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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 STORY/KIST 소식(행사·연구성과)

김정운 교수 창의포럼 (9.21)

김정운 교수는 창조․창의성은 에디톨로지(Editology), 즉 편집이라며 강의를 시작했다. 창조는 아무도 모르는 새로운 것이 아니라 누구나 접근 가능한 수많은 정보를 자신이 만든 주체적 맥락으로 재편집하는 것이라 했다. 황우석 교수 논문의 진실성을 검증한 사람들이 생명공학을 공부하는 카페의 회원이듯, 환율시장을 휘청하게 만들 정도로 만든 파장의 주인공이 미네르바라 불리는 전문대졸의 평범한 30대인 것처럼 이제 대학은 정보편집자의 지위를 잃어가고 있다. 그의 에디톨로지 이론에 따르면 모두가 세상을 뒤흔들 창조자가 될 수 있다.

 

네이버와 다음

젊은 세대는 신문을 보지 않는다. 포털사이트가 편집한 정보만 본다. 한때 포털의 최강자가 다음이었지만 지금은 사이버 세상은 네이버가 지배한다. 네이버가 사이버세상의 절대강자로 등극한 이유도 바로 정보의 편집이다. 네이버는 개인들이 블로그에 올린 수많은 정보들은 자신들의 맥락에 맞게 해체하여 재구성했다. 또한 사이버 공간에 단순한 교류와 만남을 넘어서는 정보와 정보 사이에 의미를 부여하여 새로운 지식으로 재창조되는 사이버공간을 만들었다. 이런 네이버 '지식in'이 만들어지는 순간 우리나라 사이버권력은 다음에서 네이버로 이동했다고 김정운 교수는 주장했다.

 

디지로그와 이어령

우리가 접하는 외부특강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인물이 스티브 잡스다. 오늘도 우리는 잡스의 인터뷰을 듣고, 마우스의 신개념 도입한 잡스의 혜안을 접하고, 애플이 개발한 창의적 제품을 지겹도록 보았다. 삼성이 애플을 이기지 못하는 이유는 기술이 아니라 편집이란다. 디지털 기반의 기술과 아날로그의 정서가 융합된 디지로그, 이를 활용한 ‘터치’(현대의 남성들이 특히 결핍된)가 애플성공신화의 비밀이다. 디지로그는 이어령 선생이 만들어낸 새로운 개념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의 종속된 학문과 그들이 만들어낸 개념이 아닌 우리만의 독창적인 이론을 만들어 내려는 이어령 선생을 김정운 교수는 존경한다. 이어령 선생의 실천이 바로 주체적 맥락에서 정보를 편집하는 것이다.

 

다빈치와 수태고지

맥락을 해체하여 새로운 개념을 만들기 위해서는 관점을 변경하는 것이 중요하다. 관점은 원근법이다. 원근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실점의 위치다. 그 소실점을 통해 사람들은 작가의 관점에서 그림을 해석한다. 결국 그 소실점도 작가에 의해 설정된 것일 뿐 절대 객관적일 수가 없다. 많은 미술평론가들이 다빈치의 수태고지에서 소실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으나 해답을 찾지 못했다. 잘못된 원근법이라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해답은 그림이 걸린 위치였다. 수태고지는 성당의 후미진 벽면에 있었고 그림을 감상하는 이들이 정면에서 보는 작품이 아니었다. 비스듬한 각도에서 수태고지를 보는 순간 원근에 관한 모든 의문이 풀렸다. 지금은 자신 만의 소실점을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관점, 멀티플 퍼스펙티브(multiple perspective)가 더 요구되는 시대라고 했다.

 

최근 3일 동안 감탄한 적이 있는가!!

창의성은 재미와 동의어다. 어린아이들은 모든 사물을 재미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그런 재미의 관점이 어른이 되면 사라진다. 지금 하는 일이 재미가 없다면 당장 그만두라고 한다. 재미가 없다면 어떻게든 재미를 만들어야 한다. 재미를 느끼면서 인간은 감탄을 한다. 식욕과 성욕은 인간과 동물이 모두 가지고 있지만 동물은 감탄하지 못한다. 우리가 산에 오르는 이유, 우리가 음악을 듣는 이유, 우리가 여행을 하는 이유는 감탄을 하기 위해서다. 조그만 변화도 바로 캐치해 주는 감탄, 그런 감탄을 통해 인간은 성장한다. 최근 3일 동안 감탄한 적이 있는가!

 

김정운 교수는 인간이 추구하는 궁극적 삶의 목표는 장엄의 미학이라는 칸트의 말을 인용하면서 지금 삶이 행복하냐고 묻는다. OECD 국가 중 가장 많은 노동을 하면서도 우리는 여가를 즐길 줄 모른다고 한다. 나와 내 가족의 감탄을 위해, 나의 창의성을 위해 재미를 갈구해 보자. ‘아이 놀라워라’를 연발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