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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 Talk/사내직원기자

[창의포럼] 최진석 교수 (박병수 기자)

 

세계를 놀라게 한 빠른 산업화로 대한민국은 선진국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선진국을 모방해서 그들을 빠르게 따라잡은 Fast Follower 전략이 통한 것이다. 달아나는 선진국과 추격하는 신흥국 사이의 샌드위치 신세를 벗어나려면 우리나라가 시장을 선도하는 First Mover가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Fast FollowerFirst Mover가 되기 위해서는 이전과는 다른 패러다임으로 새로운 기준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최진석 교수가 말한 인문학적 관점의 선진국도 바로 기준을 생산하는 나라이다.

 

 

 

 

질문하지 못하는 나라

 

노벨상 수상자들이 과학콘서트에서 한국 학생들에게 강조한 점은 질문이 연구를 더 풍성하게 하니 끊임없이 질문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실상 외국인 교수 눈에 비친 한국 학생들은 질문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최진석 교수도 학생들이 대답을 잘하지만 질문은 못한다고 했다. 대답은 지식과 이론이 단순히 지나가는 통로일 뿐이고, 그 안에는 자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진정한 자신은 내면의 욕망이 만들어내는 궁금증이 밖으로 튀어나오는 질문을 할 때 존재한다고 했다. 2010G20 폐막 기자회견 때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 기자들에게 질문권을 주었다. 시간이 지나도 질문이 없자 오마바 대통령은 다시 질문이 없냐고 물었고, 통역도 가능하니 한국어로 질문하라고 했지만 장내는 조용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멋쩍어 했고, 결국 질문권은 중국 기자에게 넘어갔다. 최진석 교수는 G20 해프닝을 설명하면서 기자들이 질문을 하지 못한 이유를 질문할 내면의 힘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호기심, 긍금증, 욕망이 없기에 그들은 질문할 수 없었다고 했다.

 

새로운 기준을 생산하는 능력, 人文

 

최진석 교수는 인문학과 문화관련 연구비가 풍부한 중국과 그렇지 않은 우리나라를 비교하면서 우리나라의 선진국 진입은 쉽지 않다고 했다. 사회의 초기 단계에는 법학과 정치학이 중심 기능을 하지만 사회의 볼륨이 커지고 다양해지면 경제학, 사회학, 신문방송학이 중심기능을 한다고 했다. 사회가 더 발전하면 철학, 심리학이 그리고 그 보다 더 발전한 사회에서는 인류학과, 고고학이 중심기능을 한다고 했다. 고고학과 인류학이 발달한 프랑스, 독일, 영국, 중국, 미국, 일본을 선진국이라 했다. 선진국이 기준을 생산하면 후진국은 그 기준을 적용하고, 선진국이 문명을 생산하면 후진국은 그 문명을 허겁지겁 따라가기 바쁘다. 세계 최초로 간염백신을 개발한 김정용 박사가 그것을 상품화 하지 못한 이유는 간염백신에 관한 기준을 우리나라가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 우리나라는 그러한 국제기준을 만들어본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기준을 생산한다는 것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고 했다. First Mover는 남의 기준이 아닌 자신 만의 독창적인 기준과 틀을 생산해 내야한다. 이는 남이 생산한 가치나 이념이 아닌 인간의 무늬인 인문의 흐름을 독립적으로 판단하여 미래를 위한 비전과 메시지를 주도적으로 결정할 수준에 다다를 때 가능하다.

 

인문적 通察力

 

과거에는 집이 먼저고 차가 나중이었지만 요즘 세대는 집보다 차가 우선이다. 행복의 중심 틀이 집에서 차로 이동한 것이다. 인간이 그리는 무늬인 인문은 다른 말로 표현하면 인간이 움직이는 동선이고, 이를 통해 인간의 욕망이 변화하는 방식을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인간이 이동하는 방향을 감지하는 것이 바로 인문적 통찰력이라고 했다. 소위 천재들이 남들보다 세상의 변화를 먼저 감지하는 이유는 바로 인문적 통찰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보통사람들이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는 이유는 관성의 익숙함으로 인해 예민함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통찰력은 이성에 의해 공고화된 프레임을 버리고 세계에 대한 감각을 예민하게 유지할 때 발현된다고 했다. 정해진 틀을 넘어서서 독립된 인문적 주체로 설 때 통찰력과 창의력이 샘솟는다고 했다. 인문적 통찰력은 타고 나는 것이지만 자기 내면의 진정한 자신을 대면할 수 있는 글쓰기와 운동, 낭송을 통해서 길러질 수 있다고 했다.

 

 

 

KIST는 조국의 근대화 전략인 Fast Follower’에 가장 큰 기여를 한 연구기관이라는 사실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다. 조국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First Mover가 되는데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이번 강연에서 그 단초를 얻었다. 자신의 내면의 욕망에 충실한 질문이 그것이다. 남의 이론이나 남의 연구가 아닌 진정한 나만의 연구는 질문으로부터 시작된다. 이제 우리 내면의 욕망을 깨울 질문을 준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