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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 Talk/사내직원기자

[전라북도 방방곡곡 계절여행] 남원편(전북분원 김남윤 기자)

#이거 실화야? #조선시대 로맨스 드라마 #믿거나 말거나
#놀이기구 무서워서 남원랜드 안감#남원 추어탕은 진리#생크림슈보루

 

1. 사랑의 고장 남원
두 번째 전라북도 여행은 남원이다. 남원은 추어탕도 유명하고 광한루원도 유명하다. 특히 광한루원에서 열린 남원 춘향제는 5월에 반짝 열리는 국내유명 축제이다. 며칠 전에는 미스 춘향이를 뽑는 날이었는데, 안타깝게 축제의 마지막 날에 가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도 적어서 한적한 광한루를 제대로 느끼고 왔다.

<그림-1> 광한루

보물 제 281호인 광한루는 조선 태종이 충녕대군(세종)을 세자로 책봉하려 하자 황희는 폐위된 양녕대군을 두둔하였다. 결국 태종의 노여움을 사 남원으로 유배되었고 이곳에 광한루를 세워 산수를 즐기며 유배생활을 지냈다고 한다. 광한루를 포함한 이 주변 전부를 일컬어 광한루원이라고 하는데 명승 제33호로 지정될 정도로 빼어난 경관을 지니고 있다. 광한루는 우리나라 3대 누각 중 하나로 뒤편에는 호남제일루(湖南第一樓) “호남에서 제일”가는 누각이라는 현판이 달려있는데, 정말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광통루라고 이름을 지었는데, 하동 부원군으로 부임했던 정인지가 이곳 경치에 매료되어 달나라 궁전과 같다 하여 광한루(廣寒樓)라고 하였다고 한다. 또한, 광한루 앞에 견우와 직녀의 아름다운 전설을 간직한“오작교”는 송강 정철이 지었다고 하니, 이곳, 광한루는 이몽룡과 성춘향 뿐만 아니라 여러 위인들이 사랑했던 곳이기도 하다.

<그림-2> 축제기간의 광한루와 오작교

축제 기간 동안 광한루의 주차장은 만석이다. 그리고 광한루원 입구 앞 도로도 통제되어 주차하기가 마땅치 않다.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광한루원과 약 1km 정도 떨어진 춘향테마파크에 주차하며 된다. 주차하고 광한루원으로 가는 1km는 지루하지 않다. 요천을 따라 걷는 강변길은 나무도 우거져 있고, 곳곳에 춘향설화의 내용이 안내판에 담겨 있다. (본격적으로 광한루를 구경하기 전에 이곳을 즐겼다 가면 더 좋을 거 같다) 특히 강변길에 있던 안내판에 참 재밌는 내용이 기억난다. 바로 춘향이와 이몽룡의 사랑 이야기가 실화라는 사실!!

 

2. 성춘향과 이몽룡의 러브스토리는 실화였다.
그 중 몇 가지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첫 번째 스토리는 성이성이라는 조선 인조시절의 실존 인물인 그는 남원부사로 부임한 아버지를 따라 전북 남원에 지내면서 기생을 사귀었고, 세월이 흐른 후, 암행어사가 되어 다시 찾은 남원에서 옛 연인을 찾았지만 이미 죽고 난 이후였다는 내용이다. 우리가 어디선가 들었던 흔한 내용이다.

그런데 두 번째 춘향전 설화는 더 재밌다. 옛날 옛적에, 몰락한 양반가의 딸 춘향이가 있다고 한다. 그녀는 얼굴이 아주 못생겨 혼사가 깨지는 일이 빈번하였다. 그래서 노처녀가 되었다. 그런데 서울에서 잠시 남원으로 내려온 이몽룡에게 춘향이는 사랑에 빠졌는데, 정작 그는 춘향이의 시종인 향단이의 출중한 미모에 빠져있었다. 그러자 춘향이는 이몽룡 때문에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이를 보다 못한 춘향이의 어머니인 월매는 얼토당토않지 않는 계략을 짜기 시작했다. 월매는 향단이에게 밤에 만나자고 이몽룡을 꾀어내게 한다. 이몽룡은 얼씨구나 좋다며 향단이와 함께 둘은 첫날밤을 치렀다. 하지만 아침에 향단이 얼굴을 본 순간 이몽룡을 깜짝 놀란다. 바로 전날 밤에 불이 꺼지자 향단이가 방에서 나오고 춘향이가 대신 이몽룡과 밤을 지낸 것이다. 이몽룡을 울며 겨자 먹기로 사랑의 징표를 서로 나눠서 서울로 올라온다. 그리고 다시는 남원을 찾지 않았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그저 그런 남녀의 짝사랑 이야기이다. 재밌는 것은 여기부터이다. 서울로 간 이몽룡을 그리워하며 매일같이 울며 지내던 춘향이는 결국 광한루에 목을 매어 죽게 된다. 그리고 귀신이 되어 남원으로 부임한 부사들을 죽이는 원혼이 되었다고 한다. 이 소식을 들은 어느 유명한 작가가 아름다운 소설을 지어 원혼을 위로한 뒤로는 부사들이 무사하게 되었다는 설이다. 로맨스, 코미디, 호러까지 장르를 망라하는 요즘 유행하는 퓨전 드라마의 원조 격이다. 어떤 이야기가 진짜인지는 모르겠지만, 여러분이 재밌다고 생각되는 것으로 믿으면 되겠다.

<그림-3> 저기 보이는 이도령과 춘향이는 나를 놀리는 거 같다

다시 광한루원으로 돌아와서... 이곳은 즐길거리가 많다. 이몽룡이 춘향이에게 첫눈에 반했던 곳인 그네도 있고, 그 옆에는 월매의 집도 있다. 월매의 집 뜰에는 작은 연못이 있는데, 그곳 가운데 있는 항아리에 동전을 넣으면 노랫소리가 들린다. 근데 생각보다 쉽지 않다. 괜한 호기심과 승부욕 때문에 돈 천 원만 잃었다. 마침 옆에서 몇 백 원 던지지 않은 아저씨가 승리의 노랫가락을 울렸다. 거기에 있던 다른 십여 명은 겉으로는 찬사를 보냈지만 아마 속으로는 아픈 배를 쥐고 있었을 거다.  광한루원 역시 커플들이 많다. 대대적으로 커플축제라고 광고한 남원시의 효과도 크겠지만, 광한루원의 공기만 마셔도 사랑이 싹트는 분위기가 난다. 하지만 솔로들에게 이곳은 비추한다. 여기는 정말 달달하다. 누텔라에 초콜릿을 찍어 먹는 느낌이다.

 

3. 추어탕의 교과서
사랑에 취해 어질거리는 몸을 이끌고 광한루원 밖으로 나왔다. 따뜻한 햇볕을 쐬니 온몸의 세포가 광합성을 하며 신진대사가 활발해졌다. 곧바로 배가 출출해진다. 남원에 오면 역시 남원 추어탕을 먹고 가야 한다. 다행히 광한루원 근처에 추어탕 거리가 있다. 체인점도 꽤 있지만, 이곳 여기저기 기웃기웃하다 보면 사람들이 줄 서 있는 곳이 몇 군데가 보인다. 거기가 모두 맛집이다. 남원에 사는 선배한테 들은 정보로는 축제 기간에는 주문하고 5분이면 나온다고 한다. 진짜다. 앉아서 물 따르고 숟가락, 젓가락을 테이블에 딱 올려놓으니 어느새 반찬과 추어탕이 나왔다. 그래서인지 회전율이 빨라 줄도 오래 서지 않았다.

<그림-4> <그림-5> 생각보다 찬이 많지는 않았다.

남원 추어탕.... 맛있다. 추어탕 맛을 설명하자면... 추어탕 맛인데 추어탕보다 더 맛있다. 남원은 미꾸라지를 삶고 으깨서 만든 남도식 추어탕으로 국물이 진하고 구수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들깻가루가 우거지 사이사이에 베여있어서 국물 한 모금, 우거지 한 젓가락이면 간장게장에게 미안하지만 국민 밥도둑 타이틀을 뺏을 수 있을 정도로 맛있다. 숟가락, 젓가락을 번갈아 드는 시간이 아까워 오른손에 둘 다 쥐고 먹다 보니, “왜 나는 양손잡이가 아닐까”라는 자책감이 들 정도로 맛있게 먹었다. 남원뿐만 아니라 전라도는 넓은 평야가 많아 논농사를 잘 지었기 때문에 논에서 크던 미꾸라지가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예전부터 추어탕을 자주 먹었다고 하는데, 부모님 고향에서는 추어탕뿐만 아니라 민물고기 매운탕도 자주 즐겨 드셨다고 한다. (전라도에 여행 오게 된다면 민물고기 매운탕(새우탕)은 꼭 드셔 보셔라. 정말 맛있다)  내가 간 식당은 미꾸라지 튀김이 없었다. 개인적으로 깻잎에 싼 미꾸라지 튀김을 좋아하는데 여기에는 없다. 단일메뉴였다. 남도식 추어탕. 끝. 어른들에게 들었던 한 우물만 파면 “성공”한다는 얘기는 여기에도 적용된 거 같다. 하지만 미꾸라지 튀김까지 했다면 “대성공”을 했을 것이다.

터질듯한 배를 움켜잡고, 남원의 인기 빵집으로 향한다. 추어탕 국물은 물론이거니와 반찬까지 싹쓸이한 나의 배님은 풀충전이 되었지만, 원래 “밥배”, “디저트배”는 서로 다른 차원에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서서히 또 다른 차원을 열고 XX제과로 향한다.

<그림-6> 다음에는 기필코! 먹어보겠다.

광한루원에서 차로 10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명문 빵집은 아니나 다를까 빵을 사려는 사람들의 줄이 굉장히 길었다. 이곳의 생크림슈보루빵과 꿀아몬드빵이 하도 유명하다길래 대체 어떤 맛인지 궁금해서 기다려보기로 했다. 한 5분쯤 지났을까...사장님이 밖으로 나와 단체여행객들이 다 사가서 1시간 정도는 기다려야 한다고 말한다. 1시간... 나에게는 너무 긴 시간이었다. 단 5분이지만 전우애를 느낀 대기자들에게 혼잣말로 “1시간은 너무 길다”라고 읊조리며 등을 돌려 전우들의 동조를 바랐다. 하지만 이게 웬걸 전선이탈자는 나밖에 없었다. 1시간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모두 동요 없이 차분한 줄 기다림은 나에게 이 빵맛을 더 궁금하게 만들었다. 시간이 별로 없어서 아쉽게 돌아왔지만 최근에 남원 XX제과를 다녀온 친구에게 어떤 맛인지 알려달라고 했다.

 

친구 : “맛있어. 맛있는데, 많이 먹으면 살찔 거 같아”

남윤 : ‘그래 친구야. 어떤 음식이든 많이 먹으면 살은 찐단다. 코끼리는 채식만 해도 덩치가 그래’

 

도움이 1도 안된 친구의 인터뷰였지만 정말 맛있긴 맛있나 보다. 다음에 남원을 다시 찾게 된다면 빵 나오는 시간에 맞춰 꼭 먹기로 다짐해본다.

 

*남원여행 꿀팁*
1. 춘향제 기간에 오면 광한루 앞은 도로 통제를 한다. 그래서 춘향테마파크 주차장을 이용해라.
2. 오작교 옆에 흔들다리가 있는데, 여자친구를 업고 한 번에 건너면 아름다운 사랑을 한다고 한다.

    자신 있으면 해봐라. 하지만 도중에 넘어지면 등짝 스매싱은 책임 안 진다.
3. 사람이 많아서 한적한 광한루를 배경으로 사진 찍기는 어렵다.

    방문객들도 광한루 일부분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찍어라.
4. 광한루원의 중심이 오작교는 꼭 건너봐라. 색다른 느낌이 든다.
5. 추어탕은 체인점 말고 줄 많이 서 있는 곳으로 가라. 후회는 안 할 것이다.
6. XX제과 생크림슈보루, 꿀아몬드 꼭 먹어봐라(그리고 후기 좀 알려주길 바란다)

 

다음편 : 전라북도 군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