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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 Talk/KIST Opinion

[디지털타임스] 연구자여, `익숙함`의 껍질을 벗자(양자응용복합소재연구센터 김태욱 박사)

 

연구자여, `익숙함`의 껍질을 벗자

 

김태욱 박사

찬바람이 불고 모두가 두터워진 옷을 꺼내 겨울이 성큼 다가옴을 느낀 요즘, 우리의 가장 큰 화두는 아마 11월 23일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일 것이다. 먼저 전국의 수험생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수능은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3학년의 정규 교과과정을 마치고 배움의 길을 넓히기 위한 사람이라면 반드시 치러야 하는 시험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시험은 준비하는 이와 이것을 옆에서 지켜보는 이로 하여금 깊은 인내와 고뇌를 수반하는 연중 행사처럼 우리의 깊은 관심사다. 필자도 수능을 겪어본 이로서 크게 공감하며, 가끔 추억거리로 기억하며 매년 반복되어 뇌리를 스치는 일생일대의 큰 사건이기도 하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는 여전히 지식 습득을 잘하는 방법과 그 지식을 누가 더 잘 사용하는가로 판가름하는 시험으로 그 결과가 점수화해 결정된다. 그래서 아직도 현세대를 반영하지 못하는 우리나라 교육 이야기를 곱씹게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는 6.25전쟁 이후 서방세계에서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신화적인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또한, 대한민국 산업은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전략을 발판삼아 유례없는 발전을 이어왔다. 이러한 경제성장의 환영 아래 우리 교육은 여전히 시대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있다. 구시대의 교육으로 성장해서, 새 시대를 살아가고 또 준비해야 하는 우리에게는 새로운 사회변화에 적응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다음 세대와 함께 혼재된 문화와 다른 사고방식으로 살아가면서 해결해야하는 숙제로 남게 될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발전과 성장을 위해서 향후 교육정책에 대한 우리의 고민과 변화는 매우 중요한 시대적 사명이 될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개발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던 시절, 새로움을 접한 이들은 유레카를 외치며 스마트폰 시대를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는 것을 우리의 눈으로 목격했다. 마치 1989년 통일 독일의 출발을 시작하는 베를린 장벽의 붕괴와 같이, 이런 작은 변화들이 모여 매우 파급력이 큰 급속한 결과로 이어짐을 알 수 있다. 

 

이제 이러한 변화의 기조들은 우리 과학자들에게 큰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 과학자들의 연구성과는 창의성과 독창성이라는 두 가지 매우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평가됐다. 연구수행에서 칼 웨익(Karl E. Weick)이 말한 "기존의 것은 새롭게 조합하고, 새로운 것은 기존방식으로 조합함으로써"처럼 개개인의 연구에서 독창성을 부여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시대의 연설가 마틴 루터킹(Martin Luther King)이 34세에 외친 꿈에 관한 연설은, 15세의 어린 마틴 루터킹이 민권에 대한 웅변을 기점으로 부단한 노력과 폭넓은 시도를 통해 얻을 수 있었던 경험의 산물이었다. 이처럼 이전 세대가 보여준 R&D 성공 신화의 이면에는 끊임없는 노력과 집념이 고스란히 녹아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최근 우리 귓가에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가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들려오고 있다. 이전의 산업혁명처럼 실체가 매우 분명하지 않고 모호해 한 세기를 대표하는 사회, 문화, 과학적 변화에 과학자들은 매우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우리의 할아버지, 아버지 세대가 느꼈듯이 열심히만 해서는 안 될 것 같은 새로운 시대의 막연한 두려움은 비난 필자만의 걱정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최근 다양한 과학기술정책 입안을 통해 신진연구자와 개인연구자가 최대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여러 제도적 장치를 도입하고 있다. 이는 연구자의 입장으로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다. 말로만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자들이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펴고 연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바탕으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제도적으로 완충시킬 수 있고, 상상을 현실로 이룰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진부한 표현일수도 있지만 이제는 우리가 껍질을 벗고 밖으로 나와야하는 시기다.  우리는 이제 손에 익숙한 접근방법을 과감히 버리고, 새로움, 엉뚱함을 추구할 수 있어야한다. 바뀌고 변화해야한다. 상상의 자율과 새로움이 허용될 때,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의 실체를 목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즐거운 시도가 많아질 때, 4차 산업혁명의 선두에 서 있는 우리를 보게 되는 행복한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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