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cience news

천문연구 빈곤 속 '의미있는 발견'···"은하도 1+1 좋아해"(07.12)

김상철 박사 연구팀, 왜소은하의 은하 병합 증거 발견
더 작은 규모의 은하형성 재료 존재 가능성 제시

 

길애경 기자 kilpaper@hellodd.com

 

 

 

"우리나라의 가장 큰 망원경은 20년 전 설치된 보현산천문대의 1.8m 망원경입니다. 외국은 10m 망원경으로 치고나가는 상황에서 국내 연구자들이 얻을 수 있는 천문 데이터는 극히 제한적인게 현실입니다. 이번 연구도 관련 데이터가 없어 미국의 오픈데이터를 이용해 연구한 것으로 시간이 많이 걸렸죠. 거대마젤란망원경(GMT)을 사용할 수 있는 2022년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국내 천문학 연구진이 왜소은하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발견, 국제적으로도 연구성과를 인정받았다.

 

한국천문연구원(원장 한인우) 김상철 은하진화그룹 박사(UST 천문우주과학전공 부교수) 연구팀이 큰곰자리 은하단에 속한 왜소은하 'U141(MCG+08-22-082)'에서 두개의 핵과 상자 모양의 빛 분포 등 은하 병합의 증거를 새롭게 발견했다.

 

은하 병합의 특징은 두개의 핵, 상자 모양의 빛분포, 푸른 중심부 등 세가지. 태양계가 포함된 우리은하 등 거대은하에서만 이런 특징들이 발견돼 그동안 왜소은하끼리 병합해 몸집이 크고 무거워지는 거대은하를 형성한다고 여겨왔다.

 

왜소은하는 수십억개의 별로 구성된 작은 은하를 말한다. 거대은하인 우리은하가 2000억개에서 4000억개로 추정되는 별로 구성된 것에 비하면 왜소은하는 규모가 작다.

 

김상철 박사에 따르면 그동안 왜소은하에서는 은하병합의 특징 중 상자모양의 빛분포 현상만 발견돼 왔다. 때문에 왜소은하는 단순히 거대은하를 만드는 재료로만 여겨진게 사실이다.

김 박사는 "이번 성과는 왜소은하이면서 다른 왜소은하와 합쳐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왜소은하도 우리가 모르는 뭔가가 합쳐져 만들어진다는 새로운 시나리오가 필요해진 것"이라며 "은하를 만드는 다른 기본재료가 있다는 것을 제시한 것으로 천문학적 의미가 크다"고 연구 성과 의의를 강조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박민아 UST 천문우주과학전공 박사과정생, 천문연 은하진화그룹 소속의 산자야 파우델(Sanjaya Paudel), 이영대, 김상철 박사 연구팀의 협력으로 가능했다.

 

김 박사는 "박민아 학생이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연구자들이 협력해 데이터를 분석하며 진도를 나갈 수 있었다"면서 "논문으로 출판되기까지 6개월 이상 걸렸다"고 설명했다.

 


◆ 국내 연구 데이터 없어, 외국 데이터 이용해 연구

 

"미국 등 과학선진국과 스페인, 칠레 등이 10m 망원경을 볼때 우리는 20년 전에 만들어진 1.8m 망원경으로 봐야했죠. 데이터가 절대 부족하다는 의미입니다. IMF 경제위기 시기 6.5m 망원경 설치 사업이 좌절되면서 15년을 굶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 속에서 얻어낸 이번 성과는 의미가 더 남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김상철 박사에 의하면 이번 연구는 국내에는 데이터가 없어 미국에서 공개한 데이터를 이용한 연구결과다. 누구나 볼 수 있는 데이터를 이용해 성과를 낸 것이다.

 

연구성과는 왜소은하에 대한 특성을 달리 제시하며 천문학 분야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미국 천문학회 천문학 저널 AAS(American Astronomical Society) Nova에 가장 주목 할만한 논문으로 소개됐다.

 

김 박사는 "세계 유명 천문 저널이 4개(미국 2개, 영국 1개, 유럽 1개)로 중요도에 따라 소개를 하는데 우리 성과는 미국의 저널에서 주목 할만한 논문으로 소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과학선진국의 경우 자국만 사용하는 망원경이 있지만 데이터를 공개하기도 하는데 그 데이터를 쓰면 자국의 명성도 올라가기 때문"이라면서 "우리나라도 우리만의 데이터가 있으면 우리가 연구하고 싶은 분야를 할텐데 현재는 과학선진국에서 공개해 놓은 자료만으로 협력연구를 하는 상황이라 천문연구자 대부분 자료 빈곤으로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우리나라는 1996년 보현산 천문대에 1.8m 망원경을 설치하며 천문강국으로 가는 길을 열었다. 이후 국내 천문학자들이 새로운 별을 찾았다는 소식을 자주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천문 환경은 세계 50위권 밖이다.
미국을 비롯해 스페인, 브라질,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이 8~10m 초대형망원경을 확보하며 연구에 박차를 가한 것에 비해 우리나라는 IMF 경제위기로 중간단계인 6.5m 망원경 설치가 좌절됐다. 그 결과 1.8m급 망원경을 설치한지 20년이 지나며 데이터 부족의 한계에 이르고 있는 실정이다.

 

다행히 정부는 미국 애리조나대학 등 10개 기관과 공동으로 25m급 세계 최대 규모의 거대마젤란망원경(GMT) 건설에 참여하고 있다. 사업이 완공되면 오는 2022년 관측이 가능하다. GMT는 현존하는 가장 큰 광학망원경인 미국 하와이 케크 망원경(10m급) 등보다 6배 이상 많은 빛을 모을 수 있다. 우주공간에 떠 있는 허블우주망원경보다는 최대 10배 선명한 영상을 제공할 전망이다.

 

김 박사는 "IMF 시기이후부터 천문 연구의 공백이 크다. 1.8m에서 갑자기 25m급 망원경으로 가는 것인데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준비가 있어야 한다"면서 "우선 중간단계인 10m급 경험이 요구된다. 미국 등 해외 연구자들에게 아이디어를 주고 협력연구를 하며 경험을 쌓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기초과학분야 예산이 비교적 많은 미국, 유럽과 협력연구를 하기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인력, 예산이 많은 그들에게 매력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일이 쉽지 않다"면서 "그럼에도 연구자 한명 한명이 애쓰며 2022년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GMT는 지름 8.4m짜리 반사경 7개를 벌집 모양으로 붙여 지름 25m짜리 거대한 반사경을 만드는 것으로 높이는 22층 건물 규모, 거울 한 장의 무게만 17톤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