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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acle KIST

절대 풀릴 수 없는 '암호'의 비밀…'퀀텀시대'가 온다

 


KIST 양자정보연구단, 양자암호·양자컴퓨터·양자소자 연구

"언젠가 풀릴 수학적 암호체계 및 미래 대비…KIST 역할"



나노기술시대에서 양자기술시대로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양자기술을 활용하면 지금보다 더 안전한 암호체계인 양자암호와 슈퍼컴퓨터보다 빠른 양자컴퓨터 등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돼 양자에서 일어나는 특별한 현상에 과학기술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KIST도 지난 10여 년간 양자 관련 연구를 수행해왔다. 이를 기반으로 지난 2012년 양자정보연구단(단장 문성욱)을 설립, 양자암호시스템 연구를 비롯해 양자컴퓨터와 양자소자, 양자통신 등 연구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수원시 한국나노기술원에 둥지를 튼 양자정보연구단을 찾았다. 양자정보연구단 입구에 들어서자 빨간색으로 강렬하게 써진 퀀텀(Quantum,양자) 간판이 지나가는 이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연구실 유리창에도 퀀텀 네온사인이 반짝이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양자정보연구단이 수원에 자리를 잡은 이유는 양자기술을 연구하기 위해 반도체프로세스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국나노기술원이 보유한 반도체공정장비를 공동 활용할 수 있어 연구의 질을 높일 수 있다. 또 양자기반기술을 연구하는 국내연구진이 많지 않기 때문에 대전과 포항, 서울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과학자들과 공동연구를 하기에도 좋은 위치에 있다.


한상욱 박사는 "우리 연구단은 21세기 퀀텀(Quantum,양자)시대를 대비해 필요한 기술개발을 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며 "양자기반기술이 가져올 새로운 역할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연구를 꾸준히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양자암호는 암호체계의 창과 방패 “무너질 암호체계 대비해야”


"지금 우리가 쓰는 암호체계는 충분히 안전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10년 20년 후 기술발전으로 혹시 안전하지 않다면 어떨까요. 양자암호는 그러한 가정 하에 시작합니다. 그 어느 기술로도 깰 수 없는 양자암호통신을 연구하는 것이 우리가 하고 있는 연구입니다.“


최근 양자기술을 기반으로 활발히 연구되는 것이 양자암호통신이다. 양자암호통신은 우리가 지금 쓰는 대부분의 암호체계가 먼 미래 안전하지 않다는 가정 하에 연구되고 있다. 


우리가 지금 쓰는 대부분의 암호체계는 수학적 계산 복잡성에 의존하고 있다. 대표적인 공개키 암호방식인 RSA암호는 암호화·복호화에 서로 다른 알고리즘을 이용하고 키의 관리도 매우 간단하다는 장점으로 인해 전자상거래, 전자서명 등 일상생활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RSA암호는 소인수분해의 어려움을 이용한 암호체계로 수학적 계산의 어려움에 의존하고 있어 컴퓨터의 성능 발전과 새로운 소인수분해 알고리즘이 개발되면 그 안전성이 위협을 받을 수 있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컴퓨터 성능 및 수학적 이론의 발전으로 기존 암호체계는 언젠가 풀리게 될 것이라는 것이 학계의 의견이다.


암호체계가 풀리게 되면 금융정보, 도청, 개인정보 등 해킹의 위험성이 커져 사회적 혼란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에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양자역학 원리에 기반을 두는 '양자암호'다. 양자암호는 수학적 계산 복잡성이 아닌 양자역학의 원리에 기반을 두어 절대적 안전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



KIST는 지난 2012년 양자암호통신 관련 연구를 통해 2013년 plug and play 방식으로 동작하는 '양자암호통신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개발해 해외양자암호학회 등에 전시 및 시연을 성공리에 마친 바 있다.


이 시스템은 빛의 최소단위인 광자를 사용하는 통신시스템으로 완벽한 보안이 유지된 상태에서 통신을 가능하게 한다. 정보보안이 중요한 국가 및 군사 보안 중요 통신망에 사용될 수 있으며 향후 네트워크와 연결되면 개인통신에도 사용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용수 박사는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암호는 수학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학계에서 언젠가 붕괴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며 "양자암호는 이를 대비할 수 있는 암호체계다. 지금 당장이 아닌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방패를 마련하는 연구"라고 말했다.


다이아몬드 성질 이용 양자컴퓨터 개발한다 


양자정보연구단은 그동안 축적한 기반기술을 활용해 양자소자와 양자컴퓨터 등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다. 양자컴퓨터는 양자의 고유한 특성인 중첩과 얽힘, 결맞음 등 양자역학적인 현상을 이용해 자료를 처리하는 새로운 개념의 초고속 컴퓨터 기술이다. 


슈퍼컴퓨터와 양자컴퓨터가 각각 300자리 정수 소인수분해를 하는데 드는 시간은 슈퍼컴퓨터 1년, 양자컴퓨터 30분정도로 성능이 매우 우수하다. 특히 양자컴퓨터는 양자통신, 양자센서, 양자 시뮬레이션 등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는 다양한 응용분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어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양자컴퓨터를 개발하기 위해 양자정보연구단은 다이아몬드에 주목했다. 윤지원 연구원 주도로 작년 말부터 다이아몬드를 활용한 양자기반기술을 수행 중이다. 윤 연구원은 물리 공부를 위해 떠난 미국 유학에서 다양한 랩을 거치며 다이아몬드를 통한 양자계산기 및 소자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문성욱 단장 역시 최근 2주간 떠난 장기출장에서 다이아몬드 활용 양자기반연구의 가능성을 봤다.



문성욱 단장은 "큐비트(양자컴퓨터에서 정보저장의 최소 단위)는 성질이 자꾸 바뀌는데 이를 가장 늦출 수 있는 방법을 찾다 안정된 물질인 다이아몬드에 주목하게 됐다"며 "다이아몬드는 실제 반도체 공정을 통해 소자화시켜도 활용도가 높아 양자계산기 소자 등에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양자관련연구 역사는 길지만 국내의 경우 10년 전만해도 관련분야를 가르치는 사람의 거의 없었다. 지금은 사정이 조금 낫지만 대학과 연구소를 중심으로 소규모 연구가 진행되고 있을 뿐 대규모·다차원 연구지원은 전무한 실정으로 연구자들의 협력이 강조된다.


이에 양자정보연구단은 양자컴퓨터 관련 세계 선진 연구자들과의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기술 흐름 주도를 한다. 2014년 워터루 대학과의 양자정보통신 공동연구를 위한 MOU를 교환하고 공동 연구 수행 중에 있으며, 연세대, 포항대, 대전의 출연연 등과 공동연구를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오랜 연구가 지속되어왔지만 풀리지 않은 문제가 산적해있는 양자기반기술에 국가적 관심과 지원이 늘어나면 신산업과 새로운 패러다임 등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문성욱 단장은 "기업에서 하기 어려운 당장이 아닌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기술을 연구하는 것이 KIST 역할"이라며 "장기적 호흡으로 연구를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