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도전과 실증이 미래 기술 이끈다

 

홍경태 박사

지난달 과천과학관에서 흥미로운 행사가 열렸다. '미래성장동력 챌린지데모데이'다. 지난 1월 창업활성화 관계 장관회의에서 도전과 혁신을 통한 창업 붐 확산이 논의된 후 새로운 시장을 만들려는 모험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체적으로 보여 줄지를 평가하는 자리였다. 행사는 기업 또는 연구자가 과감하게 새로운 아이디어나 기술을 구현하는 장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미래 성장 동력은 국민소득 4만달러대를 넘어설 수 있도록 새로운 시장을 만들거나 기존 시장을 대폭 확대하는 신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2000년대 초부터 명칭은 다르지만 계속되고 있다. 그렇다면 4만달러 시대에 미래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성과물을 만들려면 어떤 방식으로 연구개발(R&D)을 해야 할 것인가.

   새로운 것 가운데에서도 감히 하지 못한 것이 있고, 굳이 하지 않는 것도 있다. 남들이 하지 못한 것을 택해서 합리적이고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아 이를 가치 있도록 발전시키는 기획이 우선시 돼야 한다. 좋은 기획 결과로 새로운 방안이 제시되는 경우 일반적으로 서로 믿는 사회에서는 그것을 받아들이고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서로 믿지 못하는 사회에서는 근거 자료를 보여 주어야 하며, 가능성에 대해서도 확신할 수 있도록 객관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누구도 가 본 적이 없는 길을 가려면 다양한 방법으로 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다. 유연하게 대응해야 하지만 확실한 근거 자료를 제시하거나 객관적 입증이 어렵고, 어렵게 정한 목표를 변경하기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누구도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게 된다.

   이에 따라서 서로 믿지 않는 환경을 빨리 바꾸는 것이 기술 선진국이 되기 위해 가장 시급한 일이다. 그래야 명확한 목표 설정, 합리적 계획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역할을 분담해서 수행하고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 비로소 좋은 연구 결과가 실제로 잘 활용돼 기대한 만큼 효과가 클 것인지 보여 줄 수 있게 된다. 투자를 받거나 예산 지원을 통해 사업화할 수도 있다. 믿지 못하는 환경을 전부 바꿀 수는 없지만 우선 일부만이라도 먼저 변화해서 효과를 보여 줘야 한다. 창의적 연구 지원 방식이라도 신뢰를 기반으로 개선해야 한다. 새로운 아이디어 성과물을 실증하고 데모할 수 있도록 경쟁하는 기회를 주고 독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미래성장동력 챌린지데모데이를 통해 처음 시도한 과제 제안 방식이 주목된다. 수십 쪽이 넘는 제안서 대신 3분 소개 영상과 두 페이지 제안서로 접수하고, 현장 실사와 기술 오디션 형태의 평가 방식이다. 혁신적이면서도 신기술을 보유한 연구자가 미래에 새롭게 열릴 시장에서 폭넓게 경쟁력을 확보할 기회다.

   1회 챌린지데모데이에 이어 27일 개최될 2회 챌린지데모데이는 미래 성장 동력의 주역들이 한자리에 모여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축제 같은 행사가 되길 기대한다. 많은 젊은 창업인과 연구자가 자신의 기술에 자긍심을 느끼고 존경받는 사회 분위기 조성에 기여하길 바란다. 그들의 피땀 어린 노력과 R&D야말로 미래 성장 동력을 선도하는 주춧돌이 될 것이다. 이와 함께 2회 대회는 국무총리상, 미래부장관상과 상금이 연구비로 지원된다고 하니 연구자로서 꼭 지원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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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포럼]뇌공학, 뇌과학의 필수 동반자

 

강지윤 박사

초고령화 시대를 맞아 각광받고 있는 의생명과학의 다양한 학문분야 가운데 뇌과학은 미지의 영역이 가장 많은 분야이다. 뇌를 구성하고 있는 수많은 신경세포들이 반복적이고, 복잡하게 얽혀서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어 그 기능을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구조를 잘 알고 있는 공학적 전기회로 네트워크도 복잡할 경우에는 그것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데, 아무리 초고해상도의 현미경으로 관찰하더라도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복잡한 신경세포 간의 네트워크를 알아내고, 나아가 그들 상호 간에 주고받는 신호들과 이로 인해 작동하는 뇌 기능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자들은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도구를 발명함으로써 최후의 과학적 난제인 뇌의 신비를 하나씩 풀어나가고 있다. 근대 뇌과학의 선구자로서 1906년에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라몬 이 카할(Ramon y Cajal)은 은염색법을 이용해 뇌가 독립된 신경세포들로 이뤄져 있음을 밝혀냈으며, 신경세포를 정교한 스케치로 남기기도 했다. 그런데, 카할의 업적은 노벨상을 공동수상한 카밀로 골지(Camillo Golgi)의 염색법과 근대의 정밀한 현미경의 발명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후 전자현미경의 등장으로 신경과학자들은 고해상도로 세포를 관찰할 수 있게 되었고, 이를 통해 신경세포들을 연결해 주는 물질이 시냅스에서 만들어지는 나노미터 크기의 소포체라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었다. 
또한 전자공학과 컴퓨터의 발달로 뇌가 발생시키는 미약한 뇌파를 인체 외부에서 측정하고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 최근에는 뇌조직을 투명화 하는 기술이 개발되어 뇌의 3차원적인 연결구조를 환상적인 컴퓨터 그래픽으로 관찰할 수 있어 뇌의 비밀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뇌과학 분야에서는 다른 어떤 분야보다 더 활발한 학문 간 융합이 일어나고 있다. 매년 미국에서 열리는 신경과학 분야의 최대 학회인 SFN(Society for Neuroscience)에서는 신경생물학자 뿐만이 아니라 물리학, 수학, 컴퓨터공학, 심리학, 전자공학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수만 명의 과학자들이 모여 ‘뇌’라는 하나의 주제를 놓고 열띤 논의를 벌인다. 이러한 논의를 통해 새로운 과학적 발견을 위한 도구가 개발되고, 그 도구를 활용한 연구를 통해서 획기적인 연구성과가 나오는 것이 최근 뇌과학 분야의 추세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오바마 정부가 2014년에 출범시킨 국가차원의 대형 뇌연구 프로그램인 BRAIN(Brain Research through Advancing Innovative Neurotechnologies) Initiative의 주요 목표 가운데 하나가 혁신적인 신경기술을 개발하는 것이고, 신경세포를 모니터링하는 기술과 축적된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분석하는 기술개발이 주요 과제로 포함되어 있는 것 또한 신경과학 분야의 발전에 있어 새로운 과학적 분석도구의 개발이 필수불가결한 조건임을 보여주고 있다.

  국내에서도 2016년 수립된 뇌연구 발전전략을 바탕으로 대규모 연구투자 계획이 수립되는 등 뇌연구 분야가 최근 많은 관심과 지원을 받고 있다. 물론 미국, 일본, 유럽과 같은 선진국에 비하면 연구비 규모나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지만 우리나라의 뇌연구 역량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계기가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특히, 뇌공학 분야를 주요 연구분야 중 하나로 인정한 것은 뇌연구에 있어서 뇌공학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이처럼 최근 높아진 뇌공학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나 관심에도 불구하고 국내 뇌공학 연구가 크게 활성화 되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인데, 이것은 국내 공학 분야의 연구비 지원이 기초연구 보다는 응용연구에 치중되어 있어 기초연구인 뇌공학자들이 연구비를 확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국내 뇌공학자들은 선도형 연구보다는 추격형 연구에 비중을 두고 연구할 수밖에 없고, 그 결과 우리 뇌연구가 세계적인 연구그룹들을 뛰어넘을 수 있는 획기적인 연구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도구’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알파고 이후 불어온 인공지능 열풍으로 뇌연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뇌공학에 대한 관심도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인공지능이 기존 뇌공학의 범주에서는 생소한 분야이기 때문에 이 같은 관심에 다소 냉소적인 학자들도 있지만, 대중들의 관심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런 때에 해외의 주류 연구만 쫓지 않고 새로운 생각과 관점으로 새로운 문제에 도전한다면 대한민국 뇌공학만의 독특한 색깔을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지금은 더 이상 추격자가 아닌 뇌공학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나갈 ‘퍼스트 펭귄’이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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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산책]e-케미컬 제조기술 확보로 미래 성장동력 창출

 

민병권 박사

최근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친 화석연료 정책 발표에도 신재생에너지 시장의 성장세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이라는 오명을 듣고 있는 중국은 2020년까지 재생에너지 분야에 36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산업혁명 이후 많은 나라가 300년 이상 화석연료를 사용해 왔다. 현재 인류는 세 가지 가운데 하나를 택해야 하는 기로에 놓여 있다. 기존 에너지 사용의 근간인 화석연료를 앞으로도 계속 사용하는 것, 태양·바람·물 등 자연에서 생산되는 신재생에너지로 에너지 패러다임을 완전히 전환하는 것, 이 두 가지 에너지원을 모두 사용하는 것이다.

  오래 전부터 가까운 미래에 우리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가 모두 신재생에너지로 충당될 것이라고 믿어 왔다. 단순히 석탄·석유 같은 화석연료 고갈이나 최근 국제적 이슈로 떠오른 기후 변화 우려 때문만은 아니다. 신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보다 편리하고 친환경적이며, 장기적으로는 화석연료의 경제성을 넘어설 것이기 때문이다. 외국에도 나와 유사한 생각을 하고 있는 전문가가 많다. 미국 스탠퍼드대의 저명한 미래학자 토니 세바 교수는 '에너지혁명 2030'이란 저서에서 2030년이 되면 에너지 100%를 태양광 에너지만으로 충당 가능한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일선에서 태양광 기술 연구를 하고 있는 나는 13년밖에 남지 않은 가까운 미래에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세바 교수가 언급한 과거의 몇몇 사례를 보면 가능성은 충분하다. 1900년대 미국 운송 수단이 마차에서 자동차로 완전히 바뀌는 데 걸린 시간은 13년, 2007년 애플의 아이폰 출시 이후 휴대폰 시장 구조가 스마트폰 중심으로 바뀌는 데 5년이면 충분했다. 에너지 패러다임의 변화도 생각보다 짧은 시간에 이뤄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굳이 2030년으로 특정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우리 다음 세대에는 화석연료 대신 신재생에너지가 일반화된 에너지 형태가 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실제 세계 각국의 에너지 로드맵 추세를 보면 이러한 대체 현상이 점점 구체화되고 있다. 독일은 2050년까지 전체 에너지에서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을 80%, 중국은 2050년까지 80%, 덴마크는 2035년까지 100%까지 각각 끌어올리는 로드맵을 제시하고 이에 필요한 구체적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화석연료가 사라진 미래의 신재생에너지 기반 사회는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에 대한 밝은 미래를 약속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우리가 고려해야 할 또 다른 중요한 문제가 있다. 신재생에너지의 발전으로 모든 에너지를 충당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동안 석탄·석유를 시원료로 사용해 생산해 오던 플라스틱과 같은 화학제품은 어떻게 생산할 수 있을까. 한 예로 우리는 지금까지 섭씨 1000도 이상의 온도에서 석탄 가스화 반응을 통해 합성가스를 만들고, 이 가스를 이용해 에틸렌·메탄올 등 화학원료를 생산한다. 이를 기반으로 페트, 우레탄 등 플라스틱 화학제품을 만든다. 진정한 신재생에너지 기반 사회가 구현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석탄·석유를 시원료로 해 열화학 반응으로 만들어지는 화합물(화학원료, 화학제품 등)을 대체할 신재생에너지 기반의 화합물 제조 방식이 요구된다. 이런 전기화학 반응으로 생산된 실제 화학제품 생산에 적용 가능한 고부가 가치 화합물을 'e-케미컬'이라고 한다. 이산화탄소, 질소, 산소, 물을 시원료로 만들기 때문에 완전한 탈 화석연료 화학제품이라 할 수 있다. e-케미컬 기술을 적용하면 기존의 열화학 반응보다 훨씬 높은 에너지 효율성과 반응 단계의 단순화로 공정비용 감축 효과를 볼 수 있다. 정교한 반응 조절로 원하는 물질을 선택적으로 만들 수 있는 장점도 있다. e-케미컬 기술의 대표적인 예로 에틸렌글리콜이 있다. 자동차 부동액으로 많이 사용되는 에틸렌글리콜은 현재 석유나 석탄을 시원료로 하여 총 3단계의 고온·고압 반응을 거쳐 생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를 e-케미컬 기술을 적용해 제조하면 상온에서 이산화탄소와 물을 사용, 총 2단계 반응을 거쳐 생산이 가능하게 된다. 현재 e-케미컬 기술 개발은 세계적으로 매우 초보적인 단계다. 그럼에도 신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전기 보급과 관련 기술 개발에 대한 관심, 연구개발(R&D) 투자는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국제적 추세를 고려한다면 우리나라도 미래의 새로운 성장 동력 창출과 기후 변화 대응을 선도하기 위해 e-케미컬 기술에 국가적 관심과 투자를 확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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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미세먼지 대책, 전문가 지혜 모아야

 

배귀남 박사

2002년 봄, 극심한 황사가 우리나라 전역을 뒤덮어 초등학교는 집단 휴교를 하고, 비행기 운항이 일부 중지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후 정부는 '황사피해방지종합대책'을 만들어 시행해 왔지만, 10여년이 지난 최근까지도 미세먼지로 인해 가까운 건물이 보이지 않을 만큼 시야가 뿌옇게 되는 날들이 잦아지고 있다. 국민들이 미세먼지 공포에 시달리고, 대중매체에서는 연일 미세먼지를 기사로 다루기 위해 단편적이고 자극적인 뉴스를 생산하고 있다. 급기야 정부에서는 지난해 6월 3일 '미세먼지 특별대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근래 중국을 중심으로 동북아시아에서 발생되는 고농도 미세먼지 오염현상은 런던형 스모그, 로스엔젤레스형 스모그에 이은 신형 스모그로 아직 그 정체가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스모그의 정체가 밝혀지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영문도 모른 채 호흡기 질환 등에 시달리고, 심지어 사망에까지 이르는 경우도 발생했다. 지금은 런던형 스모그와 로스엔젤레스형 스모그에 대한 원인이 파악됐지만, 중국을 중심으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신형 스모그의 정체는 우리가 밝혀내야 하는 현재 진행형의 문제다.

  우리 속담에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에 들어가야 한다는 말이 있다. 호랑이라는 말만 듣고 놀라 도망가듯이, 많은 사람들이 혹여 미세먼지라는 말에 지레 겁을 먹고 허둥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대기오염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미세먼지라고 할 수 있다. 미세먼지는 단순히 십 마이크론(micron, μ) 크기보다 작은 먼지라고 단정 지으면 안된다. 대기 중 온갖 오염물질들이 복잡한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미세먼지가 된다고 할 수 있다. 미세먼지는 변장술이 매우 능해 섣불리 건들기 힘들다. 그동안 전문적이고 과학적인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미세먼지를 잡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국민들이 보기에 미덥지 못한 결과만을 얻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세먼지라는 호랑이를 잡기 위해서는 사냥꾼 역할인 전문가들이 앞장서야 한다. K-POP 등 한류 문화가 세계로 성공적으로 확산될 수 있었던 것은 영화, 노래, 드라마 등 다양한 분야의 문화예술인들이 발 벗고 나서서 전문가로서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세먼지는 우리 주변 환경에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고 건강, 산업, 기후변화, 생태계 등에 영향을 미치므로,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지혜를 모아 미세먼지 대응전략을 모색해야 우리에게 승산이 있다. 섣불리 얕잡아보고 단편적으로 대응하다가는 큰 코를 다칠 수 있다. 

  다행히 정부에서는 작년 6월부터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연구기획위원회를 구성해 과학기술을 이용한 미세먼지 대응방안을 수립했다.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대응전략이 마련됐고, 국가전략프로젝트를 통해 이를 지원하게 됐다. 이제 전문가들이 모여 능력을 발휘해 사회적 책임을 다할 때다.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국민에게 믿음과 희망을 줄 수 있도록 연구개발을 통해 국민, 기업, 정부가 필요로 하는 성과물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 모두가 다 함께 실천해야 할 역할도 알기 쉽게 제안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 정부와 기업은 세계 최고 수준의 배출가스 기준을 제시하고, 저감 기술을 통해 배출가스를 줄이고 있다고 자부해 왔다. 그러나 독일 폭스바겐의 '디젤 게이트'에서와 같이 실제 도로 주행 시 질소산화물 과다 배출 문제나, 2000년대 초반부터 조사된 미국 등에서 발생한 화력발전소의 응축성 미세먼지 문제 등을 고려해볼 때, 미세먼지의 국내 발생 및 외부 유입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민관협의체 운영에 의해 현행 미세먼지 배출원의 규제를 보다 합리적으로 강화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

  미세먼지 관리에는 다양한 융복합 기술이 필요한데, KIST를 비롯한 정부출연연구소에서는 다행히 미세먼지의 생성 및 외부 유입을 규명할 수 있는 정밀 측정분석 기술, 방대한 관측자료 수집결과를 예보에 활용할 수 있는 빅 데이터 정보 분석 기술 등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산업단지 사업장의 배기가스 중 미세먼지를 생성하는 원인물질인 질소산화물을 낮은 온도에서도 효과적으로 분해할 수 있는 촉매기술을 개발해 제철소, 선박 배연가스 처리 분야에 이미 적용한 바 있으며,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 국민적 관심이 큰 대형 화력발전소에도 적용할 수 있다. 이외에 기존 사업장의 협소한 공간에도 바로 적용할 수 있는 특수 미세먼지 집진(集塵) 기술도 확보하고 있다.

  정부출연연구소와 대학, 기업 등의 전문가들이 힘을 합쳐 우수한 기술에 대한 현장 실증을 거쳐 대형 사업장에 적용해 미세먼지 배출량을 저감시키고, 나아가 중국, 동남아 등 글로벌 시장 진출을 통해 침체된 환경기업의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는데 기여할 때다.

  우리는 다양한 의견과 이해가 인정되는 매우 성숙한 시대에 살고 있다. 정부, 기업, 국민이 함께 토론과 공감을 통해 합리적 대안을 도출해야 하고, 이를 위해 전문가들의 조정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과학적 지식과 기술적 도구를 근거로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논의를 이끌어 가는데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우리 사회가 미세먼지 전문가에게 기대하는 역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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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위기의 `과기 한국`, 재도약전략 다시 짜자

 

장준연 소장

안과 밖이 모두 답답하다. 안으로는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발의되어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작년 10월 최순실 씨의 개인 태블릿PC에서 청와대 기밀문건들이 발견된 이후 우리 국민들은 매일같이 쏟아지는 어두운 뉴스에 충격과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사회적 갈등과 혼란이 계속되면서 사회와 경제의 활력은 점차 떨어지고 있다. 이번 사건은 정치적 혼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경제계로 번지고 있다. 특히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에 우려와 환영의 목소리가 교차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의 구속이 자칫 국가신용도와 경제발전에 큰 영향을 주지 않도록 잘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이번 기회에 그동안 만연해온 재벌의 부정부패, 정경유착과 같은 적폐들을 바로잡아 시장질서를 재확립해야 한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온 나라가 여기에 매몰되어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밖은 어떠한가?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세계 곳곳에서 마찰음이 나오고 있다. 국제 사회의 거듭된 경고와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신형 미사일을 발사하여 한반도의 안보 위기감을 조장하고 있다. 중국도 한반도 사드배치 문제, 서해안 불법조업 문제로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이 와중에 김정남이 암살되고 일본은 다케시마의 날을 지정하여 우리의 영토주권을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역시 답답하다. 

 

안과 밖이 다 답답하다. 그러나 아무리 답답해도 먹고사는 문제만큼은 소홀히 할 수 없다. 하지만 경제 상황도 녹록치 않다. 최근 들어 대형 해운회사가 파산하고 휴대폰 배터리 폭발문제로 시장점유율이 하락했다. 자동차, 화학, 철강 산업도 전망이 그리 밝지 못하다. 우리가 자랑하는 주력산업 모두 기술적으로 앞서 있는 선진국과 추격하는 후발국들 사이에 낀 심각한 상황이다.

 

경제마저도 군고구마를 먹을 때처럼 답답하던 찰나에 사이다 같은 기사를 보게 됐다. 반도체 경기가 살아남에 따라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는 기사다. 국가 경제에 반도체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달하므로 반도체 실적의 개선은 우리 경제에 청신호임에 틀림없다. 국내 반도체 산업은 메모리 반도체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 경쟁력을 갖고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모바일기기에서 생성되는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연결하고 처리하고 저장하는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데이터 센터의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어 이에 필요한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오랫동안 반도체 업계에서는 소위 '치킨게임'이라 불리는 사활을 건 피 말리는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돼 왔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들은 도태됐고 그 경쟁에서 살아남은 삼성, SK하이닉스, 그리고 미국의 마이크론이 트로이카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의 주력제품인 D램이나 플래시 메모리 반도체는 모두 미국, 일본 등에서 원천기술이 개발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기업이 살아남은 이유가 무엇일까? 우리 기업들은 경쟁사보다 더 작게, 더 빠르게 동작하는 반도체 기술을 먼저 개발했다. 또한 막대한 투자가 따르는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적기에 과감한 투자가 중요한데 이에 대한 의사결정이 경쟁 기업들보다 빨랐다. 일본이 기술에서 앞서 있으면서도 반도체산업 경쟁에서 뒤처진 주요 요인으로 의사결정의 지연을 사유로 보는 전문가도 있다. 우리의 '빨리 빨리' 문화가 유난히 빛을 발휘한 우수 사례로 손꼽힌다.

 

하지만 현재의 경쟁 우위가 언제까지 지속 될지는 알 수 없다. 반도체의 크기는 작아질 대로 작아져 이제는 그 물리적 한계에 이르고 있다. 반도체 크기 소형화에 따른 원가절감과 수율향상으로 기업의 이익이 증대하는 과거의 수익모델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작게 만들기 위한 비용이 소형화에 따른 원가절감 비용을 상회해 수익율이 떨어져 지난 세월 지속돼온 반도체 고집적화에 따른 수익구조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것이다. 약 60년 전 진공관 방식에서 실리콘을 기반으로 하는 반도체기반 집적소자(IC)로 전자소자의 패러다임이 변화했듯이 반도체의 성공신화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이제 신개념 작동원리를 갖는 새로운 형태의 반도체의 개발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우리는 6.25 전쟁의 폐허 속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루며 50여 년간 줄곧 힘차게 달려왔다. 오로지 우리의 의지와 노력으로 신화를 창조했다. 그동안 갖은 위기가 우리를 괴롭혔어도 그때마다 우리 국민은 특유의 저력과 우수성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1998년 외환위기에 몰려 우리 경제가 큰 어려움을 겪을 때, 우리 국민들은 자발적인 금모으기를 통해 가장 단시간 내에 모범적으로 IMF의 통제를 벗어났다.  수출주도형 한국경제의 5대 주력 산업인 자동차, 조선, 화학, 철강, 반도체를 기반으로 한국 경제는 재도약을 이뤘던 경험이 있다. 그리고 그 뒤에는 과학기술이 있었다. 현재 우리를 둘러싼 차갑고 암울한 분위기는 언제 풀릴지 기약이 없다. 과학기술이 지금의 국내외 정치적 문제를 해결해줄 수는 없다. 그러나 획기적인 과학기술이 또 한번 우리 국민에게 자긍심과 희망을 주고, 우리가 더 잘 먹고 잘 살게 해줄 것이다. 겨울도 다 기울었다. 하얗게 핀 꽃 들녘으로 봄 맞으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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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산책]과학기술이 스며든 사회

 

김현우 팀장

지난해 세계 과학기술계의 가장 큰 성과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예측한 중력파의 발견이었다. 우리 국민이 가장 크게 체감한 사건은 세계바둑 챔피언과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대결이 아니었을까 한다.`총, 균, 쇠`의 저자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전통 사회가 과학으로 보기 어려운 무조건 반사와 같은 판단 기준을 보유하고 있음에 주목했다. 바둑에도 `두 점 머리는 두들기고, 붙이면 젖힌다`와 같은 격언이라 불리는 불문율이 존재한다. 알파고는 바둑 격언을 무시하는 수를 뒀다. 초반엔 AI가 헤매는 것으로 조소했다. 그러나 경기가 진행되면서 초일류 기사도 쉽게 생각해 낼 수 없는 강력한 새로운 수임이 밝혀졌다. 수천 년 역사로 확립된 지식이 수십 년 역사의 과학 방법론에 허점이 노출된 것이다.

  바둑은 역사가 몇 천 년이 넘는 한·중·일 중심의 게임이다. 언젠가 과학 기술이 사람을 앞서는 경우가 있다 하더라도 바둑은 당연히 우리 것이라고 막연히 믿어 왔다. 그러나 알파고를 개발한 회사는 영국의 벤처기업이었고, 이를 구글이 키워 냈다. 어떻게 이러한 일이 가능했을까.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국가별 수리력, 과학 기술을 이용한 문제 해결 능력 보고서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우리는 수리력과 과학 기술을 이용한 문제 해결 능력에서 선진국 못지않은 역량을 보유했지만 직장과 일상 생활에서의 활용률은 대체로 낮은 상태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문제는 더 명확해진다. 16~24세 연령의 한국인은 수리력, 문제 해결 능력에서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중장년층에 이르러서는 급격히 떨어져서 경쟁력을 잃고 만다. 비록 21세기 대한민국은 스마트폰, 드론, 인공지능, 빅데이터, 자율 주행 등의 과학 기술로 넘쳐 나지만 결국 우리 사회는 과학 기술 사회가 아니라는 반증이다. 그러나 21세기에 우리가 마주하게 될 국가·사회 이슈는 우리가 경험해 본 적 없는 문제가 될 것이다. 여러 측면을 종합해서 살펴야 하는 복합 성격이 두드러질 것이다. 그렇기에 과학 기술 방법론을 문제 해결에 활용하는 과학 기술 사회로의 변화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이 변화를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첫 번째는 미래 세대 교육이다. 미래 세대가 우수한 과학 기술 역량을 갖추고 과학자로서의 꿈을 키워 나가도록 하는 일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청년층이 수리력, 문제 해결 능력에서 최고 수준임을 볼 때 우리 교육은 일정 부분 경쟁력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일반 국민의 과학 기술 신뢰를 얻는 일이다. 과학기술계가 국민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아무리 유명한 프랑스 사상가 마르키 드 콩도르세가 `과학 기술이 국가의 안녕과 국민의 건강, 더 많은 일자리, 더 높은 생활 수준, 문화 발전을 위한 핵심 사항`이라 했다고 한들 지금과 같은 국민의 전폭 지지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회 전반의 과학 기술 소양을 높여야 한다. 과학기술자와 인문사회과학자가 만나면 소통이 어렵다고 한다. 과학기술자의 인문학 소양 부족과 일반인 눈높이에서 소통할 줄 모르는 것에서 원인을 찾는다. 그러나 조금만 관점을 바꿔서 중·고등학교 수준의 과학 기술 용어라 해도 소통이 가능하다면 더욱 풍부한 과학 기술 지식을 사회 공유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공상과학영화(SF) `인터스텔라`가 최고의 흥행 성적을 거둔 국가가 바로 우리나라다. 그만큼 과학 기술 사회로 변모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이런 잠재력을 일상에서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첫걸음은 과학기술계가 일반 국민에게 다가가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서울시 등이 협력해 서울 지하철 6호선 상월곡역에 올해 3월 초 `사이언스 스테이션`을 개관한다. 지하철이라는 친숙한 공간을 활용해 낯설고 어렵게만 인식된 과학 기술이 시민에게 다가간다는 시도가 바람직하다. 과학 기술 사회란 과학자와 시민의 빈번한 소통으로 서로에 대한 이해가 생활 속에 스며든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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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포럼]뇌 연구, 경계를 넘어 어우러짐으로

 

  인종과 문화의 장벽은 갈등과 분쟁의 원인이지만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사회는 진보한다. 과학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이론과 실험, 기초와 임상, 학계와 산업계 등 각기 다른 영역의 접경지대에서 오해와 충돌이 빚어지는데, 이를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새로운 발견과 혁신이 탄생한다. 하지만 불행히도 많은 경우 경계 너머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과학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전문분야 테두리 안에 매몰되게 하고, 이로 인해 경계 지역에서의 활발하고 생산적인 교류가 위축되는 것이 현실이다. 

  일반인들에게는 뇌 과학이라는 학문분야로 더 친숙한 신경과학은 다양한 학문의 경계선상에 구축된 대표적인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초창기 그 출발은 생물의 중추 및 말초 신경계의 구조와 기능을 연구하는 생물학의 한 분야였지만, 이내 물리학, 수학, 생리학, 분자생물학, 심리학, 컴퓨터과학 등 전혀 다른 언어와 체계를 가진 다양한 학문들이 합류하면서 한데 어우러지는 특별한 길을 걸어왔다.

  이와 같은 흐름은 신경계, 그중에서도 뇌라는 기관의 구조와 기능의 복잡성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신경계가 작동하는 기본 단위는 뉴런이라는 신경세포인데, 하나의 뉴런은 서로 다른 뉴런뿐 아니라 인체에 분포하는 수많은 세포들과도 상호작용을 일으킨다. 각각의 뉴런이 촘촘한 가지를 뻗어 외부와 접촉하고, 시냅스라 불리는 접촉면에서 다양한 전기화학적 신호를 주고받는 모습은 마치 자연이 진화를 통해 만들어낸 집적회로를 연상케 한다. 이와 같이 인간은 뇌라는 강력한 연산장치와 그곳에 연결된 근육이나 신체기관을 이용해 인체의 항상성을 유지할 뿐 아니라 주변 환경 또는 다른 개체들과 소통하고 교감하며 집단을 이루고 살아간다.

  20세기 후반, 신경과학의 초창기에 활약했던 카할(Santiago Ramony Cajal), 골지(Camillo Golgi), 셰링턴(Charles Scott Sherrington) 등은 해부학, 조직학, 광학, 생리학 등의 분야를 넘나들며 신경계라는 난해하고도 중요한 대상의 기본구조와 작동원리를 규명하기 위해 노력했다. 오늘날 현대 신경과학을 지배하는 광유전학 패러다임 역시 레이저 광학과 유전공학을 결합해 밀리초 단위로 특정 뉴런을 제어하고 조절하는 방법을 개발하는데 성공함으로써 신경회로와 행동의 인과관계를 밝히는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한편, 최근 미국 등 신경과학 강국들이 대규모 투자를 집중하고 있는 연결체학(connectomics) 또한 물리학적 뇌영상기법, 분자생물학적 세포 추적기법, 초고해상도 광학현미경 및 전자현미경 광학기법, 대용량 데이터 처리 및 분석기법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이 적용되어 신경계의 네트워크 구조와 역학이 건강한 뇌의 기능과 병든 뇌의 병태생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탐구하는 것이다.

  이처럼 신경과학의 발전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 간의 효과적인 의사소통과 협업을 통해 물질과 정신의 연결고리를 이해하고, 손상된 고리를 치료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하는 유연한 환경을 조성하는 일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대학에 뇌 연구 관련 학과를 설치하고, 대규모 정부 지원금을 조성하고, 중개연구자를 국가 차원에서 양성하는 등 정책적인 차원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정책 이전에 서로 다른 학문적, 기술적 배경을 가진 인재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것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다른 분야의 과학자들 간의 어우러짐을 촉진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공간을 활용하는 것이다. 함께 어우러지기 위해서는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서 형식의 틀에 구애받지 않고 대화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연구소나 대학의 연구공간에 IT 스타트업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대화와 소통을 위한 공간을 배치해 특별히 마주칠 일이 적은 불특정 다수가 만날 수 있도록 하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물리적 공간 못지않게 데이터의 공유도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최근 데이터 분석에 사용된 데이터 원본과 알고리즘의 코드를 공개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학술지의 증가추세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발전 속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신경과학 분야에서 데이터는 복잡한 뇌기능을 담고 있는데 반해 대부분은 특정 연구팀이 특정 연구목적에 준하여 분석하고 있어 다각적 분석 접근으로 데이터 마이닝과 빅데이터 구축을 위한 데이터 공유가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공유된 데이터가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 데이터 표준을 마련하는 작업도 선행되어야 한다. 이것은 한 국가에서 다양한 지역의 방언과 더불어 공용어가 존재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각각의 분야가 뇌를 바라보고 탐구하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측정하는 신호의 종류와 시공간적 스케일이 상이할 수밖에 없는데, 서로 다른 언어의 데이터가 경계를 넘어 사용되기 위해서는 데이터 그 자체와 그것을 측정하는 방법에 대한 정량적 표준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

  복잡하지만 체계적으로 연결되어 정보를 신호화하고 전달함으로써 사고, 판단, 인지 기능을 가능케 하는 인간의 뇌에는 경계가 없다. 하지만, 그런 뇌를 연구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다양한 형태의 경계와 장벽이 존재하고, 이로 인해 뇌를 더 깊이 이해하고자 하는 연구 활동은 한계에 부딪힌다. 실제 뇌 속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그것을 연구하는 과학자들 스스로가 만든 벽이 걸림돌이 된다는 사실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뇌의 비밀에 한 걸음 더 다가가기 위해서는 경계와 장벽을 넘어, 전통적인 접근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기에 다양한 학문분야가 어우러질 수 있는 연구 마인드와 환경을 조성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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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규 박사

올해 초 세계 최대 가전제품 박람회인 CES 2017에 참여해 오랜 기간 개발해 온 `무안경 3D 디스플레이 기술`을 전시했다. 이 기술은 기가코리아사업단 내 플랫폼과 콘텐츠 컨소시엄 지원으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개발됐다. 이 기술의 특징은 기존에 3D 영상을 보기 위해 필요한 입체 안경이 필요하지 않다. 광학 노이즈(모아레, 크로스토크 등) 최소화와 3D 시청 영역 확대 개발 기술을 이용, 깊은 입체감이 있다. 좀 더 실감나는 3D 영상을 제공하는 고밀도 다시점 3D 디스플레이와 초다시점 3D 디스플레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사용자와 상호작용이 가능한 3차원 팝업북과 같은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 많은 이의 호응을 받았다. 연구개발(R&D) 성과는 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디바이스(C-P-N-D) 연계를 시작으로 앞으로 추가 융합 연구를 통해 더 큰 파급력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올해 CES에는 아시아 국가가 다양한 기술을 선보였다. 아시아관 디스플레이 분야에는 LG전자의 터널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삼성전자의 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 디스플레이, 소니의 타일형 발광다이오드(LED) 디스플레이 등이 전시됐다. 무안경 방식의 3D 디스플레이 전시 업체로는 미국 스트림TV, 중국 KDX, 삼성의 CLab 프로젝트로 시작된 벤처기업 모픽(MOPIC) 등이 눈에 띄었다. 광고용으로 효과가 있어 보이는 영국 스타트업 키노모의 전시가 두드러져 보였다. 일본업체 덴소의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와 햅틱 기술을 융합한 시스템도 인상 깊었다.

  전시장 주변 카지노에서는 이미 몇몇 곳에서 무안경 방식 3D 디스플레이 게임기가 설치돼 있었다. 정확히 동일한 기술은 아니지만 이미 이 분야에서 상용화 시기가 무르익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중국의 약진도 대단했다. 기술이나 상품 수준은 아직 떨어지지만 참여 업체 수만 보더라도 상당히 압도했다. 이번 CES 참가업체 30%가 중국 업체라는 통계가 나왔고, 조만간 대부분 참가자가 중국 국적이 되진 않을까 하는 두려움까지 생겼다. 말로만 듣던 중국의 추격이 이곳에서는 현실로 나타났다.

  CES 2017은 참여 기업 수준이나 참관객 수만 보아도 CES가 가전 부문 박람회 중심이라는 확신을 주기에 충분했다. 전통의 디스플레이 기술 강자들과 가전제품 업체들이 주류를 이뤘으며, 자동차와 결합한 융·복합 전자 기술이 새로운 흐름으로 보였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급격하게 떠오르던 가상현실(VR) 기술은 여전히 관심 대상이지만 성장이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는 느낌을 받았고, 증강현실(AR) 분야는 새로운 혁신 기술의 등장을 기대하고 있었다.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 연구소 참여도 눈에 띄었다. 이들도 세계 유수 경쟁자와의 전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끝없이 도전하고 있었다. 국내에서는 보통 해외 동향을 파악하고 연구를 진행해 왔는데 여기서 멈추지 않고 국내 R&D 결과를 글로벌 시장에 적극 소개하고 평가받음으로써 국제 경쟁력 확보에 필수인 피드백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CES라는 이름에 걸맞게 참가자들이 개발한 미래 기술로 서로 경쟁하는 `배틀` 형식의 `쇼`를 진행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했다.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이 떠올랐다. 새로운 기술과 수요자를 고려한 혁신성, 높은 완성도, 뛰어난 상품성,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앱)의 생태계 조성과 같은 철저하고 깊이 있는 준비. 이런 기술이 거대한 스마트폰 산업을 탄생시켰고, 지금까지도 성장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CES라는 거대한 경쟁의 공개 마당에서 필자는 어떻게 하면 더 혁신성이 있고, 더 완성도가 높으며, 더 상품 가치가 있는 연구를 진행할 수 있을지 더욱 철저히 준비하기 위해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고민했다. 고민의 답을 찾고 있지만 노력과 인내의 축적이 도약의 원동력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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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신약재창출 모식도.<사진=KISTI>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신약재창출 모식도.<사진=KISTI>


빅데이터 분석으로 기존약품서 새로운 항암제를 발굴하고 치료효과도 입증, 신약개발 시간을 대폭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원장 한선화)는 백효정 박사와 미국 스탠포드대학, 캘리포니아샌프란시스코대학 연구팀이 초고성능컴퓨터와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활용해 안전한 항암제 발굴 원천 기술을 제시하고 치료효과도 입증했다고 27일 밝혔다.

신약 개발은 부작용과 독성 검증에 취약하고 수십년의 개발기간이 소요된다. 천문학적 비용이 요구되기도 해 고위험 고수익의 첨단 분야다.

때문에 기존 시장에 출시 된 의약품 중에서 새로운 질병치료 효과를 발굴하는 '신약재창출 (Drug repositioning)' 기술은 안전성 확보와 신약 개발시간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획기적인 기술로 평가된다.

연구팀은  6만6000종 이상의 약물과 화학물에 대한 암세포 전장 유전체 반응정보를 확인했다. 또 1000만 건 이상 화학물 활성 정보와 7500명 이상의 암 환자 유전체를 분석했다.

이어 암 환자 유전체의 발현 특성과 약물 유전체 반응을 정량화 하는 역상관 관계 계수를 모델링해 4종의 의약품에 대해 새로운 항암효과를 동시에 검증했다. 그 결과 구충제(Pyrvinium)가 간암 환자 조식에서 암세포를 없애는 효과를 실제 입증했다.

컴퓨팅 분석을 기반으로 한 신약 개발 분석 파이프라인은 정보과학과 의학, 수학, 생물학 분야의 이해가 요구되는 Data Science-IT-Bio 융복합 분야의 최첨단 영역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개발된 RGES 분석 방법론과 빅데이터 분석 처리 전 과정의 소프트웨어 소스코드를 공개 (https://github.com/Bin-Chen-Lab/RGES)해 응용 연구와 실용화의 초석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백효정 박사는 "이번 연구를 통해 암뿐만 아니라, 뇌질환, 치매 등 다양한 난치병의 치료제 개발을 위한 빠르고 안정적인 신약재창출 파이프라인이 제시되었으며, 치료과정의 약물 부작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성과는 12일(한국 시간) 융합 과학 분야에서 네이쳐 커뮤니케이션스 (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길애경 대덕넷 기자 kilpaper@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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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과학관에 과학을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과학전문 해설사'가 배치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유영민)은 올해 8월부터 '과학전문 해설사 채용 지원사업'에 착수한다고 30일 밝혔다.

지역의 공립과학관에 우선 70여명 채용을 지원한다. 중앙·과천 과학관은 다양한 전시콘텐츠와 전시프로그램에 대한 포괄적 해설서비스 지원을 위해 과학전문 해설사 12명을 채용해 활용할 예정이다.

정부는 올해 추가 경정예산에 반영해 운영이 어려운 지역과학관의 과학전문해설사 채용을 지원할 계획이다. 해설프로그램 운영계획, 해설사 활용계획, 과학관 운용현황 등 적정성 여부를 검토해 결정키로 했다.

현재 전국과학관 현황은 2017년 5월 기준, 129개(국립 8개, 공립 85개, 사립 36개). 이들 기관에 과학해설사는 국립 8개 기관에 215명, 공사립 121기관에 170명이 있으며 자격증 보유자는 202명이다.

강병삼 국장은 "지역 과학관이 전문해설 서비스를 수행하게 됨으로서 지역의 주민과 어린이들에게 과학적 원리에 대한 이해를 돕고, 과학적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현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창의적 과학문화 기반 조성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길애경 대덕넷 기자 kilpaper@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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