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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 Talk/사내직원기자

[Dr.Jung's R&D Clinic] 연구란 무엇인가?_정종수 기자

1. 연구란 무엇인가?  

 

2017년 KIST 사내기자에 지원했다가 덜컥 선정되고 말았다. (벌써부터, 공연한 짓을 했다고 깊이 후회하고 있다.) 지원 동기를 “30년을 넘어 근무하고 있는 KIST에서 경험하고 느끼고 생각해 온 과학기술에 대한 마음을 담아 ‘연구란 무엇인가’에 대해 글로 쓰고 싶습니다.”라고 너무 잘 쓴게 문제였나...20대 중반이었던 1985년 3월에 KIST에 연구원으로 들어왔으니 시간이 좀 흘렀다. 그간 이런저런 여러 분야의 연구를 했다. 논문을 쓰고, 특허를 내고, 기술이전도 꽤 했다. 이젠 창업을 준비하고 있으니, 연구개발 전체 프로세스의 경험을 다양하게 했다고 할 것이다. ‘연구란 무엇인가?’ 좀 아는 것이 있는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막상 글로 이걸 쓰려니까, 물 없이 고구마 먹을 때처럼 답답한게 자신감이 급 저하된다. ^^

 

[연구, 잘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나?]
연구소의 젊은 사람들과 가끔 이야기를 해 보면, 늘 연구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 어떤 연구를 해야 하나.. 하고 있는 연구법은 맞는 건가... 이런 고민은 물론, 바람직하다. 어쩌다가는, 나에게 물어 보기도 한다. 내  대답은 ‘좋은 연구를 잘 해야 한다.’ 당연히 어이없다는 표정! ㅎㅎ 좀 더 풀어서 설명한다면? ‘전망이 좋은 분야의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탁월한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잘 수행해야 한다.’ 이런 정도의 말이 될 거다. 이 말도 그냥 좋은 말을 모아 둔 것, 뜬 구름 잡는 것처럼 들리는 건 여전하겠지만. 이 말엔 ‘연구에 중요한 것’이 다 들어있다. 바로 왜(why), 무슨(what) 주제에 대해 어떻게(how) 연구를  해야 하느냐 이다. 이제 이 세 가지 질문을 구체적으로 채우는 것이 연구자에게 남은 숙제일 거다.

 

[연구수행전략 강의를 하면서]
고려대와 KIST가 함께 설립한 그린스쿨대학원에 ‘연구수행전략’이란 과목을 만들어서 2012년 봄부터 6년째 강의를 하고 있다. 오랫동안 했던 현장 연구의 경험을 학생들에게 전달하려는 생각으로 강의를 한다. 처음엔 내 연구실의 연구원들을 위해 시작했다. 연구팀원들과 함께 연구를 하다보면, 연구 방법에 대해 잔소리하고 지적도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나는 뭐 누구에게 뭘 지적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가끔은 넘어가곤 했는데 이게 못내 아쉬웠다. (물론 이건 내 생각일 뿐이다. 궁금하면 나하고 일하는 팀원들에게 물어보라 ㅎㅎ) 이걸 강의로 하면, 수업 듣는 학생들은 연구에 대한 지적과 잔소리를 공식적으로 들을 수 있다. 강의를 하는 나에게는... 연구에 대한 잔소리를 마음껏 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할까? 이번 봄 학기에도 이 강의를 하고 있다. 수강학생은 여덟 명인데, 그린스쿨대학원과 고려대의 일반 대학원생이 꼭 반반이다.

 

[그럼, 연구란 무엇인가?]
그린스쿨 수업 중에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지곤 한다. ‘연구란 무엇'이라 생각하느냐고. 또 연달아 이어지는 질문은 이렇다. 어떤 연구가 ‘좋은 연구'인가요? 학생들은 말하기가 두려워 그런 건지, 몰라서 그런 건지, 대체로 대답을 잘 안한다. 그래도 나는 답이 나올 때까지 끈기를 갖고 기다린다. 몇몇 학생들이 조심스럽게 대답을 한다. 좋은 연구는 ‘이제까지 세상에 없던 사실에 대해 밝혀내는 연구', '영향을 널리 주는 연구', '돈이 되는 연구’가 아닐까요? 등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연구?]
KIST 홈페이지에 가면 맨 앞에 원장님 인사말이 있다. “고령화사회 및 환경, 에너지, 식량, 수자원 등 미래 변화를 준비하고 융/복합 연구와 개방형 협력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여 국민행복을 넘어 인류행복을 증대시키기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이 글에 KIST가 어떤 연구를 하고 어떤 연구를 선호하는지에 대한 힌트가 여기 있는 거다. ‘고령화사회 및 환경, 에너지 등’은 미래에 중요할 거라고 KIST가 기대하고 있는 연구 분야를 나타내는 것이겠다. ‘미래 변화를 준비’한다는 건 KIST가 연구를 수행하는 목적(Goal)이리라. KIST는 ‘미래의 예상되는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도록' 연구를 하겠다는 게 아닐까? 한편으론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KIST 연구의 또 다른 목적이 되는 것이겠다. 그런데, ‘국민행복을 넘어 인류행복을 증대시키는’ 것은 KIST 연구의 목적인가? 비전인가? 미션인가? 그럼 연구의 목적과 목표는 다른가? 다르다면 어떻게 다른가? 이렇게 연구에 대해 드는 의문은 앞으로 풀어가 보기로 한다. 그래서 'Dr.정's R&D 클리닉'이란 타이틀로  '연구란 무엇인가'에 대해 칼럼을 연속해서 써 보려고 한다. 여러분들에게 잘 읽히는 체계적인 글을 쓸 수 있을까? 별로 자신없다. 하지만 '연구는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한번 정리해 본다는데 충분히 의미가 있지 않을까? 이 칼럼을 읽는 여러분들, 특히 현장 연구자들의 까칠한 댓글, 격하게 환영이다. 여러 사람들이 생각을 공유하여 ‘연구란 무엇인가'에 대한 대답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홍릉 KIST에서 Dr.정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