처방안 같이 고민해야”

 

"메모리 반도체 연구를 쭉 해오다 연구소가 해야 할 유망한 기술이 무엇인가 고민했습니다. 신경모사 컴퓨팅기술은 아직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하기 쉬운 기술은 아니지만 미래 우리에게 필요한 기술일 것입니다. 연구소가 기술 실현 가능성을 먼저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 박사는 신경모사 컴퓨팅 기술의 최종목적지가 '완벽한 뇌처럼 움직이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형식으로 인공 뇌를 만들어 이식하는 것을 구상하고 있다. 그는 “지금은 하드웨어 위에 소프트웨어를 덧칠하는 느낌이지만 궁극적으로 하드웨어식(반도체)으로 가면, 전력소모, 계산속도면에서 장점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뇌는 아직 과학적으로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세계로 이를 컴퓨터에 그대로 옮긴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전자공학, 신경과학, 재료공학, 전산과학, 물리학 등의 다학제간 융합연구가 반드시 필요한 분야로 과학기술자의 연구범위도 끝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넓다.

그러나 정 박사는 오히려 관련기술의 무궁무진한 적용분야에 대해 설명하며 꾸준히 연구 할 가치가 있음을 강조했다.

 

특히 정 박사는 "전 세계적으로 관련연구가 미성숙단계이기 때문에 오히려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신경모사 컴퓨팅 기술이 성숙화되지는 않았지만 넘지 못할 산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AI나 터미네이터의 인공지능 로봇은 인간과 로봇과의 생활에서 벌어지는 사회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의문을 던지기도 한다. 터미네이터는 로봇이 인간을 공격해 죽이기도 했으며, AI는 사람이 감정이 있는 로봇을 만들어 같이 생활하다 필요가 없어져 버리는데, 함께 생활했던 행복한 기억을 잊지 못해 가족을 그리워하며 가족을 찾아나서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 박사는 “인공지능 로봇의 등장으로 혼란기는 반드시 온다고 본다. 이를 단축할 수 있는 정책의 고찰이 중요하다"며 "사람의 일을 대체할 수 있는 로봇이 등장하게 되면 일을 할 사람이 필요없다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그 문제에 대한 대처방안도 같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