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ory에 내 글을 쓴다는 것이 정말 꿈만 같다. 그동안 [고슐랭의 가이드 투어]를 보며, 전라북도에도 맛있고, 멋있는 곳이 많은데, 언젠가는 내가 사는 이곳을 꼭 자랑해야겠다고 다짐하며 칼을 갈던 차에 기회는 운명처럼 나타났다. 사실 기회가 이렇게 일찍 올 줄은 몰랐다. 그래서 조금 당황했다. 각설하고 첫 번째 전북여행을 소개하려 한다.

 

KIST 전북분원은 전라북도 완주군에 위치한다. 완주는 마치 소중한 물건을 손에 꼭 쥐고 있듯이 전주를 빙 둘러싸고 있다. 면적도 꽤나 넓다. 그만큼 자랑할 거리도 많기 때문에 완주는 내 기행문의 대미를 장식하고자 아껴두고 있다. 본원 사람들이 가끔 전북분원을 들른 김에 여행한다는 곳이 전주 한옥마을에서 비빔밥이나 콩나물 해장국만 먹고 가는데, 참으로 안타깝다. 사실 나는 강원도에서 30여 년간을 살아온 강원도 토박이다. KIST 전북분원에 오게 된 것은 우연이었고, 운명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전라북도가 고향이신 부모님에게 이곳 말씨나 음식에 대해 ‘허벌나게’ 많이 들었다. 이곳에 오기 위한 영재교육을 미리 한 셈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에 대한 나의 애착은 남다르다. 아무튼 결론은 강원도 토박이가 눈과 입을 호강시킬 수 있는 전라북도 방방곡곡을 이제부터 여러분께 소개하겠다는 말씀!

 

#고창 학원농장 #청보리밭 #커플 #교통체증 #나는 진짜 도깨비 #유채꽃 #이것이 천국
#보리새싹비빔밥 #다이어트는 내일부터

 

1. 도깨비도 반할 청보리밭
첫 번째 전라북도 여행지는 바로 고창이다. 고창은 여행할 곳이 많은 곳이다. 갯벌체험, 고인돌 박물관, 고창읍성, 선운사, 해수찜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그리고 4~5월 단 3주간만 열리는 연인들의 축제가 있다. 바로 청보리밭 축제이다. 불과 한두 달 전만 해도 “내가 여길 왜 가?”라며 학을 뗄 정도의 커플들만의 성지였지만 지금은..... 아니다.(박수)
고창으로 출발하는 새벽부터 들뜨기 시작했다. 얼마 전, 친형이 이곳에 다녀왔다며 카톡 프사에 자랑스럽게 올린 사진 배경에는 사람 허리까지 올라온 청보리가 가득했다. 눈으로만 봐도 벌써 싱그러운 풀내음이 느껴졌다. 들뜬 마음을 추스르며 아침을 대충 때우고 신나게 출발했다. 그러나 가는 길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평소때라면 고창 청보리밭 학원농장은 전북분원에 약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하지만 축제기간만 되면 농장 주차장까지 3시간이 소요된다. 말이 3시간이지 체감 시간은 10시간쯤 되는 것 마냥 차가 엄청 막힌다. 고창 IC를 빠져나와 동서대로를 쭉 타고 갈 때까지만 해도 카톡프사 하나 건지겠다는 덧없는 상상을 했다. (여러분들은 반드시 동서대로가 끝나기 전에 화장실과 주유소에 다녀와야 한다) 동서대로 끝 무장교차로에서 좌회전하면 무장면 방면으로 가게 된다. 대부분 내비게이션은 무장면에서 무장읍성길 쪽으로 우회전하라고 나오지만 절대! NEVER! 가면 안 된다. 그쪽은 거리도 더 멀고 길 끝에는 무장면 직진도로와 합류해야 하는데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까지는 아니지만 전투적인 운전자들이 양보를 잘 해주지 않는다. 명심하도록. 여기서부터 주차장까지만 1시간이 걸린다. 

<그림-1>6km를 앞두고 1시간이나 정체되어 있었다.

전라북도에 놀러 오라고 한 사람이 왜 이렇게 안 좋은 얘기만 하는지 의아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지루하고 짜증나는 시간 끝에, 끝없이 펼쳐진 아름다운 청보리 초록물결을 본 순간 그 짜증이 눈 녹듯이 사라기 때문이다. 그만큼 청보리밭은 아름답다. 고창의 옛지명은 보리 모(牟)에 볕 양(陽)을 써서 “모양(牟陽)”이다. 그렇다고 딱히 보리가 특산품은 아니다. 오히려 이곳 경관이 특산품이다. 원래 청보리라는 품종은 없다. 덜 익은 보리를 청보리라고 하는데 단어에서부터 왠지 시원하고 신선한 느낌이 든다. 청보리밭이 위치한 학원농장은 입구에서부터 노르스름하면서도 푸르스름한(둘을 섞으면 결국 초록색!) 물결이 파도를 친다. 농장 면적이 30만 평이라고 하니 이 물결의 정대함이란 가히 볼만하다. 그 물결 사이를 슬슬 걷다보면 일상의 피로가 시나브로 지워지는 듯하다. 사실 우리가 구경하는 곳은 농장의 한 1할 정도 되는 3만 평이다. 하지만 절대 작게 느껴지지 않는다. (주차장을 보면 나머지 경작지가 보이는데 절대 들어가면 안 된다. 수시로 감시하는 사람이 있어서 혼쭐 날 수 있다.) 청보리밭 한 쪽에는 유채꽃이 한창이다. ‘노랑색 보전의 법칙’라도 있다는 듯, 노란 유채꽃이 지면 청보리가 노란색으로 물든다. 그래서 그런지 노란 유채꽃 색과 청보리의 푸른 색이 참 조화롭다. 원래 청보리 꽃도 노란색이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그림-2>, <그림-3> 전북 고창군 공음면 학원농장길 158-6 학원농장

사람들이 이곳을 여행하는 목적이 하나 더 있다. 얼마 전에 종영된 “도깨비”라는 드라마는 다들 아실 것이다. 바로 이곳이 도깨비(공유 분)와 도깨비 신부(김고은 분)의 첫키스 장면을 연출한 촬영지다. 그래서 많은 남자들은 시공간을 넘나드는 도깨비 문에서 스스로 공유가 되어간다. 아직 사랑에 빠진지 얼마되지 않은 필자 입장에서 보면 이곳에서 사진을 찍는 것은 굉장한 용기를 필요로 한다. 사진을 찍는 동안 많은 사람이 줄을 서서 모델들을 응시하기 때문에 보통 용기가 아니면 공유나 김고은 빙의샷은 언감생심이다. 차마 나는 가슴에 박혀있는 도깨비 칼을 쥐고 찍지는 못했다. (몇 명 가슴을 움켜잡으며 사진을 찍는 사람도 있다. 용기내보시라) 극 중에는 눈이 소복이 쌓인 것처럼 메밀꽃이 피어있던 곳이었는데, 봄에는 보리를, 여름에는 해바라기, 가을에는 메밀을 키운다고 한다. 참 아낌없이 주는 밭이다.

<그림-4>진짜 도깨비같이 생겼네

이곳의 여행팁은 천천히 녹색을 음미하며 걷는 것이다. 양팔을 벌리면 손가락 끝에 청보리의 푸릇푸릇한 머리칼이 살짝살짝 닿는다. 느낌이 정말 좋다. 또 붉은 흙길 위에서 ‘나는 청보리다’ 라고 상상하며 걸어보는 것도 색다른 느낌을 준다. 삼보일배하듯 삼보일셀피를하다 보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진다. 일몰을 보기 위해 유채꽃밭에 있는 전망대에 올라 청보리밭 전경을 바라보니 다시금 ‘여기는 참 예쁜 곳이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창 청보리밭은 전남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에게도 경유지로 아주 좋다. 전남 영광 가까우니 영광굴비 정식도 먹고, 해안도로를 따라 예쁜 펜션도 많다. 고창 → 영광 코스를 추천한다.

<그림-5>전망대에서 바라본 청보리밭

 

2. 고창에서 꼭 풍천장어만 먹을 필요는 없다!
이제 먹는 얘기를 좀 해보자. 고창의 유명한 음식하면 풍천장어다. 풍천을 지명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풍천이란 바다에서 밀물이 밀려오면 내륙 쪽으로 부는 바람을 일컫는다. 한자로 風川, 즉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강 하구를 뜻한다. 고창의 풍천장어는 주진천 일대에 민물과 바닷물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잡히는 뱀장어로 몸값이 아주 귀하다. 귀하다는 것은 곧 비싸다는 말이고 고로 나는 못 먹었다. 여유가 있는 사람은 꼭 먹는 것을 추천한다. 인터넷에서 “고창 풍천장어 맛집”으로 검색하면 블로그에 많은 음식점이 나오는데 보통, 싯가로 판매되기도 하고 식당마다 가격은 비슷해서 블로그에서 세팅된 테이블 사진을 비교해보고 기본 반찬이 더 좋은 곳으로 선택하면 된다고 한다.

 

학원농장 창고를 중심으로 먹거리가 즐비하다. 사실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배가고파 피난민이 구호물품 찾듯이 요깃거리부터 찾아다녔다. 다행히 커피, 딸기음료, 옥수수, 핫도그 등 지친 여행자의 갈증과 허기를 달래줄 길거리 음식들이 많이 있었다. 가격은 여느 축제때 사먹던 가격이랑 비슷하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핫도그 하나를 걸신들린 듯이 먹고 나서야 비로소 가출했던 이성이 돌아왔다. 그것도 잠시, 어느새 또다시 구수한 파전 냄새에 이끌려 노점식당에 두꺼운 다리를 박고 앉았다. 옆 중년커플의 테이블을 흘깃 한 번 쳐다보고 그들과 똑같은 메뉴인 “보리새싹 비빔밥과 열무국수”를 시켰다.

 

겉보기에 보리새싹비빔밥은 그냥 보리비빔밥과 흡사하다. 하지만 보리새싹만 추가되었을 뿐인데.... 맛이 굉장히 고소하다. 어느 연예인이 “먹어봐야 네가 알던 그맛이다.”라는 명언을 남겼지만 아낌없이 주는 참기름과 고추장의 조화, 쌉쌀하고 신선한 채소와 탱글탱글한 보리밥의 식감은 이곳에서만 즐길 수 있는 혀끝의 호사이다. 정신없이 먹다보면 입이 조금 물리는데 그럴 때는 열무국물 한 모금을 마시면... 그냥 끝.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뇌에게 ‘너는 배부른 게 아니야. 우리 더한 것도 많이 해봤었잖아’라고 암시를 걸며 터지려는 배를 달랜다.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고 계산을 하였다. 사람이 참 간사한 것이 먹을 때는 십만 원짜리라고 생각하면서 먹었으면서 다 먹고 나서 비빔밥값 팔천 원을 계산 하려니 또 조금 아깝다.

<그림-6> 사진 찍을 새도 없어서 남의 거 퍼왔다. <그림-7>.(http://blog.naver.com/sobasic110/221024401129)

고생하신 나의 “배”님에게 잠시 휴식을 주기위해 식당가 앞에서 전통놀이를 하였다. 투호, 널뛰기 등이 있는데, 대부분은 어린이들이 차지하고 있어서 양보를 하... 지는 않고 꼬맹이들 사이에서 당당한 어른아이로 재밌게 놀았다. 한참 놀다 보니 깜깜해졌다. 어두워지니 싱그럽던 청보리밭도 을씨년스러워 보였다.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정말 즐겁게 놀아서인지 돌아가는 길은 하나도 아쉽지 않았다. 뭐, 아쉽더라도 나는 전라북도에 사니까 가을에 메밀밭 구경하러 또 오면 된다.

 

* 고창여행 꿀팁 *
1. 청보리밭 축제 기간에는 오전 9시쯤 고창 학원농장에 도착하면 심각한 교통체증을 피할 수 있다.
2. 오후 4~5시쯤 사람이 적어서 사진찍기 아주 좋다.
3. 시간이 남으면 고인돌 박물관, 구시포 해수찜도 즐겨라.
4. 새싹보리비빔밥은 배가 불러도 꼭 먹어라.
5. 나한테는 풍천장어는 비쌌다.
6. 차 없으면 여행하기 힘든 곳이다.
7. 여름의 해바라기, 가을에 메밀 축제도 정말 좋다고 한다.
8. 눈의 피로에 좋은 아이소프트존(eye softzone)인 초록의 청보리 때문에 돌아오는 길은 피곤하지 않다.

   그러니 마음껏 노세요.

 

다음 편 : 전라북도 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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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웰가 2017.07.03 16: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우!! 전북 100배즐기기

  2. 고니고니 2017.07.03 16: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알차네요ㅎㅎ

  3. 2017.07.03 16: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공유 닮으신거 같애요!

  4. nahm 2017.07.05 10: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기사 넘 잘 읽었어요~ 김남윤 기자님!! 청보리밭 꼭 가보고 싶네요~!!ㅎㅎ '청보리의 푸릇푸릇한 머리칼이 살짝살짝 닿는다'->이 표현 넘 맘에 들어요~!!ㅎ

    • 김남윤 2017.07.08 00:32  댓글주소  수정/삭제

      고창 학원농장은 예술입니다. 그리고 "메밀꽃 필 무렵"인 9월에도 참 좋다고 하네요. 고창은 사계절 여행하기 좋은 곳이에요. 아! 혼자는 안됩니다. 커플들이 정말 많아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