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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 Talk/KIST Opinion

[포럼] 혁신 협력네트워크 구축 속도내자

 

[포럼] 혁신 협력네트워크 구축 속도내자

 

윤석진 부원장

최근 영화 '어벤저스, 인피니트워'가 누적 관람객 1100만을 돌파했다. 앤서니 루소, 조 루소 감독은 신들과 초능력자들이 펼치는 활약상들을 150분 동안 촘촘히 담아냈다. 개봉 이후 2018년도 최고의 SF영화로 자리매김을 해 나가고 있다. SF영화는 단순 유희를 넘어, 시대에 따라 소재를 달리하며 과학적 상상력을 자극하고 도전의 원동력을 제공한다. 20세기 최고 인기 SF영화 주인공은 '로봇'(robot)이었다. 1897년 프랑스 멜리에스의 '어릿광대와 꼭두각시'로 시작한 로봇영화는 아톰, 터미네이터, 로보캅 등을 등장시키며 우리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아 왔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관심에서 밀려나고 있는 추세다. 이는 SF영화가 먼 미래의 주인공을 등장시킨다는 속성으로 볼 때, 로봇은 더 이상 먼 미래가 아님을 보여준다 할 것이다. 사실 꽤 오래 전부터 생산 현장에서 힘들고 위험한 작업을 로봇이 담당해 왔다. 최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지능화된 서비스 로봇이 적용 분야를 넓혀 나가고 있다. 일본에서는 로봇이 노인을 보살피고 있고, 프런트부터 룸서비스까지 로봇이 서비스하는 호텔도 등장했다. 이제 로봇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로봇 산업의 급성장을 쉽게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미래 주력 산업으로서 로봇의 미래는 어디에 있을까? 쉽게 일본을 손꼽을 수 있다. 일본은 로봇 핵심 부품인 감속기, 서보모터, 센서 등에서 세계 시장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세계 산업용 로봇 특허 출원 건수 상위 10대 기업 중에 7개가 '화낙', '야스카와전기', '가와사키중공업' 등 일본 기업이다. 일본 기업들은 이러한 위상을 토대로 미래를 주도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지금 펼쳐지고 있는 상황은 일본 기업의 생각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너무도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경쟁자는 로봇 운영 플랫폼을 장악했다. 거의 완벽하게 자연어를 처리하고 음성 대화가 가능한 기술을 보유했다. 빅데이터 플랫폼에서도 최고의 기업이다. 결정적으로 쉽게 익히고 활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 서비스로 시장을 장악해 나가고 있다. 이 놀라운 경쟁자가 바로 구글이다. 지금까지 로봇 기업은 외형을 먼저 만들고 지능을 추가해 왔다. 이에 반해 구글은 두뇌를 먼저 만든 것이다. 구글 텐서플로의 강력함, 어시스턴트와 듀플렉스 서비스의 유용함, 플랫폼 장악의 위력을 감안하면 로봇의 미래가 구글에 있다는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로봇 미래를 준비하는 구글의 전략에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21세기형 혁신 방향도 찾아볼 수 있다. 지금껏 우리는 외형을 먼저 만들고 속을 채워 나가는 전략을 채택해 왔다. 이는 선진국들이 검증하여 성공이 보장된 모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이제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확인되지 않은 길을 선도해 나가야 하는 지금, 외형적 틀을 먼저 짜는 전략은 더 이상 효과적이지 않다. 시시각각 변하는 외부 환경과 시장의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제 경쟁력 있는 두뇌와 콘텐츠를 먼저 준비하는 전략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최근 과기정통부가 발표한 강소특구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는 지자체와 협력하여 핵심기술기관을 중심으로 혁신을 위한 협력네트워크를 구축한 지역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소프트웨어가 준비되어 있는 곳에 시너지를 창출하고 혁신생태계를 완성해 가는 혁신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5월 29일, 홍릉 클러스터링 추진단이 현판식을 갖고 출범했다. 홍릉에는 고려대, 경희대, KAIST 경영대학원 등 유수 대학과 최초의 국책연구소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등이 위치해 있다. 또한 2012년부터 홍릉소재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계기로 홍릉의 활성화를 위한 담론의 장이자 협력네트워크인 홍릉포럼을 운영해 오고 있다.

 

지금껏 대한민국 발전의 싱크탱크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 온 홍릉이 이제 글로벌 혁신 클러스터로 재도약하려 하고 있다. 그 기반은 지난 50년간 발전시키고 쌓아온 홍릉의 역량과 인재가 될 것이다. 반세기 전, 홍릉의 시작도 비어 있는 공간에 하드웨어를 만들고 인재와 프로그램을 채워 가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21세기 홍릉은 보유한 역량을 토대로 브레인을 서로 연결하고 꼭 필요한 하드웨어를 구비해 나가게 될 것이다. 혁신의 생태계로서 홍릉은 다시 한 번 대한민국을 끌어갈 엔진을 기대하는 국민과 국가의 기대에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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