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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acle KIST

수천 수만번 엎어졌지만…9년의 도전 '세계최초' 만들어



석현광 KIST 박사팀-유앤아이, '생분해성 금속개발' 상용화 성공

국내 넘어 '미국·유럽 진출' 준비 완료

"세계최초 타이틀 끝 아니야…꾸준한 R&D로 세계최고 기술 만들 것"


지난 2013년 세계 의료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소식이 있었다. 국내 연구진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인체 구성성분으로 만든 '체내에서 녹는 뼈고정용 의료기기(케이메트)'를 개발하고, 임상시험 승인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석현광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생체재료연구단장팀과 유앤아이(대표 구자교)가 개발한 이 의료기기는 인체 내 1~2년 후 자연 분해된다. 의료기기 제거를 위한 2차 수술을 하지 않아도 돼 수술 환자의 심리적 부담을 덜면서 경제적 효과도 있어 의료현장에서 기술개발의 필요성이 요구돼 왔다.

 

전 세계가 생분해성 금속개발에 막대한 금액을 투입하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세계 1등 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던데는 산·학·연이 9년간 공동으로 흘린 값진 노력과 땀이 있었다.




석현광 KIST 단장팀과 유앤아이가 소재 연구개발과 상용화 가능성을, 서울아산병원·서울대학교·충남대·성균관대·국민대 등 교수진이 기초연구와 임상연구를 진행했다. 산학연이 각자가 맡은 바 연구를 묵묵하고 충실하게 한 끝에 얻어낸 합작품이다.

 

"9년간 R&D를 하면서 포기하고 싶은 적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힘든 일을 버티고 나면 연구를 해야만 하는 원동력이 생겼기에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팀원간의 믿음과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입니다."(구자교 유앤아이 대표)

 

세계 최고 성과 이후 2년이 흘렀다. 산학연 연구진들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유앤아이에서 석현광 단장과 구자교 대표를 만나봤다.


도중하차 연구팀 無…“보이지 않는 믿음 연구 확신으로”

 

구자교 대표는 의료 임플란트 1세대 기업가로 1997년 기업을 설립했다. 지금은 의료기기 FDA 승인을 제일 많이 받은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처음엔 모방 제품을 판매하는 작은 회사였다.

 

구 대표는 "해외 의료기기 유수기업과의 경쟁에서 품질에 대한 경쟁력에 자괴감을 느꼈다. 우리 기술로 고유상품을 만들어야겠다는 욕구가 컸다"며 R&D를 강화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던 중 90년대 말 KIST의 김준경 박사팀(현 전북분원장)과 의료기기 개발 협력을 통해 KIST와 인연을 맺었고, 자연스럽게 석현광 단장을 만났다.

 

당시 석현광 단장은 생체분해성 금속이라는 콘셉트의 연구과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석 단장은 "유사한 기술들이 유럽 등에서 개발되고 있었지만 의공학 전문가들이 연구개발을 주도하고 있었다"며 "금속재료 전문가들과 기업이 연구개발을 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 같았다"며 의기투합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KIST는 소재연구를, 유앤아이는 제품화를 위한 디자인과 테스트, 대학은 동물 임상 등 각자 자기역할분담을 명확하게 분리해 연구 개발했다.

 

정부투자가 끊겨도 유앤아이는 자체적으로 자금을 끌어와 투자를 했으며, 투자대비 이익에 대해 절대 조급해하지 않았다. 석현광 단장팀도 약 5년간 월 1회 모임을 통해 그간 연구한 부분을 설명하고 부족한 부분은 논의하면서 성과들을 모아나갔다.

 

석현광 단장은 "연구에 좌절할 때도 많았지만 다른 연구팀의 성과에서도 또 다른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며 "많은 사람들이 함께 연구 장벽을 끊임없이 깨나갔다. 연구팀간 보이지 않는 믿음이 연구에 대한 확신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계기"라고 설명했다.


 


미국지사 설립, 미국·유럽·중국 등 해외시장 진출 준비 완료


"최근 시판허가를 받아 6월부터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유럽과 미국, 중국 등에 판매허가를 준비 중에 있습니다."

 

지금까지 생체의료용 금속재료로는 스테인리스강과 코발트 합금, 타이타늄 합금 등이 많이 쓰였다. 그러나 고정 장치로 쓰이는 인공적 소재들은 인체 내에 그대로 두면 몸속에서 반응을 일으켜 주변 건강한 뼈까지 손상을 입힌다. 1년 정도 지나면 환자의 몸에서 꺼내야한다.

 

석 단장팀은 강도가 높으면서 뼈가 다 붙기도 전에 녹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마그네슘, 칼슘, 아연, 합금 등 최적의 비율을 찾았다. 특히 체내 흡수되더라도 안전해야하기에 우리 몸속에 존재하는 원소들로만 케이메트를 만들었다.

 

케이메트는 5년간의 동물실험과 2년간 인체실험을 마치고 지난 6월 시판허가를 받았다. 판매를 시작으로 올 기업 상장을 예정하는 등 기업도 성장하는 추세다.



미국과 유럽, 중국 등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준비도 진행 중이다. 구자교 대표는 "3년 전 미국 지사를 설립해 미국의 시장특성 등을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앤아이는 케이메트를 전용으로 생산하는 공장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공장에 들어가자 가공하기 전 모습의 소재들이 가지런히 보관돼 있었고 납품을 위해 한 창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케이메트는 총 92종으로 생산된다. 사람의 골격이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크기로 생산 중이다. 생산이 완료된 케이메트는 클린룸에서 최종 확인 및 포장이 진행된다. 케이메트 보관창고에 이르자 흰 종이상자에 포장이 돼 시장으로 나가기 위한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세계 1등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자만하지 않은 꾸준한 연구개발이다. 끊임없이 진화하는 과학기술 속에서 조금이라도 긴장을 늦춰선 안된다.

 

석 단장은 "더 많은 분야에 응용될 수 있도록 강도를 높여 생체의료용 금속재료인 타이타늄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까지 높여야한다"며 "생체의료용 금속재료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리드할 수 있도록 연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구자교 대표도 "케이메트는 작은 뼈를 고정하는 금속재료"라며 "향후 분해속도를 늦추고 강도를 높여 다양한 뼈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2차 개발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