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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acle KIST

"20대 연구원의 도전 '대기업'사로잡다"



우성훈 KIST 박사, '無 전력' 메모리 소자 가능성 최초 규명

반도체 한계 넘는 ‘초고집적 메모리 아이디어’ 기업 전적지원 받아

"노트북, 휴대폰 및 향후 모든 미래 소자에 도움 되길"



20세기 핵심 기술 중 하나인 반도체는 지난 수십 년간 발전을 거듭해오며 우리 일상생활에 스며들었다. TV, 비디오, 카메라, 휴대폰 등을 만드는데 반도체 기술이 있었고, 더 작고 가볍게 만드는 핵심도 반도체 기술에 있다.

 

오랫동안 전자기기 중심으로 주목받아온 반도체 기술이 제2의 전성기를 앞두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인공지능과 로봇기술 IoT 등의 핵심기술도 반도체 기술이 때문. 전문가들은 반도체 기술이 더욱 호황을 맞으며 수요 또한 급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반도체를 생산하는 국내 대기업들도 세계적으로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공급량으로 인해 엄청난 영업 이익을 올리고 있다. 

 

반도체 크기는 소위 “무어의 법칙”을 따라 매년 50%씩 줄어 지난 50여 년 동안 약 10000분의 1로 줄어들었다. 소형화된 기기에 많은 정보를 담는 현재의 태블릿 PC, 스마트폰 등 개발이 가능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을 이끌 미래기술로 불리는 인공지능, 로봇기술 등을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반도체 미세화에 따른 엄청난 발열, 새로운 양자현상의 발현 등 많은 난제를 극복해야한다. 특히 반도체 미세화가 10나노 급까지 줄어들면서, 지난 2016년 반도체 업계는 소자의 미세화가 이끄는 ‘무어의 법칙’이 더 이상 불가능함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바 있다.  

 

특히 이러한 반도체 한계를 극복하지 않으면 AI 상용화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지능 쇼크를 안겨준 알파고의 경우 1202개의 CPU와 176개의 GPU로 구성돼 있는데, 이는 초창기 컴퓨터 에니악( 높이 5.5m, 길이 24.5m, 무게 30톤)과 맞먹는다. 에너지 소비도 어마어마해 현 상황이라면 일반가정에서 인공지능을 쓰기 어렵다.


적은 전력을 사용하면서도, 크기는 작고, 발열이 없는 차세대 메모리 소자개발에 도전장을 낸 20대 연구원이 있다. KIST 스핀융합연구단 우성훈 박사(27) 다.

 

그는 최근 '無 전력' 메모리 소자 가능성을 세계 최초로 규명해 주목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16년에는 삼성이 지원하는 미래기술육성사업 과제에도 선정돼 차세대 메모리 소자를 연구 중이다.

 

지난 2월 중순 KIST에서 우성훈 박사를 만났다. 그는 "우리가 하는 연구는 노트북, 휴대폰, 그리고 앞으로의 모든 미래 소자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며 연구하고 있다"며 "상용화까지 가능하도록 많은 관계자들과 활발하게 교류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전력 소자 가능' 규명..."KIST였기에 실현 가능했던 아이디어"

 

"알파고 하나를 움직이는데 필요한 전력은 이 건물 전체 전력과 맞먹습니다. 하지만 스핀소자를 활용한 무전력 메모리소자 개발이 가능해진다면 알파고에 필요한 전력이 수십 만분의 일로 줄어들 것입니다. 또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인공지능과 슈퍼컴퓨터 등의 구동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우성훈 박사는 미국 MIT 재료공학과 제프리 비치(Geoffrey Beach) 교수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소자의 스핀성질을 활용해 전력소모 없이 메모리 소자를 구동할 방법을 세계 최초로 구현했다. 제프리 비치 교수는 그가 MIT에서 박사과정을 공부할 때 만난 스승이다. 

 

서로 다른 자성을 띈 자기 구역을 구분하는 ‘자구벽’ 구조는, 높은 이동도와 안정성, 값싼 공정가격 등을 바탕으로 이를 차세대 메모리 소자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가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진행되어 왔다. 하지만 ‘자구벽’ 구조를 이동시키기 위해 소모되는 임계 전류 값이 기존 전자소자와 비교해 큰 이점을 가지지 못한다는 ‘전력소모’의 한계로 임계 전류를 낮추기 위한 다각도의 연구가 이뤄져왔다. 하지만 여전히 분명한 해결책이 나타나지 않았다.

 

우 박사는 기존에 전기적인 방법을 이용해 자구벽을 이동시켜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2개의 자구벽이 부딪혀서 생기는 스핀의 독특한 파동 형태인 ‘스핀파(혹은 마그논(Magnon))’를 사용해 전력소모가 전혀 없이도 자구벽의 효율적인 이동이 가능하다는 것을 밝힌 것이다.

 

이는 외부전류의 유입 없이 자구벽의 유무상태를 바꿀 수 있게 됨으로서, 향후 무전력 소자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원리를 세계최초로 규명한 것이다. 또 스핀파의 효율적인 생성을 위해서 두 개의 자구벽의 충돌을 이용함으로서, 전력 소모 없이도 강한 크기의 스핀파가 생성될 수 있음도 보여줬다.

 

여기서 잠깐!

*스핀파(Spinwave) : 스핀 배열이 흐트러짐에 따라 발생하다고 생각되는 파동.

*자구벽(Magnetic Domain Wall) : 강자성체에 있어서 자구와 자구(磁區)의 경계. 


우 박사는 해당 기술이 상용화 될 경우 전력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전력이 발생하면 열이 나고, 이를 식히는 것도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무전력(초저전력)이라면 구동전력을 살짝 줄이는 것만으로도 열 발생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인공지능이나 슈퍼컴퓨터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두 개의 자구벽이 부딪힐 때 나타나는 강한 크기의 스핀파에 대한 도식(Schematic)


이어 우 박사는 "MIT에서 볼 수 없었던 우수한 연구 시설, 무엇보다 항상 열정으로 토의하고 연구해가는 KIST 스핀연구단 연구자들을 만나며, 기존에 불가능하다 여겨지던 아이디어를 이곳에서 실현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며 "특히 스핀파를 발생시키고 검증, 해석하는 관련연구 경험이 많지 않아 많은 선배연구자들의 도움을 받았다. 철저히 주변의 많은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연구"라고 말했다.

 

또 그는 "무전력 메모리소자는 아직 기초적인 연구로 향후 읽고 쓸 수 있는 소자개발을 위해 추가적인 연구가 더 필요하다"면서도 "스핀소자를 활용한 새로운 접근법은 향후 차세대 메모리 관련 산업전반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해당 연구는 물리학 분야 세계 최고권위의 저널 ‘네이처 피직스(Nature Physics)’ 1월 31일(한국시간)자에 게재되었다. 

▲Micromagneticsimulationsofspinwaveemission


▲Characterizingdomainwalldepinning,nucleationandannihilation



포스닥의 도전...삼성을 홀리다

 

우성훈 박사는 무전력뿐 아니라 미래소자의 직접도를 획기적으로 늘이기 위한 초고집적 메모리 연구도 함께 진행 중이다. 그가 주목한 것은 '스커미온 (Skyrmion)'이다.

 

앞서 언급하였듯, 반도체 미세화는 꾸준한 연구개발로 10나노 급까지 발전했지만 그 미만일 경우 감당하기 힘든 발열이 나타나는 등 심각한 문제점들이 나타났다. 특히 10나노급 이하의 극미세 공정에서는 트랜지스터의 크기를 미세화하더라도, 소자간 간격이 좁아지면서 소자간 연결을 위한 메탈의 저항 (RC delay) 이 커지고, 발열문제도 발생했다.

 

우 박사가 주목한 스커미온은 소용돌이 모양으로 배열된 스핀들의 구조체다. 입자형태를 가진 위상학적 자성구조이기에 효율적인 이동이 가능하고, 온도와 자기장, 전기장 등 외부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아 안정적인 메모리 단위로 주목 받고 있다.

 

그러나 스커미온은 저온에서만 관찰할 수 있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기가 어려웠다. 이에 우 박사는 2015년 특정 조건에서는 상온에서도 스커미온이 발현될 수 있으며, 전류에 의해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세계 최고권위 저널 중 하나인 ‘네이처 머티리얼스 (Nature Materials)’에 보고한 바 있다.

 

그는 "스커미온 자체가 최소 1나노이기 때문에 소자를 만들면 물리적으로 효율적인 메모리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또 스커미온 구조가 소자 레벨로 만들어지면 초저전력에서도 구동이 가능해져 차세대 초고집적, 초고효율, 초저전력 메모리소자로 개발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개의 '자구벽'이 부딪혀서 생기는 강한 스핀파를 이용하여, 옆에 위치한 새로운 '자구벽'을 움직이는 것을 보여줌. 즉, 자구벽이 있는 구조를 "1", 없을 때를 "0"으로 하여 Memory 소자를 구동한다고 가정할 떄, 외부전류의 유입 없이 스핀파를 가지고서 "0", "1" 상태를 바꿀 수 있게 됨으로서, 향후 application 측면에서 무전력 소자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원리를 규명함

 


우박사의 이러한 연구는 지난 9월 삼성 미래기술육성사업 지원과제로 선정되기도 했다. 삼성은 2013년 8월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과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센터를 설립하고, 국가과학기술연구에 2022년까지 10년간 총 1조5000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하는 삼성 미래기술육성사업을 운영해 왔다. 해당 사업은 사업 관련성이나 별도의 대가 없이 민간기업이 국가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연구비를 지원하는 연구개발 지원 사업이다. 

 

연구과제를 제안했을 당시 우 박사는 KIST 포스닥 신분이었다. 위촉연구원이 연구 책임자가 맞느냐고 여러 번 확인하는 에피소드도 있었다. 삼성 미래기술육성사업 지원과제의 경우 연구자의 자유도, 펀딩 규모 등이 남다르기 때문에 매우 높은 경쟁률을 보이고, 또한 그 선정 과정이 해당분야 해외 전문가 심사를 거쳐야 하는 등 매우 까다롭기 때문에, 국가과제를 수행한 경험이 있는 중견 연구자급 이상이 선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이례적이다. 지금도 연구책임자 중 20대는 우박사가 유일하다. 

 

그는 "해당 과제의 구체적 실현을 위해 올 하반기부터 국내외 연구소 및 기업과의 활발한 교류를 계획 중"이라며 "연구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 협력해야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우리와 같이 연구하는 그룹이 많은데 같이하면서 배우는 게 더 많다. 향후 사람들의 생활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연구를 하면서 안되는 게 대부분이더라. 100번을 실험하면 한번이 될까말까 하기에, 스스로는 매일매일 실패를 거듭하며 살아가는 것 같다. 또한 남들이 하지 않은 분야를 연구하면서 올바르게 해석할 수 있을까에 대한 어려움도 많지만 그럴 때마다 선배들, 주변 연구자들의 이야기와 조언을 많이 듣는다"며 "다른 과학자들이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했는지를 찾아보고 고민하는 일은 저에게 좋은 연구 감(感)을 주는 것 같다. 앞으로도 ‘주어진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하며 살자’라는 마음으로 연구에 매진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