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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news

13년간 한 과제만? "심장처럼 살아있는 연구 했죠"(09.09)

김현탁 ETRI 센터장, MIT소자 이용 전자개폐기 혁신기술 개발
내년 상반기 상용화…"기술 확산연구 지속할 것"

 

 


길애경 기자 (kilpaper@hellodd.com)

 

"13년간 한분야를 지속해서 연구 할 수 있었던 비결은 우리몸의 심장처럼 살아있는 기술을 연구했기 때문이다. 전기 제품에는 전자 개폐기와 차단기가 사용되는데 이번 기술 개발로 성능향상, 원가절감, 소형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기술 개발이 알려지며 대기업에서 기술 이전 의사를 밝혀와 이전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김현탁 ETRI 박사가 MIT 소자를 적용한 전자 개폐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길애경 기자>

김현탁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MIT 창의연구센터장은 2002년부터 MIT 한분야만 보고 달려온 시간들을 돌아보며 "기술개발로 국부를 창출하겠다는 꿈을 꿔 왔는데 지금까지 그 일을 이루기 위한 과정이 잘 진행돼 왔다"고 벅찬 어조로 말했다.

 

MIT(Metal-Insulator Transition)란 금속-부도체(절연체) 전이현상. 구조상 전이를 겪지않으면서 부도체가 금속으로 혹은 금속이 부도체로 바뀌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모트(Mott) 영국 캠브리지대학 교수가 1949년에 이론을 예언하고 2005년 김현탁 박사가 실험으로 처음 이를 증명했다. 모트 교수가 MIT 기술의 아버지라면 김현탁 박사는 기술을 증명하고 확산해온 어머니인 셈이다.

 

김현탁 박사는 MIT 기술을 지속적으로 확산시키며 최근 전기를 사용하는 산업계와 가정의 필수품인 전자개폐기와 차단기에서 계전기 부분을 떼어내 MIT 소자로 대체하는데 성공하고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에서 과전류 차단시험에 합격했다.

 

이번 성공으로 기존 전자개폐기 구성품 중 계전기 부분을 떼어 냄으로써 부피를 반으로 줄이고 가격도 40%이상 낮출 수 있게 됐다.

 

◆개폐기 분야에서 100년 동안 해결하지 못한 난제 해결

 

전자제품 중 저전압이 이용되는 세탁기나 냉장고, 에어컨, 소방전 등 시간에 따라 전류의 방향과 세기가 달라지는 전류인 교류용 모터제품에는 과전류를 막기 위해 전자 개폐기가 사용된다. 또 각 가정과 산업계에서는 사람의 전기 감전을 막기 위해 일명 두꺼비집으로 불리는 배전 차단기를 사용하고 있다.

 

이들 개폐기와 차단기의 작동은 도선의 온도가 올라가 바이메탈 금속판이 달아올라 휘어지면서 기계식 접점을 끊어 전자석을 제어하는 방식이다.

 

김현탁 박사에 의하면 이는 1924년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특허를 출원하고 상용화한 제품으로 100년 기술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바이메탈 센서는 온도 변화 폭이 넓고 계절 등에 따라 특성이 변화해 안전성의 문제가 끊임없이 대두돼 왔다.

 

이번 김 박사팀이 개발한 기술은 MIT 소자를 이용한 것으로 도선의 온도가 올라가면 MIT칩이 급격한 저항변화를 감지해 임계온도인 67~85도 사이에 전자적으로 과전류를 차단하는 방식. 기존 방식에 비해 정확하고 안전해 보다 확실한 전자식 개폐기와 차단기 사용길이 활짝 열리게 됐다.

 

김 박사는 "그동안 바이메탈 센서를 사용하면서 문제가 지속적으로 대두되며 몇개의 개폐기가 개발되기도 했지만 만족스런 결과를 얻지 못한게 사실"이라면서 "누구도 MIT 기술을 접목할 생각을 못했다. 우리의 성공으로 개폐기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있는 어조로 말했다.

 

◆같은 과제 13년간 지속하기는 쉽지 않은 일…시스템 아닌 심장같은 연구로 성공

 

"같은 연구를 13년간 하기란 쉽지 않다. 우리 기술은 사람으로 치면 몸전체가 아닌 심장만 연구하는 것이다. 규모가 크지 않지만 꼭 필요한 기술에 집중하는 전략이다. 2002년 처음 MIT 를 이용한 원천기술 개발에 들어갔는데 외부에서는 거의 지원을 받지 못했다. 내부에서 지속적으로 지원해줘 성공할 수 있었다. 기술개발에 이어 기술이전에 성공하며 제품이 시장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김현탁 박사<사진=길애경 기자>

김 박사는 연구의 지속성 비결로 "작지만 꼭 필요한 기술 연구"라고 강조했다.

 

 

2002년부터 김 박사가 게재한 MIT 관련 논문은 84편, 출원한 특허만 국내 74개, 국제 189개에 달한다. 특히 논문 인용횟수는 4000여회로 세계적으로도 그의 연구 성과가 인정받고 있다.

 

그동안 김 박사가 개발한 기술 중 화재 감지용 MIT 소자는 정온식 감지기에 적용돼 형식 승인을 얻고 시판 중이다.

 

리튬이온 전지 보호용 소자는 기술 이전 기업에서 시험을 진행 중이다. 또 MIT 기술을 이전받은 기업에서는 시설자금을 투입해 월 1억개의 소자를 생산할 수 있는 팹라인을 건설하고 있어 이번 기술의 시장진출을 위한 준비도 마무리 단계다. 

 

물리학도인 김 박사는 MIT 분야에 집중하면서 원천기술 개발부터 기술이전, 상용화까지 이루며 연구개발의 3요소를 고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엇보다 전기가 있는 곳에 반드시 필요한 기술로 부가가치와 시장이 매우 클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자료에 의하면 현재 전 세계 전력개폐기와 차단기 시장은 내년 기준 약 30조원 규모다. 이중 국내기업 전체의 해외 시장 점유율은 약 13.1 %로 낮은 편이다. 해외 기업은 ABB 17.2%, 슈나이더 13.6%, 지멘스 13.4%, 도시바 7.7%를 차지한다.

 

김 박사는 "현재 세계적으로 경쟁하고 있는 MIT 원천기술과 응용분야에서 ETRI가 주도권을 확보했다. 한국이 취약한 전력산업 분야에 크게 기여하며 미래 성장동력으로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연구 의의를 강조하며 "향후 나무로 지은집의 경우 화재 예방을 위한 아크 차단기가 많이 사용되는데 여기에 MIT 소자를 적용하는 연구를 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