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연 향한 과학자들의 기대…"연구 안정성 보장이 핵심"
[과학벨트 선정 이후 과제①]"연구 자율성과 독립성 보장해야"
"5년 안에 연구단 50개 만들기보다 인재 찾아 탄탄하게"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과학벨트입지평가위원회는 지난달 28일 전국의 165만㎡(50만평) 이상 부지를 가진 후보지 중 입지 조건에 따라 10개 지역으로 압축했다. 오는 12일 회의를 통해 5곳을 선정하고 이달 말쯤 과학벨트 입지를 선정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정계와 각 지자체에서는 과학벨트 입지 유치전이 과열 양상을 띠고 있다. 과학계에서는 이같은 사회 분위기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과학벨트 성공을 위한 논의가 시급한 상황에 본래 취지는 완전히 뒷전으로 밀려나 있지 않느냐는 판단에서다. 이에 대덕넷에서는 과학벨트 선정 이후의 발전 방향과 효율적 활용 방법 모색을 주제로 특별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 편집자 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가 오는 5월 말 입지선정을 앞두고 있다. 과학자들에게는 꿈의 과학 현장이 실현되는 것임에도 이를 바라보는 그들의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과학벨트의 존재 목적은 당연히 한국 과학에 걸림돌로 비유되고 있는 기초과학의 발전이다. 제일 관심을 갖고 참여하게 될 사람들 또한 과학자이다. 그러나 과학벨트 유력후보지역 지자체들은 과학 발전이나 주인공인 과학자들의 의견을 듣기보다는 지역경제 발전과 고용유발 효과만을 기대한 채 거점지구 유치에 온 힘을 쏟고 있다. 한마디로 주객이 전도돼 있는 상황이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지 올해 4년차. 이 대통령이 내걸었던 공약인 과학벨트가 정치개입 없이 과학자들의 논리와 나라 발전을 위해 진행됐다면 거점지구는 벌써 결정나지 않았을까. 또 연구자들이 바라는 대로 중이온 가속기를 좀 더 빨리 들여왔다면 한국의 과학자들은 어느나라 보다 앞서 가속기를 통해 새로운 연구에 몰두하고 있을 것이다.

더 이상 과학벨트 '유치전'에만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다. 핵심이 되는 기초과학연과 중이온가속기를 어떻게 운영하고 이를 과학과 산업발전에 어떤 방법으로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 과학자들의 입을 통해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연구원만 있으면 뭐하나…좋은 인력으로 구성하고, 미래 인재 키워야"

기초과학연에서 가장 먼저 보장돼야 하는 것은 '연구의 자율성'과 '독립성'이라는 것에 대부분의 과학자는 입을 모은다. 또 유행을 쫒는 연구보다 아이디어와 사람 중심 연구에 투자하고, 기초과학연에서 운영될 50개 연구단도 시간에 쫒겨 만들기 보다 적합한 사람을 찾아 제대로 구축해 가자는 이야기가 다수였다.

특히 연구주제에 따라 연구단을 생성하고 소멸시키는 10년 일몰제에 대해서는 '좋은 연구자가 오고 싶어도 오지 못할 것'이라며 연구의 안정성을 담보해 달라는 의견이 나왔으며, 이중(二重)소속제를 통해 기초과학연에서 연구가 끝나더라도 기존 기관으로 복귀해 일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기초과학연의 효율적 운영방안에 대한 과학자들의 고민과 의견들을 직접 들어보자.

"20년 전만해도 학생들 반 이상이 일반 물리를 고등학교 때 배웠었고, 기초과학의 바탕을 가지고 대학에 입학했었다. 그러나 지금 일반 물리관련 수능시험은 3%만 치는 수준으로 매우 낮아졌다. 이런 상황에 우리나라 과학수준이 어떻게 될지 걱정스럽다.

기초과학연을 만들더라도 일할 사람이 없으면 곤란하다. 연구원을 만드는 것이 우리 미래의 담보라면 미래 세대 기초과학 교육까지 연계돼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방대학과 기초과학연의 연결은 미래 연구자를 키우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들이 이 사업을 건설사업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지방대학 학생들에게 기초과학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을 중요시해야 한다.

또 기초과학연과 기존 연구소와의 인프라 연계도 생각해 봄직하다. 일례로 일본의 리켄이나 독일의 막스플랑크, 프랑스의 CNRS는 전국적으로 연구소망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 나라들은 과학자가 많고 연구 역사가 깊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우리나라에 똑같이 적용하기는 힘들 것이다. 선진국을 따라 하기 이전에 전국적인 연구 조직이 될 수 있도록 고려한 후 시작해야 한다."(고등과학원 김재원 교수)

"과학을 발전시키기 위해 투자할 수 있는 것은 '연구자', '돈', '시설'이 있다. 그러나 우린 지금까지 돈과 시설에만 투자 했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도전하는 사람에 대한 투자가 부족했다. 새로운 아이디어에는 그 연구가 성공할 것 같겠냐고 비판했고 유행연구만 해왔던 잘못을 되돌아 봐야 한다. 이제는 새로운 연구테마를 가진 사람에게 투자 해야 할 것이다."(기업 관계자)

"기초과학연구인력은 2500여명으로 구성하려고 준비 중이나 기초과학만 하는 인력이 그만큼 있을지 의문이다. 때문에 우수 외국 인력을 데리고 오고, 기존 우수 연구자들이 사이트 랩을 맡아 연구해야 한다.

기존 연구자들이 기초과학연의 사이트 랩을 맡아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이중소속제가 필요하다. 이중소속제를 통해 사이트 랩 연구활동이 끝나면 기존 기관으로 복귀하고 자신의 분야를 연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법 상으로 이중소속제는 적용이 안되고 있다."(생명연 A박사)

"연구의 미래 성패는 연구원장과 단장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달려 있다. 연구테마 50개를 정하고 단장을 정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처럼 인구가 적은 곳에서 50개를 채우기에는 무리가 있다. 억지로 능력 부족한 사람을 높은 지위에 앉히는 것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 그런 점에서 한꺼번에 50개를 하기보다 사람을 찾아, 그 사람이 잘 하는 분야를 할 수 있게 지원한다면 성공의 가능성 또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KIST S박사)

"한국에는 기초연구를 하는 시설이 거의 없기 때문에 국내 연구자들이 해외로 많이 빠져나가 있다. 일만 있으면 한국으로 들어오고 싶어하는 과학자들이 많은데 기초과학연이 이런 역할을 해줘야 한다.

또 기초과학연은 기초과학을 하는 연구자를 키워내야 한다. KAIST나 포스텍 등에서는 사이언스 테크놀러지(돈 되는 기술)를 하고 기초연구는 잘 안하고 있는데, 기초과학연에서 교육을 한다면 상업화가 아닌 정말 기초연구만 하는 그런 사람을 키워내야 한다. 기초과학연구는 돈이 되는 기술도 아니고 당장 산업화할 수 있는 기술들이 아닌 호기심 연구다. 그럴수록 끊임없는 지원이 필요하다."(KISTI J 박사)

◆ "기초과학연, 연구 안정성 담보하지 않으면 아무도 오지 않을 것"

"10년 일몰제는 젊은 과학자들에게 메리트가 없다. 10년 후 이 사업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누가 갈까. 차라리 연구를 충분히 할 수 있는 일반 연구소나 대학을 가지, 굳이 기초과학연에 가려 하지 않을 것이다. 좋은 연구인력을 구성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해달라.

또 운영에 있어서 젊은 과학자들이 연구를 많이 할 수 있는 독립성이 보장돼야 한다. 지금 내 삶을 보면 연구보다 행정 일이 너무 많다. 연구가 방해 받을 정도다."(울산 과기대 S교수)

"모든 연구자들도 마찬가지겠지만 기초과학을 연구하는 사람들도 자기를 희생해서 연구를 하고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 지속적인 연구 안정성을 부여해주지 않으면 아무리 연구 잘하는 사람도 기초과학연에 발을 들이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또 KAIST나 고등과학원의 경우 좋은 처우로 사람들을 데리고 왔지만 언제부턴가 스톱 상태다. 지속적으로 처우를 끌어올려야 좋은 사람을 계속 모을 수 있을 것이다."(고등과학원 관계자)

"기초과학연의 연구는 호기심 충족을 위한 기본 연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출연연은 목적연구를 하고 기초과학연은 기본연구를 중심으로 함으로써 연구분야를 혁신의 모델로 삼아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어떨까 제안해본다.

예산문제도 어떻게 할지 걱정이다. 지금 대통령이 정부정책으로 지원한다고 하는데 기초연구는 지속 지원이 필요하다. 당장 지원기간이 끝나면 정부 R&D 예산에 포함되는데 그때도 예산 지금이 가능할지 걱정이 된다. 또 기존 사업단 지원과 같은 맥락에 놓고 지원을 줄여서는 안 된다. 안정적인 지원예산 확보도 관건이다."(생명연 A박사)

"기초과학연에는 세계적 수준의 연구단장이 올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노벨상 수상자를 키우는 연구소가 될 것이라고 하지만 세계적 수준의 연구단장의 기준은 뭐며, 노벨상을 위한 연구소는 뭔지 모르겠다. 기초과학연을 세우면 노벨상을 탈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는건 아닌지... 노벨상이란 교육에서부터 사회문화, 거기에 따른 인프라 지원 등 사회가 만드는 것으로, 기초과학연은 노벨상을 위한 곳이 아닌 기초연구를 하는 곳이 돼야 한다.

그리고 이제 정치와 과학은 분리돼야 한다. 과학벨트도 그렇지 않은가. 과학자들과 정책자들의 고민으로 만들어 놓은 안이 전혀 다른 논리로 바뀌는 것 같은데 원래 방침대로 가야 한다. 국가는 밑바탕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과학자는 과학적 결정을, 정책결정권자들은 그 결정을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지 국가가 모든 권한을 결정해선 안 된다. 또 국가의 세금을 가져다 쓰는 만큼 기초과학연을 국민에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하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운영해야 한다."(생명연 K 박사)

◆ 기초과학연, '정말 연구하는 사람', '열정 있는 리더 필요'

"연구소의 독립성과 연구자의 자율성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리더를 선정하는데 있어 투명하게 객관적으로 수행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연구소의 영향력 있는 사람들은 정부와 줄이 닿아있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투명한 선정방법이 아니라면 독립성도 자율성도 모두 무산될 것이다."(고등과학원 K연구원)

"과학벨트는 원 취지대로 설립돼 지속적으로 운영 발전해야 한다. 특히 사업에 우리 모두가 공감대를 가져야 하는데, 과학자는 물론이고 정부 정책자들이 과학벨트의 중요성과 성공을 위한 내실을 다져 정권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실제 운영은 사람 중심으로 해야 한다. 훌륭한 단장과 원장을 모셔 그 사람에게 자율성, 독립성을 주고 연구에 몰입할 수 있도록 환경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들은 지금까지 계속 요구돼 왔고 다른 사업에서도 중요하다고 했는데 과연 기초과학연에선 잘 될까. 이러한 내용도 구조적이나 법적으로 제도됐으면 좋겠다.

또 외국인 과학자 중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사람은 중견 리딩 학자들이다. 열정이 있고 반응력이 있어야 실질적으로 기초연구에 도움이 될 것이다."(과실연 관계자)

"5년 내에 50개 연구단을 만들겠다는 기초과학연의 계획과 특히 그 반인 25개 연구단을 기존 출연연과 대학 등 외부에 만드는 경우 운영에 대한 세심한 계획이 없으면 기존 연구기관 운영에 어려움을 줄 수도 있다. 또 현재 제시된 기초과학연의 연구테마 유형에서 기초 연구는 대학과 중복되고, 전략형 연구는 출연연에서 하고 있는 연구분야와 중복이 예상된다.

때문에 ▲기초과학발전을 위한 기초과학연과 기존 대학과 출연연의 역할분담 ▲출연연에 설치되는 사이트 랩은 출연연 고유기능이 강화될 수 있게 연구분야와 운영방안 마련 ▲기초과학연 본부에 위치하는 연구단은 기존의 대학·출연연과 중복성이 없는 기초연구를 중심으로 구성 ▲사이트 랩과 프론티어사업단 등 기존 연구 사업과의 차별성 필요 등이 요구된다."(기초연 L박사)

"여러 연구진이 일하는 곳인 만큼 연구분야도 각각 다르기에 환경 조성도 다 다를 것이다. 하지만 환경이 좋지 않더라도 좋은 리더나 연구자들이 있다면 알아서 사람들은 몰리게 될 것이다. 좋은 리더들은 그만큼 중요하다. 리더들에게 그들의 의욕이나 리더십 유지, 연구 비전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전권을 맡기고 일을 주관하게 해야 할 것이다."(천문연 M연구원)

"기초과학연은 응용연구를 하는 대덕과 함께 해야 효과가 클 것이다. 응용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기초연구 자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함께해 나가야 시너지효과를 볼 수 있다."(출연연 관계자) 


<대덕넷 김지영 기자> orgHs12345@HelloDD.com      트위터 : @orghs

2011년 05월 08일

Posted by KIST 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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