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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news

표준연 '수소 안전연구'…"수소경제 실현 앞당긴다" (09.17)

에너지소재표준센터, 2009년 국내 첫 수소안전연구동 건립
남승훈 박사 "수소안전 연구 역사 40년 앞선 미국, 일본과 어깨 나란히"

 


조은정 기자 (eunjj@hellodd.com)

 

수소 에너지는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를 위한 미래 청정에너지원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수소의 확산성은 헬륨가스의 2배, 천연가스 6배, 가솔린의 12배로 그 확산속도가 매우 빨라 용기충전 이용 사고나 수소배관 누출 사고처럼 폭발 시,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수소 에너지를 산업계에 적용하기 전, 안전성을 평가하는 표준을 마련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절차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원장 신용현) 에너지소재표준센터는 수소에너지 산업화를 위한 안전측정기술 개발을 책임지고 있다. 현재 ▲수소재료측정기술 ▲수소안전저장·수송기술 ▲수소설비안전관리기술 개발 전략 등 3단계 중장기계획(2015~2023)을 수립하고 한국형 수소설비 개발에 안전 설계 정보 제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 표준연 에너지소재표준센터, 국내 최초 수소안전연구동 건립하다

▲수소안전연구동 내의 가스 분배기. 230 MPa 초고압 압축기를 통해 압축된 수소 가스를 배분하는 역할을 한다.<사진=조은정 기자>

에너지소재표준센터는 2009년 국내 처음으로 수소안전연구동을 건립했다. 연구동에서는 수소의 생산, 수송, 저장, 이용설비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각종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연구동은 ▲230 MPa 초고압 압축기 ▲초고압 수소 취화조 ▲초고압 수소 오토클레이브 융합 재료역학시스템 등 고압으로 압축된 수소가스 환경 속에서 재료의 특성 측정이 가능한 시험장치들이 구축돼 있다. 시험동은 5중 안전장치로 설계되어 있다. 원천적으로 수소가스가 누출되지 않도록 건설 되었을 뿐만 아니라 모든 자재를 수소방폭인증 제품을 사용하였으며, 최후에 수소가스가 시험동에 0.1 %만 누출되더라도 천장의 수소 가스 감지기가 작동하여 자동으로 가스를 외부로 배출하도록 되어 있다. 이러한 수소안전연구동은 주위의 많은 연구소에서 밴치 마킹 하는 시험동이 되고 있다.

남승훈 에너지소재표준센터 박사는 "수소에너지의 측정과 안전기술을 위한 연구 인프라를 이처럼 체계적으로 갖춘 곳은 표준연이 국내 최초로 유일하다"고 말했다.

국가적으로 수소에너지 안전 중요성 인식이 부족했던 당시, 표준연은 본격적 수소에너지 안전기술 개발을 위한 인력, 장비, 기술의 완벽한 삼박자를 갖추게 되었다.

2년 전, 에너지소재표준센터가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소재에서 SNG 내 최적 수소 함유량이 0.1 %라는 것을 밝혀낸 연구결과는 남 박사가 꼽은 최고의 성과 중 하나. Bio 가스, SNG등 부생가스에는 수소가 포함되어 있는데, 천연가스에 이를 섞어 연료로 사용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이 SNG 내 수소 함유량. SNG 내 수소 함유량이 많을 경우 파이프가 딱딱하게 굳어지며 충격에 약해 파손 위험이 커진다.

당시 유럽의 경우 2 % 수소를 사용하고 있어 우리나라 산업계에서도 그 기준을 따르고자 했었다. 하지만 에너지소재표준센터에서는 실험을 통하여 수소 취성이 발생, 물성 저하가 생기는 것을 발견했다. 유럽과 한국의 수소압력의 차이가 원인이었다. 유럽은 5 bar의 압력으로 수소를 포함한 가스를 수송하는 반면, 한국의 수송 압력은 70 bar로 상대적으로 고압의 가스를 수송하고 있었다. 센터는 급하게 보완 실험을 마친 결과, 0.1 % 수소가 포함된 경우에는 수소 취성이 발생하지 않아 안전하다는 것을 발견 하였다. SNG 공장 준공을 앞두고 있던 포스코는 서둘러 SNG내에 수소제거공정을 보완해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 미국 에너지성 관료, 국책 공동연구 제안…"수소에너지 연구 선도국으로"

표준연은 2009년 이래로 매년 수소안전워크숍을 개최하고 있다. 3년 전 부터는 국내 연구자뿐 아니라 수소안전 관련 해외 석학들도 워크숍을 찾을 만큼 국제적 규모로 성장했다.

표준연 에너지소재표준센터는 워크숍을 통해 미국 샌디아 국립연구소(SNL), 미국 국립표준기술원(NIST), 일본 산업기술총합연구소(AIST) 등 전 세계 수소안전 연구 분야 선진국들과 수소 취성 연구에 필요한 新 기법을 공유하고 있다.

▲형광펜으로 칠해져있는 부분이 신재생에너지측정센터의 결과. 평균이라고 표시된 점선에 가장 인접해 있다. 그외 표시된 점들은 타국 결과.<사진=조은정 기자>

몇 해 전, 일본의 한 수소과학자에게 "일본이 미국을 따라잡는 데 30년이 걸렸는데, 이제 막 수소과학 연구를 시작한 한국이 어떻게 우리를 따라잡겠느냐"고 비아냥받았던 센터는 이제 세계적인 그룹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다.

에너지소재표준센터가 매년 진행하고 있는 역학 물성, 충격 물성 국제 비교실험 결과도 늘 최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겨울에는 에너지소재표준센터 생산한 데이터 결과값에 주목한 미국 에너지성(DOE) 관료가 직접 국제 공동연구를 제안해 왔다. 표준연의 연구 역량을 인정한 것이다.

남 박사는 "7, 8년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에너지소재표준센터가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인 수소안전 연구 선도국으로 발돋움 하게 되었다"며 "앞으로도 수소에너지의 효율적 활용기술과 안전기술에 기반한 수소경제 실현을 이뤄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