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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acle KIST

‘로봇, 스스로 오감을 느낀다’…KIST 로봇연구중심지 방문


실감교류 로보틱스 연구센터·지능로봇사업단 “로봇산업 새로운 시장 열겠다”



상상 1) 로봇 마루는 미혼인 김상민 씨와 함께 산다. 마루는 직장생활을 하는 김 씨를 위해 아침 7시 모닝콜을 해주고 토스트를 구워 직접 꺼내 그릇에 담고 아침 배달된 우유, 신문 등을 챙겨 식탁에 올려놓는다. 아침식사가 끝난 김 씨의 출근길 배웅을 마친 마루는 설거지, 빨래, 장보기 등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상상 2) 초등학교 5학년 민호는 요즘 영어공부에 푹 빠졌다. 학교에 새로 도입된 영어 교사 보조로봇 '메로' 덕분이다. 다양한 콘텐츠와 더불어 감정 표현 능력을 가진 메로는 입술과 눈썹, 눈의 깜빡임 등이 마치 인간을 닮았다. 영어 퀴즈에서 틀리면 얼굴을 찌푸리기도 하고 정확한 영어 발음을 알려주기도 한다. 와우! 영어 립싱크도 끝내줘 학생들에게는 최고의 영어 교사다.

‘로봇’은 체코어의 robota(강제노동), robotik(노동자)의 합성어로 20세기에 생긴 단어다. 1920년 체코의 K. 차페크가 발표한 희곡 'R·U·R-롯섬의 만능 로봇회사' 작품에서 인체구조를 극도로 단순화한 화학적·생물학적 인조인간을 로봇이라고 이름지은 것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로봇이란 이름이 생기기 전부터 인간은 사람을 대신해 동작하는 장치를 만들고 싶은 욕구를 갖고 있었다. 과거의 흔적을 찾아보면 인간은 나팔 부는 인형, 닭 모양의 알람 인형, 그림 그리는 인형 등 놀이로서 로봇을 만들기 시작한 것을 알 수 있다.

이후 20세기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기술이 크게 진보하기 시작, 1960년대부터 로봇 개발이 본격적으로 막을 열기 시작한다. 특히 산업이나 생산에 직접 도움이 되는 로봇이 속속 등장하는데 그 시작을 알린 로봇이 미국의 조셉 엥겔버거 박사가 개발한 자동차 공장용 로봇팔이다(1961년 개발).

이후 공장용 로봇팔을 비롯 다양한 산업로봇이 등장하지만 '90년대부터 로봇은 산업 영역을 벗어나 2000년을 기점으로 인간의 동반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일본 혼다는 1997년 최초로 계단 오르는 인간형 로봇 P2를 발표했고, 1999년 일본 소니는 최초 애완 로봇을 출시했다. 이어 2003년 미국 NASA에서는 이동로봇 스피릿을 개발해 화성에서 탐사활동을 수행시켰다.


한국도 다양한 로봇을 내놓았다. 2000년 두 팔과 눈이 달려 일을 할 수 있는 '미모트' 로봇, 2002년 건물을 안내해주는 '버틀로' 로봇, 이어 2005년에는 한국최초 두발로 걸을 수 있는 인간형 로봇 '휴보' 등 인간의 동반자로 큰 자리매김을 할 수 있는 로봇들이 줄줄이 선을 보였다.

다양한 형태의 로봇이 등장하면서 더욱 안락한 인간의 삶이 기대되는 가운데 한국 로봇 연구에서도 한발 앞서가는 한국 출연연구원의 맏형 KIST 로봇담당연구 센터를 찾아가 봤다.

단순 집안일 뿐 아니라 영어교사로, 독거노인들의 벗으로 활약을 준비하고 있는 로봇을 만든 '실감교류 로보틱스 연구센터'와 '인간기능생활지원 지능로봇기술개발사업단'의 행보를 쫓아가 보자.


"단순 노동 로봇 이제 그만! 오감 느끼는 로봇시대 온다"…실감교류 로보틱스 연구센터

'실감교류 로보틱스 연구센터(센터장 유범재, 이하 센터)'는 KIST가 그간 축적해온 로봇 연구의 모든 정보가 밀집돼 있는 곳이다. 80년 후반부터 로봇 연구를 시작한 KIST는 주로 입력에 의해 움직이는 로봇을 연구해 왔다. 2000년 이후부터 인간과 같은 공간에서 함께 생활하는 로봇 만들기에 주력하면서, '실감교류 로보틱스 연구센터'를 세우고 스스로 상황 인지와 판단이 가능한 로봇을 만들기 시작했다.

센터의 주요 연구 분야는 ▲실감교류 로보틱스 기술 ▲인체감응 휴먼 인터페이스 기술 ▲실감 인터랙션기술 ▲네트워크기반 휴머노이드 기술 등으로 명령을 일일이 입력하지 않아도 바뀐 환경에 스스로 대처하고 생각하는 등 독립적으로 일할 수 있는 지능을 가진 로봇제작이다.



특히 센터는 2010년 교육과학기술부 글로벌 프런티어사업으로 선정돼 '현실과 가상의 통합을 위한 인체감응 솔루션' 연구개발 사업의 거점 연구센터의 역할도 맡고 있다. 교과부의 프론티어사업단은 미래의 새로운 먹거리와 성장 동력을 구축하기 위해 10년이란 오랜 기간동안 연구비 지원을 통해 원천기술 획득을 꾀하려는 사업이다.

센터는 현재 NBIC기술 (나노, 바이오, 정보통신 및 인지가학 기술의 융합)을 통합해 인간과 가상세계, 인간과 원격세계 간의 원활한 소통에 의한 세계최초 인체감응 확장 공간 실현에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혁신적 실감교류 로보틱스 및 실감 인터랙션 기술개발을 선도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NBIC기술을 통해 개발된 로봇들은 미래 독거노인이나 바쁜 현대인을 대신해 일을 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예를 들면 팔이 불편한 독거노인이 몸을 움직일 수 없을 때 로봇에 신호를 보내 원하는 물건을 가지고 올 수 있게 하는 원격조정이 가능한 기술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또는 바쁜 직장인을 대신해 로봇을 출장 보내거나 로봇이 느낀 오감을 실시간으로 읽어 들이는 등 실감 감지 원격존재 제작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KIST 개발 세계 최초 가사 도우미 로봇의 마루-Z 등장


실감 교류 로보틱스 연구센터에서는 지금까지 수많은 원천기술과 다양한 로봇들을 개발해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성과는 2010년 개발한 가사도우미 로봇 마루-Z. 마루-Z는 가전기기들을 조작해 샌드위치와 음료를 준비하고 원격지에서 실시간으로 몸동작 작업이 가능한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마루-Z는 물체를 인식하고 시각을 기반으로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추고 있으며, 원하는 목적지로 이동할 수 있는 자율보행 능력, 목표물을 집어 전달할 수 있는 시각기반 조작능력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 성과를 바탕으로 센터는 생활공간에서 로봇이 식기세척기를 이용한 설거지와 심부름, 청소 등 가사노동을 도와줄 수 있는 지능형 서비스 로봇을 개발할 예정이다.

또 센터는 2005년 1월 인간형 로봇 마루를 개발했다. 마루는 네트워크를 이용해 인공지능을 제공할 수 있는 로봇이다.

마루는 걸으면서 양팔을 자유롭게 움직이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출수 있으며, 상·하체를 같이 움직이는 전신 운동도 가능하다. 또 사람의 다양한 작업동작을 실시간으로 따라 하도록 원격제어도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센터는 2002년 두 팔과 두 눈이 달려 일을 할 수 있는 로봇 '미모트', 80CM 정도의 작은 이족보행로봇 '베이이봇1, 2', 건물을 안내해주는 로봇 '버틀로', 목과 팔이 움직일 수 있는 마네킹 로봇, 원격 영어교육도우미로봇 '바니' 등 1994년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로봇을 제작했다.

센터는 앞으로 글로벌 프론티어사업 관련 연구 수행과 함께 독립적 판단수행이 가능한 똑똑한 로봇 만들기에 주력할 예정이다.

유범재 센터장은 "'어떻게 해야 로봇이 잘 움직일까' 중심에서 이제는 로봇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인공지능과 유연한 이용성을 위한 인간과 기술이 상호 작용하는 기능이 중요해졌다”며 "앞으로 사람처럼 똑똑한 로봇, 또 인간처럼 오감을 느끼고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는 기술들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국 산업 원동력은 '지능로봇'…지능로봇사업단, 프론티어 사업단으로 선정


인간기능생활지원 지능로봇기술개발사업단(단장 김문상, 이하 사업단)은 한국을 먹여 살릴 새로운 성장 동력은 지능로봇일 것이라는 예측에 따라 교과부의 프론티어사업단의 연구단으로 뽑히면서 팀이 구성됐다. (사업단은 올해 9년차 연구를 진행 중이다.)


사업단은 ▲로봇지능 분야 핵심원천 적용기술 확보 ▲고령화 사회 문제 대응 ▲국내교육시장 겨냥, R-learning 기반 로봇 비즈니스 모델 개발 등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인간의 오감 역할을 하는 인식 기능을 만들고, 인간의 두뇌에서 일어나는 판단 기능을 로봇에게 부여할 수 있는 지능체계 구축, 여러 기술을 구체화 시키는 통합기술 등을 연구하고 있다.


사업단의 본격 연구 성과가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사업 후 6년차 시점부터다. 사업단이 개발한 로봇 인공피부가 휴대폰 쪽에서 햅틱 기술로 쓰였고 300억 원 정도의 기술이전 계약도 맺었다. 이 외에도 주행기술, 감정인식과 표현기술, 지능형로봇 청각기술 등 다양한 센서들이 여러 분야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원천기술을 활용해 사업단은 우선 교육로봇과 독거노인 도우미 로봇 등을 상업화시킬 계획이다. 기술개발이 어느 정도 끝난 지금은 기업에서 원천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지 테스트를 거치고 있다.


"지능로봇사업단 개발 잉키&메로…세계 50대 발명품서 상위권에 들다!"


사업단의 대표적 성과들을 살펴보면 영어보조교사로봇 잉키와 메로가 있다. 잉키는 실시간으로 표정 구현이 가능해 감성적 교류가 가능하며 소통과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제작된 로봇이다.


특히 원어민 영어 교수가 원격으로 조정할 수 있고 대화도 가능하며 표정과 동작도 실시간으로 인식할 수 있어 그 상황에 알맞게 인간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이 외에 잉키는 영어뿐 아니라 기억력이 떨어지는 노인의 인지훈련을 돕는 일도 할 수 있다.

메로는 표정과 제스처가 가능한 로봇이다. 눈썹의 움직임, 눈의 깜빡임, 입술 모양 등이 매우 정교하게 움직여 재미를 더한다. 특히 메로는 단어와 문장 인식을 통한 대화식 교육, 표현 DB 기반의 자연스러운 얼굴 표정 자동 생성 구현 등이 가능해 데스크에서 사람대신 안내서비스를 할 수도 있고, 영어와 같은 외국어 등 교육용으로도 사용 가능하다.


잉키와 메로는 2010 미국 타임지 선정 세계 50대 발명품에 9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타임지에는 잉키와 메로를 “잡터미네이터라고 불리우는 이 로봇은 3만 명의 외국인 영어교사를 고용하고 있는 한국에 새로운 혁신을 가져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로봇이 결국엔 한국의 외국인 영어교사의 자리를 위협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고 보도했다.

이 외에 사업단은 위험작업이 가능한 로봇 로페즈를 제작해 이라크 전쟁 중인 자이툰 부대에 보내기도 했다. 로페즈는 계단오르기, 벽돌 깨기, 폭탄을 무력화하는 등 기능이 가능해 사람대신 위험한 지역에서 감시를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김문상 단장은 "잉키와 메로는 영어뿐 아니라 과학을 가르치는 분야에서도 사용될 수 있다"면서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감성 교류를 하는 로봇이 인간을 돕는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특히 고령화에 따른 줄어드는 부양 인력과 늘어나는 인건비를 이 로봇이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업단은 앞으로도 개발한 원천기술이 산업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김 단장은 "아직 로봇 서비스 시장이 형성되지 않고 있지만 우리가 시장형성의 선두에 서서 잘 해가길 기대한다"며 "로봇 기반기술은 외국에 앞선 곳이 많으나 투자나 연구에 있어서 한국은 집중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새로운 시장이 한국에서 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