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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acle KIST

월급을 기부하는 KIST 사람들…"나눔, 어렵지 않아요"

 

 

 

월급을 기부하는 KIST 사람들…"나눔, 어렵지 않아요"
KIST, 연봉 1% 기부 프로그램 신설

"혜택 받은 만큼 돌려주고 싶어"

 

 

 

"초·중·고·대학 그리고 직장까지. 생각해보니 나라에서 지원하는 곳만 다녔더라고요. 이제 저도 나눔으로 돌려드리고 싶습니다. KIST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도 미국의 원조 덕분이었던 것처럼 ODA사업을 통해 돈 뿐 아니라 지식도 기부 하고 싶어요."(김희중 스핀융합연구센터 박사)

 

"이전부터 과학기술을 통한 개도국 발전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작은 발걸음을 내딛는 의미에서 1%기부에 참여했어요." (최희채 계산과학연구단 박사)

 

"기부는 어려운 것이 아니에요. 정기적으로 하는 것이 부담스러우시다면 연말에 구세군 냄비에 마음을 담아 기부해보는 등 불우이웃을 도울 기회는 많습니다. 주위를 기울여보면 기부에 대한 나의 마음과 행동이 조금씩 변할 수 있지 않을까요?"(이유란 수탁사업팀 사원)

 

"영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를 보셨나요. 어느 누군가가 나눔을 시작하면 그 나눔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전파돼 사회전체가 따뜻하게 살아간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저에게 큰 감동을 줬습니다. 그래서 제게 생긴 수익을 다른 사람에게 나누자고 결심했죠"(안종승 글로벌 협력팀 관리원)

 

당신은 기부를 해본 적이 있는가? 해본 적이 없다면 이유는? '여유가 없어서?', '기부단체를 믿을 수 없어서?'

 

여유가 없다면 우리가 하루에 먹는 커피 값을 줄이면 되고, 기부 단체를 믿지 못하겠으면 소외계층 거주지역에 가서 지식 기부나 봉사활동을 하면 되지만 사실 말처럼, 생각처럼 쉽지 않은 것이 기부다. 그런 가운데 자신의 연봉 1%를 기부하겠다고 나선 KIST인들이 있다. '기부를 하면서 마음의 행복까지 찾았다'는 김희중·최희채 박사와 안종승 관리원, 이유란 사원을 만나보자.

 

여기서 잠깐! KIST 연봉 1%기부란?

 

KIST가 2012년 4월 12일 전 직원을 대상으로 자발적으로 진행한 '과학나눔기금'으로 2015년까지 모을 예정이다. 이 기금은 장학사업과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한 연구 및 교육기관 지원 사업, 학술연구 우수자를 위한 연구비지원 사업 등에 사용될 계획이다.

 

 

"사고로 몸은 아팠지만…'기부'통해 행복함 느꼈다"

 

 

KIST에서 35년을 근무한 베테랑 연구원 김희중 박사는 요즘 너무 행복하다. 아이들에게 과학기술을 가르치는 일을 10년 이상 해 오고 있지만 아직도 그렇게 설레고 재밌을 수가 없다. 최근에 그는 지식기부 뿐 아니라 연봉 1% 기부 프로그램에 동참, 1% 이상의 고액을 기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도 예전엔 '기부'와 거리를 두고 살았다고. 그런 그를 바꿔놓은 계기는 뜻밖의 사고였다.

 

"평소 산악을 좋아해 등산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10년 전 무릎을 다치고 운동을 못하게 되니 몸이 약해지면서 의기소침해지기까지 하더군요. 그땐 업무도 손에 잘 안 잡히고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런데 '다친게 꼭 나쁘기만 한 것인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다 우리나라는 장애인들에 대한 인식이 매우 낮다는 것이 생각났습니다. 그때부터 주 관심사는 '성공'에서 '행복'으로 바뀌었고 봉사와 나눔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 박사는 KIST에서 연구원 생활을 하면서 불철주야로 연구에 대한 성공만 생각하며 달려왔다. 때문에 가족이 많이 희생을 했고, 남을 돕는다는 것은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그런 그에게 사고는 후유증을 가져다주었지만 마음의 여유를 찾는 시간도 함께 선사했다.

그 덕분에 '행복'이라는 단어를 되찾았고 나누면서 사는 것에 의미를 두기 시작했다.

 

그러나 기부를 시작한 것은 사고뿐 아니라 그가 살아온 인생과도 깊은 인연이 있다.

 

"어릴 적 꿈이 큰 공장의 공장장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 공부를 더 하고 싶었던 저는 군대 대신 한국과학원(KAIS)에 지원을 했어요. 그러던 도중 KAIS가 KAIST랑 통합이 됐습니다. 그러면서 박사와 석사과정을 다 지원받아 공부하게 됐죠. 처음엔 연구실 생활이 답답해 싫었지만 시간이 지나다보니 즐거워지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KIST에 남기로 했습니다. 근데 잘 생각해보니 초·중·고·대학·직장까지 국립을 다녔더군요. 저는 받은게 너무 많은 사람입니다. 사고도 사고지만 이러한 이유 때문에 기부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결심을 한 것 같아요."

 

그에게 닥친 사고, 그리고 KIST에서 일을 할 수 있다는 기쁨이 그를 나눔의 세계로 이끌었다. 그러면서 퇴직 후 기부를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적금을 들었고, 그런 와중에 KIST 자체에서 연봉 1%기부 프로그램을 한다는 소식을 접해 참여 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 한국의 기부문화가 좀 더 활성화되길 바라고 있다. 그는 "선진국의 경우 기부문화가 많이 스며있지만 한국은 거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어릴 때부터 아이들에게 용돈을 절약해 스스로 기부를 할 수 있도록 가르쳐주는 것 하나하나가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이끄는 힘이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KIST가 미국의 원조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우리도 개도국을 도와주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연구소 건립 등을 통해 개도국이 스스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 나 또한 KIST를 퇴직 한 후 ODA 사업 일환으로 개도국에 직접 가서  노력 봉사를 하고 싶다"고 전했다.

 

그에게는 꿈이 있다.  ▲실력과 능력이 있는  '멋진 남자' ▲내 가족과 동료들에게 도움이 되는  '멋진 남자' ▲국가사회에 기여하는 '멋진 남자'가 되는 것이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들에게 '멋진 남자'가 되기 위해 오늘도 그는 알찬 하루를 시작한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기쁨…'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미미 레더 감독의 영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는 도움을 주기 시작했던 한 아이의 생각과 실천이 퍼져나가 아름다운 세상을 만든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영화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에서 나오는 감동을 전하며 따뜻한 인정이 넘치는 세상을 꿈꾸게 했다.

안종승 관리원도 그랬다. 미국의 지원을 받아 인턴십을 할 수 있었던 만큼 이 영화를 보고 '나도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무언가 해야겠다'고 느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1% 지식기부와 KIST 과학탐방 담당이었다.

 

 

 

"과학탐방을 통해 초·중·고·대학생들을 대상으로 KIST의 연구과정을 설명하고 아이들에게 과학의 꿈을 심어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KIST에 들어오게 된 이유를 아이들에게 설명하면서 '과학 꿈나무들에 뭔가 해줄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영어를 알려준다던지, 매월 마지막 주 KIST 펀 데이를 활용해 사회 취약가정에 가서 학습을 도와주는 일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던 도중 1% 기부를 시작한다는 공고를 보고 그는 적극 동참하기로 했다. 안 관리원은 "기부를 망설이는 이유는 금전적 문제일 수도 있는데 기부란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의 다른 차원의 기쁨을 준다"고 말하며 "최근 기부한 분들에게 KIST가 감사패를 주는 행사가 있어 모인 적이 있다. 그날 참석한 분들의 얼굴에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며 "직장인 생활만 하면 같은 일만 반복해 남보다 나를 더 생각하게 되지만 기부를 통해 나 또한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구나를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 속 소년처럼 자신의 도움이 멀리 전파되는 따뜻한 사회를 꿈꾼다. 그는 "4년 뒤 이 기금을 이용해 개도국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지속 기부를 실천 하겠다"고 말했다.

 

 

"내 꿈은 개도국에 연구소를 지어주는 것"

 

 

포스트 닥터(박사 후 과정)로 KIST에서 메모리 반도체 관련 기초 이론연구를 하고 있다는 최희채 박사는 예전부터 개도국의 과학기술개발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KIST자체에서 1% 기부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작은 한 발을 내딛기로 결심했다.

 

 

 

 

"규칙적이진 않아도 대학생 시절부터 연구실에서 인센티브가 나오면 단체를 통해 기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1%기부도 쉽게 가능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제 꿈이 과학기술인이 돼서 개발도상국에 학교와 연구시설을 지어주는 거거든요. 미리미리 작은 것부터 시작해야

나중에 큰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시작하게 됐습니다"

 

최 박사는 올해 초 박사학위를 받아 KIST에 일반 포스트 닥터로 들어왔지만 5월 기초기술연구회에서 급여를 받는 포스트닥터로 전환이 됐다. 그는 "이러한 혜택을 받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면서 "우리나라 세금으로 연구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에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성과를 내는 것과 동시에 돌려드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기부에 대한 마음을 전했다.

 

 

"기부 어렵다면? 구세군 냄비 등 작은 것부터 천천히"

 

 

올해 4월 KIST 근무를 시작한 신입사원 이유란 사원은 어릴 때부터 봉사활동을 해 오신 어머님을 보고자라 봉사활동을 비롯, 박물관이나 시설에서 아이들을 돌보거나 학습 보조 등을 해왔다.

 

 

그는 "어머니가 정기적으로 지역 대학병원에서 몸이 불편하신 분들을 간병하거나 봉사활동을 하러다니셨기 때문에 같이 갈 기회가 많았다"고 설명하며 때문에 KIST에 입사해 1% 기부에 참여도 쉽게 가능했음을 설명했다.


기부가 부담스럽지 않냐고 묻자 "나의 월급의 1%는 정말 적은 금액이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은 하지 않는다"며 "부담스럽다고 느껴지는 사람들은 장기적이 아니라 작은 것부터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 예를 들면 연말 구세군 냄비에 돈을 넣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다가 보이는 불우이웃돕기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시작하는 등 주변에 주위를 기울여보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그는 정기적인 수입을 통한 기부와 봉사활동, 지식기부 등 다양한 일을 하면서도 본연의 업무인 정부부처 수탁사업 관리를 통해 KIST의 연구진들이 수행하는 사업을 손쉽게 진행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