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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 Talk/사내직원기자

더 소중한 우리가 되기 위하여


‘승격이라 함은 하위직급에서 상위직급으로 임용되는 것을 말한다’고 인사규정에서 정하고 있다. 하위직에서 상위직으로 임용된다는 것은 책임과 권한이 그 이전보다 더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상 삼성과 LG같은 대기업은 승격자 교육을 1주일 이상 시행한다. 승격으로 인해 변화되는 것이 그만큼 많고, 승격자가 배워야할 역할과 자세가 그만큼 막중하다는 것이다. 아직 KIST에서는 이틀을 초과하는 승격자 교육을 진행한 적이 없다. 연구로 늘 바쁜 분들께 1주일의 시간을 할애해 달라는 요청을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짧은 3일의 과정이지만 'THE KIST'를 만들어낼 차세대 리더로 성장하기 위한 자양분을 받았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승격자 교육을 정리해 본다.


Comfort Zone에서 Great Zone로

승격자에게 당부의 말을 하기 위해서 오신 문길주 원장님의 일성은 ‘승격은 목적이 아니고 내가 무엇을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라고 했다. 변화는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며 그 작은 변화가 나비효과처럼 큰 태풍을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문길주 원장님은 지금 KIST는 기초원천기술의 상용화 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어려움을 표현하는 데스밸리(Death Valley)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변화에 둔감한 Comfort Zone에 있고, Comfort Zone에 안주하는 순간 KIST의 미래는 어둡다고 했다. KIST가 좋은 연구소에서 위대한 연구소로 가기 위해서는 Comfort Zone에서 벗어나서 Great Zone로 가야한다고 문길주 원장님은 강조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소통이 잘되지 않는 이유는 서로의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이며 남의 가치관을 인정하고 배려할 때 진솔한 대화와 소통이 가능해진다고 말씀하셨다.


연구를 즐겨라

이어진 특강에서 신희섭 뇌과학 연구소 소장님은 후배연구원들에게 일하는 것, 연구하는 것이 즐거움의 원천이라고 말씀하셨다. 본인이 가장 행복한 때도 아무도 없는 주말에 랩에서 연구에 몰두할 때란다. 그리고 연구자는 연구를 제외한 다른 세상일은 몰두하지만 집착은 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신희섭 소장님도 음악이나 스쿠버 등 다양한 취미생활을 하지만 집착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신희섭 소장은 강연 말미에 KIST에 근무하는 연구원은 과학과 기술에 관한 지식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 이를 바탕으로 훌륭한 연구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연구에 대한 몰입과 도전, 그리고 동료들과 진정한 소통이 중요하다며 후배연구원들에게 진심어린 충고를 하셨다.


위안과 안식 강릉의 힘

교육을 하다보면 늘 예정된 시각보다 출발이 늦은 경우가 더러 있다. 교육생들이 차가 막히거나 늦잠을 자서 제때 도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승격자들은 모두 정확한 시간에 탑승했다. 그래서 우리가 예정한 7시에 KIST를 출발할 수 있었다. 왠지 이번 교육은 잘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사실 교육보다 중요한 것이 교육생의 자세다. 시간을 잘 지키는 2011년 승격자들을 보니 앞으로 진행될 1박 2일의 여정이 밝아 보인다. 혹자는 이런 이야기를 한다. ‘가까운 곳도 있는데 왜 먼 강릉까지 가냐고’. 왜 힘들게 강릉까지 가야 하느냐 물으면 ‘그곳에 강릉분원과 연수원이 있기 때문에’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  다시 그런 질문을 밥으면 ‘이젠 사라진 춘천행 기차를 타면 왠지 설레듯 분원이 있는 강릉은 우리를 치유하고 안식을 주는 푸근함이 우리 발걸음을 강릉으로 이끌게 만든다.’라고 답하고 싶다. 그리고 그곳에는 엄마 품같이 너른 바다도 있다.


한국인의 60%는 M형(우호형)이다.

강릉에 도착해서 짐을 풀기 무섭게 코칭이라는 주제로 교육을 받았다. 7시간 연속교육은 아마도 학생시절 이후 승격자들에겐 처음 있는 경험일 것이다. 코칭은 여러 가지 정의가 있지만 공통적 의미는 ‘개인의 잠재능력을 개발하여 그들이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다. 따라서 훌륭한 코치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과 조직원의 스타일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교육에 앞서 승격자들이 자신의 성향을 테스트했다. 그래서 결과지향적 지시형인 D형(Directing형: 지시형), 생기있고 활력이 넘치는 P형(Presenting: 사교형),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우호형  M형(Mediating형: 우호형), 분석전문가 S형(Strategizing형: 분석형) 4가지 그룹으로 나누었다.


모든 성향들이 칼로 물 베듯 정확히 나누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또 일부는 자신을 성향을 제대로 못 찾고 방황하는 교육생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자신의 성향과 일치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인의 60%는 우호형인 M형이란다. 이 M형은 남을 배려하고 솔직하고 자기분야에 전문가이지만 모험과 도전을 좋아하지 않으며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는 단점이 있다. 강사는 고스톱을 들어 성향을 분석했다. D형은 못 먹어도 무조건 GO를 외치는 스타일이고, P형은 돈 따는 것에는 관심이 없고 즐기는 형이고, M형은 오늘은 10만원까지만 잃어야지 하면서 남을 배려하고, S형은 남의 패를 분석하는 형이란다.
 
자신의 성향 분석을 마친 후 코칭리더로 거듭나기 위해서 승격자들은 맥락적 경청, 발견질문, 메시징, 인정 등의 코칭 대화모델에 대한 교육과 실습을 진행하였다. 구성원의 장점을 파악하고 진정으로 구성원이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있는 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코칭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만 잘하는 줄 알았는데

폭설피해 농가 지원을 위한 봉사활동을 시작하려는데 아침부터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린다. 승격자와 함께 강릉분원 직원 30여명이 복구활동을 자원했는데 일기가 영 도움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의 지원 손길을 기다리는 피해농가의 애끊는 호소를 외면할 수 없었다. 60여명의 복구지원반이 비옷을 입고 현장으로 향했다. 폭설피해현장은 여기가 농사를 지었던 곳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이미 다른 봉사단체가 하우스 철골은 모두 해체했고 우리가 한 작업은 비닐하우스 안에 있었던 스티로폼, 비닐, 천막, 전기설비 잔해 등을 마대에 넣어서 버리는 작업이었다. 우리를 처음 접한 피해농민은 작업을 설명하면서 작업량보다 안전을 강조했다.


연구만 하는 사람들이 일을 잘할 수 있을까하는 우려의 눈빛도 감지되었다. 빗줄기는 굵어지고 현장에는 상당량의 빗물이 고여 있어 작업조건도 여의치 않았다. 그런데 작업이 시작되자 이런 우려는 빗물처럼 사라졌다. 마치 농사를 전업으로 했던 사람들처럼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일부는 쓰레기 잔해를 해체하고, 또 일부는 쓰레기를 모으고, 또 일부는 마대에 쓰레기를 담고, 마치 공장 컨베이어 벨트에 숙련된 노동자들처럼 일사천리로 일을 해치운다. 얼굴에는 흙탕물이 튀고 바지는 물에 젖었다. 현장에서 지급한 일부 장화는 구멍이 나서 물이 장화 안에 가득했다. 그럼에도 작업을 멈추지 않았다. 누군가 휴식을 외치기 전까지 우리는 우리 일보다 더 열심히 노동을 하고 있었다. 피해농민과 관계자들이 ‘연구만 하시는 분들이 이렇게 잘하실 줄을 몰랐다’며 우리의 노고에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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