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KIST Talk/KIST Opinion

[기고] 면역체계 이용한 항암치료 아직은 일부 암에만 효과

 

테라그노시스연구단 김인산 박사

2015년 의학잡지인 뉴잉글랜드의학지에 충격적인 사실이 보고됐다. 41세 컬럼비아 남성이 너무나 쇠약해져 병원을 찾았다. 면역력이 극도로 떨어진 에이즈 환자인 그는 온몸에 암 덩어리가 퍼져 있었고, 조직검사상 암 진단이 확정됐지만 이 암은 이제껏 보지 못한 이상한 조직 소견을 보였다. 남성의 몸에서 자라고 있는 암세포는 사람의 것이 아니라 자기 몸에 기생하고 있는 촌충의 암세포였던 것이다.


"암도 전염이 될 수 있나요?" 물론 우리는 암세포는 전염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2016년 2월 22일 뉴욕타임스는 재미있는 기사를 내보냈다. 지구상에는 전염이 되는 암이 3종이 있다고 했다. 동물에서 관찰됐다는 것이다. 개, 타스메니안 데빌 그리고 조개에서 암이 한 개체에서 다른 개체로 전염이 된다는 것이다.

 

이상의 특별한 사례들에서 살펴봤듯이 암의 성장에는 면역시스템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면역은 모든 생명체가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갖춘 고도의 복잡한 시스템이다. 즉 외부의 침입자와 내부의 반역자들 공격에서 자신을 지켜 살아남기 위해 개발된 아주 오래되고 정밀한 시스템이다. 우리 인간의 면역체계 기원은 약 5억년 전부터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해 볼 때 우리가 암을 상대할 때 `우리 면역시스템을 가동시키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암세포는 친구일까, 아니면 적일까. 암세포는 우리 세포에서 유래한다는 사실은 누구나 인지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암세포는 분명 친구다. 따라서 우리 면역시스템은 형제의 세포에는 면역 관용을 적용하여 적으로 인식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아무리 강력한 면역시스템을 갖추고 있어도 암세포를 적으로 인식하지 못하면 항암전략으로는 무용지물이다. 하지만 여기에 아이러니가 있다. 암은 유전자 변이를 동반하는 질환이라는 것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암유전자 또는 암 억제 유전자 변이는 정상세포가 암세포가 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면역치료 관점에서 보면 해로운 유전자 변이가 있어야 면역반응이 더 잘 일어나기 때문에 유전자 변이는 비록 암을 생기게 하는 불행한 일을 만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면역치료가 잘되게 하는 좋은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럼 돌연변이가 생기면 왜 면역반응을 잘 일으키는 것인가. 유전자 돌연변이가 생기면 그 유전자 정보에 의해 만들어지는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의 변화를 초래하고 이는 당연히 정상 단백질과 구조 및 기능 차이를 나타내게 된다. 면역은 나와 나 아닌 것을 인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자신의 단백질과 비록 약간의 차이가 나는 것이라도 예민하게 인식할 수 있다. 따라서 돌연변이가 많이 일어나 차이가 나는 단백질이 많이 만들어지면 우리 면역시스템은 그 차이를 보이는 세포를 선택적으로 인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제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다시금 암과의 전쟁을 선포한 연유에는 이 면역체계를 이용한 항암전략이 성과를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놀라운 성과에도 불구하고 항암 면역치료는 일부 암에서만 효과가 있고 그것도 약 30% 미만의 환자에서만 효과가 있다. 여전히 많은 암 환자들이 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희망의 빛은 보았지만 그 빛은 아직 너무 약하다.

 

[매일경제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