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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news

'유기태양전지' 상용화 임박···화학연·포스텍 함께 뛴다(07.21)

분자구조 제어로 높은 대면적 효율 달성···국내 산업계와 사업화 연구개발 박차

 

강민구 기자 botbmk@hellodd.com

 

# 사례 1 : 산악인 A씨는 네팔 히말라야에서 등반 과정 중에 일행과 멀어져 길을 놓쳤다. 설상가상으로 핸드폰 전원도 꺼진 상황. A씨는 입고 있던 기능성 등산복의 보조전력을 활용해 급하게 통신기기를 충전했고, 일행과 교신하는데 성공했다.(기능성 의류 접목 사례)

 

 # 사례 2 : 바닷가에 놀러 온 B씨는 가족들과 함께 파라솔에서 음식을 먹으면서 즐거운 휴가를 보내고 있었다. B씨는 가지고 온 카메라 배터리가 없는 것을 깨달았지만, 바로 파라솔에서 배터리를 충전해 가족들의 소중한 모습을 담았다.(파라솔 접목 사례)

 

필름처럼 얇고 가벼우면서 유연한 유기태양전지의 상용화가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화학연구원(원장 이규호)과 포스텍(포항공과대학교·총장 김도연)은 공동연구를 통해 대면적용 유기 태양전지 소재를 개발해 냈다.

 

유기태양전지는 유기 반도체 소재를 이용해 태양광을 전기로 변환시키는 차세대 태양전지다. 기존 태양전지 재료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실리콘 같은 무기태양전지와는 달리 유기태양전지는 다양한 색상, 유연한 구조, 가벼움, 내충격성, 투광성 등의 특성을 구현할 수 있어 이동형 전원용이나 건물에 적용 가능한 차세대 태양전지로 활용될 수 있다.

 

그동안의 유기태양전지는 대면적화할 경우, 효율이 크게 감소해 단위셀(0.1cm2) 규모 이하의 연구에 머물렀는데, 화학연 연구진이 전지 구조 내 태양광을 직접 흡수하는 광활성층에 단분자 소재를 도입해 대면적 모듈(10*10cm2)에서 7.45%의 높은 효율을 달성했다.

 

 

◆ 투명성·유연성·휴대성이 최대 강점···"분자 구조 제어로 높은 효율 달성"

 

화학연 광에너지융합소재연구센터 연구진은 유기태양전지 개발을 위해 10~20명의 연구 인력이 10년 이상 유기 태양전지 분야 연구에 매진해 왔다. 그런 가운데 이상규 박사가 단분자 구조의 신개념 소재 구조를 개발했고, 이종철 박사를 주축으로 상용화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화학연 연구진이 개발한 유기반도체 소재는 구조에 변화를 주면서 대면적화에 따른 효율 감소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이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기존 대부분의 소재들은 대면적화할 경우 기술적 또는 소재 문제로 인해 효율이 감소했다. 대부분의 소재가 단위셀에서는 비교적 높은 효율을 달성했더라도 대면적화하면서 효율이 크게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화학연 연구진이 개발한 신개념 단분자는 높은 전하이동도와 높은 충전율(Fill Factor)을 유지하므로 단위셀에서의 효율을 대면적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하는 결과를 나타냈다. 

 

 

분자구조 제어에 의한 신개념 단분자 구조를 설계한 이상규 박사는 "논문 등을 읽다보면 분자구조의 개선방향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면서 "구조는 모두 바꿀 수 있는데 왜 한 부분은 고정시키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가졌고, 단분자의 구조 변화를 통해 효율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분야에 대한 국내외 연구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초기 연구결과를 재작년 9월에 얻었음에도 구조가 공개되면 경쟁팀에 의해 연구결과가 도용될 수 있기 때문에 발표를 미루고 대면적 실험을 위한 소재의 대량합성 및 정제 과정을 조속히 마무리 짓는 과정이 어려웠다"고 이상규 박사는 전했다.

 

연구결과는 박태호 포항공대 교수팀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검증됐다. 이 과정에서 방사광 가속기를 이용한 자료 분석 작업을 통해 측정 값의 신뢰성을 확보했다.

 

박태호 포스텍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사용된 신규 단분자는 첨가제 없이도 단위셀과 대면적 모듈에서 높은 효율을 달성해 단분자 유기태양전지에서 높은 안정성을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국내·외 기술 상용화 경쟁 치열···"1~2년 내 상용화 앞둬"

 

세계적으로 유기태양전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데, 일부 기업에서는 재작년부터 시제품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코오롱, LG화학 등이 상용화를 위한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중에는 아웃도어 의류 등에 접목된 상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대기업은 자신들의 의류, 배터리 등 특수 산업 분야에 유기태양전지 기술의 접목을 모색하고 있다.

 

외국에서는 독일 헬리아텍(Heliatek), 일본 미쓰비시(Mitsubishi) 등이 시제품 등을 제작하는 등 상품화를 위한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에서도 많은 연구진들이 이 분야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연구진은 이 분야가 올해 하반기 또는 내년에 시장진입이 이뤄질 것이며, 앞으로 휴대용 충전기, 기능성 의류, 건축물, 군용 제품 등에 적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기태양전지는 기존 실리콘 소재 태양전지와 같은 대체전력 보다는 실내, 건물, 창호, 전자제품 등에 부착돼 활용되는 보조전력 개념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화학연 연구진은 최근 연구결과에 대한 특허 출원을 완료하고 상용화를 위한 추가 보완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태양광 효율성에 집중했다면 현재는 제품 안전성을 위한 보완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상용화를 이끌고 있는 이종철 박사는 "현재 유기태양전지의 상용화를 위한 요건 중 효율, 공정적인 측면은 높은 수준에 이르렀지만 장기안정성은 좀 더 기술적 보완이 필요하다"면서 "직접 태양광에 노출되는 유기태양전지의 속성상 포함된 소재와 소자의 태양광에 대한 내구성 향상에 의한 장기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상용화에 직결되므로 이와 관련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철 박사는 "유기태양전지의 최적화된 소재를 개발해 앞으로 미래 발전 가능성이 높은 이 시장에서 상용화에 기여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