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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acle KIST

BT발전의 귀한 손님 ‘쥐’…KIST에서 건강검진까지 해줘요


의학발전은 인류의 생명 보호와 건강한 생활에 적극적으로 기여해 왔다. 이런 발전 과정에 늘 함께 해온 효자 동물이 있다. 바로 '쥐'다. 쥐는 일반적으로 비위생적인 곳에서 살며 인간에게 질병을 옮기는 해로운 동물로 인식돼 왔다. 물론 그런 면이 크다. 하지만 19세기 후반 해부학에 관심이 높았던 과학자들이 인간 대신 쥐를 통해 연구를 하면서 시각에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쥐 실험을 통해 난치병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를 발견할 수 있었고, 신약을 개발하는 등 생명공학(BT) 발전에 크게 기여했기 때문이다.


쥐는 포유동물이면서 새끼를 많이 낳고 번식력도 빠르다. 또 키우는 비용이 다른 영장류에 비해 저렴하면서도 세대별 수명이 2~3년으로 비교적 짧아 유전적 요인을 연구하는데 적합하다. 특히 쥐는 인간과 질병관련 유전자 중 90% 비슷한 걸로 알려져 있다. 의학실험에 안성맞춤인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실험은 단순히 쥐 한 마리가 있다고 해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각종 질병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는 쥐가 있어야 비로소 연구가 가능하다. 때문에 유전자 조작 쥐를 얼마나 보유하고 있느냐도 관련 연구에 중요한 자산이 된다.

KIST의 기능커넥토믹스센터는 조작된 쥐 유전자 라인을 약 150여개 보유하고 있는 연구소로 국내에서도 규모가 큰 편이다. 다양한 질병모델 쥐를 키우면서도 유전자 조작에서부터 실험까지 직접 수행하는 기능커넥토믹스센터를 찾았다.

쥐 사육에만 한해 5억원…이중삼중 공기정화시설에서 건강검진까지

기능커넥토믹스센터 내에는 약 11개의 연구팀이 유전자 조작에서부터 뇌의 기능 규명까지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직접 쥐를 활용해 뇌의 기능적 회로를 규명하는 아교세포 연구실을 직접 방문했다. 이 연구팀은 신경세포와 비신경세포가 어떤 식으로 상호작용을 하는지, 신경전달물질들이 어떠한 기작에 의해 분비되고 움직이는지를 규명하고 있다.

실험실에 들어서니 왼쪽 한켠에 애완동물용 하우스가 가로세로로 차곡차곡 정리돼 있었다. 하우스에는 쥐의 성별과 나이, 유전자 조작명 등이 세세하게 적힌 카드가 붙어 있고 쥐들이 실험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쥐들은 연구진들이 직접 마우스 룸에서 데려온 것들이다. 그럼 마우스 룸은 어떻게 생겼을까. 마우스 룸에는 다양한 유전자를 가진 쥐들이 아파트 단면을 연상케 할 정도로 빼곡하게 정리돼 있다. KIST는 총 2개의 마우스 룸을 보유하고 있는데 시설 운영비만 한해 5억원이 넘게 든단다.

마우스 룸은 클린룸으로 이중삼중 공기정화시설이 설치돼 있다. 기생충과 박테리아 등 병원성 미생물로부터 쥐들을 지키기 위해서 정기 건강검진은 기본, 먼지 하나 바이러스 하나도 용납할 수 없다. 낮선 사람을 기피하는 습성도 고려해야 한다. 사람이 자주 왔다갔다 하면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도 2명으로 정해져 있다.

‘쥐 뇌’와 ‘개구리 난자’로 BT를 연구하다


 이날 연구팀이 '생쥐 소뇌 바이러스 주입 실험'을 실시한다고 해서 참관했다. 이 실험은 소뇌에서 나오는 유전자 발현을 줄임으로써 유전자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추출하기 위해 진행됐다.

실험순서는 다음과 같다. 유전자 발현을 줄여주는 바이러스를 주사기에 채운다 → 실험할 쥐에게 마취약을 투입한 후 실험대에 고정시킨다 → 쥐 소뇌 두개골에 작은 구멍을 뚫는다 → 준비한 바이러스 주사기를 직접 뇌에 찔러 천천히 약을 투입한다 → 투입이 끝나면 상처를 봉합해주고 쥐를 잘 키운다 → 약 1주일 뒤 쥐의 뇌를 꺼내 면역염색법(immunostaining)으로 어떤 효과가 있는지 확인한다.

말은 쉽지만 실제 연구에는 노하우가 필요하다. 잘못했다가는 실험 과정에 쥐가 죽거나 바이러스 투입 과정에서 마취가 깰 수 있기 때문에 신속하게 진행해야한다.

아교세포 연구실은 쥐 외에도 개구리를 이용한 실험도 한다. 현재 개구리의 난자를 통해 이온채널을 억제하고 조절할 수 있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우리가 걸리는 질병 중에는 유전자 문제가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온통로 조절이 제대로 안 돼 걸리는 경우도 있다. 이에 이온통로를 조절할 수 있는 약물을 개발함으로써 질병을 막을 수 있는가를 증명하는 것이 연구팀의 과제다.

개구리 난자에서 실험하는 이유에 대해 오수진 연구원은 "질병검사는 빠른시간 내에 많은 종류의 약물을 테스트해야하는데 개구리의 난자는 한 세포가 단일 세포이면서도 눈으로 볼 수 있을 만큼 크기가 커 다루기 쉬운 장점이 있다"면서 "개구리 난자에서 효과가 좋으면 이어 포유류에서 실험을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쥐 뇌실험 통해 ‘지속성 가바 분비메커니즘’ 최초 규명

최근 연구팀은 쥐의 뇌를 이용해 각종 정신질환의 원인을 규명하는 열쇠인 중추신경계의 '지속성 가바(Tonic GABA)'분비 메커니즘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지속성 가바 분비에 문제가 생기면 인체는 불균형과 과도한 흥분으로 간질성 발작과 불면증, 운동성 소실 등 이상 증상을 보일 수 있다. 연구팀이 밝히기 전까지만 해도 가바는 비신경세포에서 분비가 되고는 있으나 어떻게, 왜 분비되는지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런 지속성 가바 분비의 근원이 소뇌의 비신경세포인 버그만글리아 세포이고, 이 세포에 존재하는 특정한 음이온 채널인 베스트로핀을 통해 가바가 분비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실험 결과는 향후 불균형으로 인한 신경계 질환과 질병의 치료 가능성을 여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동물의 생명은 소중하니까요…R3원칙 반드시 시켜야”

실험과정에서 많은 동물들이 인류를 위해 자신의 생명을 내어주고 있다. 생명을 다루는 직업인 만큼 연구진들은 동물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는다.

이에 아교세포 연구팀은 3R원칙을 기본으로 연구하고 있다. 3R원칙이란 실험동물 이외의 방법으로 대체 가능하면 수행하고(Replacement) 최대한 실험동물 숫자를 감축하며(Reduction) 실험해야 한다면 동물의 고통을 줄여 주자(Refinement)라는 원칙이다.

원칙을 지키기는 하지만 한 해 희생되는 동물은 수천마리. 연구진들은 연말이면 인류를 위해 희생한 동물들을 기르기 위해 위령제를 지낸다. 그들이 좋아하는 치즈나 과일 등을 올려놓고 희생된 동물들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되새긴다.

인간의 삶이 더 안락해질수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피땀 흘리는 사람도 있는 반면, 자신의 생명을 내놓는 동물들도 있다. 현대문명의 발전에는 많은 희생이 뒤따른다는 것을 우리는 잊어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