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도핑컨트롤센터 연구진, 리우올림픽서 도핑테스트

손정현 박사 "3교대·1500p 리뷰 힘들었지만…기술교류·노하우 축적"



지난 8월 남미 최초로 열린 리우올림픽(제31회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우리나라는 금메달 9개, 은메달 3개, 동메달 9개로 총 21개의 메달을 획득해 종합 8위에 이름을 올렸다. 우리나라에서 참가한 선수는 204명. 이들의 값진 땀과 노력, 아름다운 도전에 전 국민이 함께 울고 웃었다.

 

리우 올림픽을 빛낸 별이 운동선수들이라면 선수들이 정정당당하게 세계기록을 낼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했던 과학자 그룹이 있다. KIST 도핑컨트롤센터 연구원들이다.

 

"올림픽에서 도핑테스트 결과는 24시간 안에 나와야 합니다. 한 선수가 올림픽 기간 중 8강 4강 2강 등 계속 경기를 하기 때문에 경기가 끝난 후 결과가 나오면 소용이 없거든요. 3교대로 나눠서 데이터 분석과 리뷰 작업을 했습니다. 보름동안은 그 생활을 계속해 왔네요(웃음)."(손정현 KIST 도핑컨트롤센터 박사)

 

이번 올림픽을 위해 전 세계의 도핑센터 과학자들이 리우에 모인 가운데 손정현 KIST 도핑컨트롤센터박사를 포함 4명의 연구자가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손 박사는 리우에서 특정그룹의 도핑(Doping, 운동선수가 좋은 기록을 내기 위해 약물을 먹거나 주사하는 행위) 테스트 결과를 검토하고 시료분석 외 필요한 문서를 작성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8월 개최된 리우올림픽에 이어 9월 중순까지 열린 리우패럴림픽대회를 마치고 귀국한 손정현 박사를 만났다. 귀국 후 평창올림픽 준비와 각종 시료작업 등으로 바쁜 하루를 보내는 손 박사와 리우에서 연구이야기와 에피소드를 들었다.



"하루 검토 자료만 1500p…고단해도 값진 경험"


저녁 8시, 캄캄한 밤에 일어난 A 연구원은 호텔에서 제공되는 저녁을 아침삼아 먹는다. 호텔 앞 9시 40분 셔틀을 타고 연구소에 도착한 그는 방금 전까지 연구된 듯 보이는 도핑테스트 시료와 보드에 적힌 다양한 연구내용을 숙지한다. 사무실로 돌아가니 500p에 달하는 선수들의 도핑테스트 자료들이 묶음으로 여러개 쌓여있다. A 연구원이 리뷰해야하는 문서들이다.

 

간식이 제공되는 새벽시간에 스낵을 점심삼아 먹는다. 자료 리뷰 중 틈틈이 연구장비가 제대로 데이터분석을 하고있는지 점검하고, 다시 자리로 돌아와 계속 자료들을 리뷰 한다. 아침 7시 근무를 마친 A 연구원은 다시 셔틀을 타고 호텔로 돌아와 조식을 석식으로 먹고 한국에서 보내온 메일을 체크한 후 밝은 낮에 잠을 청한다.



손정현 박사의 리우에서의 하루 일과다. 올림픽 특성 상 24시간 내에 도핑테스트를 완료해야 하는 연구진들은 3교대로 24시간 쉬지 않고 연구소를 운영했다. 손 박사는 보름간 컴컴한 새벽에 업무를 보는 새벽조에 투입됐다. 그가 하루에 검토한 자료만 최대 1500p에 달한다.

 

시차적응에 새벽 근무까지 누구보다 고단한 시간을 보냈지만 그는 "한국에서 열리는 평창올림픽에 앞서 올림픽 도핑랩을 통해 기술교류와 값진 경험을 얻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개최하는 올림픽도 아닌데 왜 한국 연구자가 리우까지 간 걸까? 올림픽처럼 큰 대회가 치러지는 동안 한 국가의 도핑센터가 많은 선수들을 테스트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손 박사에 따르면 리우올림픽의 경우 3층 건물에 도핑랩을 설치, 300여명의 자국 도핑연구진을 투입하는 등 이례적으로 보기 힘든 규모로 운영했지만 올림픽 같은 국제대회의 경우 약 5000건의 약물검사가 다발적으로 시행되기 때문에 숙련된 연구자가 필요하다. 



국제적인 대회가 열리면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국제공인실험실로 인정한 각국의 도핑랩 연구원들이 연구를 지원하는 이유다. 공인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1년에 총 3번의 테스트를 거친다. 점수를 총 합산해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공인을 박탈당한다. 

 

그는 "도핑랩에 하루 100~300개의 시료가 도착했다"며 "한 선수를 대상으로 분석할 물질이 많으니 매년 자료가 많아지는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공인을 받은 랩이 도와가며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 박사는 이번 리우올림픽에서 도핑테스트 지원하면서도 최신 도핑기술을 교류하는 시간을 가졌다. 미국에서 개발한 400개 시료 동시구동 분석 장비가 최초로 성공적인 분석이 가능한 것을 확인한 셈이다.

 

그는 "반도핑기술이 분석화학이다 보니 과학자의 노력 외에도 분석장비 개발에 따라 기술력이 한 단계 뛰어넘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에 첫 가동에 성공한 기기의 경우 기존 250개 시료에서 더 확장된 것으로 해당기술의 노하우 등을 교류할 수 있었다. 이번 교류를 통해 적은 인력으로도 빠르고 정확하게 도핑분석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철저한 보안이 생명! 금단의 구역 '도핑컨트롤센터'

 

KIST에 위치한 도핑컨트롤센터도 리우의 랩과 마찬가지로 24시간 풀가동하며 운영된다. 전국체전, 프로야구, 프로축구 등 다양한 경기가 국내에서 치러지기도 하지만 매년 새롭게 검출해야 하는 약물이 늘어나 24시간이 모자를 때도 많다.  KIST 도핑컨트롤센터는 연간 6000개의 시료를 분석 중으로 24시간 쉼 없이 분석기기가 돌아간다.



1984년 설립된 KIST 도핑컨트롤센터는 1986 서울아시안게임, 1988 서울올림픽, 1999 동계아시안올림픽, 2002 FIFA월드컵, 2002 부산아시안게임, 2011 대구IAFF 세계육상선수권대회,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등 국내에서 개최되는 수많은 국제대회에서 참가 선수들의 도핑시료를 분석해 대회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특히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는 남자육상 100미터 금메달리스트였던 벤 존슨이 금지약물을 복용한 것을 적발해 금메달을 박탈시켰다. 이 사건은 우리나라의 도핑기술을 국제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됐다.

 

도핑컨트롤센터의 어느 실험실보다 철저한 보안을 강조하고 있다. 손 박사는 "우리 연구가 선수의 개인정보와도 직결돼있기 때문에 연구공간에는 도핑컨트롤센터 연구원 외에는 출입을 할 수 없게 돼 있다. 센터로 들어오는 입구의 투명한 문이 굳게 닫혀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뇌까지 도핑? 도핑기술 어디까지 왔나

 

도핑분석에 사용되는 시료는 소변과 혈액이 대표적이다. 연구자들은 시료를 A, B로 나눠져 B 시료를 냉동보관하고 A 시료만 오픈해 성분을 분석한다. 분석 결과 의심되는 약물이 검출되면 B시료도 재검사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약 10년간 냉동보관이 이뤄진다.

 

도핑기술은 어디까지 발전했을까.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도핑 근절을 위해 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올림픽,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도핑 테스트 샘플(냉동보관 B샘플)을 신기술로 재검사한 결과 과거 잡을 수 없었던 도핑의 흔적들을 잡아내는데 성공했다. 현재 반도핑 기술은 1/10억g보다 작은 극소량의 금지약물을 검출할 수 있는 수준에 달했다.


약물검출을 위한 다양한 도핑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그만큼 적발을 피하기 위한 불법적인 방법도 진화하고 있다.

 

손 박사의 관심분야인 자가수혈법도 그 중 하나다. 그는 "자가수혈은 본인의 피를 평소에 뽑아 적혈구만 저온보관해뒀다가 다시 수혈을 받는 것“이라며 ”산소운반력과 지구력 등을 향상시키기 때문에 금지돼 있지만 제대로 된 검출법이 없는 상태로 관심을 갖고 꾸준하게 연구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유전자 변형을 통해 근력을 향상하거나 뇌 자극을 통해 선수들의 운동신경을 향상시키는 도핑 등 그 방법도 매년 진화하고 있다.

 

도핑의 효과는 달콤하지만 선수들의 신체에는 치명적이다. 순간의 유혹때문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1886년 프랑스 보르도와 파리사이의 600Km 사이클 경기에서 약물복용에 의한 첫 사망자가 발생한 바 있으며, 1904년 세인트루이스 올림픽 경기에서 마라톤 우승자인 토머스 힉스가 경기 종료 후 과량의 흥분제 복용 때문에 졸도했다는 기록이 있다. 또 1906년 로마올림픽 사이클 종목에 출전한 덴마크의 커트 젠센 선수가 암페타민을 복용해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과학자들은 '도핑연구가 공정한 스포츠보다 선수들을 지키기 위해 진행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매 경기가 치러질 때마다 그러했듯 WADA는 2018년 동계올림픽에 앞서 또 한 번 도핑과의 전쟁을 선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88올림픽을 준비하며 정직원 30여명 규모로 움직였던 도핑컨트롤센터의 정직원 인력이 30년 전에 비해 오히려 절반으로 줄은 것을 보면 공정하고 안전한 스포츠경기를 치르기에는 현실적으로 해결해야 할 점들도 많은 듯하다. 

 

손 박사는 "평창올림픽 유치 후 정부가 ICT, AR 기술을 활용해 경기 중계와 운영 수준을 한 단계 높이겠다고 나서고 있다"면서 "화려한 기술로 전 세계에 우리나라를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수를 보호하기 위해, 또 정정당당한 경기로 스포츠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도핑컨트롤센터가 연구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주는 것도 고민해보면 어떨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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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ST 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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