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규 박사

올해 초 세계 최대 가전제품 박람회인 CES 2017에 참여해 오랜 기간 개발해 온 `무안경 3D 디스플레이 기술`을 전시했다. 이 기술은 기가코리아사업단 내 플랫폼과 콘텐츠 컨소시엄 지원으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개발됐다. 이 기술의 특징은 기존에 3D 영상을 보기 위해 필요한 입체 안경이 필요하지 않다. 광학 노이즈(모아레, 크로스토크 등) 최소화와 3D 시청 영역 확대 개발 기술을 이용, 깊은 입체감이 있다. 좀 더 실감나는 3D 영상을 제공하는 고밀도 다시점 3D 디스플레이와 초다시점 3D 디스플레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사용자와 상호작용이 가능한 3차원 팝업북과 같은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 많은 이의 호응을 받았다. 연구개발(R&D) 성과는 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디바이스(C-P-N-D) 연계를 시작으로 앞으로 추가 융합 연구를 통해 더 큰 파급력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올해 CES에는 아시아 국가가 다양한 기술을 선보였다. 아시아관 디스플레이 분야에는 LG전자의 터널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삼성전자의 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 디스플레이, 소니의 타일형 발광다이오드(LED) 디스플레이 등이 전시됐다. 무안경 방식의 3D 디스플레이 전시 업체로는 미국 스트림TV, 중국 KDX, 삼성의 CLab 프로젝트로 시작된 벤처기업 모픽(MOPIC) 등이 눈에 띄었다. 광고용으로 효과가 있어 보이는 영국 스타트업 키노모의 전시가 두드러져 보였다. 일본업체 덴소의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와 햅틱 기술을 융합한 시스템도 인상 깊었다.

  전시장 주변 카지노에서는 이미 몇몇 곳에서 무안경 방식 3D 디스플레이 게임기가 설치돼 있었다. 정확히 동일한 기술은 아니지만 이미 이 분야에서 상용화 시기가 무르익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중국의 약진도 대단했다. 기술이나 상품 수준은 아직 떨어지지만 참여 업체 수만 보더라도 상당히 압도했다. 이번 CES 참가업체 30%가 중국 업체라는 통계가 나왔고, 조만간 대부분 참가자가 중국 국적이 되진 않을까 하는 두려움까지 생겼다. 말로만 듣던 중국의 추격이 이곳에서는 현실로 나타났다.

  CES 2017은 참여 기업 수준이나 참관객 수만 보아도 CES가 가전 부문 박람회 중심이라는 확신을 주기에 충분했다. 전통의 디스플레이 기술 강자들과 가전제품 업체들이 주류를 이뤘으며, 자동차와 결합한 융·복합 전자 기술이 새로운 흐름으로 보였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급격하게 떠오르던 가상현실(VR) 기술은 여전히 관심 대상이지만 성장이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는 느낌을 받았고, 증강현실(AR) 분야는 새로운 혁신 기술의 등장을 기대하고 있었다.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 연구소 참여도 눈에 띄었다. 이들도 세계 유수 경쟁자와의 전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끝없이 도전하고 있었다. 국내에서는 보통 해외 동향을 파악하고 연구를 진행해 왔는데 여기서 멈추지 않고 국내 R&D 결과를 글로벌 시장에 적극 소개하고 평가받음으로써 국제 경쟁력 확보에 필수인 피드백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CES라는 이름에 걸맞게 참가자들이 개발한 미래 기술로 서로 경쟁하는 `배틀` 형식의 `쇼`를 진행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했다.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이 떠올랐다. 새로운 기술과 수요자를 고려한 혁신성, 높은 완성도, 뛰어난 상품성,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앱)의 생태계 조성과 같은 철저하고 깊이 있는 준비. 이런 기술이 거대한 스마트폰 산업을 탄생시켰고, 지금까지도 성장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CES라는 거대한 경쟁의 공개 마당에서 필자는 어떻게 하면 더 혁신성이 있고, 더 완성도가 높으며, 더 상품 가치가 있는 연구를 진행할 수 있을지 더욱 철저히 준비하기 위해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고민했다. 고민의 답을 찾고 있지만 노력과 인내의 축적이 도약의 원동력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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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ST 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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